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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스크랩 변신 - 적멸을 찾아서
남연 추천 0 조회 104 11.09.27 12:51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문득 긴 잠에서 깨어나

밖을 바라다 보니

 

산, 하늘, 바람, 구름,

모두가 그대로 인데

 

그리운 마음만 사라졌구나

 

그리도 애타고

그리도 가슴 저미던

 

그리움만 사라졌구나

 

세월은 고목 등걸처럼

말라만 가는 데

 

용소적멸굴성불암.gtm

 

 몇날 며칠동안 무릎도 좋지않고 가을이라는 계절이 주는 실의에 빠져 죽은듯 고치짓는 애벌레처럼

아무 것도 하는 일 없이 일상을 소모만하고 있다가 문득 적멸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원효대사의 수도처이기도 하고 동학의 수운 선사의 기도처이기도 한 천성산의 적멸굴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곳에 가보면 그분들이 느낀 적멸의 끝자락이라도

잡을 수 있어 이 일상에서 벗어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적멸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찾는다고 찾기기야 하겠습니까 만은 자취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멸이라는 불교 용어를 찾아보면 이상적멸(離相寂滅); 상과 이별하면 적멸(고요함)이 찾아온다 라는 말이며

적멸의 경지는 번뇌 망상 집착에서 벗어나는 경지라고는 하지만 배움의 경지가 낮아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적멸은 열반(涅槃 개흙을 나눈다)이고 니르바나(Nirvana)의 한자음역이니

한자 뜻이 이상하더라도 대강 보살행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불교의 배움이 짧아 그저 검색에서 찾은 것이니 보다 깊은 뜻은 공부를 해 보시기 바랍니다.

 

적멸굴은 지난 봄 운흥동천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천성산 중앙능선의 9.5부 정도에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원효대사의 수도처이라고도 하고, 동학을 창시한 수운선사의 수도처라고 알려졌습니다만

원효대사는 워낙 오래전의 인물이라 비석하나로는 진위를 알 수 없지만 동학도에게는 성지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길은 어려워서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GPS가 있으면 트랙을 참조하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미각지당 춘초몽(未覺池塘春草夢), 계전오엽 이추성(階前梧葉已秋聲)

 대강 아직 연못가에 봄풀이 꿈에서 깨지도 않았는 데 계단에 오동잎이 가을을 알린다라는 뜻으로

권학가에 나오는 말로 세월의 무상을 말할 때 가끔씩 쓰이는 말입니다.

 

춘천을 바라보니 그런 느낌이 듭니다.

언제 봄이었는 데 춘천가의 나뭇잎들도 어느새 가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봄 마가렛과 인사한지 언제인데 어느새 가을 구절초와 눈을 맞추고 있습니다 

 내원사 정류소 한구간 앞에서 내렸습니다. 내원사에서 내려 도로를 따라 오르기도 싫고,

입장료내는 것도 싫어 용소마을로 올라 작은 능선을 넘으면 바로 내원사라서 용소마을에서 내렸습니다  

 순한 눈매의 소 가족을 보며 인간의 보살핌을 받는 소가 더 행복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익어가는 쌀나무와 파란하늘 ... 길을 나선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뀌가 풀밭 한가득입니다.   

개울 옆 순한 길을 오르다 보면 

가을빛을 머금은 물도 보고

물은 말랐지만 제법 예쁜 계곡도 보고

어울리지 않게 큰 용소폭포라는 이름을 가진 폭포를 만납니다. 수량이 많을 때는 제법 볼만합니다.

폭포의 상단입니다. 아랫쪽에서 폭포 좌측으로 기어 오르면 잠시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바위벽과 어우러진 제법 예쁜 소나무가 길손을 반겨주는 쉬어가기 좋은 장소입니다.

길을 오르다 며느리 밥풀도 보고 오랫만에 도마뱀도 구경합니다.

이 곳은 도마뱀이 살정도로 깨끗한 모양입니다.

조금 올라 용주사쪽 오르면 만나는 임도와 이어진 도로가에 피어난 억새와도 눈을 맞춰 보고  

내원사쪽으로 방향을 잡아 공룡능 암봉을 구경하며 이십여분 내려오면 내원사 주차장이 나오고

바위들이 아름다운 계곡에서 잠시 사색에 잠겨 봅니다.

 

<취오동이라고 불리는 누리장나무 열매>

길가에 피어 있는 신기한 열매도 구경하며 천도교청년회에서 부착한 시그널을 따라

인적 드문 계곡 옆길을 따라 오르며 

 

멀리 천성 1봉이 보이는 조망도 구경하고

제법 굵은 대밭을 지나 원효대사의 수도처라는 작은 비석을 지나면

적멸굴이 모습을 보입니다. 촘촘히 들어가 비를 피하면 이 삼십명 정도는 들어갈 수 있는 큰 굴입니다.

그 옛날 생계에 여가 시간을 내기도 힘들었을 텐데 그 누가 있어 이 곳을 찾았을까요?

요즘 같으면 등산객이 지천이라 이 곳 저곳 찾다보면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참으로 의문이 드는 곳입니다.

멀리 남도의 부사의방장이라는 절벽아래 한평 남짓한 천하의 명당이라는 수도처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곳도 찾기 쉬운 곳은 아니기에 처음 찾은 분이 누굴까?하는 의문이 듭니다.  

적멸굴쪽에서 돌아나와 이리 저리 전투산행으로 조금 오르니

곧 중앙능선과 연결되고 시그널도 몇개 걸려 있습니다.  

멀리 공룡능선이 보이는 능선을 지나

성불암 계곡으로 내려섰습니다. 예전엔 길이 묵어 찾기가 어려웠는 데 빤질 빤질하게 나 있었습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성불암 길가에는 막 지기 시작하는 꽃 무릇이 지천입니다. 멀리 까지 안가도 이 곳에서 눈요기 할 만합니다

예전에는 낡고 초라한 기억만 있었는 데 올해는 단청까지 되어 있는 성불암입니다.

먼 발치에서 보는 스님도 안면이 익은 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성불암 옆쪽 산기슭에 있는 멋진 소나무 ... 올해서야 처음으로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재작년에는 백일홍이 소담스럽게 피어 있더니만 그 자리를 과꽃과 맨드라미가 대신하고 있는 앞마당에서

건너편 멋진 중앙능선의 선들을 바라봅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다가오는 가을을 상상하며 목재계단을 지나

 

설악의 백담사 계곡길의 느낌이 드는 산하동, 한듬계곡을 지나며 적멸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변신

 

조그만 아주 조그만
생각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

 

그저 애벌레처럼
지나는 시간을 조금씩 갉아 먹으며 하루를 연명한다

 

작고도 큰 삶의 한조각 때문에
수많은 웃음을 속으로 삭혀버리고
또다시 회환의 과거로 침잠해 들어간다

 

이 것또한 흐르는 세월속에서

변할 것을 이미 알기에

아침이면 변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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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09.29 16:09

    첫댓글 자연과 하나되는 듯한 느낌이 오는 산행기군요...
    가끔은 gps를 들고 몇날이고 길이 없는곳을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만 한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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