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숙좌성(春宿左省)
두보(杜甫)
花隱掖垣暮(화은액원모)
啾啾棲鳥過(추추서조과)
星臨萬戶動(성림만호동)
月傍九霄多(월방구소다)
不寢聽金鑰(불침청금약)
因風想玉珂(인풍상옥가)
明朝有封事(명조유봉사)
數問夜如何(수문야여하)
궁궐 담에 어둠이 내리자 꽃이 숨고
포르르 울며 새도 잘 곳으로 가버렸다
별은 대궐문 위로 떠 반짝이고
달은 궁전 곁에서 밝게 빛난다
잠들지 못하고 자물쇠 여는 소리 듣는데
바람결에 말방울 소리 들리는 듯
아침에 봉사(封事)가 있어
자주 물어보네, 밤이 몇 시나 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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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通釋] 날이 저물어 꽃이 보이지 않게 되고 문하성의 담에까지 어둠이 내리자 포르르 울며 둥지로 돌아가는 새들이 지나간다. 별이 궁궐 위로 떠 수많은 궁궐문에 비치고, 얼마 뒤 달이 뜨자 하늘 높이 솟은 궁궐 옆에서 유난히 밝게 빛난다. 밤 깊도록 잠들지 못하는데 궁궐의 자물쇠를 따고 문 여는 소리가 들려오고, 또 바람결에 조회하러 오는 신하들의 말방울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내일 아침에 임금께 아뢸 일이 있어 밤이 얼마나 깊었는지 자신에게 자주 물어보며 일어나 아침을 기다린다.
[解題] 이 시는 숙종 건원(乾元) 원년(元年:758) 봄, 두보(杜甫)가 좌습유로 장안에 있으면서 쓴 작품이다. 앞의 4구는 경치를, 뒤의 4구는 情을 묘사하고 있다. ‘星臨萬戶動(성림만호동) 月傍九霄多(월방구소다)’는 名句로 알려졌는데 ‘動’과 ‘多’라는 말을 써 靜中動의 묘미를 보여준다. 상주(上奏) 때문에 밤새 잠 못 드는 것을 묘사한 뒤의 4구를 두고, 일반적으로 임금에게 충성하고 나라를 근심하는 작가의 마음이 잘 드러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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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역주1> 掖垣(액원) : 문하성(門下省)·중서성(中書省)을 가리킨다. 당나라 때 門下省·中書省 두 관서가 궁중 좌우에 있었다. 杜甫는 좌습유(左拾遺)로 문하성(門下省)에 속해 있었는데 동쪽에 있었으므로 좌성(左省)이라 한 것이다. 선원(宣垣) 혹은 좌액(左掖)이라고도 한다.
역주2> 星臨萬戶動(성림만호동) : ‘萬戶(만호)’는 궁궐의 문을 가리킨다. ≪漢書(한서)≫에 “무제가 건장궁을 세웠는데 수많은 문이 있었다.[武帝起建章宮 有千門萬戶]”는 기록이 보인다. 달뜨기 전의 때를 말하며 별빛이 대궐의 수많은 문에 비치는 모습을 형용한다.
역주3> 月傍九霄多(월방구소다) : ‘九霄(구소)’는 하늘의 가장 높은 곳을 가리킨다. 보통 하늘을 말하며 여기서는 궁궐이 하늘 높이 솟아 그 궁전에 밝게 비추는 달을 묘사한 것이다.
역주4> 不寢聽金鑰(불침청금약) : ‘寢’이 寐로 된 本도 있다. ‘金鑰(금약)’은 궁궐문 자물쇠로 여기서는 궐문이 열리는 것을 가리킨다.
역주5> 因風想玉珂(인풍상옥가) : ‘玉珂(옥가)’는 말 재갈 장식이다. ‘珂(가)’는 패류(貝類)로 말 장식에 쓰이는데 색이 희어서 옥 같으므로 옥가(玉珂)라 한다. ≪舊唐書(구당서)≫ 〈輿服志(여복지)〉에 “5품 이상은 가(珂) 장식 우산을 쓴다. 수레 제도는 3품 이상은 珂 아홉 개, 4품은 珂 일곱 개, 5품은 珂 세 개를 쓰며, 6품 이하는 수레포장과 珂를 뗀다.[五品以上 有珂傘 凡車之制 三品以上 珂九子 四品 七子 五品 三子 六品以下 去幰及珂]”라고 하였다. ‘風’을 풍경(風磬)으로 보아, 풍경 소리를 듣고는 조회하러 오는 신하들의 말방울 소리를 연상한다는 뜻으로 풀기도 한다.
역주6> 封事(봉사) : 비밀로 건의하는 일을 말한다. 옛날 신하들이 일을 아뢸 때 검은 주머니에 문서를 봉해 누설을 막았는데 이를 ‘封事’라 한다. ≪唐書≫에 “보궐과 습유는 간언 올리는 일을 관장하는데, 큰 일은 조정에서 아뢰고 작은 일은 봉사를 올린다.[補闕拾遺 掌供奉諷諫 大事廷諍 小則上封事]”는 기록이 보인다.
역주7> 夜如何(야여하) : ≪詩經≫ 〈小雅(소아) 庭燎(정료)〉에 “밤이 얼마나 되었을까, 밤이 아직 깊지 않았는데, 뜰에 화톳불이 환하네.[夜如何其 夜未央 庭燎之光]”라는 구절이 보인다.
본 자료의 원문 및 번역은 전통문화연구회의 동양고전종합DB(http://db.juntong.or.kr)에서
인용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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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당시삼백수]춘숙좌성(春宿左省)-두보(杜甫)
[출처] [당시삼백수] 춘숙좌성(春宿左省)-두보(杜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