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걸어 섬으로 가다
6시간만 입성이 허락된 섬 [웅도] 밀물과 썰물이 들고 나는 차가 분명한 우리나라 서해안은 축복받은 곳이 분명하다. 물이 들어오면 물에 갇혀 섬이 되고, 물이 빠지면 육지와 연결되는 곳. 6시간만 땅을 밟는 것이 허락된 서산 웅도에서 아름다운 시간을 보낸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바다에 가서 갯벌체험을 하는 여행객들이 많아졌다. 갯벌체험은 한번 발이 빠지면 빼기 힘든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나이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가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제 힘으로 발을 뺄 수 있을 정도의 아이들이라야 마음껏 놀 수 있을 것이다. 갯벌에 가면 여러 가지 바다 생물들도 직접 채취할 수 있다. 서해안 갯벌에서 제일 흔한 것이 바지락과 작은 게들이지만 아무 데서나 쉽게 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갯벌은 그 곳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외지인이 함부로 들어가서 채취할 수 없기 때문. 주민들이 미리 ‘종패’를 뿌려 키우다가 캐기 때문에 어쩌면 그들의 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양식장 외에 외지인들에게 허락된 곳이 있으므로 미리 알아보고 양해를 구해 캐면 된다.
ㆍ우마차로 바지락을 운반하는 ‘웅도’
서산시 대산읍의 웅도는 하루에 6시간씩 육지가 됐다가 다시 섬이 된다.
물이 갈라져서 육지와 웅도가 연결되는 시간은 매일 다르다.
물때를 잘 맞춰서 찾아가야 한다.
개펄 위로 야트막한 시멘트 길이 놓여있어 차가 다닐 수도 있다.
바다가 갈라져 물이 열리기를 기다리면 섬을 바라보는 시간은 무척 더디게 간다.
그 시간에 점점 빠지는 바닷물을 따라 물장난을 하거나 차차로 드러나는 개펄에서 바다 생물들을 좇아다니는 재미가 너무 쏠쏠하다.
그러다가 찰랑찰랑 어느덧 물이 갈라졌다 싶으면 차보다 먼저 맨발로 길을 건넌다.
아직 덜 빠진 바닷물을 발로 차며 건너는 기분은 왠지 ‘출애굽’하는 이스라엘 백성이 된 기분이다.
“바다를 건넜다”며 환호성을 치는 아이들과 미리 차를 기다리다가 건너온 차에 올라 언덕을 넘으면 섬 마을이 보인다.
섬 마을 주민들도 논농사, 마늘농사에 바쁘다. 그러면서 개펄에서는 갯 일도 해야한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곰이 웅크리고 앉은 형태와 같다하여 이름지어진 웅도는 현재 55가구 190여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섬이다.
구멍가게 하나 없고 차가 다니기에는 도로 사정도 좋지 않다. 하지만 그 한적한 섬의 정취와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갯 내음은 휴식을 위해 찾은 도시사람들에게 평온한 시간을 주기에 충분하다.
막상 갯벌 체험은 그다지 쉽지 않다. 낙지, 바지락이 요즘 웅도에서 많이 잡히는 것이지만 외지인에게 마음껏 캘 수 있는 장소는 한정되어 있다. 게다가 낙지잡기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작업이어서 섣불리 엄두를 내기 힘들다.
웅도는 바지락을 캐내 운반하는 행렬이 볼만하다고 한다.
3km정도의 개펄 길 위로 30여대의 우마차행렬이 느릿느릿 늘어져간다고 한다.
물론 이런 진풍경은 ‘사리’등 바지락이 많이 잡힐 때나 볼 수 있다.
채취된 바지락은 마을 입구의 길가에 설치된 계량소에서 무게를 달고 트럭에 바로 실려 도시로 나간다.
바로 캐낸 바직락은 살이 통통하게 올라 달디단 맛을 낸다.
웅도에서 민박도 하고 식사도 제공하는 김종희씨 집(041-663-8898)은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늑한 곳이다.
아름드리 은행나무 아래 한가로이 쉴 수 있는 자리는 도시에서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는 여유를 만끽하게 한다.
김종희씨 집에서는 미리 주문하면 식사도 준비해준다. 웅도 주변에는 여관이나 식당이 없으므로 대산읍이나 벌천포로 나가야 한다.
웅도내 민박문의는 041-663-8898.
ㆍ또다른 낭만의 맛, 중왕리 밀국낙지
서산시 지곡면의 중왕리는 이맘 때 낙지를 맛보려는 사람들이 알음알음으로 모인다. 이곳에서 5~6월 사이에 잡히는 7~10cm 정도 크기의 어린 낙지는 육질이 연하고 맛이 좋다. 시원한 박속을 깍아 끓인 물에 빠뜨렸다가 건져 먹는다.
시세는 그 때마다 다르지만 한 마리 1,500원 가량 하는 낙지는 한사람이 10마리는 먹어야 성에 찬다.
이게 바로 매콤하고 시원한 국물에 칼국수를 끓여 먹는 ‘박속밀국낙지탕’이다.
특히 중왕리 낙지는 끓이면 크기가 커지고 쫄깃한 맛이 다른 지역의 낙지와 비교가 안 된다.
중왕리는 밀국낙지뿐 아니라 해안도로에서 바라다 보이는 바다 풍광이 아름답다.
개펄과 바다, 섬이 어우러져 그림같이 경치를 만들어 낸다.
우정횟집 041-662-0763 낙지한마당 041-662-9063
<가는길>
웅도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IC로 나가 서산을 거쳐 29번 국도를 탄다. 대산읍내에서 오지리 가는 길로 좌회전하여 3km 정도 가면 웅도 분교 표지판과 함께 웅도가는 길이 나온다.
중왕리 역시 29번 국도에서 대산읍으로 가기 전 지곡면으로 빠진다. 지곡면에서 중왕리 쪽으로 들어서면 밀국낙지를 알리는 식당들이 있다.글 / 원지연(글)ㆍ전상률(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