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몇년전 문학상 수상작인데
오늘 출근해서 한가해서 뒤적이다가 생각나서 올립니다
즐겁고 편안한 휴일 보내시길 ~~
타임머신
밤사이 많은 눈이 내렸다.
덕분에 창밖은 사진 속 풍경처럼 아름답다.
마치 여행이라도 온 듯 한 호사스런 즐거움이 덤으로 다가오는 아침이다.
전날부터 일기예보의 친절한 고백으로 대설을 예감하긴 했었다.
그러나 입춘 절기에 내린 눈이라서 그런지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예전에는 눈만 내려도 이유 없이 즐겁고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그렇게 설레던 낭만도 잊혀지고 반가움도 사라져 갔다.
게다가 날씨라도 궂으면 나는 근심부터 앞서는 버릇이 혹처럼 생겼다.
낭만이야 무감각 됨은 세월 탓이다 회피해도 자신감도 없어지고
순발력도 둔해 지는 게 사실이다.
아마도 그건 점점 더 나이테의 숫자가 커져 간다는 표시임이 분명하다.
그동안은 늘 그랬다. 그러나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 마주하는 풍경은
지병처럼 따라오던 근심마저도 달아나 버렸다.
아름다운 설경으로 인해 겪어야하는 고생 따윈 안중에도 없다.
그저 감탄사 하나로 시작하는 아침이다.
오늘 만큼은 오가는 길 번거롭고 불편해도 무엇이든 용서 할 것 만 같다.
그대로 멈출 수는 없겠지만 아름답던 풍경을 오래도록 누리고 싶은
마음은 나이와는 상관없는 모양이다.
설경이 주던 잴 수 없는 기쁨으로 한나절 내내 행복에 젖어 보냈다.
근사했던 풍경도 한나절 햇살에 무너지던 정오가 지날 무렵
지인의 부친상을 알리는 문자를 받았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지인의 슬픔을 전달 받고 나니 그동안 무심코 잊고 지낸
이들의 안부가 덩달아 궁금해졌다.
이제는 없으면 못살 것 같은 전화기를 늘 가까이 하면서도
정작 안부를 전하는 데는 소홀했음이 사실이다.
저장된 연락처 하나하나와 짧은 눈 맞춤을 한다.
만남을 나눈 지 오래된 그리운 이들도 참 많았다.
새삼 놀라운 것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연락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중에 몇 몇 친구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여서 인지 반가운 마음이 더 밀려왔다.
무소식이 안녕이라는 변명이 서로가 생각하는 확실한 답안지로 펼쳐진다.
한바탕 서로의 웃음이 섞이고나니 한결 기분이 유쾌하다.
퇴근 시간에 맞추어 지인과 함께 문상을 갔다.
나는 아직도 장례식장에 혼자 가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낯설고 어설프다.
그 바탕은 어려서부터 유난히 무서움을 잘 탔던 이유가 아닐까 한다.
어린 시절 살았던 고향에선 동네마다 상여 집이 있었다.
상여 집은 장례를 치를 때 필요한 도구와 상여를 보관했던 작은 집이다.
상여 집은 마을과는 좀 떨어진 외딴곳에 있었다.
내가 상여 집 근처에 가는 날이 많지는 않았지만 정말 무서워했던 곳이다.
가끔 한 번씩 이웃 마을 친구네 집에 가려면 반드시 상여 집을 지나야 했다.
그럴 때마다 누가 나를 뒤에서 붙잡는 것만 같았다.
상여 집을 지나 무서움이 사라지는 곳까지 달리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게 떠오른다.
동네에 초상(初喪)집이 생겨도 무섭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때가 몇 살 때 이었는지 모르겠다.
아주 어렸을 적에 초상집 마당에서 나무 관을 보던 날이 무서움을 타게 된
동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입관을 준비하려던 모습을 본 모양이다.
그날 이후부터 밤에 혼자서는 밖에도 못나가고 누군가는 꼭 나를 데리고
화장실을 가야만 했다. 지금까지도 무서움을 타는 시작과 근본 그 밑바탕에는
나의 유년기 때문이라는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
일행과 함께 장례식장 입구에 들어서니 화려한 이름표를 단 근조화환이
먼저 우리를 맞이한다.
예전에는 초상집 근처만 가도 가족과 친지들의 울음소리가 집 밖에서도 들려왔다.
그러나 시대가 말해주듯 슬픔의 풍습마저 달라진 요즘은 어느 상가(喪家)에 가도
큰소리로 우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체념과 비움으로 담담해진 가족들과 시장기를 채우고 있는 무덤덤한 조문객 사이로
눈치 없는 허기가 밀려왔다.
한때는 상가(喪家) 음식이 불편했었다.
그러나 친정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이후부터 거북했던 상가(喪家) 음식이 편안해졌다.
그런 느낌도 살아가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이었는지도 모른다.
한분 두 분 가까운 분들이 우리 곁을 떠나시고 그 때마다 마음도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었나 보다.
내가 돌아가신 분을 처음 보고 장례의 절차를 겪은 것은 친정아버지시다.
63세이셨던 친정아버지께서는 췌장암이라는 병마와 힘든 투병 생활을 하셨다.
때문에 우리들은 다가오는 아버지의 운명을 어느 정도 예감하며
어쩔 수 없는 슬픈 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루하루 전화 받기 조차도 두려웠다.
그러나 막상 운명하셨다는 연락을 받던 바로 그날엔 이상하게도
나는 슬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서둘러 친정으로 향했다.
3시간 가까이 고향으로 가는 길 내내 황금 들판으로 물들었을
가버린 가을의 흔적을 보며 풍요가 다녀간 만추의 거리 풍경에
철없이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분명 나는 잴 수 없는 슬픔의 무게를 안은 채 아버지 부음을 받고
고향 집으로 가는 중인데도 말이다.
집을 나서서 고향 가는 길 내내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점점 동네 근처가 보이니 멀리서도 분주한 집 주변 모습이 보였다.
잠잠했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동네에서 읍내를 나가려면 20분은 나가야 버스를 탈수 있던 곳
더구나 마을 안까지 택시가 들어오는 일은 흔하지 않았다.
갑자기 복잡해진 마을 풍경에 뛰어놀던 어린 꼬마들은 덩달아 신바람이 나는 모양이다.
집에 도착하니 어느새 언니들과 많은 친척 분들이 와 계셨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아버지는 힘든 투병 생활 하실 때 고통스런 모습은
사라지고 평온한 모습으로 잠들어 계셨다.
나는 그제야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전답을 팔아 자식들 교육에 뒷바라지 하시며
농촌에 살아도 배움을 강조하셨다. 아버지께서는 술을 전혀 못 드셨다.
그 대신 달달한 음식과 찰떡을 좋아하시고 담배를 많이 피우셨다.
직장생활을 하는 언니 오빠가 집에 올 때마다 아버지께 담배를 사 드리면
그때마다 아버지께서는 담배를 더 많이 피우시려고 동네 상점에서
다시 값싼 담배로 바꿔오셨다.
담배를 너무나 많이 피우셨기 때문에 엄마의 염려와 핀잔이 날마다 이어졌다.
하지만 그 정도의 꾸중은 금세 담배 연기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근검절약과 형제간에 우애를 최우선으로 하시던 아버지의 생전 모습이 하나씩 떠올랐다.
부모님 돌아가시고 많은 세월이 지났다.
그래도 팔남매의 변함없는 우애가 이어지는 그 바탕은 바로 아버지시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우리에게 당부하신 말씀이 있다.
모든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제사부터 편리하게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 집엔 해 마다 부모님 추도 날짜가 달라진다.
기존 기일에서 가장 가까운 주말이 바로 우리가 모이는 날이다.
날짜를 변경하면서 추도식을 하는 것은 더 많은 형제자매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오늘 문상하러 왔는데 오래전 그 때가 소리 없이 내 곁에 찾아왔다.
어느새 35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우리는 문상을 끝내고 도착했을 때처럼 줄지어 선 조화의 인사를 또 한 번 받으며
가족들의 슬픔을 뒤로 한 채 아무 일 없듯이 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첫댓글 마음이 차분해지며
한줄 한줄 잘 읽었어
오늘도 일기예보에서는
강력한 태풍소식을 알리고
마음의 채비를 단단히하고는
집에서 TV나 라듸오를 들으며
집에서만 있으려다
그래도
친구 얼굴도 볼겸
걷기방에 나갈 채비를
대충 하고는 달리는 버스에서
댓글 쓰고 있다오
나도 며칠전에
친구 남편이 간암으로 돌아가시면서
문상을 다녀온 후
마음이 뻥 뚫린듯
허전한 마음이 곧 내게도
올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하루 하루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오
친구들아..
친구들이랑도 만남의 시간을
소중히 여겨... 잘 가꾸어
이쁜 열매를 맺어보자꾸나
서림친구야
다음에 반갑게 만나자~^^
우리 멋진 친구 정포도
내가 얼마나 보고 싶은지 모르지 ?
이제 우리들은 건강하게 하루 하루
잘지내면서
누릴수 있을때 맘껏 즐기며 지내자구 ~
오늘도 좋은 하루 되길.
어릴적 고향 풍경은 거의 비슷비슷
하다 내 고향 시골에도 상여집이
있고 꽃 상여가 있었는데
무서워서 그 주변엔 가지도 못했었다
서림 친구의 잔잔한 글을 읽으며
내 아버지와 어머니의 돌아가신던
때의 풍경도 떠오르며
다시금 눈시울이 붉어진다
곧 우리에게 닥칠 일들이라서
두려움도 생기고~
살아있는동안 건강하고 즐겁게
살도록 노력하자
오늘 출근해서
좀 많이 한가했다네 ~
서럽게 불어오는 바람이 무섭기도 하고
서로서로 안전을 기원하며 보낸
모두의 하루였겠지.
우와
감동감동
오늘 덕분에
수필한편 읽는다우
걷기 잘 하셨나 ~
태풍이 떠난자리
이제 바람이 다소 얌전해 졌네
남은 토요일 저녁시간도
즐겁고 행복으로 가득하길 .
수채화 같은 수필 .. ^^
긴 글 읽어주셔셔
감사합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맘이 스르르 녹아드는구나
꼭 내가겪은일처럼 잘읽었네 참~
고마워 친구야 ~
이쁜 꿈 꾸고 편안한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