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스크린에서도 은퇴한다. 배우생활을 청산하기로 결심한 것
은 충실한 주부가 되기 위해서라지만 어딘가 서운한 눈치다. 아름다
운 민의이후 6년간 1백여편의 작품에 출연했고 톱-스타소릴 못들어
본 것도 아닌 그녀이지만 마음에 드는 역을 한번도 못했고 만족한
작품도 못 내 놓은 것 같아서… 꼭 도중하차의 기분이란다.
주례는 이선근박사
10월2일 서울 충무로 세종호텔서 올릴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태양
은 마지막 거식 준비에 종종 걸음을 치고 있었다. 주례는 사학가 이
선근박사가, 김진규씨가 사회를 맡았다. 신랑은 29세의 사업가 김철
환씨. 마포에 공장을 가진 삼도화학의 젊은 사장이다. 용산고,성균
관대 경영학과 출신. 독-불어에 능통하고 동남아를 이웃처럼 드나든
다고 자랑. 1백80미터의 휜칠한 키에 참을성있는 성격의 미남이라고
도 소개한다. 시아버지는 광산업을 하고 시가가 될 서울 용산구 후
암동 2층 양옥집엔 두 시동생과 시누이가 있고. 그러니까 태양은 맏
며느리. 시부모를 모셔야 하고, 또 그것이 더욱 즐겁다는 것이다.
영화와 함께 연애도 데뷔. 이들이 최초의 데이트를 즐긴건 5년전.
데뷔작 아름다운 민의(이형균감독)가 나온 바로 뒤니까 태현실은 영
화와 연애를 거의 동시에 시작한 셈이다. 그리고 연애가 결혼에골인
하면서 영화는 엔드-마크를 찍게 된 것.
비밀 5년간 지탱
의중의 인물이 있었기 때문인지 태현실은 처녀배우의 액세서리격인
스캔들이 없었다. 한때 신성일의 가정불화가 엉뚱하게 태현실에 비
화하여 신-태 사이가 어떠쿵 했지만 사실무근으로 낙착, 뜬 소문에
입방아를 찧은 참새떼들이 오히려 머쓱해졌다. 이들의 연애는 5년가
까이 누설되지 않았으니 군기밀 이상으로 보안관리가 잘됐던 모양이
다. 결과적으로 따져볼 때 연기인으로서의 태현실은 그리 다복한 편
이 못되었다. 엄앵란 전성기에 데뷔하여 빛을 못받았고 그 그늘에
서 벗어나려 할 즈음엔 문희, 남정임, 고은아의 새별들이 나타나 된
바람을 일으켰다. 정상극복을 꿈꾸는 신인 태현실은 어느 틈엔가 낡
은 배우의 인상속에 말려 들고 말았다. 그녀가 말하듯 만족할만한
작품하나 남겨 놓지 못하고 떠나 가는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낙타털 웨딩-드레스
그래도 태현실의 배우이력은 그의 인생수지 계산서에 결코 적자를
긋진 않았다고 그녀 자신은 자부하고 있다. 배운것도 많고 얻은 것
도 많다는 계산. 그의 신랑 김철환씨는 태양의 팬중의 한사람.
배우생활이 안겨준 가장 크고 소중한 소득이란다. 손수 혼수준비를
했다는 태현실신부의 혼구내역을 보면 자개양복장, 자개3층장, 자개
문갑, 식탁, 응접세트일체와 통나무의 고급침대등-생활용구 일체가
스타답게 화려하고 알차다. 웨딩-드레스는 디자이너 조세핀 조씨 빈
산의 낙타털로 수놓은 특이한 것, 15만원짜리. 결혼식을 마치면 이
들 부부는 제주도에서허니문을. 신랑 김씨는 내년에 미국 하바드대
학에 유학할 예정이고 태양도 동행할 뜻을 밝히고 있다. 디자인을
배우고 싶다는 것이다.
[발행:1969년9월29일 제2호]
[태현실은 누구인가?]
부드러운 현모양처형의 "이상적인 여배
우"
영화에서 보여준 6~70년대의 태현실은 "토끼같이 귀엽고 깜찍하
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태현실의 개성은 작품의 시대적 배
경과 장르, 주인공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모습과 이미지를 창출했으
나 대부분 너그럽고 부드러운 여자의 감성을 밀도 있게 표현한 점에
서는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태현실의 전반기는 청춘스타로서
의 매력으로 다채로운 배역을 섭렵한 영화계에 많은 시간을 보냈으
며 그녀의 후반기 연기 활동은 TV 안방무대에서 전통적이며 다소 고
전적인 여인상의 이미지를 보여 주었다. 한 시대 은막의 주역으로
눈길을 받았던 여배우가 흔한 스캔들이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오래
도록 연기자로 인기를 누리며 반듯한 여자의 행로를 지켜올 수 있었
다는 것은 자신의 처신도 중요하지만 바람 부는 길목을 피해 다닐
수 있었던 행운도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그녀의 생애는 행복한 여배
우의 삶을 상징한다.
♣ 주요 프로필
출 생 : 1941년 11월 11일 함경북도 성진
데 뷔 : 1963년 이형표 감독의 <아름다운 수의>
학 력 :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졸업
출연작품 : <아름다운 수의>, <푸른 꿈은 빛나리>, <태양은 내 것이
다>, <아내>, <막내딸>, <황포돗대> 등 250여편 출연
♣ 상영작 소개
<밤하늘의 부르스>(1966년, 감독:노 필, 출연:최무룡, 태현실, 김동
원) 인기가수인 그에게는 수많은 여성들이 따랐다. 그는 그 중에서
경희라는 청순한 여성을 택하고 열렬히 사랑한다. 그러나 그녀는 오
랫동안 헤어져 살던 사촌여동생이었다.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
했던 것이다.
<파란 이별의 글씨>(1968년, 감독:정진우, 출연:신성일, 태현실, 윤
정희) 연극연출가인 진우는 자기가 소속하고 있는 극단의 여배우와
관계를 맺어오다가 부호의 딸 수정을 만나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하
게 된다.
<팔도 사나이>(1969년, 감독:김효천, 출연:장동휘, 태현실, 박노
식, 윤정희) 의리의 사나이 호는 고아로 자라 팔도 장사들을 굴복시
켜 규합한 뒤 한국인을 못살게 하는 일본인 건달들과 헌병들을 혼
내 준다.
<신설>(1974년, 감독:조문진, 출연:태현실, 남궁원, 김청자)
나미는 가정주부 소연의 소개로 만난 대학강사 박성희의 아파트에
동거하면서 그의 변칙적인 애정생활에 회의를 느끼며 불안해한다.
나미의 남자친구 수일은 그녀의 육체를 요구하나....
<원산공작 >(1976년, 감독:설태호, 출연:남궁원, 태현실, 김희라)
1950년 원산에서 후퇴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연합군 사령부에 비밀
정보가 접수된다. 원산의 병원에서 페스트로 보이는 질병으로 하루
에도 수십 명이 죽는다는 것이다. 이 사실의 확인을 위해 특수공작
대가 조직된다.
* 대종상(15회) 여우조연상 : 태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