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고 낭독 과정서 판결문 전문에는 없는 '돌출' 발언
직권남용 유죄 판단에 이례적으로 '소수의견' 공개
1년 전 대등재판부 판사 1명 교체의 파급 효과 살펴야
유독 조국 부부 재판서 재판부 공격→변경 사태 속출
지난 2월 3일에 나온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 등에 대한 1심 판결을 두고 대다수 언론은 일제히 사필귀정이라는 논조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일단, 무더기 유죄 판단이 나온 입시 관련 혐의들 중 가장 핵심적 뇌관이라 할 수 있는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해서는, 필자가 연재하고 있는 ‘조국 사태의 재구성’ 컬럼을 이어가며 따로 조목조목 따져볼 것이다.
그와 별개로 이번 글에서는 조국 1심 선고 과정에서 돌출된 ‘재판부 내의 이견’ 문제를 따져보고자 한다.
1심 선고 직후 조국 전 장관의 입장 발언. (MBC 뉴스데스크)
직권남용 판단 낭독 중 돌출된 이례적 ‘소수의견’
조국 1심 선고의 낭독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돌출’ 발언이 있었다. 이 발언이 돌출 발언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작 판결문 전문에는 이런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즉 사전 작성된 판결문에는 없던 내용을 선고일에 즉석에서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판결 낭독을 한 판사는 마성영 재판장이었다.
"특히 특별감찰반 반장 및 반원 등 특별감찰반 관계자를 다른 법률, 이를테면 특별감찰관법상의 감찰 담당자나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상의 감찰 담당자와 같은 실무 담당자로만 볼 것인지, 아니면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형사소송법에 의하여 수사의 실무 담당자이면서 동시에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사법경찰관과 같은 지위를 가진 사람으로 볼 것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우리 재판부 내에서도 전자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후자와 같이 보아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
일단 여기서 “수사권을 가진 사법경찰관과 같은 지위”라는 표현 자체에 집착하면 판단 결과를 오인하기 쉬운데, 여기서 ‘사법경찰관’은 일종의 예시일 뿐이고, 실제 의미하는 내용은 독자적 직권을 가진 신분이냐 정도의 의미다. 요컨대 특감반원이 별다른 직권이 없는 실무자에 불과한지 아니면 독자적 직권을 가진 신분인지에 대해 재판부 내에서 논란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직권남용의 심리 과정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이 바로 이 ‘특감반원 직권’의 존재 여부였다. 법리상 특감반원의 직권이 존재한다고 볼 경우 직권남용 판단의 한 근거가 되고, 아니면 직권남용은 성립하지 않게 된다.
결국 재판부 전체의 입장은 특감반원에게 직권이 있는 것으로 보아 유죄 판결을 내렸다는 것인데, 여기서는 그 전체 논리에 대해 구체적으로 따져 반박하지는 않겠다. 당장은 개별 혐의의 유무죄보다 더 중요한 관건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판단 과정이 얼핏 정교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장황하기만 할 뿐 허점 투성이인 논리였다는 정도만 짚어두겠다.)
여기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이런 재판부 내의 이견이 이례적으로 공개 표출된 사실이다. 위 발언 내용을 감안하면, 독자적 직권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재판부의 3인 판사들 사이에서 2명의 판사 의견에 대항해 1명이 끝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사실상 ‘소수의견’이다. 그런데 1심이나 2심 같은 하급심에서 결정된 결론 외에 폐기 대상인 소수의견이 공개된 것은 극도로 드물고 이례적인 일이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법원조직법 제15조에 따라 소수의견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하급심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어 지금까지 1, 2심 재판에서 소수의견이 공개되는 일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더욱이 법조계 일각에선 ‘합의는 공개하지 않는다’라는 법원조직법 제65조를 ‘하급심 소수의견 공개 금지’를 의미하는 조항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소재였던 김명호 교수 판결 관련 합의 내용을 공개한 이정렬 판사가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전례도 있다. ☞ ‘부러진 화살’ 판결 합의내용 공개 이정렬 판사에 정직 6개월 중징계 당시 이 법원조직법 제65조가 징계 근거가 됐었다. 다만 선고나 판결문이 아니라 별도의 법원 내부게시판에 비공식적으로 공개했던 건으로 징계를 받은 것이라, 선고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소수의견을 공개한 이번 사안과는 성격이 상당히 다르다.)
이렇게 하급심에서의 소수의견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법원의 공고한 관례였던 것이 사실이고, 2019년에 민사재판 1심 판결에서 공식적으로 소수의견을 기재한 사례가 나오자 유력 법조 언론이 같은 날 보도에 사설까지 동원해 문제시 했던 적도 있다. ☞ (단독) 1심 판결문에 소수의견 기재 ‘논란’ ☞ “사실심 판결문에 소수의견 기재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1심 판결에 대한 소수의견 기재를 문제 삼은 사설. (법률신문)
이 같은 법조계 분위기와 관행을 감안하면, 조국 1심 재판부는 논란 가능성을 무릅쓰고 이례적인 소수의견을 공개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판결문에도 없는 내용이 판결 낭독에서 돌출된 사례여서 더욱 이례적인 일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그런 정도로 재판부 내부의 이견이 크게 벌어졌다고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수의견의 주인공은 선고를 낭독한 마성영 재판장 본인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앞서 법률신문이 문제 삼았던 1심 소수의견 역시 재판장의 의견이었다.)
2022년 2월, 재판부 김상연 부장판사 교체
그런데, 이런 극히 이례적이고 돌출적인 소수의견 공개로부터, 부장판사 3인으로 구성된 ‘대등재판부’의 성격과 관련해 새로운 의문점이 떠오르게 된다.
‘대등재판부’는 비슷한 경력의 부장판사 3인으로 구성되는 만큼, 부장판사 1명과 평판사 2명으로 구성되는 기존 일반 합의부와 달리 3명의 판사들이 실질적으로 대등한 관계에서 협의하여 판단을 하게 된다. 또 같은 3인의 재판부가 맡은 사건마다 재판장 보직을 번갈아 형사 21-1부, 형사21-2부와 같은 식으로 다르게 불리게 된다.
대구지법의 대등재판부 사례 보도. 법원은 최근 수년간 대등재판부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대구MBC)
이번 조국 1심 판결도 그런 동등한 지위에서 부장판사 3인으로 구성된 대등재판부 형사21-1부에서 나온 것으로, 2:1로 나뉜 의견이 최종 판결문 작성 시점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소수의견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등한 3인의 구성에서 이렇게 합의에 이르지 못한 2:1의 다수결 상황에서는, 단 1명이 ‘캐스팅보트’로서 판결의 방향을 바꿀 수 있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비중 있게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지만, 이 형사21 재판부는 정확히 1년 전인 2022년 2월에 부장판사 1명이 교체된 적이 있다. 재판부가 강사휴게실PC 등의 증거능력에 대해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검사 측에서 격렬히 반발하다 이례적인 재판부 기피신청을 강행했는데, 그 얼마 후 법원의 판사 정기 인사 시점에 주심이던 김상연 부장판사가 병가로 휴직 처리되고 ☞ 조국 1심 주심판사 휴직‥재판장에 이어 두 명째 이후 김정곤 판사가 대체 투입된 것이다.
당시 재판부가 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극렬 반발하는 검찰의 요구에 법원이 수세적으로 응답한 모양새로 보일 만한 상황이었지만, 언론들로부터는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재판부 전체도 아니고 재판장도 아닌, 배석판사 1명의 교체였기 때문이다.
도리어 다수 법조기자들은 엉뚱하게도 김상연 부장판사의 교체에 대해, ‘강사휴게실 PC들의 증거능력’ 문제로 김상연 판사가 마성영 재판장과 갈등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성 보도를 내놓았다. 놀랍게도, 서로 다른 언론사의 법조기자들이 거의 동시 시점인 2022년 2월 8일 오전 10시 전후로 내놓은 다수 언론사들의 기사들에서 기적적인 공통점들이 나타났다.
이 관련 보도에서 “동양대 PC 증거 배제 결정을 했던 재판장과의 갈등 때문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라는 거의 동일한 워딩이 반복되고, 많은 유사 기사들 중에서도 서울경제 ☞ 조국 재판부 주심 판사 돌연 휴직…"재판장과 갈등 있었나"와 헤럴드경제 ☞ 조국 재판부 주심판사 돌연 휴직…“재판장과 갈등 있었나”가 각각 10시 2분 전과 10시 9분에 서로 다른 기자가 송고한 두 기사들은 아예 기사 제목까지 완벽하게 동일했다. 역시 거의 같은 시간에 나온 MBN의 기사 ☞ 조국 1심 주심 판사 휴직…"재판장과 갈등 있었을 수도"도 거의 동일한 제목을 달고 있었다. 이쯤 되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판사 교체에 대해 ‘증거능력 관련 재판부 내부 갈등설’을 퍼뜨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막연한 추측 보도에는 언론들이 흔히 갖다 붙이던 익명의 전언도, 최소한의 합리적인 논리도 전혀 없었다. 김상연 부장판사는 기자들의 질의에도 휴직 사유에 대해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며 입장을 내놓지 않다가, 이런 억측 보도들이 무더기로 나오자 이례적으로 입장을 내어 “재판부와의 갈등”설에 대해 직접 부인했다. ☞ '조국 사건' 휴직 판사 "PC 증거능력 갈등 사실 아냐"(종합) 재판부와 PC 증거능력 관련 갈등으로 휴직했다는 보도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등재판부에서 판사 1인 교체의 파급 효과
재판장의 주장이 합의부 전체를 지배하기 십상인 일반 합의부와 달리, 실질적으로 재판부의 합의 과정에서 다수결 방식이 가장 주요한 결정 요인이 될 수밖에 없는 대등재판부에서는, 재판장이 아닌 누구 하나만 교체해도 재판부의 전체 성향이 달라지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전체 3인 중에서 다수 의견 2인 중 한 사람을 교체하면 정확하게 그런 결과가 나오게 된다.
재판과 판결은 법관의 자유로운 양심에 따르는 절차이고, 재판부를 떠난 김상연 부장판사의 의견이 이번 소수의견(무죄 취지)과 같았을지 아니면 다수의견(유죄 취지)과 같았을지를 점쳐보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라는 법원의 금언 상 김상연 판사가 스스로 의견을 밝힐 가능성도 거의 없다. 또 법관 정기인사 시점에 딱 맞추어 병가 처리가 된 김상연 판사의 휴직 사유가 실제로 갑작스러운 심각한 병환으로 인한 것이었을 가능성도 가볍게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두 가지는 확실하다. 이번 소수의견 표출에서 합리적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3인의 동등한 부장판사로 구성된 ‘대등재판부’에서는 누구라도 1명만 교체하면 판결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한 일이었고, 그런 판사 교체가 1년 전에 실제로 일어났다.
더욱이 지난해 김상연 부장판사 교체가 하필이면 재판부 결정에 대한 검사 측의 격렬한 항의와 재판부 기피신청이라는 초강수 직후에 벌어진 일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나아가 재판부 구성원 교체 이후 이 재판부의 행보들도 이런 가능성에서 쉽게 고개를 돌리지 못하게 만든다.
검사 측이 증거능력 불인정에 반발해 법원에 냈던 두 번의 재판부 기피신청이 연거푸 기각된 후, 검찰 스스로 재항고를 포기함으로써 소극적으로나마 검찰이 재판부의 ‘증거능력 불인정’ 결정을 받아들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외양이 갖춰졌다. 그럼에도 구성원 1인이 교체된 후 이 재판부는 몇 달이나 지나서 기존의 ‘증거능력 불인정’ 결정을 스스로 철회해 “잠정 인정”하고 ☞ '조국 재판' 쟁점 동양대PC…"증거능력 잠정 인정" 그 철회의 사유를 당시는 물론이고 선고에서도 전혀 밝히지 않았다.
증거능력 불인정 문제는 이미 장기간 이어지던 재판을 무려 6개월이나 추가로 중단되게 만든 주요한 쟁점이었고, 그 시발점이 재판부의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철회에 대해 재판부가 아무런 설명조차 내놓지 않은 점은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경심 대법 판결은 조국 1심의 증거능력 불인정 철회 사유로 부족했다
물론 재판부 기피신청으로 인한 재판 정지 기간 중에, 재판부가 증거능력 불인정의 근거로 주목했던 2021년 11월의 전원합의체 판례를 뒤엎는 정경심 교수 1심 소부 판결이 나옴으로써 재판부로서는 기존 증거능력 불인정 결정을 고수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거라고 추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의 전원합의체 판례는 ‘일반론’이자 대원칙을 세운 것이고, 정 교수를 유죄 선고한 소부 판례는 그런 일반론에 특수 상황을 감안하여 예외를 만들어낸 ‘특수론’이었다. 게다가 대법원 소부의 특수론 도입 논거들, 예를 들면 ‘강사휴게실 PC들이 3년 가까이 방치됐으므로 자연히 소유권이 동양대로 이전되었다’ 등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강력한 근거들이 제시되어 있었고, 해당 대법 소부 판결은 법리를 인용하면서 이전 판례에서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슬쩍 빼놓음으로써 왜곡하기까지 했다.
그에 더해 필자의 포렌식 결과에 근거한 추가적인 증거능력 인정 불가 사유들도 여럿 더 제출되어 있었다. 압수 전 검사 측의 PC 임의 조작, ‘비정상 종료로 불가피하게 통째 압수’라는 허위 주장, ‘PC2호는 켜보지도 않고 들고 왔다’는 검사측 포렌식분석관의 법정 자인, 재판부를 기망한 검사의 법정 사기극까지, 어느 하나도 증거능력을 인정해서는 안되는 법리상 근거들이다. (이후 ‘조국 사태의 재구성’ 코너를 통해 차례로 살펴볼 것이다.)
강사휴게실 PC 증거능력 인정이 불가한 여러 포렌식 증거들 중 하나, 검찰수사관의 PC 압수 전 임의 조작. (박지훈)
이런 여러 사유들로, 재판부가 이미 증거능력 불인정 선언을 했던 상황에서 총체적으로 잘못 판단한 대법원 소부 판단을 넘어 전원합의체 판단을 다시 받아보는 것은 그리 무리한 일이 아니었다.
이런 의문들의 단초는 3인 각각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고 단 한 명이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는 ‘대등재판부’ 구성원을 검찰의 초강수 반발이 있었던 직후 여러 모로 미심쩍은 상황에서 판사 1명을 교체한 데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캐스팅보트’ 판사의 교체로 판결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이 이번 판결에서 ‘소수의견’의 표출로 진지한 현실 가능성으로 드러났다.
필자의 이런 의문을, 가정에 기반해서 1심 판결 과정을 음모론 식으로 곡해한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는 말처럼, 부인할 수 없는 사실들이 전부 제각각의 사유로 벌어진 ‘우연’이라기엔 한 재판에서 너무 많이 겹쳐졌고, 어느 하나도 납득할 만하게 설명된 것이 없다.
이 문제를 가볍게 여길 수 없는 것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국, 정경심 부부에 대한 재판에서 재판부 교체는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 매번 검찰개혁을 반대해온 주류 언론들의 재판부 겨냥 공격이 빗발쳤으며, 그런 언론 보도 공격의 영향을 받은 재판부 교체 결과가 판결에 적지 않게 영향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는 바로 이 문제, 조국 부부의 재판에서 빈번했던 재판부 변경이 어떻게 벌어졌고 또 그런 재판부 변경이 두 재판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