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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계중22회.고25회(일명 둘둘이오)
 
 
 
카페 게시글
알콩달콩 이야기들... 스크랩 코흘리개들의 2010년 유월
만경산(육종영) 추천 0 조회 192 10.06.22 17:15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 모임을 계획하고

 

“종영아 ~ 7월에 모임을 하니까 모기도 많고 덥고 음식도 상하기 쉽고 하여 금년도 하계모임은

좀 일찍 했으면 하는데 너의 생각은?”

하고 이용호 회장이 상의를 한다.

“아무래도 여름모임은 승녕이 집에서 해야 하니까 승녕이와 한번 상의를 해봐야 되지 않겠어?”

이렇게 하여 금년 모임은 6월19일로 잠정적으로 정하고 친구들의 의견을 듣기위해 카페에 글을

올리고 전화로 의견을 듣는데 이것은 아니다 싶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고 했던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일 년 365일중 어느 날을 모임 날짜로 잡더라도 말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을까!

 

& 고향으로 가는 길

 

요즘 심기가 편하지 않다. 아버지와의 이별에 대한 상실감이 큰데 여러 형제자매가

아버지를 모시는 과정에서 서로의 의견이 있었고, 주도적으로 일한 나에 대한 형제자매들이

아버지를 잃은 슬픔의 감정과 섞여서 원망의 소리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그래서 마음관리가 잘 되지 않는다. 세상살이가 거친 줄은 알았지만,

가장 편하고, 믿는 형제자매들이 남보다 못한 사이로 점점 멀어져 가는 나의 마음을 발견하곤

나 스스로 깜짝 놀라곤 한다. 어젯밤에도 나는 교회에서 이런 나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새벽에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고향으로 출발을 한다.

안개가 자욱한 고속도로에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어 노면이 미끄럽다.

상주IC를 나오며 시계를 보니 8시 30분이다.

낙동에 들어서니 모래와 흙을 실은 트럭들이 쉼 없이 낙동강으로 드나든다.

낙동과 단밀면 생송을 가로질러 건설되고 있는 낙동보 물막이 공사가 분주하다.

나는 낙정에서 차를 세우고 강둑에서서 보공사 현장을 바라보니 발아래 무성히 자라는

풀잎에 맺혀있는 이슬방울이 마침 떠오르는 햇살에 반사되어 영롱한 빛으로 나를 반긴다.

 

& 만경산 기슭에 서서

 

한참을 강둑에서서 보 건설현장을 보라보며 내가 처한 현 상황과 너무도 많이 닮은 것 같다.

참으로 한세상 살아가는 것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살이가 녹록치 않음을 새삼 느끼며

피식 쓴웃음을 짓는다. 생송에서 천은사 가는 쪽으로 차의 핸들을 돌린다.

차의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여니 만경산 자락의 눈부신 신록이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대며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며 속삭인다.

나를 보아라! 나는 아픔이 없는 줄 아는가!

가슴을 열어라. 그리고 미워하지 말고 마음을 비워,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을 바람에

날려버리고, 희망의 파란 녹색으로 칠하여 천진난만함으로 돌아가 유월의 하늘에

너의 마음을 두어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나는 모싯골 언덕에 차를 세우고 조부모와 부모님이 영면하고 계시는 선영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길을 걷는다.

모내기가 끝난 논에서는 모들이 살음을 끝내고 짙푸른 빛깔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쑥부쟁이가 향기로 변하여 나의 코끝을 간지럽힌다.

산소에 도착하여 보니 봉에는 잔디가 살음을 하여 제법 파아란 빛을 내고 있었으나

묘주변의 잔디는 아직 살음을 하지 못하고 죽은 잔디가 더러 눈에 보인다.

나는 산소에 묵념을 하고, 부모님 곁에 앉아 만경산 계곡을 빠져나와 흘러내리는

구름에 마음을 실고 내달아서 푸른 위수강물에 청아한 마음을 실어 이리저리 부딪치다,

시간도 숨을 멈추고 상처 난 삶도 달관으로 향유하다,

세속에 찌든 습관을 잠시 벗어버리고 자연에 묻혀보면 또 다른 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엄마! 아부지! 저 그만 가요 이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뻑국이가

뻑국뻑국하며 그래 마음 잘 다스리라 한다.

 

& 초등학교로 가는 길

 

용암동 집에 들르니 형수님이 반겨주신다.

인사만 하고 나오려는데 형수님이 배추부침개를 부쳐 줄 테니까 먹고 가란다.

나는 자리에 앉아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나의 이런 마음을

형님께 들킬까봐 얼른 수돗가로 가 세수를 하며

"아 참 날씨가 덥네요!" 하니

"그래 날씨가 덥구나."

하시며 형님이 니가 많이 힘든가 보구나 하신다.

"아닙니다. 형님! 형님이 고생이 많지요. 건강 잘 챙기세요."

하며 인사하고 집을 나선다.

나의 유년시절 6년간 걸어 다니던 오솔길은 간곳없고, 시골의 모든 농로는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어 차로 편하게 다닐 수 있어 좋지만 그래도 어찌 마음까지 편할 수 있겠는가!

오늘따라 그 옛날 유년시절 내가 걸어 다니던 길옆에 제비꽃이 피어있던 좁은 산길이

그리워진다.

 

& 이승녕의 집

 

승녕이의 집은 더 넓은 안계벌판과 안계장터가 한눈에 보이는 시야가 확트인 위수강변

언덕위에 자리 잡고 있고, 뒤로는 나무가 병풍처럼 울타리 역할을 하고, 마당에는

파아란 잔디가 융단처럼 깔려있다.

나는 초등학교에 잠시 들렀다가 승녕이집으로 가는데 용호가 단밀면 사무소에서

야외책상과 의자를 트럭에 실고 오고 그 뒤에 동호의 차가 따라온다.

트럭에서 책상과 의자를 내려서 잔디 위 마당에 파티할 자리에 배치하고,

승녕이 운전기사와 옥심이는 2층방과 거실 부엌을 정리하고, 승녕이와 동호와 용호

정흥이와 나는 1층 노래방 청소와 야외에서

고기를 삶을 가스 불을 준비하며 각자 맡은 일을 아무 군말 없이 열심히 일한다.

야외 책상을 걸레로 닦으며 승녕이 기사의 얼굴이 보니 참 호감이 가는 상이다.

“사장님 모시기 힘들지 않으세요?”

“아닙니다. 사장님은 친구들을 워낙 좋아 해서요 어제 사모님과 함께 시장을 보고

사모님이 닭계장을 끓어 주셨는걸요.”

이렇게 말하며 은근히 자기가 모시는 사장을 자랑한다.

그래 승녕이는 돈 쓸줄 알고 그릇이 큰 사람이지!

이렇게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옥심이가 쌀을 씻어주며 전기밥솥에 넣으라고 한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밥솥을 여니 아직도 물이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가.

에공 나는 전기코드만 꽂기만 하면 밥이 되는 줄 알았다.

동호가 웃으면서 야 종영아 너 000 하며 놀린다.

집 옆 텃밭에서 상추를 뜯어 삶은 돼지고기를 새우젓과 곁들어 먹는데 상추쌈의

그 맛은 정말 죽인다.

 

& 그 정성 그 맛

 

희석이가 도리비 앞 강가에서 금요일 밤을 꼬박 새워 잡은 잉어와 메기로

매운탕을 끊이고, 동호가 집에서 가지고 온 묵은지의 맛은 정말 일품이고,

옥심이가 대구에서 송편으로 만들어 온 찹쌀 술떡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승녕이 아내가 끓어준 닭계장의 맛을 보니 그 옛날 어머니가 끓어주시던 그 맛과

비슷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용호 회장은 오리고기에 호박떡과 저녁에 쓸 불꽃놀이 폭죽까지 준비하였고,

모임 때마다 포항 죽도시장에서 문어를 잡아오는 박영서,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음식을 조리하고 설거지하는 정흥이,

그리고 종원이는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충남부여서천의 전통 소곡주를 15병이나 가지고 왔다.

서울 부산 울산 포항 전국 곳곳에서 멀다하지 않고 한 달음에 달려온 친구들 모두 다 반갑고

고마운 친구 들이다.

 

& 광란의 밤

 

동호가 희석이에게 문자를 보여주니 반색을 하고 나 머리 깎고 올께 하며 간다.

‘점숙이와 서울에서 버스로 출발하여 조금 후에 안계에 도착한다.’ 는 김순옥이의 문자다

나와 동호는 배를 부여잡고 웃는다. 희석이는 아직도 숙이 앞에만 서면 가슴이 설렌단다.

참으로 유고 유순한 첫 사랑의 고백이 아닌가!!

친구들이 하나 둘 오기 시작한다.

마당에 불을 밝히고, 차려놓은 음식들을 먹으면서 반갑게 웃고 떠드는 친구들 모두다

하나같이 살가운 사람들이다. 병철이가 폭죽을 터트리니 깜깜한 밤하늘에 폭죽이 터져

불꽃이 별똥별이 되어 까만 하늘을 은하수처럼 수놓는다.

후드득하는 소리에 하늘을 쳐다보니 비가 떨어진다.

서둘러 폭죽을 터트리고 노래방으로 가 친구들은 손으로 허공을 찌르고 발바닥에

땀이 배이도록 부빈다.

나는 2층 방으로 와 오늘 일들을 넷북에 정리하여 놓고 있는데 번쩍 우르릉 쾅 하며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주룩 주룩 시원하게 내린다.

 

&내 삶을 스케치하며

 

아침에 일어나 매운탕으로 아침을 먹고 가방을 챙기며 친구들에게 나 먼저 가네 하니

옆에 있던 승녕이가

“우리 누나도 성당 다니는데 고향 오면 가까운 곳에 가드라. 단밀교회 가면 안 되나?

서울교회 가야하나?”

나는 친구들에게 미안했지만, 영적 만나를 먹어야 내가 살기에 상경을 한다.

나는 차를 운전하면서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나의 생각과 삶을 힘들게 하는가?

27년간 공직생활이 몸에 밴 철저함일까!

나의 능력에 비해 다양한 일과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배려해준 주변 사람들과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와 힘을 주신 창조주 앞에 늘 겸손함으로 살기를 원하는데…….

우리들의 삶은 때로는 소용돌이 속에 휘말릴 때가 있다.

아무리 삶이 거칠고 어렵더라도 그 속에서 미세한 주님의 음성을 듣고 세상을

읽을 수 있는 섬세하고 냉철한 지혜의 고운 눈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 할 것이고,

아직도 나는 부족함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 완성되지 않는 미완의 밑그림을 스케치하고,

그러면서도 질감 있는 그림의 완성을 위해 애를 쓰고 그 질감의 정도에 따라서 그림의

구도가 보이듯, 나의 삶의 모습도 완성하려고 애쓰다 온전히 다 못 채운

미련을 남긴 여운이라고 한다면 비약일까! 오늘도

‘네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는 말씀을 전적으로 믿으면서…….

 

2010년 6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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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6.22 18:10

    첫댓글 위중 초등동창 모임 소식을 소상하게 올려 주어서.... 모임장소는 전에 구경했기에, 마치 지가 그자리에 참석이라도 한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부모님 생전에 가는 고향길이 아니어서 마음이 조금은 헛헛했을듯.....오십줄을 훨씬 넘긴나이에 고향강가에서.... 친구들을 위해서 정성껏 준비한 맛난 음식을 먹으면서, 하하 호호, 즐거운 시간들을 보낼 수 있는 뜻깊은 만남의 시간을 보낸 위중초딩들 부럽습니다. 만경산님의 친구들을 위하는 진지한 마음과 독실한신앙, 진중한 삶을 이어나가는 님의 모습입니다. 만경산님의 신앙이 부럽습니다.

  • 작성자 10.06.23 19:21

    돌님 방가 ~~~ 이번주 교육이라 울집에도 첨 들어왔내 돌님은 천성이 남을 칭찬하기 위해 태어난 천사같아여 이번 토요일 속리산에서 얼굴 볼 수 있을려나 저는 아직 빈껍데기 뿐인 아직도 마음하나 어쩌지 못하는 철부지 인걸여 ~~~

  • 10.06.22 20:49

    만경산 덕분에 나는 오늘도 고향산천을 나르는 꿈을 꾼다. 됫동산에서 뻐구기가 울고 멀리 보리밭 사이로 불어오는 봄바람 ... 신작로에 줄지어 서있던 미루나무들... 아 그리운 고향이다. 친구들하고 자주 많날 수있으니 너무 부럽다. 건강하시게나

  • 작성자 10.06.23 19:29

    친구~~~ 그 마음 헤아리고도 남음이 있다네 같은 한반도에 있으면서도 고향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찡한걸~~ 그런데 우리들의 고향도 너무 많이 변했다네 보리밭은 그저 사진 속에서나 볼수 있고 신작로는 아스팔트로 잘 포장되어 있어 자네가 그리는 줄지어 서 있는 미루나무 가로수는 없다네 , 농로 조차도 시멘트로 가지련히 포장되어 있던걸
    칭구 꿈 꾸는 사람은 영혼이 맑은 사람이라고 하지 꿈 많이 꾸시게나 건강하고 ~~

  • 10.06.23 11:23

    너무 재미있게 잘 풀어내는 글 솜씨가 어느 선을 넘어선듯 ....그리고 글에서 풍기는 솔직함에는 인간적 면모가 물씬 풍기고....개인적 단점이나 감추고 싶은 치부까지 담백하게 예기하는 글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하네....연륜이랄까?...좋은 글 잘보았네.....모두들 제 얼굴 고개드는 세상에.......겸손이란 모든것을 다 담아낼 수 있다는 어느 현자의 글귀가 가슴에 와 닿는 아침이 상쾌하다

  • 작성자 10.06.23 19:33

    에공 나에게는 스승같은 칭구 ~~ 그저 친구의 시를 먹을 날을 날마다 꿈 꾸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잊지말게나 ~~~ 시집은 언제 나오는가 ??? 기다리겠네 주옥같은 친구의 시어들을 만날 그날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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