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폭주로 휴일도 반납 "작년엔 1000% 성장했죠"… 아이폰 수신불량도 호재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한 코팅업체 작업장에서 길이 286m, 폭 50㎝의 컨베이어 벨트 2개가 빠른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벨트 양쪽에 선 여직원 20여 명이 무색, 무광택 상태의 플라스틱 휴대전화 케이스를 T자 모양 거치대 위에 쉴 새 없이 올려놓았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다른 공정으로 들어간 휴대전화 케이스는 빨간색, 파란색 등 갖가지 색을 입고 돌아 나왔다. 이곳은 휴대전화 케이스에 색을 입히고 특수 코팅을 하는 공장이다.
직원 한상미(45)씨는 "주문량 폭주로 1시간이던 점심시간도 30분으로 줄었다"며 "11시까지 매일 야근하고 토·일요일도 정상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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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의 한 코팅업체 직원들이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휴대전화 케이스를 만들고 있다. 이 업체는 최근 케이스 주문량이 폭주하면서 매일 밤 11시까지 야근하고 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휴대전화 케이스 업체들에 주문이 넘치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 출시된 '아이폰4'는 휴대전화 옆면을 잡고 통화하면 수신 감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자 스티브 잡스 회장이 "케이스를 사용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천시 부평구에 본사를 둔 이 업체는 7월에만 전 세계 30개국에서 선주문 100만개가 들어와 물량을 맞추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화성 공장은 라인을 꼬박 돌려 하루 5만개의 케이스를 만들어 낸다. 이 업체 김교학 이사는 "지난해에만 1000% 성장해 최근 2년간 케이스 1000만개를 수출했다"며 "요즘은 직원 추가 채용을 위해 면접 보는 게 일"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케이스 시장은 2000년대 초 휴대전화가 대중화되면서 확대됐지만, 공짜폰이 많아지면서 위축됐다. 그러나 3년 전 아이폰이 등장하고 비싼 단말기들이 늘어나면서 케이스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았다. 김 이사는 "보석을 붙인 50만원짜리 케이스나 90만원짜리 악어가죽 케이스같이 단말기보다 비싼 케이스도 등장했다"고 했다.
휴대전화가 출시되고 7~15일이면 새로운 케이스도 따라나오고 있다. 300여 가지 특수 페인트로 광택은 물론 표면 질감 차이까지 각기 다른 케이스를 만들어 낸다. 나무 재질을 흉내 낸 케이스부터 햇빛을 받으면 색깔이 변하는 케이스, 유명 연예인을 그려 넣은 케이스 등 휴대전화 하나에도 50여 가지 종류가 있다.
이건호(50) 이사는 "휴대전화 보호 차원을 넘어 이제는 케이스도 하나의 상품"이라며 "단말기는 한 번 사면 색깔을 바꿀 수 없지만 케이스는 개성에 따라 바꿀 수 있어 너도나도 찾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