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통제의 실증을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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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6년 9월 6일, <말>지는 보도지침 특집호를 발행함으로써 언론 탄압의 실상을 세상에 알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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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사제단과 민주언론운동 협의회는 9월 6일 월간 <말>지 특집호를 통해 국가권력과 그 협력자인 제도언론이 어떻게 정보를 왜곡ㆍ조작해왔는가를 보여주는 이른바 <보도지침 사례집>을 통해 5공 정권의 언론 통제를 폭로했다. 이로 말미암아 신홍범ㆍ김태홍ㆍ김주언 등이 연행되어 국가모독죄ㆍ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다.
사제단은 9월 9일 민주언론운동협의회와 공동으로 명동성당에서 '보도지침 자료공개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서〉를 통해 그 경위를 소상히 밝혔다. 1985년 10월 19일부터 86년 8월 8일까지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이 각 신문사에 내려보낸 보도통제 지시를 모아 "권력과 언론의 음모 - 권력이 언론에 보내는 비밀 통신문"이란 표제로 <말>지가 특집호로 정리한 것이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유신정권 때부터 언론의 자유보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동아ㆍ조선 기자 해직사태와 동아일보의 광고에 맞서 그 부당성을 지적하였다. 전두환 정권에서는 언론탄압이 더욱 심화되고 현역기자들이 사제단을 찾아와서 함께 실상을 폭로하게 되었다. 〈성명서〉의 〈보도지침 자료에 기자회견을 하면서〉 내용이다.
오늘 우리는 이 나라 언론통제의 구체적 실증이요, 언론상황의 실상을 증거하는 문화공보부의 언론사에 대한 보도지침 자료집을 공개, 발표하는 바이다. 이 보도지침 자료집은 현재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결단에 의하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양심선언과 함께 전달된 것을 정리한 것이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민주언론운동협의회는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의 보도지침을 통한 이와 같은 언론통제가 의문의 여지가 없는 사실임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 이에 공개하기에 이른 것이다.
우리는 홍보정책실의 이와 같은 언론통제 외에도 유관기관 또는 보다 고위기관에서의 직접적인 언론통제의 사실도 확인하였으나, 그 발표는 뒤로 미루기로 하고 일단 이 자료집을 세상에 내놓은 바이다. 이로써 역대의 이 나라 문공부장관은 국회 또는 공개석상에서 거짓말을 일삼고, 안으로 언론 통제를 강화하고 있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최근 문화공보 책임자의 경질과 함께 이와 같은 비열한 언론통제가 종결되기를 우리는 바라거니와 보도지침을 통한 여론통제를 계속할 경우 제2집은 물론, 비공식적으로 행해지는 언론통제의 실상을 낱낱이 공개할 예정으로 있다.
현재 제도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부끄러움을 느껴 언론인으로서의 자신의 사명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로 되기를 바라거니와, 국민 일반은 우리가 얼마나 처절한 언론배급 상황하에 있는가를 깨달아 자유언론 쟁취, 새 언론 창출이 얼마나 절실한 과제인지를 더불어 함께 고민하고 확인하게 되기를 바란다.
이 보도지침자료집은 현 정권의 언론정책은 물론 현 정권의 도덕성을 가름해 주는 귀중한 현대사 자료로서 그리고 자유언론 쟁취를 위한 획기적 기원으로서 기역되고 평가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주석 4)
주석
4> 앞의 책, 212~2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