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보고 싶지!"
참 장난스런 멜로디였다. 그냥 한 귀에 외워버렸다. 그게 언제더라...? 아무튼 후크송이라는 게 이런 것인 모양이다. 사비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그래서 기억에 없다. 아마 내가 이 노래를 전곡을 다 듣고 외우게 된 것도 스무살 한참 넘어서일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사비에서의 가성에 매료되었다.
개인적으로 조용필 노래 가운데서도 가장 좋아하는 노래 가운데 하나다. 버스와 브릿지의 장난스러움이 사비에서의 흐느낌과도 같은 가녀린 고음의 가성으로 이어지는 변화가 매우 흥미롭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연주 역시 과연 조용필이구나 - 아, 실례지? 연주는 어디까지나 위대한 탄생이다.
조용필 앨범의 특징이라면 홀수앨범은 참 잘 빠졌는데 짝수 앨범은 좀 비어있다. 홀수앨범에서는 그래서 한꺼번에 여러 곡 히트곡이 나오고, 짝수앨범은 그에 비해 좀 떨어지고, 조용필의 말에 따르면 홀수앨범은 자기가 신경써서 만들고 짝수 앨범은 공연이며 뭐며 바쁜 와중에 조용필 자신이 신경쓰지 못하는 것을 음반회사에서 신경써서 낸다던가? 물론 그렇다고 짝수앨범이라고 허투루 나오는 것은 아니다. 조용필 앨범이니까 격이 떨어진다는 것이지 항상 완성도만큼은 최고였다. 아마 이 고추잠자리가 수록된 3집도 그래서 "미워미워미워"와 "일편단심민들레야""물망초""여와 남"등이 모두 히트했을 텐데.
아무튼 문제라면 조용필이 한창 전성기에 내가 아직 너무 어렸었다는 것일 게다. 말했듯 나는 조용필 목소리를 무척 싫어하는 터라. 더구나 연주까지 들을만한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그래서 대개는 특징적인 멜로디와 가사만을 외우고 있다가 나중에 들어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가만 헤아려보니... 어이구야!
간만에 조용필을 1집부터 차근히 처음부터 듣고 있는데 확실히 한 귀에 꽂히는 음악들은 그 시절 들었던 음악들이다. 음악이 뭔지도 모르는 어린 귀에도 들려오던 멜로디들. 뭐가 좋은 음악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들리니까 바로 외워버린 멜로디들. 음악의 원초성이라는 것일 게다. 알아서가 아니라 느끼기에. 느끼기 이전에 직관으로 영혼에 와닿는 어떤 것.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음악이란 그런 음악이다. 이론이고 뭐고 상관없이 한 귀에 들어와야 한다. 들어온다기보다는 스미는 것이다. 그저 듣고 좋은 게 아니라 감성을 울릴 수 있어야 한다. 이해하기 전에 느끼고 좋다고 느끼기 전에 반응해버리는. 어쩌면 가장 단순한 음악이 가장 좋은 음악이라. 쉬운 게 오히려 더 어려운 법이다.
어쨌거나 간만에 조용필을 디비니까 정말 좋다. 얼마전에 헤드폰을 좋은 걸 하나 샀는데, 사운드카드도 하나 새로 장만할 걸 그랬나 싶다. 아니 그러기에는 헤드폰이 조금 밀릴까? 소리를 크게 하고 한껏 음악에 빠져들면 좋은 음악은 확실히 표가 난다. 힘만 잔뜩 들어간 음악은 거기서 걸러진다. 좋은 음악이란.
앞으로 한동안은 조용필만 듣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음악이 넘친다. 시간은 모자르고. 한가한 밤이 좋다. |
출처: 골방구석탱이 원문보기 글쓴이: 까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