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아~~~~~~
드디어 푸른고래님께서 직접쓰신 소설을 볼수 있게되다니..
흑흑흑...감갹의 눈물이ㅜㅠ
자 제가 뭐라 평할 엄두가 안나는군요...
어쨋든 전 감격했습니다....
너무 감격한 나머지 정신붕괴를 일으키는 그레이...
꺅아악...딩굴,,,철푸덕....ㅡㅡ;;
: 이 글을 본 이후에 닥쳐올 정신적 붕괴에 대해서 허접작가 본인은 전혀 책임지지 않습니다.
: 참으로 엄한 내용전개를 보이고 있으니 청렴결백하고 건전한 정신구조를 가지신 대부분의 창세기전 팬 여러분들은 이대로 목록키를 누르시던지 딴 게시판을 누르시던지 마음대로 하시기 바랍니다.
: 이 만큼 경고를 드렸는 데도 무시하고 읽으신 후의 정신붕괴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 ......항의멜 날아오면 씹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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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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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가는 태양의 마지막 비명처럼, 새빨갛게 얼룩진 하늘을 보며 나의
: 주인은 나지막히 속삭였다.
: 그 매끈하고 새하얀 존재감과 어울리지 않는 거친 불모의 땅에 두 발
: 을 딛고, 그린 듯이 아름다운 선을 가진 두 손으로 모래를 움켜쥐고,
: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눈물을 떨구며, 조용히 속삭였다.
:
: "....돌아왔어요....."
:
: 그렇게.... 도저히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을 만큼 안타깝고...
:
: "이제야.... 이제야 왔어요. 오라버니....."
:
: 그리운 목소리로.....
:
: "....살라딘....."
: .
: .
: .
: .
: 내 이름은 벨제부르. 암흑신 수장 혼돈의 데이모스조차 간과할 수 없는
: 힘과 권능의 소유자, 음모의 베라모드의 유일무이한 피조물.
: 저 오만방자한 주신들을 멸절시킬 데블족의 왕이자 그리마의 황제로
: 태어난 최강의 마족.
:
: "........성공작이로군."
:
: 내가 눈을 떠... 나의 사지와, 나의 자아를 인식하기도 전...
: 내게 들렸던 것은...
:
: "과연.... 하지만 이 녀석이 앙그라마이뉴가 필요로 하는 영자량을 감당
: 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야."
: "애시당초 기대하지도 않았어."
:
: 차분하게 가라앉은.... 아름다우나 싸늘하게 굳어버린 목소리...
:
: "뭐? 그럼 대체....!"
: "유감이지만 내 실력으로는 부족해. 아마.... 데이모스라 해도 마찬가지
: 일테지."
: ".....굳이 생명공학쪽으로 손대기 싫어하는 자네가 웬일인가 했더니... 그
: 럼 왜 만든건가?"
: "........."
: "베라모드!"
:
: 그것이... 내 머리속에 각인된 첫번째 이름....
:
:
:
:
: 음모의 베라모드.
: 태어날때부터 마족최강이라 일컬어졌던 나조차도 그의 앞에 가면 제대
: 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 극지의 눈보라라면 저 싸늘한 눈길에 비할 수 있을까?
:
: ".....그럭저럭 괜찮군."
: "이봐.... 겨우 한다는 말이 그건가? 이제 이 녀석을 상대할 수 있는 것
: 은 주신들 중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한다는 샤크바리정도일세."
: "일개 주신의 힘도 능가하지 못한다면 애써 만들 필요도 없었지."
: "....쯧쯧, 조금쯤은 칭찬해줘도 좋으련만... 냉랭한 사람같으니..."
: "쓸데없는 일에 감정소모하고 싶지 않아. 데리고 나가주겠나?"
: "베라모드! 자네, 애 앞에서...!"
: "귀먹지 않았으니 자꾸 소리치지 말게, 유스타시아."
:
: 언제나... 그랬다.
: 그의 입에서는 정교하게 세운 어떤 일에 대한 계획이나, 나의 전투력
: 평가에 대한 지극히 냉혹한 감상외에는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
: 저 싸늘함은 가히 주신 디에네의 냉혹함과 맞먹는 것으로 두 사람이
: 같은 장소에 있게 된다면 빙룡 자비에르가 저절로 소환될 거라는 시덥
: 잖은 농담이 유행할 정도였다.
:
: "......요즘 들어 점점 전투가 치열해지는 것 같습니다."
: "아아, 또 뭔가 윗분들 기분이 아닌가보지. 프라이오스랑 데이모스는 알
: 아주는 앙숙이거든."
:
: 파멸의 유스타시아, 내 창조주가 등한시했던 나의 전투기술과 지적능력
: 을 보살펴주었던 분. 그리마로 인해 변형된 험악하고 살벌한 외모에 비
: 해 무척이나 상냥한 사람이었다. 아마도 그래서일까, 암흑군 내의 그에
: 대한 신망은 매우 두터웠다.
: 암흑신의 일원인 그보다.... 나를 더 어려워할 정도로....
:
: "하지만 설마 전면전까지 가지는 않을 거다. 뭐니뭐니해도 동료들이니
: 까."
: ".....예?"
: "어린애는 몰라도 돼."
:
: 그리고는 내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었다.
: .......아직도 그때의 내 기분을 이해할 수 없다...
: 아마....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그..... 기묘한 아픔을...
:
:
:
:
:
: 허나, 유스타시아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
: "어떻게 된 건가!"
:
: 그때의 기억은.... 그저 하늘이 너무나 붉었다는 것뿐...
: 그리고 언제나 눈처럼 하얗던 내 창조주의 머리카락이.... 사무치는 핏
: 빛이었다는 것뿐..
: 썩은 냄새를 풍기는 열풍이... 그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
: 다혈질이나 침착함을 잃는 법이 없던 유스타시아의 음성에는 당혹감과
: 분노가 가득했다.
:
: "언젠가는 이렇게 될거라고 예상하고 있지 않았나? 저 자존심 덩어리인
: 늙은이들이 서로 물고 뜯을 거라는 걸."
: "하지만! 프라이오스는 몰라도 데이모스님은...!"
: ".......그렇게 생각하나?"
:
: 다리가 후들거렸다. 숨이 막힌다.
: 처음으로 본 내 창조주의 미소는.....
:
: "설마.... 설마... 자네가....!?"
: "내 이름이 괜히 음모의 베라모드인게 아니네..."
:
: 그 붉은 하늘아래... 너무도 아름답고....
: 너무도.... 차갑게....
:
: "자.... 그럼 이제 데이모스를 설득하러 갈 차례인가?"
:
: 잔혹하게....
:
: "준비하거라. 벨제부르."
:
: 회색의 눈동자가 나를 꿰뚫는다.
: 무기질의 냉소가 나를 비웃는다...
:
: "신부를 맞이하러 가야지."
: .
: .
: .
: .
: 거대하고 장엄한 신전이 그 위용을 반쯤 어둠에 숨긴 채 우리를 맞이
: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보았다.
: 혼돈의 데이모스. 암흑신의 수장을...
: 과연 암흑신의 수장이란 빈 말이 아니었다.
: 베라모드의 눈빛이 극지의 냉기로 상대를 베고 찢어놓는다면, 데이모스
: 의 눈빛은 육중한 바위처럼 사람을 짓눌러왔다.
:
: 허나....
: 늙을리가 없는 신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외모에는 세월의 흔적이 너무
: 도 짙게 남아있었다. 깊이 패인 주름살, 느리고 무게있는 움직임....
: 태산의 숨소리처럼 낮고 고요하게 울리는 목소리...
:
: "......오랜만이군. 베라모드."
: "그렇군요. 데이모스님."
: "자네가 먼저 날 찾아오다니.... 라그나로크를 일으킨 것만으로는 뭔가
: 부족한 게 있던가?"
: "무슨 그런 말씀을.... 이 전쟁은 전 암흑신들의 의지에 따라 결정된 사
: 안입니다. 수장이신 분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군요."
: "............이것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이 이 땅에서 사라져갈지 자네는 상
: 상도 안가나!"
:
: 갑자기 터져나오는 노성에도 베라모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
: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습니다. 인간들의 문명이 더욱 번영하기 전에
: 치루어야 할 성인식같은 거죠."
: "쉽게도 말하는 군! 어서 용건이나 말하고 사라지게!"
:
: 노골적으로 몸을 돌려버리는 데이모스의 야멸찬 태도도 베라모드의 입
: 가에 띈 희미한 조소를 지울 수는 없었다.
:
: "리리스가 완성되었다고 들었습니다."
: "..........!!!"
: "이것저것 둘러댈 것 없겠지요. 사돈 맺지 않으시겠습니까?"
: "........뭐?"
: "이미 그 눈으로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주신들의 걸작, 최강의 천사, 13
: 날개의 루시퍼를...."
: "..........."
: "아마도 벨제부르에 대한 대응으로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훗, 재미있는
: 일이지요. 정작 이 아이의 쓰임새는 따로 있는 데..."
:
: 그는 가볍게 내 어깨를 잡아 데이모스의 앞으로 내밀었다.
:
: "이 아이의 힘으로도 궁극의 마신을 제어하는 것을 불가능합니다. 아마
: 당신이라 해도 그 마신을 제어할 수 있는 피조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 불가능할 겁니다. 허나!"
:
: 그의 목소리에..... 얼어붙은 광기가 스며들었다.
:
: "당신의 리리스와 나의 벨제부르가 결합한다면?"
:
: 침묵이... 그 공간을 잠식해들어갔다.
: 그때 내가 조금만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었더라도 그의 말이 무슨 뜻인
: 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 그러나 당시 나는 암흑신들 중 가장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두 사
: 람 사이에 끼인 꼴이 되어 제정신이 아니었다.
:
: "아마도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그야말로 최강의 마신, 온 마족들
: 이 바래마지 않는....."
: "...........됐네. 자네 머리속에 뭐가 있는 지 알만 하군."
:
: 대뜸 베라모드의 말을 잘라버린 데이모스는 지긋이 나를 바라보았다.
: 비록 전장에 나가 무수한 주신군들을 살육한 나지만, 그때의 내 외모는
: 기껏해야 15살난 인간의 사내아이.
: 그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 나는 차마 그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발끝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 위로 부터 내려꽂히는 시선에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쯤....
:
: 툭-
: 커다란 손이 내 머리를 짚었다.
: "아직 어리구나....."
:
: 언젠가 유스타시아가 내 머리를 건드렸을 때처럼 내 안의 무언가가 세
: 게 찔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 .........힘껏 얻어맞은 것같은 이 아픔은..... 대체 뭘까....
:
: "아뇨. 지금이라도 아이를 생산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단지, 당신
: 의 리리스가 성장이 느린 것 뿐이죠."
: "............"
: "확답을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데이모스?"
:
: 두근...두근...
: 머리 위로 느껴지는 무게감을 느끼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
: 이고 있었다.
: 빙글빙글 돌던 머리속은 어느새 가라앉아 나는 지금 내 처지가 어떤
: 것인지 깨달았다.
: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다.
: 아이를 낳기 위해 결합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나는 알고 있었다.
: 나의 아내가 될 여자... 그 누구보다도 많은 생명을 창조했다는 데이모
: 스가 가장 공들여만든 피조물... 호기심이 일지 않는다면 살아있는 자가
: 아닐 것이다.
: 아니, 아니다. 단지.... 나는....
: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
: 나의 창조주에게서....
: 이 싸늘한 존재감으로 부터, 언제든지 쓰고 버릴 수 있는 물건으로밖에
: 나를 보지 않는 무감정한 눈으로 부터....
: 내버려두었으면.... 쓰다듬어주지도, 안아주지도 않을 거라면 차라리 그
: 냥 내버려둬주기를 바랬다....
:
: 어차피 당신에게 내가 아무래도 상관없는 존재라면.......
: 정말로..... 궁극의 마신을 제어하기 위한, 최강의 마신을 얻어내기 위한
: 도구에 불과하다면....
:
: 그냥.... 내버려둬주기를.....
:
: "........정말......많이... 변했군. 자네...."
: "....새삼스러운 말씀이시군요."
: ".............좋네."
: "타당한 선택이십니다."
:
: 나는 어쩐지... 데이모스가 뭔가를 내켜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저 내 창조주의 오만한 태도때문인가...
: 아니면......
:
: "그럼 저희는 이만."
:
: 정말로 자기할말만 늘어놓고 가버리는 베라모드의 등 뒤로 데이모스의
: 탄식과도 같은 혼잣말이 들려왔다.
:
: "......요즘따라 그립군..... 엠블라...."
: "...........!"
:
: 그건 마치 데이모스가 이 순간만을 위해 갈고 닦은 회심의 일격같았다.
: 베라모드는... 한참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
: ".....자네가 있었다면.... 프라이오스도 나도....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을
: 텐데...."
: "그만!!!"
:
: ....나는 그대로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 베라모드의 얼굴은.... 그야말로 악귀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일
: 그러져있었다. 그 냉정하고 단아하던 얼굴 어디에서 저런 표정이 나올
: 수 있는 걸까...
:
: "그녀를 그곳에 버리고 온 건 당신이야!"
: "..............."
: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고 내게 실행키를 누르게 한 데미안이나! 이 모
: 든 걸 계획한 당신이나! 이젠 꼴도 보기 싫어!"
: "..............."
: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뻔뻔스러운 얼굴로 번듯하게 수장자리나 꿰차서
: 앉아있으면 단 줄 아나! 그렇게도 내가 미쳐가는 꼴이 보고 싶던가!"
: "..............."
:
: 그는.... 데이모스는.... 그저 베라모드를 바라볼 뿐이었다.
: 움푹하게 들어간, 빛바랜 눈동자에서 측은함을 읽는 것은... 나의 착각
: 일 뿐인가....
: 숨을 몰아쉴 정도로 폭언을 퍼부어대던 베라모드는 언제 그랬냐는 듯
: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마지막으로 싸늘하게 일침을 놓았다.
:
: "쓸데없는 푸념이나 늘어놓을 시간에 내 며느리나 잘 간수하시지요. 데
: 이모스! 어차피 이건 당신이 선택한 겁니다!
:
: 그것이... 내가 처음으로 목격한 그의 분노였다.
:
: -------------------------
:
: .......마음에 들지 않았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
: "어째 표정이 좋질 않구나. 벨제부르."
: ".......죄송합니다."
:
: 창백한 얼굴, 무엇을 바라보는 지 알 수 없는 남빛 눈동자..
:
: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육체를 타고난 마족의 여왕이다."
:
: 그는 마치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내 귓가에 속삭였다.
:
: ".....네 여자다."
:
: 알고 있습니다.
:
: "그러니 좀 더 다정한 눈으로 봐주지 않겠느냐?"
:
: 알고 있습니다.
:
: "......죄송...합니다."
: "내게 할 말이 아니다."
:
: 알고 있으니까.... 제발.....
:
: "둘 다 첫인상이 별로로군요."
:
: 달의 디아블로. 파멸의 유스타시아와 더불어, 아무렇지도 않게 베라모
: 드와 마주 앉을 수 있는 사람.
: 칠흑같은 어둠을 두르고 나타나는 환영의 공포. 그 어둠 속에 떠오르는
: 달처럼 선명한 아름다움. 두 얼굴의 여신.
: 섬세한 선을 가진 아름다운 오른쪽 얼굴에 비해, 그리마의 변형현상으
: 로 인해 왼쪽 얼굴은 흉칙한 백골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 그녀는 길고 화려한 손톱장식을 한 손을 뻗어 리리스의 얼굴을 들어올
: 렸다.
: 그저 흉칙한 것이 아닌, 최고의 아름다움과 결합된 흉칙함.
: 디아블로의 소름끼치는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도 리리스의 얼굴
: 에는 어떠한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
: "......하지만 나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요. 이 아가씨...."
: "그대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지. 디아블로."
: "딴엔 그렇지만."
:
: 살며시 리리스의 턱을 놓아주고 뒤로 물러서던 디아블로는 문득 생각
: 났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 ......어째서 였을까? 아무리 암흑신의 후임으로 모든 마족들의 경외의
: 대상이 되는 나라지만 엄연히 그들의 반열보다는 밑이다.
: 무슨 생각으로.... 내가 그녀의 눈빛을 맞받아쳤을 까...
:
: "데이모스는?"
: "밖에 계십니다."
: "잠시, 이 쑥맥들을 부탁하겠네."
:
: 드물게도 쿡쿡거리며 웃는 베라모드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이루
: 말할 수 없는 굴욕감에 사로잡혔다.
: 왜지?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거지?
: 처음부터... 태어났을 때부터.... 계속되는 이 알 수 없는 아픔... 통증...
: 어차피 이렇게 되도록 정해진 것이다.
: 리리스를 만나, 그녀에게 내 아이를 낳게 하기 위해 나는 태어난 것이
: 다. 만들어진 것이다.
: 원래부터 이렇게 정해졌있었다.
:
: 뭘 더 어떻게 하란 말인가!
:
: 왜 아픈가! 왜 비참한가!
: 왜 굴욕적인가! 왜 싫은가!
:
: 왜.....슬픈가......?
:
: ".....닮았군."
:
: 지독한 상념의 도가니속에서 나를 끄집어내준 건, 뜻밖에도 디아블로의
: 목소리였다.
:
: "착각인지도 모르겠지만."
: "......누굴...말씀하시는 건지.....?"
: "그냥 혼잣말이야."
:
: 그녀는 더없이 아름다운 얼굴과 더없이 공포스러운 얼굴로 웃어보이고
: 는 내게서 그 끈질긴 시선을 돌렸다.
: 텅빈 공백의 시간....
: 더이상 바라볼 것이 없어진 내 시선은...자연히 리리스에게로 돌아갔다.
:
: '닮았군.'
:
: 디아블로의 목소리가 머리속에서 맴돈다....
: 그것은 분명 나를 가리킨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 내 안에서는...
: 그 울림이 내가 아닌 리리스를 가리키고 있었다.
: 뭘까.... 이 느낌이....
: 이 창백함, 금방이라도 허공으로 사라져버릴 듯한 공허한 기운...
: 깎아만든 듯한 섬세한 얼굴선과, 말을 할 줄 모르는 듯 다문 입술과,
: 투명하게.... 빛나는... 속을 알 수 없는 눈동자....
:
: 나는... 나도 모르게 천천히 그녀에게 걸어가고 있었다.
:
: "크흠...."
:
: 디아블로의 헛기침소리가 나를 현실로 불러왔지만 그녀에게서 시선을
: 뗄 수는 없었다. 분명... 그녀는 닮았다. 대체 누구를?
: 조금만.... 조금만 더..... 곧 생각날 듯도 한데.....
:
: "......늦는군."
:
: 흘려 듣기에도 어색한 말을 중얼거리며 디아블로가 홀을 나가버리자...
: 결국.....이 공간에는 그녀와 나만이 남게 되었다.
:
: "...리리스...."
:
: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 움찔, 그녀의 공허한 눈에 초점이 잡히며 그 시선이 나를 향한다.
: 마치 지금에서야 나를 처음보는 것같은 시선...
:
: 이상하다.... 어째서 이렇게 불안한 걸까...
: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도 않는 데.... 그녀가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닌데...
: 이렇게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것 같은, 희미한 그림자같은 존재감에...
: 내 마음이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
: 사라져.... 버릴 것만 같다....
: 지금이라도....
: 지금이라도....
: 잡지 않는다면....!
:
: "...........!!"
:
: 내가... 내 정신이 들었을 땐, 어느새 그녀에게 입을 맞추고 있었다.
: 사라져버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두 팔을 움켜쥐고서.....
:
: 그 뒤 얼마 후, 나는 정식으로 모든 암흑신과 마족들의 축복을 받으며,
: 환호하는 군중들 앞에서 나의 신부에게 맹약의 키스를 했다.
: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는 텅빈 눈동자를 애써 외면하며....
:
:
:
:
:
:
:
: "뭐?"
: "새로운 대륙이 발견되었어. 이거.... 새로 하나 이름을 지어야 겠는 걸."
: "....그게.... 그게 무슨 말이지?"
:
: 베라모드, 그가 그렇게 동요하는 모습이라니... 놀라웠다. 그것은 유스타
: 시아나 디아블로들도 마찬가지였는 지, 놀라다 못해 당혹해하는 눈이었
: 다.
:
: "새로운 대륙이라니!"
: "아, 그, 그게 그러니까.... 안타리아 대륙 바로 옆에 있는 불모의 땅일
: 세. 맞붙어있는 두개의 대륙인데.... 그나마 크기가 작은 쪽은 좀 나은데
: ... 나머지는 대륙의 반이 거친 사막이야. 아마 주신쪽에서도 별 관심
: 이..."
: "잠시 다녀오겠네."
: "잠깐만요! 아직 정확한 탐사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나중에
: 우리와 함께 가는 게....."
: "됐어. 그냥 가보려는 것 뿐이야."
: "이, 이봐! 아무튼 제멋대로로군! 벨제부르! 따라가거라!"
: "예?"
: "어서!"
: "아, 예...."
:
: 나답지 않게 허둥대며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유스타시아의 쓰디쓴 목
: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
: "......저것만은... 변하지 않은 건가...."
: "둘의 유일한 공통점인 것 같군요."
: "제멋대로라는 거 말이지?"
: "예."
:
: ........둘?
: 하나는 베라모드.... 또 하나는....
: 누구지?
:
:
:
: 내가 따라오는 것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베라모드는 한번도 내게 눈길
: 을 주지 않았다.
: 그는 꼭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아니, 누군가가 끌어당기는 것처럼 서
: 두르고 있었다.
: 너무나 필사적으로.... 아니, 이런 표현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 하지만 언제나 그를 둘러싸고 있던 싸늘한 안개가 걷혀버린 듯 했다.
: 꼭... 인간처럼, 그는 숨을 몰아쉬고, 안타까운 눈을 하고, 손을 어디에다
: 둘 지 모르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 그대로 사라져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같은 공간, 같은 시간대에 존재
: 한다는 것이 어색하리만치 희미하던 모습따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 그는 여기에 있다.
: 여기 내 옆에 있다.
: 내가 아닌 다른 것을 바라보고 있지만....
: 그는 존재한다.
: 지금 여기에, 이곳에.... 존재한다.
:
: ......우웅...
: 거대한 비공정이 낮게 울며 처음 보는 대륙 위를 가로질렀다.
: 밑으로 보이는 대지는... 유스타시아의 말대로 그야말로 불모의 땅이었
: 다. 끝도 한도 없이 펼쳐지는 모래의 땅.
: ......여기서 생명체가 적응할 수 있을 까....
:
: "........맙소사...."
:
: 귀를 의심했다.
:
: "....신이시여....."
:
: 과연.... 이게 그의 목소리가 맞는 건가...?
: .
: .
: .
: .
: 이미 출발자체가 늦은 시각이었다.
: 그와 내가 비공정에서 내려, 그 삭막한 대지에 발을 딛였을 때는 이미
: 서쪽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 ......전란의 불꽃으로 인한 핏빛과는 또다른 붉음...
: 생사가 오가는 유혈의 장이 아닌, 태양의 진혼을 위한 장엄한 연주.
: 나는 잠시... 감상에 빠져 줄곧 내 창조주에게 향해있던 시선을 잠시 돌
: 렸다.
:
: 장관이다.
: 사막인 만큼 지평선은 끝도 없이 펼쳐져있었다.
: 아무것도 없는 드넓은 대지는... 하늘 위에 가득한 황혼의 빛깔로 시뻘
: 겋게 물들어있었다.
: 문득, 잊고 있던 그가 생각났다. 그는 대체 무엇을 보려고 이 낯선 땅
: 으로 온 걸까?
: 나의 시선을 의식하지도 못한 채...
: 베라모드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 비공정의 그늘 아래 숨어있던 그의 몸이 앞으로 나가면서, 그 새하얀
: 얼굴과,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몽땅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
: ..........!
:
: 순간적으로 나는 그의 옷자락을 움켜잡을 뻔했다.
: 언제나 차갑고 하얀 안개에 싸여있던 그는....
: 그렇게.... 그대로 붉게 물들어... 그 척박한 대지에 동화된 듯 서있었다.
:
: 음모의 베라모드....
: 싸늘하고 교활하고 무자비한 암흑신...
: 그런 그가.... 이제 겨우 발견된 이 불모의 땅에 뿌리라도 박을 듯이 움
: 직이지 않았다.
:
: 나의 창조주....
: 리리스와는 달리... 나는 단 한번도 그를 '아버지'라 부른 적이 없다.
: 그렇게 여긴 적도 없다.
: 아니... 내가 먼저 그를 부른 적조차 없다....
: 뭐라고.... 뭐라고 그를 불러야 할텐데....
: 저대로... 저대로 이 붉은 사막속에 사라지게 내버려둬선 안되는 데...
: 방금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내 곁에 분명히 존재했는 데....!
:
: ".....돌아....이제야 돌아왔어요....."
:
: 제발... 안돼....
:
: "이제야..... 이제야 왔어요.... 오라버니...."
:
: 사라지지 말아주십시오....
:
: "......살라딘....."
:
: 언제나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건...
: 언제나 나를 아프게 만들었던 건...
:
: "베라모드님!"
:
: .........나를 창조해놓고도.... 나를 허용하지 않는 당신....
:
: 그의 고개가 천천히 돌려지며 나를 바라보았다.
:
: "이제.... 그만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
: 단신으로 수백의 주신군을 상대하면서도.... 나는 그렇게 떨어본 적이
: 없었다. 정말로... 내 일생동안 가장 용기있는 일을 한게 뭐였냐고 누군
: 가가 묻는다면 그때 그 순간.... 그의 이름을 부른 것이라고 대답할 정
: 도로...
: 그때의 나는 필사적이었다.
:
: "이제.... 해가 집니다....."
:
: 꿀꺽...
: 힘겹게 침을 삼키며, 나는 나에게로 다가오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 그가 나를 창조하고서 얼마나 세월이 흐른걸까.
: 언제나 나를 내려다보던 그는 어느새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 한번도... 한번도 그와 이렇게 가까이 마주한 적이 없었기에....
: 이미 그렇게도 두렵던 그보다 훨씬 커버린 나를 알지 못했다.
:
: 바로 내 코앞까지 그가 다가왔다.
: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귓전을 점령한다.
: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 이때까지 내가 본 그 어떤 여인보다도 아름다운 그는.... 조용히 나를
: 바라보고 있었다.
: 이렇게.... 이렇게 곧게.... 그의 눈을 직시한 적이 없다....
: 언제나... 내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단 한번도.... 그의 눈에 담아지는 내 모습을 바라본 적이 없다.
: 그의 눈이 나를 비춘다.
: 그 회색눈동자 안의 나는.... 생전 처음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 ........내가.... 이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나?
: 이렇게나 한심한 표정으로? 이렇게나 절실하게.... 매달리는 얼굴로?
:
: ".......!!"
:
: 그 회색 눈동자 안의 내 모습이 부풀어 올랐다.
: 내 뺨 위에 얹어지는 하얀 손의 감촉....
: 그리고....
: 입술 위에 느껴지는.... 벼락과도 같은 전율...
:
: 말 그대로.... 머리가 정지해버렸다.
: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 항상 전투를 대기하던, 한손을 검자루위에 얹은 그 자세 그대로.... 나는
: 완전히 얼어붙었다.
:
: ......그는 한번도 나를 만진 적이 없다.
: 그저 나와 부딪혔을 뿐... 단 한번도....나를 만진 적이 없다.
: 그에게.... 나는 물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 그런데..... 어째서.....?
: 어째서.... 이제와서.....!?
:
: 입술의 감촉이 멀어지고, 그의 눈동자가 멀어지고.... 그의 눈안의 내가
: 멀어진다.
: 그가 멀어진다.
:
: ".....돌아가자."
:
: 다시 한번 그때가 돌아온다면 나는 알 수 있었을 것이다...
: 그가 입을 맞춘 대상은..... 내가 아니었다는 걸....
:
:
: ---------------------------------
:
: 새로 발견된 대륙에는 '투르'와 '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 베라모드, 나의 창조주가 주장한 것으로, 어차피 이름하나 붙이는 데
: 별 감흥이 없었던 신들은 기꺼이 찬성했다.
: 어째서 음모의 베라모드가 이런 시시한 일에 저토록 열을 올리는 가에
: 는 다들 의아해했지만...
: 사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
: 나의 창조주는 절대로 필요없는 일에 신경쓸 사람이 아니었다.
: 앞만 바라본다는 것과는 다르다. 모든 것을 보고 있지만, 모든 방향을
: 주시하지만... 그 중 필요가 없는 것은 과감하게 잘라낸다.
:
: 하지만....
: 그때 그 황혼녘의 사막.....
: 그 곳에서 붉게 물들던 그의 모습은....
:
: 분명 그때부터였다.
: 냉혹하리만치 이성적인 그가 잘라내지 못하는 것 중에....
: 내가... 포함된 것은....
:
: "......전쟁이 오래가는 구나."
: "예. 아마도 둘 중 하나가 심각한 타격을 입기 전까지는 계속...."
: "그렇겠지..."
:
: .....대화의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버렸다.
: 이제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본다. 그의 눈과 마주치기 위해 끊임없이
: 그의 눈길을 따라간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들지 않는다.
: 어린 시절, 뭐가 뭔지 모른 채 머뭇거리는 나를 내몰던 차갑고 싸늘한
: 눈빛을 이제는 볼 수가 없다.
: 그 회색눈동자 안의 내 모습도 볼 수가 없다.
: 그는... 아예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
:
: "그래, 요즘 리리스는 어떠냐?"
: ".....여전합니다."
:
: 거짓말이다.
: 그녀는 변했다.
:
: "그래? 하긴.... 어차피 그 아이는 일종의 상징에 불과하니, 별 일이 있
: 을리 없지."
:
: 살짝... 아주 살짝... 언제나 그를 바라보고 있는 내가 아니면 눈치챌 수
: 없는 경미한 아픔이,
: 그를 할퀴고 지나갔다.
:
: "그러는 너는 어떠냐?"
:
: 드디어... 그가 날 바라보았다.
: 비록 금새 다시 시선을 돌려버렸지만...
:
: "변방쪽에서는 그 루시퍼란 녀석이 마족들을 싹쓸이하고 있다던데... 그
: 와 마주친 적이 있느냐?"
: ".......아직 없습니다."
:
: 아쉽게도....
:
: "다행이구나. 그렇다면 당분간은 자중하거라."
:
: ........무슨....?
:
: "......하오나...."
: "난 널 전장에서 썩히려고 만든 게 아니다."
:
: 이런 식으로 말하는 그를 알고 있다.
: 얼음조각을 내뱉는 듯이 단호하게 끊는 말투를 쓸 때의 그를 알고 있
: 다.
: 그것은 그 어떤 반론도, 이론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인 동시에 선언
: 이다.
:
: ".....제가 그보다 약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애초부터 살육병기로 만들어진 녀석과 일부러 붙을 건 없다는 뜻이
: 다."
: "......이길 수 있습니다."
:
: 계속해서 나에게서 어긋나던 그의 눈빛 속에 확연한 불쾌감이 엿보였
: 다. 마침내, 그 냉혹한 회색의 눈동자가 나를 응시했다.
:
: "쓸데없는 고집! 네 녀석이 이기든 지든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 그와 네가 붙으면 누가 최후의 승리자가 되든, 둘 다 막대한 타격을 입
: 을 것이고, 설혹 잘못해서 어느 한쪽이 죽기라도 한다면 전쟁은 일방적
: 으로 끝이 난다. 그걸 막으려는 것이야. 어디서 어리석은 호승심으로
: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게냐."
:
: 어차피.... 저 차디찬 말들 속에서 뭔가를 기대하는 건 오래전에 포기했
: 다. 단지 내가 바라는 건.........
: 태어나서 처음....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건....
:
: "성체가 된지 오래인 주제에 어리광부리지 마라. 그렇게 피가 보고 싶
: 다면 적의 주력이 오지 않는 변방으로나 나가보든지."
:
: 어린 시절... 내가 당신을 똑바로 바라볼 수나 있었습니까....
:
: ".......나가봐라."
:
: 내가.... 내가 당신의 옷자락 하나라도 붙들 수 있는 존재였습니까...
:
: "예."
:
: 이렇게 돌아서는 것 밖에.... 언제나 이렇게 고개 숙이고 뒷걸음치는 것
: 외에 당신이 내게 허락한 게 뭐가 있습니까!
:
: 뚜벅뚜벅뚜벅...
: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발걸음소리가 회랑 안에서 메아리친다.
: 어쩔 수 없이 감정이 격해졌다는 걸.... 깨닫고 만다.
: 아픈 기억이....
: 유스타시아와, 데이모스의 손길을 느꼈을 때 이 가슴이 느꼈던 아픔
: 이...
: 이번에는 머리속을 헤집고 다닌다.
:
: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거지.....
:
: 본 적이 있다....
: 13날개의 루시퍼...
: 아직 어렸던 내가... 아직 어렸던 그를 본 적이 있다.
:
: 라그나로크의 피바람이 몰아치기 훨씬 전, 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
: 립지대에 모든 신이 모였을 때, 내 창조주를 따라 그곳에 갔던 나는,
: 곳곳에 보이는 날개달린 자들을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았었다.
: 한없이 솟아오를 수 있을 것만 같던 강하고 하얀 날개...
:
: 비록 그때의 나는.... 그 날개를 잡아뜯는 것이 내 손이 되리라는 것을
: 알지 못했지만...
: 그 날개의 하얀 광택을, 그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고 있는
: 것은 내가 처음으로 자각한 즐거움이었다.
:
: 그리고 또한 보았다.
: 푸른 빛이 도는 단정한 검은 머리,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 입매의 준
: 수한 청년과 함께 있던... 하얀 소년을...
: 무엇이 두려웠던 걸까... 나는 그 광경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도 몸을
: 숨길 수 밖에 없었다.
:
: 그 단아한 청년이 주신의 일원이라는 것은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 주신들 특유의 청백 오오라... 암흑신들의 그리마만큼은 아니지만 그 미
: 미한 기운을 알아볼 수 있었다.
: 그리고 그 소년은...
: 눈을 의심했다. 그는 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날개를 가
: 지고 있었다. 햇살이 흩뿌려지며, 날개의 백색이 뿌옇게 빛났다. 순간
: 후광으로 착각할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 소년의 얼굴은 모르는 사람이라 해도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 무표정했지만 그를 바라보는 청년신의 눈길은 너무나도 부드럽고... 상
: 냥했다.
: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것을 보는 눈빛이 어떤 것인지... 나는 거기
: 서 깨닫고 말았다.
: 아팠다... 그때도 이렇게 아팠다.
: 무엇이 그리 아팠을 까...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도저히 깨달을 수 없
: 다... 나는 뭘 그렇게 아파한 걸까....
: .
: .
: .
: .
: .
: "벨제부르?"
:
: 아름다운 남빛 눈이 당혹감과 놀라움을 동시에 띄고 나를 쳐다보았다.
:
: "어, 어쩐 일로?"
: "그냥...."
:
: 그녀의 하얀 얼굴위로 수만가지 표정이 스쳤다가 사라진다.
:
: "요즘 들어 자주 오네요..."
: "갈데가 없는 가보지."
:
: 당황해서 손님대접을 할 엄두도 못내고 있는 그녀를 가볍게 무시하며
: 나는 아무렇게나 자리를 잡고 앉았다.
: 허둥대며 다과를 준비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또 한번 확신했다.
: 그녀는 변했다.
: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만든 걸까?
: 세상 만사에 무관심하던, 그러면서도 눈앞에서 죽어가는 생명을 모른척
: 하지 못하는 바보같은 그녀를... 저 창백하고 무표정한 공주님을...
:
: 어떻게 저런 보통 여자애로 만들어버린 걸까...
:
: 미묘한 표정의 변화가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눈 속을 파고든다.
: 어설프게 미소짓고, 일부러 화제를 돌리고, 내 시선을 피하고...
: 다양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보면서 나는 묘한 즐거움을 느꼈다.
:
: "재미있어...."
: "예?"
:
: 작은 새처럼 화들짝 놀라는 그녀를 보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
: "아무것도 아니야."
: "....예애....."
: "혹시 말이야...."
:
: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며 나 역시 쓸데없는 말이 많아진다.
:
: "누군가를.... 닮았다는 말 들어본 적 없어?"
:
: 어?
: 갑자기 그녀의 창백한 두 볼에 옅은 홍조가 떠올랐다 사라졌다.
: 그리고 입가에 떠오르는 미미한 웃음...
: 비록 한낮의 안개처럼 금새 사라졌지만... 나는 무척이나 놀랐다.
:
: .......낯설다.
:
: "......날 닮은 사람이 있어요?"
: "아니... 본 건 아니지만.... 그냥 당신을 보면 언제나 낯이 익다는 생각
: 이 들곤했는 데...."
:
: 이상하다... 언제나 그녀를 보면 그런 느낌이 들었는 데...
: 갑자기 이 순간.....
: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무슨 착각을 이렇게 오랫동안 한거지?
: 처음 그녀를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 정말 긴 착각이었군.
: ......그녀는... 그냥 그녀일 뿐이야.
:
: 하지만.... 지금의 그녀도 마음에 든다.
: 저렇게 많은 표정을 가진.... 그저 평범한 인간들과 다를 게 없는 얼굴
: 을 한 그녀도.....
: 아주...... 마음에 든다.
: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 무엇이 그녀를 바꾸어놨는 지 알 수는 없지만....
: 내가... 지켜줬으면...한다...
: 저 표정을...
:
: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식으로 결정될 거야."
: "....응? 뭐가요?"
:
: 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가... 나는 약간 짜증을 내며 말했다.
:
: "우리 둘 말이다."
: "............"
:
: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그녀 자신도 감출 수 없었던 화사함을
: 덮어버린 것은...
: 두려움이었다.
: 공포였다.
: .........나에 대한, 혹은 나와의 결합에 대한.
:
: "....그만 가보겠어."
: "아, 예....."
:
: 이곳에 왔을 때처럼, 나를 위해 일어서는 것도 잊어버린 그녀는...
: 순식간에 시체처럼 질려버린 얼굴로, 계속해서 한가지만을 생각하며...
: 보이지 않는 것을 응시하고 있었다.
:
: 그리고.....
: 나는....
: 다시 아팠다.
:
: ------------------------------------------
:
: "빌어먹을!"
:
: 만년설을 뚫고 올라오는 마그마같은 모습이다. 그는 두 눈 가득 격정을
: 담고 자신의 힘을 조심성없게 휘둘렀다.
:
: 퍽! 퍼벅!
: 쨍그랑!
: 쿵.....!
:
: ......요란한 타악합주다.
: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그의 분노를 기다렸다.
:
: "망할 주신놈들! ......이런 식으로 뒷통수를 치다니!!"
:
: 마족의 살육자, 최초로 세라프의 칭호를 받은 13날개의 루시퍼.
:
: 그가 리리스를 납치했다.
:
: 내 창조주는 무시무시한 분노를 발산하며,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달
: 아오른 머리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있었다.
: 그러나... 나는 진실을 알 것 같았다.
:
: ....그 녀석이었어?
: 그랬구나. 리리스...
: 그가... 너를 바꿨던 거구나....
: 처음부터.... 내가 지켜줄 수 있는 게 아니었구나.
:
: "......이제와서.... 이제와서..... 이런 식으로 방해를 받다니!"
:
: 언제나 흐릿하던 네 존재를....
: 항상 둘러쳐져있던 투명한 장벽을....
: 나는 어쩌지 못했던 그것들을...
: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뚫고 들어와 너를 만졌던 거구나...
:
: "베라모드. 진정하게. 흥분해서 될 일이 아니야.......그나저나 주신들의
: 움직임도 심상치않네."
: ".......뭐?"
: "아무래도 바람난 자식은 우리쪽에만 있는 게 아닌 모양이야."
: "......무슨 소리인가 그게....?"
: "루시퍼의 행동이.... 주신들의 명령에 의한 것이 아니란 뜻이네."
: ".....그럼 그 애송이가 공명심에 미쳐 제멋대로 저지른 일이란 말인가?"
: "..........."
:
: 유스타시아는... 한참동안 망설이는 듯 했다.
: 베라모드의 소리없는 재촉을 받으며 그는 딱 한마디를 내뱉었다.
:
: "....사랑이야."
:
: 대체 언제, 어디서 만났던 걸까...
: 아니, 그런 건 이제와서 중요한 게 아니지.
:
: "................."
:
: 뜻밖이었던 것은 내 창조주의 반응이었다.
: 코웃음이라도 치며 비웃을 줄 알았던 그는...
: 마치 어딘가가 고장난 인형처럼 터덜터덜 걸어가, 자신의 몸을 내던지
: 듯 의자에 걸터앉았다.
:
: "......대체 언제....?"
: "그건... 아무도 모르지..."
:
: 떨리는 손으로 이마를 짚고서, 한참을... 정말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 몸 속 깊은 곳에서 끌어올리는 듯한, 절망과 회한이 되섞인 목소리로...
: 내게.... 명령했다.
:
: "벨제부르.... 쫓아가라."
:
: ......어차피 이런 결과가 오리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
: "가서..... 리리스를 데려오거라."
:
: 역시.... 싫어지는 것을 어쩔 수 없다.
: 그의 명령이 의미하는 것은.....
:
: 그를, 그녀의 그를.... 죽여야 한다는 것....
:
: ".....네 것을 되찾아라..."
:
: 내 것?
: 그따위 건.... 처음부터 어디에도 없었다.
: 나는 맨 몸뚱이로 이 세상에 던져졌다.
: 아무것도 주어져있지 않았고, 아무것도 받을 수 없었다.
: 허울좋은 칭호들만 잔뜩 받아든 채... 무엇을 해야 하는 지도 알지 못한
: 채...
: 그저 벗어나기만을 바라면서....
: 정체를 알 수 없는 아픔에 시달려가며...
: 계속해서 흰 날개를 피로 더렵혀가며...
: 계속해서.... 당신을 바라만 보며.....
:
: "......알겠습니다."
: "자, 잠깐만! 기다리게! 나도 같이 가겠어!"
: "......암흑신의 중요일원이 자네가 직접 나서서야 체면이 서질 않아. 일
: 만 크게 만들 뿐이네. 주신쪽도 군사들만 보내 추격할 뿐, 직접 나서지
: 는 않고 있질 않나?"
: "하지만! 이 녀석 혼자서는 벅차네! 이 녀석과 루시퍼놈의 힘에 비하면
: 미미하기 짝이 없긴 하지만 리리스는 엄연한 데이모스의 딸이야! 그녀
: 가 루시퍼를 돕기라도 하면...."
: "괜찮습니다. 유스타시아님."
:
: ............어리석다. 나는.....
:
: "그녀는 절 공격하지 못할 겁니다. 기껏해야 루시퍼의 뒤에 숨어있는
: 것이 다겠죠."
: ".......그래도...."
: "자네가 나서봐야 일만 크게 만들거라니까."
:
: .....결국 생각해낸 거라고는 이게 다다...
: 이것뿐이다....
: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치졸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
: 부정할 생각은 없다. 이제 내 한계인가 보지....
:
: "다녀오겠습니다......베라모드님."
:
: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불러본다.
:
: ".....가 봐라."
:
: 마지막으로 그가.... 나를 돌아봐주었으면 하는 소망은...
: 눈치채지 못하게 그의 옆얼굴을 응시하는 것으로 접어두었다.
:
: 뒤돌아서려는 순간,
:
: "벨제부르."
:
: ......헛된 희망이.... 다시금 불쑥 고개를 쳐든다.
:
: ".....할 수 있다면..... 고통없이 보내주거라."
:
: ........!!!
:
: "여의치않다면 하는 수 없지만..... 반드시 숨통만은 끊어놔야 한다."
:
: 아프군.....
: 그것도 굉장히 기분 나쁘게 아프다.....
:
: "...알겠습니다."
: .
: .
: .
: .
: .
: .
: 그동안 멀리까지도 갔군.
: 첩첩이 겹쳐진 산봉우리, 군대의 행진을 막는 깊고 푸른 강물에.....
: 통행이 금지된 소환수들의 영역까지...
: 험한 지형만 골라다녔군.
: ......정말 도망갈 수 있을 거라 믿는 건가?
:
: "거기까지다. 루시퍼...."
:
: 그의 눈동자가 나를 돌아다본다.
: 세라프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간곳이 없다.
: 분명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얬을 13장의 날개는 더럽혀지고 피에 젖은
: 채 축 늘어져있었다. 비단 날개뿐만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몰골이 말이
: 아니었다. .........허나 그를 더럽히고 있는 저 피의 주인은 분명 그가 아
: 닌 그의 앞을 가로막던 마족들의 것이겠지. 그는 숨을 몰아쉬며 검을
: 들어올렸다.
:
: ".....벨제부르...."
:
: 꽉 다문 잇새에서 새어나오는 내 이름... 마치 나를 갈아죽일 듯한 증오
: 와 원망을 들으며 나는 정말 어이없게도 웃음이 나왔다.
: 이봐, 이봐.... 나에게 그래봤자 별 소용없어.
: .......그런데.... 갑자기 뭐지?
: 내 마음 어딘가에서... 나도 모르고 있던 내가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짓는
: 다.
: 한번쯤은..... 어떨까?
: 그래, 뭐, 상관없잖아? 마지막이야. 마지막으로 한번만....
: 그러고보니 내 성격도 참 유별나군.
: 나는 애써 담담하게, 저도 모르게 떠오르는 미소를 지우며, 최대한 여
: 상스럽게 물었다.
:
: "내 신부는 괜찮은가?"
:
: 그의 눈에서 불꽃이 튄다.
: .....그래, 너도 변했구나. 티 한점 없이 밝고 새하얀 날개의... 아름답지만
: 무표정한 소년은 없구나...
: 이미..... 창백하고 무표정한 내 공주님이 없듯이....
:
: "벨제부르!"
:
: 이때까지 루시퍼의 날개뒤에 숨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던 그녀가 앞
: 으로 나섰다.
:
: "리리스!"
: "벨제부르! 제발 부탁이에요! 우릴 이대로 보내줘요!"
:
: .....갑자기 저 자식이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
: 내 '전' 약혼녀는.... 정말 더러워진 구석하나 없이...
: 방금 데이모스의 신전에서 나온 것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 .......그가 보호한 것이다.
: 마족 수백명을 혼자서 상대하면서도 숨하나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세라
: 프가, 저토록 지치고 더러워지면서도... 그녀하나만은 온전하게....
:
: 확실히 생각보다 괜찮은 놈이다.
:
: "이상한 말을 하는 군. 리리스. 당신은 그저 이 싸움이 끝날때까지 조용
: 히 숨어있으면 돼. 힘겨운 인질생활은 이제 곧 끝날 거야."
: ".....예?"
: "무지막지한 납치범에게 끌려다닌다고 얼굴이 말이 아니군. 곧 당신의
: '아버지'께 돌려보내줄께."
: "베, 벨제부르...!!"
: "베라모드님이 정말 화나셨다구. 당신의 며느리가 무례한 주신군의 애
: 송이에게 끌려다닌다고 생각하시니 혈압이 오르는 모양이야."
: "어째서! 그게 아니란 걸 당신도 알잖아요! 루시퍼와 난....!"
: "거기까지야, 리리스. 이 더이상 말하면.... 되돌릴 수 없어."
:
: 루시퍼 녀석의 안색이 변한다.
:
: "당신은 절대 처벌받지 않을 거야. 당신에 대한 데이모스님의 애정은
: 둘째치고, 내 창조주는 포기할 줄 모르는 사람이거든."
:
: 약올리는 건 이쯤 하면 됐겠지?
:
: "자신의 손주를."
:
: 전혀 뜻밖인 내 반응에 그녀가 당황하자, 루시퍼는 다시금 그녀를 자신
: 의 뒤로 보냈다.
:
: ".......역겨운 놈."
: "뭐라고 말해도 좋아. 네 놈은 지쳤고, 나는 이것이 첫번째 전투다."
: "............"
: "그러고보니 자네와 난 그동안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지. 마족내의
: 자자한 자네의 악명이, 과연 진짜인지 확인해볼까?"
:
: 나는 내 창조주에게서 배운 냉혹한 조소를 띄우며 나의 검을 뽑아들었
: 다. 수만의 천사가 이 칼 아래 찢겨져 나갔다. 수억의 생명이 사그라들
: 었다.
: 내가 걸어온 길은 언제나 핏속에 잠겨있었다.
: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 그러나.
:
: 나는 그것을 거부한다.
:
: "오너라. 세라프. 나, 마족의 왕 벨제부르가 오늘 여기서 네 놈의 숨통
: 을 끊어주겠다."
:
:
:
:
:
: 창!
:
: 허억... 허억...
: 하.... 하악....
:
: 지금 들리는 것이.... 나의 숨소리인가..
:
: 찡--- 그그그그극---
:
: 내 검이 이렇게 둔탁하고 거친 소리를 낸 적도 있던가..
:
: 크극! 파바바바바밧!
:
: 무엇때문인가..
: 이 의미없는 싸움을 3일밤낮으로 계속 끌고 있는 이유가.....
: 아직도 흐트러짐 하나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저 강한 눈때문인가.
:
: 아니면....
:
: 차자장! 파카카카아아아!!
:
:
: - 고통없이 보내줘라.
:
:
: 나도 모를 또 하나의 나 때문인가...
:
: "...강하군."
: "쿨럭.......동감이다."
:
: 그는 이미 내게 4장의 날개를 빼앗겼다.
: 더이상 고귀한 세라프의 상징이 아니라, 피에 젖은 더러운 깃털의 집합
: 체에 불과한 그것들은 쓰레기처럼 더러운 땅 위를 굴러다니고 있었다.
: 그에 비해 내가 입은 타격은...
: 약간의 피로, 호흡의 불안정, 그리고....
:
: 계속되는 아픔...
:
: "과연... 멀쩡한 상태에서 맞붙었다면 장담못하겠군. 허나!"
: ".............."
: "지금의 너는 내 상대가 아니다."
:
:
: - 어리석은 호승심으로.....
:
: - ......나가봐라.
:
:
: "이것으로.... 결정이 날 것이다."
:
: 곧게 찔러들어가는 암흑의 검과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는 루시퍼의 검
: 은 눈동자, 그의 눈에 비친 검은 나, 나의 눈의 비친 창백한 그녀, 그녀
: 로 인해 떠올리는....
:
: 또 하나의 백색...
:
: "루시퍼!!!"
:
: 그녀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들린다.
: 그리고,
:
: 정확하게
:
: - 언제나 하얗게
:
: 그의 검이
:
: - 조용하게
:
: 나의 복부를 뚫고
:
: - 먼 곳을 바라보며
:
: 등으로 빠져나온다.
:
: - 닿을 수 없는 것을 꿈꾸며
:
: 차갑게.... 나의 피를 식히며...
:
: - 나를 바라봐주지 않는....
:
: 다시 빠져나가는 하얀 검광...
:
: - 내가.....
:
: "........벨제.....부르...."
:
: - 언제나 바래마지 않았던....
:
: 천천히 몸이 기울며 쓰러져간다.
: 분명 땅위로 내동댕이쳐졌을 텐데... 아무런 아픔이 없다.
: 한번도 놓은 적 없는 나의 검이... 내 손안에서 빠져나간다.
:
: 귀가 울린다.
: 하늘과 땅이 뒤집힌다.
:
: 이런.... 느낌이었나.
:
: 나의 육체는 일말의 반항조차 없이 나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다.
: 손가락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피는...
: 내가 죽인 그 수많은 천사들과, 인간들과...
:
: 아무것도 다르지 않았다.
:
: 마지막까지.... 최후의 끝, 끝의 끝, 황혼의 마지막까지...
:
: - 결코 놓을 수 없었던 것...
:
: 나도 모를 내가 끝내 포기하지 못했던 것...
: 언제나 아팠던 이유...
: 내가 아무리 강해져도, 아무리 오래 살아도 알 수 없을...
: 꾸준하게... 단 한번도 그 리듬을 바꿔본 적 없는...
: 나의 심장의 아픔...
:
: - 눈물 흘리는 태양과...
:
: 머리 속이 비워져간다.
:
: - 그 눈물에 물들어가는 하얀 옷자락...
:
: 고통은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고,
: 둔중한 감각이 온 몸을 지배한다.
: 그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가며...
: 내가 죽인 자들이 밟았을 그 과정을 되짚으며...
: 그렇게...
:
: 나도....
:
: 죽어간다...
:
:
:
:
:
:
:
:
: ------------------------------------------
:
:
: 남극, 크리스탈 신전.
: 냉기가 지배하는 차가운 얼음의 신전.
: 수만년에 걸친 음모의 둥지.
: 대리석 기둥처럼 반듯하고 정교하게 깎인 얼음의 기둥.
: 그들의 '마스터'를 기다리기 위해 준비된,
: 아주 오래된 무대.
: 이제서야 막을 내릴 때가 된...
:
: 아주 오랜 기다림.
:
:
: 퍼벙---!!
: 바지직, 바지직...
:
: 저 멀리서, 메아리의 여운처럼 폭발음이 들려온다.
:
: 남자는 한번 고개를 들었다.
: 커다란 헬멧에 가려져 얼굴의 윗부분이 보이지 않아, 그의 눈이 어떤
: 감정을 담고 있는 지는 알 수가 없었다.
: 그러나....
:
: 지잉-
:
: 괜시리 다시 한번 광선검을 꺼내 가볍게 휘둘러본다.
: 이제 곧...
: 이제 곧...
:
: 그가 온다.
:
: 음모... 수만년의 음모에 휘말려, 자신의 운명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은
: 한 청년이 이리로 올 것이다.
: 한번도 마주하지 못한, 이제야 겨우 만나볼...
:
: '마스터'
:
: 흥분하는 것인가?
: 남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광선검을 집어넣었다.
: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 기다리기만 하면....
: 그 오랜 세월을 기다려왔는 데...
:
: 단 몇분의 시간을 참지 못할리 없다.
: .
: .
: .
: .
: .
: .
: 최초의 기억은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 그리고 그들이 자신을 데리려왔다.
: 시즈.
:
: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자신을, 태고적부터 정해진 운명의 고리를 순환
: 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의 실행자로 선택한 자는 바로 그 음모의 베라모
: 드였다.
:
: 머뭇거리는 듯 떠오르는 단편적 기억속의 그를 되새기며,
: 그 하얀 옷자락과 머리카락과 선이 고운 옆얼굴의 아름다움만을 기억
: 해버리고 만 소년은 대뜸 이 차가운 신전에 머물기를 결심했다.
:
: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자신의 부하이자 충실한 프로젝트 진행자
: 인 시즈들에 의한 것이라는 걸 알만한 나이가 됐을 때는...
:
: 그의 차가운 얼굴과,
: 절대로 내밀어지지 않았던 하얀 손과,
: 한번도 자신을 쳐다본 적 없는 회색눈동자를 기억해냈다.
:
: 그리고.... 그는 떠나지 못하게 됐다.
:
:
: 기억이 떠오르면 떠오를 수록, 그의 육체가 강해지고,
: 인간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강함이 그의 손에 주어질 수록 그때의
: 아픔도 되살아났다.
:
: 그래서, 마스터의 고향이라는 팬드래건에 가끔 들리며,
: 그의 모든 것을 파멸시킬 어리석은 동생의 제단에 올라갈 희생양을 만
: 나고 돌아오며...
:
: 전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시즈들의 보고를 받으며,
:
: 여전히 하얗고 아름다운, 그러나 너무도 다른
: 그의 창조주를 훔쳐보며...
:
: 그는 문득 생각에 빠지곤 했다.
:
: ......이 아픔을......
:
: 떨쳐낼 수는 없을까....
: .
: .
: .
: .
: .
: .
: 위풍당당한 흰색의 거체,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무리
: 없는 움직임.
: 팬드래건 왕가의 상징. 백색의 아론다이트.
: 아니, 이제는 암흑에 물든 검은 아론다이트(아론다이트 슈발츠)
:
: '.......히든카드는 마지막에 쓰시겠다? 여유만만한 모습이군.'
:
: 그리고.....
: 아직 각성하지 못한 또 하나의 동료.
:
: '..................'
:
: 마지막으로.....
:
: '....마스터....'
:
: 얼음이 내뿜는 미약한 빛 하나에도 아름다운 물결을 만들어내는 찬연
: 한 금발... 주신들의 피를 이은 정통 에스프리 혈통의 상징.
: 유난히 수척해진 수려한 얼굴, 습관적으로 적의 급소를 꿰뚫는 두 자루
: 의 검.
:
: 아이러니하다.
: 암흑신 베라모드의 창조자. 그의 모든 음모의 정점.
: 뫼비우스의 우주를 이어갈, 가장 크고 중요한 고리.
:
: 파괴신 앙그라마이뉴의 실질적 창조자인 그가...
:
: 하필이면 정통 에스프리 왕가의 왕자라니...
:
: "수십번의 환생을 거쳐.... 이제야 만나는군."
:
: 얼어붙은 허공을 가로지르는 청명한 음성...
: 아론다이트의 해치가 열리며 '그'의 상반신이 눈에 들어왔다.
:
: 루시퍼.
:
: ....취미도 희한하군. 아론다이트를 자유자재로 조종한다면 이제 볼 장
: 다 본 거지. 굳이 계속 가면을 쓰고 있을 건 뭔가?
:
: 여전히..... 그의 눈빛은 곧다.
: 사랑받고 사랑한 자의 눈.
: 영겁의 환생을 거치면서도.... 그 삭아 없어져버릴 기억에 눌리지 않은...
: 강하고 당당한 눈이다.
:
: 이제.... 이 길고 질긴 인연의 끈을 매듭지을 때가 왔다.
: 어차피....
: 그때의 아픔도... 그때의 실망도... 그때의 절망도...
:
: 언젠가는 다시 되풀이 되겠지만...
:
: 숙명의 라이벌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이름
: 으로 불리는 우리 둘의 관계는....
:
: 항상 이곳에서 매듭지어질 수 밖에 없다.
: 그의 죽음, 그리고 나의 죽음의 바로 앞에서....
:
: "너희들은 인간의 힘을 너무 얕보았다."
:
: 나지막히... 울려퍼진다.
: 의기양양 외치는 것도 아니고, 미약한 불안이 섞인 것도 아닌, 그저 담
: 담히 사실을 말하는 것 같은 그의 음성을 들었다.
:
: 그 텅빈 눈동자와...
: 조각같은 무표정함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끼며...
: 나는 검을 든다.
:
: 그러나 채 그 익숙함의 근원을 알기도 전에...
:
: 나는 다시금 죽음을 맞이한다.
:
: 언젠가 나는 다시 이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
: 그리고 최대한...
: 진화의 운명이 허락하는 한 오차율을 줄이며,
: 계속되는 아픔을 끌어안으며,
: 인간으로서의 나를 지우며,
: 내 공주님을 차지한 그의 손에 죽어갈 것이다.
:
: 이 우주를 진화시키기 위해...
:
: 언젠가 빈정대며 말했듯이 모두가 꿈꾸는, 정말 언젠가는 다가오리라
: 꿈꾸는 장미빛 미래를 위해...
: 언젠가... 이 아픔이 사라질 날을 위해,
: 이해할 수 없는 통증에 고뇌할 나를 잊기 위해..
:
: 나는 영원에 가까운 세월동안,
: 계속 아파하고,
: 계속 죽어갈 것이다.
:
: 그리고...... 뫼비우스의 고리가..... 끊어질 그날까지...
:
: 나의..... 마지막에는....
:
: 언제나....
:
: 황......혼의 핏.....빛...
:
: 그....... 처절........한 아름..........다움에 물......든...
:
: 그의........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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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제 9차 아수라 프로젝트 완료. 오차율 5.98%......
:
: 루스 더 벨제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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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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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닐리리~ 이게 나 뭐하는 짓일까나...
: 드디어 내가 게시판의 분위기를 흐리다못해 구정물로 만들려고 작정을 했구나~~~~~` --;;(맛이 갔네, 맛이 갔어.)
:
: ........원래 이거 말고 참~ 정신건강유지에 좋은 스트레스해소용 글을 쓰고 있었는 데, 어느날 갑자기 떠오르는 허접 아이디어.
:
: ...결국 일주일만에 완성했군요.
: 이따위 걸 가지고 일주일을 끌다니 난 제 정신이 아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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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날드님! 올렸어요!
: 그러니까 보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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