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피 / 산초
조피는 초피나무의 열매다. 초피나무는 제피나무, 조피나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 조피를 흔히 산초(山椒)라고 하는데 이는 틀린 것이다. 조피는 지방에 따라서는 제피라고 하는 곳이 많은데, 한자어로는 천초(川椒)라고 한다.
산초는 ‘분디’ 혹은 ‘난디’라고 하며 경상도에서는 ‘난대’라고 부른다. 숙종 때의 중국어 학습서인 역어유해(譯語類解)에도 ‘山椒樹 분디나무’라는 대목이 보이며, 순조 때 유희가 쓴 물명유고(物名類考)와 고려속요 「동동」의 마지막 연에도 이 말이 나온다.
이 두 나무는 같은 운향과(芸香科)에 속하며, 겉모양이 비슷하여 혼동하기 쉽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양자 간에는 모양이나 쓰임새에 많은 차이가 있다.
겉모양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가시의 배열에 있다. 조피는 가시가 두 개씩 마주나 있는데[對生], 난디는 하나씩 어긋나게 나[互生] 있다. 용도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조피의 열매는 추어탕 등에 향신료로 쓰이며, 잎도 장아찌로 담가 먹지만, 난디는 씨앗만 빼서 기름을 짜서 식용할 뿐이다. 또 조피는 향도 짙어서 톡 쏘는 맛이 있지만, 난디는 이러한 향이 없다.
조피는 한반도 남부 지방과 동해 연안에 자생한다. 키가 3m 정도 자라고 가지에 가시가 있다. 5~6월에 꽃이 피고 8~9월에 열매를 맺는다. 이 조피가 산초로 뒤바뀌어 쓰이게 된 연유는 일본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초피를 일본에서는 ‘산쇼(山椒 산초)’라 한다. ‘산쇼’는 일본 음식에 널리 쓰이는 향신료이다. 생선회 곁에, 국물 음식 위에 산초의 어린잎을 올린다. 일본에서 ‘산쇼’를 접한 사람들이 한국의 초피를 ‘산초’라 부르는 일이 잦아졌고, 심지어 조피 대신 ‘산초’라는 말을 쓰는 일이 생긴 것이다.
조피는 천초이며 산초가 아니다. 산초는 난디의 딴 이름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조피 가루의 라벨을 보면, 산초로 되어 있는 것이 많은데 이는 속히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