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멋진 제2막을 위하여”
애인보다 더 사랑하는 통기타, 그들과 함께하는 하루
가을 초입, 통기타 선율을 따라
어느덧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오후 8시. 익산통사모(통기타를 사랑하는 사람의 모임)의 연습실을 찾아가는 길.
통기타 선율에 담긴 노래 소리가 길을 지나는 행인의 발걸음을 잡는다. 창인동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통기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통사모의 연습실이다.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라 많은 회원들이 모여 연습이 한창이다. 이들과 인연을 맺은 지 벌써 4년이 흘렀다.
지역의 동아리들을 조사하면서 알게 되었고, 문화클럽을 진행하며 함께 호흡했던 통사모 회원들. 통사모 회원들이 하나 둘 연습실로 들어온다.
통기타를 좋아하고, 그 매력에 빠져있는 사람들인 만큼 인사를 나눈 후 바로 연주에 들어간다. 회원들이 원하는 노래를 신청 받아 파트를 나누어 연주를 한다. 한쪽은 소프라노로 다른 한쪽은 알토로 노래를 하며 통기타의 선율과 함께 화음이 이루어진다.
바닐라님이 “우리 초혼 불러요”라고 이야기 한다. 통사모의 왕언니 “바닐라 목소리가 가장 튀니까 그러는 거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통기타 동호회의 대표주자
익산 통사모는 2009년 창립한 동호회이다. 마음이 맞는 12명이 함께 설립한 통기타 동호회. 현재는 2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설립한지 어느덧 만 4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익산통사모는 2010년부터 익산문화클럽으로 가입하여 활동하며 무대를 넓혀왔다. 정기공연을 제외한 연10회 이상의 크고 작은 공연들을 진행해왔는데, 이러한 적극적인 활동이 익산통사모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익산통사모의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연은 ‘4인 4색’이라는 공연이다.
배산체육공원 야외공연장에서 펼쳐진 이 공연은 다른 3개 지역 통기타 동호회와 연합공연이다. 같은 악기를 가지고 자신들의 팀의 색을 펼치는 공연. 공연을 관람했던 시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익산통사모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 공연이었다.
통사모만의 호칭과 회원가입 방법
통사모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그 누구도 우리가 알고 있는 김, 이, 박 등의성을 사용한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바닐라, 마티아, 해마루 등 카페의 닉네임으로 쓰이는 이름을 사용하여 서로를 호칭한다. 상대방을 이렇게 부르는 이유가 궁금했다.
“다 나이든 사람들끼리 언니, 오빠 하기도 그렇고, 누구씨 부르기도 뭐해서 카페 닉네임이나 서로가 부를 수 있는 별명을 정해서 불러요”라고 설명해 준다. 처음 통사모 회원들이 부르는 이름을 들으면 인터넷 세상에 온 것은 아닐까하는 착각이 드는 대목이다. 활동하는 회원들은 30대부터 60대까지 있으며, 31세가 최저 연령, 62세가 최고연령이라고 한다.
통사모는 통기타도 잘 치지만 노래도 잘하는 팀으로 명성이 높다. 실전과 다름없는 연습시간. 전체 회원이 함께하는 노래시간이 지나고 나면 팀별로 연습, 공연을 하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실제 무대에서와 마찬가지로 마이크를 대고, 음향시스템을 갖추고 연습하고 있다.
채종탁 회장님께 통사모는 익산에서 통기타를 잘치고, 노래도 잘하는 팀으로 소문이 나서 회원들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지 물었다.
“아니에요. 그렇게 소문이 나니까 오히려 더 들어오기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기초반도 만들어 봤는데 사람이 없어서 지금은 안하고 있거든요.”
“통기타를 치고 싶은데 통기타는 못치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들어올 수 있나요?”
“네, 노래 부르고 싶은 사람도 환영하죠. 우리는 통기타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편안하게 놀며, 취미생활하는 거예요.” 소탈한 미소로 대답해 주시는 회장님이다.
통사모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통과의례가 있다. 우선가입을 원할 경우 1달여 기간 인턴제도와 비슷한 제도를 둔다.
“1달여간 같이 나와서 연습도 하고 다녀보면서 우리 동호회에 들어오고 싶은지 체험할 기회를 부여하는 거죠. 일종의 인턴 제도처럼요. 이렇게 1달여간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이 회원에 가입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히면, 전체 회원들이 있는 곳에서 오디션
을 한 후 들어올 수 있어요.”“오디션이요? 그럼 잘하는 사람만 들어오겠네요?”“아니에요. 오디션을 보는 이유는 통사모 내에도 5개의 팀이 있어요. 통기타 실력, 노래의 성향 등을 반영하여 가장 어울리는 팀으로 배정하기 위해서 하는 거예요.” 통사모에 있는 팀은 에코스, 엘포, 셔플스, 듀엣, 비타민으로 5개의 팀이며, 남성4인조 중창, 여성 4인조 중창 등 각 팀이 비슷한 듯 다른 색을 띄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공연으로 돋보이는 통사모의 매력
통사모는 통기타 동호회 최초로 정기공연을 한다. 물론 많은 동호회들이 연주를 하겠지만, 정기공연을 하는 동호회를 찾기는 쉽지 않다. 통사모의 회원들은 정기공연을 통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펼친다.
“글쎄요. 우리가 명성이 있는 줄은 모르겠지만(웃음)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니까 즐겁게 즐기면 되는 거죠” 채종탁 회장의 이야기이다.
통사모가 공연도 많이 하고 익산지역 내 통기타 동호회들 중에서 인지도가 높은 비결을 묻자 소탈한 웃음과 함께 대화가 이어진다.
“아마 몇 년 동안 정기공연을 비롯한 많은 공연무대에 섰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런데 사실 이것도 고민이에요. 우리가 예정된 정기공연을 하는 것은 회원들이 연습한 것을 발표하는 장인데, 요즘 많은 공연의뢰가 들어오니까 우리가 본연의 목적을 잃어가는 것 아닐까 생각해요. 통기타가 좋아서 모인 건데・・・ 공연이 많다보면 공연을 위한 연습만 해야 하잖아요. 그러다보니 공연무대에 서지 못하는 회원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떠나가는 회원들을 보며 많은 고민을 했을 회장님의 표정에 아쉬움이 서린다. 통사모에서는 월 1회 정도 팀별 단합대회를 진행한다. 악기 뿐 아니라 회원들 간의 친목도모를 통해 동호회의 결속을 단단히 하기 위함이다. 이 자리에서 회원들은 악기에 대한 생각, 음악에 대한 의견을 서슴없이 주고받으며 소통한다.
통기타 선율을 뒤로한 채 통기타 선율을 뒤로한 채 연습실을 떠나온다. 통기타가 좋고, 그것이 삶을즐기는 방식이라는 회원들을 보며 그들의 행복이 지속되길 바래본다. 너무 많은 공연으로 연습벌레로 전락하는 일 없이 소통하고, 노래하고, 즐기고, 놀면서 인생의 2막을 멋지게 시작하는, 나이가 아닌 삶에 있어 문화생활과 함께 멋진 2막을 시작하는 통사모 회원들, 그들이 아름답다.
첫댓글 멋지네요 ㅉㅉㅉ 익산통사모의 무궁한 발전을 진심으로 기원 합니다.^^*
사진이 작년거라 내 모습이 보이네요, 지금은 아닌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