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라틴계 백인 자경단원이 쏜 총에 맞아 숨진 흑인 고교생에 대해 '인종적 유대감'을 표시한 연설을 놓고 또다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연설에서 인종갈등 심화를 경계했지만, 미국 사회의 해묵은 인종차별 문제가 더욱 부각되면서 사회 쟁점화하는 양상이다.
20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숨진 흑인 고교생 트레이번 마틴(17)의 부모는 성명을 내고 오바마 대통령이 전날 예정에 없던 연설을 통해 이번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힌 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됐다"면서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마틴은 35년 전 나였을 수도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아들에 대한 아름다운 헌사였다"고 말했다.
특히 "아들의 죽음과 재판, 무죄 평결은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것이었다"면서 "인종문제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우리의 아이들이 더이상 거리에서 피부색이나 옷차림만 보고 위험한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는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트레이번 마틴 재단'을 통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마틴 살해 혐의에 대한 무죄 평결을 받은 조지 지머먼(30)의 변호인단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인종갈등'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번 사건에서 인종적 맥락을 인정하고 이해하지만 사람들이 사안을 치밀하고 객관적으로 보길 바란다"면서 "편견을 갖지 않고 이번 사건을 보는 이들은 정당방위 사건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틴계 백인인 지머먼도 다양한 인종적 배경을 가졌으며 미국의 인종 문제를 둘러싼 복잡한 역사에 민감한 사람으로, 절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직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는 지지와 비난이 잇따랐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트레이번 마틴에 대한 매우 개인적이고, 매우 대통령다운 연설을 한 대통령께 감사드린다"는 글을 올렸고, 흑인 여성의원인 바버라 리(민주ㆍ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논의는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저명 언론인 앤드루 로젠탈은 "이렇게 인종문제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대통령을 가진 것은 미국으로서는 놀라운 순간"이라면서 "다만 그가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슬프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 언론인인 몰리 볼은 "국민은 대체로 침착하게 반응하는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에게 침착하라고 말해 사람들이 당혹해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인터넷매체인 `라이트 스쿱'은 "이번 연설은 오바마 대통령가 보여온 불합리한 추론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 보수성향의 블로거의 댄 리엘은 군 최고사령관(Commnader-in-Chief)인 오바마 대통령을 "최초의 최고 인종차별주의자(the first Racist in Chief)"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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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흑인 배우들, 분노 표출한 까닭
폭스는 지머먼에 피살된 트레이번 마틴(당시 17세)의 가족을 공개 지지해온 유명인사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2월 마틴의 사망 1주기를 맞이해 뉴욕에서 열린 항의 시위에 참석해 마틴의 모친 샤브리나 풀턴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폭스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의 홍보차 '코믹콘' 행사를 찾아 "마틴의 모친은 이 사건이 인종에 관한 것이 아닌 17세 또래에 관한 문제라고 용감하게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폭스는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면서 "그렇기에 나는 영원히 풀턴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스와 함께 '코믹콘' 행사장에 참석한 흑인 배우 샤뮤얼 잭슨도 "지머먼의 무죄 판결 이후 거세게 반발하는 사람들에게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잭슨은 "처음부터 지머먼의 무죄를 예상했다"면서도 "(그러나) 이 평결 이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에 고무됐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