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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산진면목(廬山眞面目)
여산의 참모습이라는 뜻으로, 너무도 깊고 유원하여 그 참모습을 파악하기 어려움을 비유하는 말이다.
廬:오두막집 여(广/16)
山:메 산(山/0)
眞:참 진(目/5)
面:얼굴 면(面/0)
目:눈 목(目/0)
여산은 중국 강서성(江西省)에 있는, 기(奇), 수(秀), 험(險), 웅(雄)의 특징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아름답고 신비한 산이자, 불교와 도교의 성지로서 1996년 세계 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여산은 중국 강서성 구강현(九江縣)에 있는 산이다. 이 산은 삼면이 물로 싸여 있고 서쪽만이 만학천암(萬壑千巖)이 항상 안개에 휩싸여 있어 그 진면목을 알 수 없다는 명산이다.
그 산 속에는 백록동(白鹿洞), 묵지(墨池), 옥연(玉淵) 등의 명승지가 있으며, 서북쪽의 산은 피서지로 유명하다.
주(周)나라 무왕(武王) 때, 광유(匡裕)라는 선비가 이 산에 초당을 짓고 살면서 신선술을 닦고 있었다.
무왕이 그의 학식과 덕망이 높음을 듣고 그에게 벼슬을 주어 나라 일을 함께 도모하려 했다. 사신을 보내어 모셔오게 했는데 이를 눈치 챘음인지 광유는 어디론지 사라져 행방이 묘연했다.
무왕은 그가 죽은 것이라 판단하고 그를 추모하기 위하여 이 산을 관리하는 직책을 두고 산 이름도 광산(匡山)이라 부르게 했다.
여산의 아름다움은 수많은 시인(詩人), 묵객(墨客)들이나 나그네들의 감탄의 대상이 되었다. 일찍이 송(宋)나라의 문인 소식(蘇軾, 소동파/蘇東坡)은 이 산을 유람하면서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에 매혹되어 제서림벽(題西林壁)이라는 제목의 시 한 수를 남겼다.
橫看成嶺側成峰(횡간성령측성봉)
가로로 보면 고개로 보이더니 옆에서 보면 산봉우리가 되니
遠近高低各不同(원근고저각부동)
원근과 고저에 따라 각기 그 모습 다르구나
不識廬山眞面目(불식여산진면목)
여산의 진면목을 알지 못하는 것은
只緣身在此山中(지연신재차산중)
단지 내 몸만이 이 산중에 있기 때문이다.
이백(李白)도 이 폭포를 보고, 여산폭포시(廬山瀑布詩)를 지었다.
日照香爐生紫煙
해가 향로를 비추니 붉은 빛 아름다운 안개가 일어난다.
遙看瀑布掛長川
멀리 폭포를 바라보니 기나긴 개울이 걸려 있구나.
飛流直下三千尺
나는 듯 곧바로 떨어져 삼천 척이니
疑是銀河落九天
은하수 한구비가 구천에서 떨어지는 듯하여라.
여산이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데다 늘 구름에 가려져 있어, 좀처럼 본모습을 볼 수 없다는 데서 유래하여 무릇 사물의 정체를 알아채기 힘들거나 어떤 사람의 태도가 그다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를 가리켜 불식여산진면목(不識廬山眞面目)이라 하는데, 여기에서 여산진면목(廬山眞面目)이 나왔다.
◼ 서림사 벽에 쓰다(題西林壁)
橫看成嶺側成峰
가로로 보면 고갯마루 옆에서 보면 봉우리
遠近高低各不同
멀고 가깝고 높고 낮음이 제각기 다르구나
不識廬山眞面目
여산의 참모습 알 수 없는 것은
只緣身在此山中
이 몸이 산 속에 있기 때문이라네.
소동파(蘇東坡, 1037~1101)는 중국 북송 때의 시인이다. 소동파가 이 시를 쓰게 된 사연이 좀 특이합니다.
1079년 호주(湖州) 지사로 부임한 그는 풍요로운 고장을 다스리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황제에게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반대파가 글의 내용을 교묘하게 비틀어서 그에게 누명을 씌웠습니다.
뜻하지 않은 필화에 휘말린 그는 100일간의 옥살이 끝에 가까스로 사형을 면하고 황주(黃州)로 유배됐다가 곧 여주(汝州)로 쫓겨가게 됐습니다.
그는 여주로 가는 길에 열흘 동안 여산(廬山)을 돌아보며 여러 편의 시를 썼습니다. 그중 한 편이 '서림사 벽에 쓰다(題西林壁)'입니다. 서림사(西林寺)는 양쯔강 중류의 여산 북서쪽에 있는 고찰이지요.
이 시에서 그는 열흘이나 여산을 돌아봤지만 본모습을 다 알지 못했다고 고백합니다. 가로로 볼 때와 세로로 볼 때의 모습이 다르고,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가 다르며, 낮은 곳에서와 높은 곳에서 볼 때가 모두 달랐기 때문이지요.
어느 쪽에서든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제한된 면만 볼 수 있으니 어찌 대상을 완전하게 파악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여산진면목'이라는 고사성어의 원전
저는 '여산의 참모습 알 수 없는 것은/이 몸이 산 속에 있기 때문'이라는 구절에서 무릎을 쳤습니다. 14자의 짧은 절구로 우주와 삶의 이치를 이토록 간명하게 설파하다니! 반대 파벌에 의해 고초를 당하고 귀양지를 옮겨 다니는 기구한 운명이 이 두 줄에 응축돼 있습니다.
이 시에서 '여산진면목(廬山眞面目)'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왔습니다. 근본이 너무도 깊고 유원해 참모습을 다 알기 어렵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지요.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보려면 고난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를 보라'고 할 때의 그 진면목입니다. '숲 안에서는 숲을 제대로 볼 수 없고 그 속에서 걸어 나와야 전체를 볼 수 있다'는 말과 서로 통하지요.
1000년 전에 쓴 시이지만 요즘 인용해도 신선합니다. '우물 안 개구리' 소리를 여러 번 들먹이는 것보다 이 시를 활용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죠. 직장에서도 그렇고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99%를 좌우하는 1%의 차이 '디테일'
이 시 덕분에 귀한 인연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중 '디테일 경영'의 대가인 왕중추(汪中求) 중국 칭화대 명예교수를 잊을 수 없습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몇 년 전 서울에서였습니다. 당시 그의 책 '디테일의 힘' 판매 부수는 국내외에서 1000만 부를 넘었습니다. 강연하러 한국에 온 그와 인터뷰 후 저녁을 함께 먹는 자리였죠. 그는 말수가 적고 술도 즐기지 않았습니다. 고만고만한 대화가 밍밍하게 이어졌지요.
그러다 아주 작은 대목에서 그가 반색을 하며 자세를 고쳐 앉았습니다. 무슨 말끝에 '여산의 참모습 알 수 없는 것은/이 몸이 산 속에 있기 때문이라네'라는 소동파 시 구절을 인용했더니 자기 고향이 바로 여산이라는 겁니다. 한번 말이 트이니 일사천리였죠. 동갑내기인 우린 그날 밤 친구가 됐습니다.
이듬해에는 중국에서 만났습니다. 상하이교통대(上海交通大)에서 릴레이 강연을 마치고 식당에 갔을 때, 앉자마자 그가 '원샷'을 권했습니다. 빈속이라 손사래를 쳤더니 "첫 잔은 우리 인연이 잘 풀리도록, 마지막 잔은 아주 만족스러웠다는 뜻으로!"라며 먼저 잔을 죽 들이켜더군요.
그날 마지막 잔까지 좍 비운 그가 "사실은 내가 담낭을 절제해서 술을 한잔도 못 마신다. 오늘 우리 특별한 만남을 위해서 그동안 조금씩 몸을 만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가 온몸으로 보여준 디테일의 배려에 뜨거운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이런 게 1000만 부 저자의 힘인가 싶었지요. 그는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섬세해야 큰일도 대담하게 이룰 수 있다"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가 경영난에 빠진 한 회사를 맡아 1년여 만에 연매출을 23%나 늘린 비결도 큰 것보다 작고 섬세한 요소들을 먼저 챙긴 덕분이었지요.
쌀가게 점원에서 최고 갑부가 된 비결
작은 것이 큰 것을 좌우하는 사례를 우리 주변에서 많이 봅니다. 어떤 사람은 입사시험 성적이 뛰어난데도 구겨진 이력서 때문에 낙방했습니다.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력서 하나도 잘못 관리하는 사람에게 일을 맡길 순 없다는 게 낙방 이유였지요.
쌀집 점원에서 대만 제일의 갑부로 성공한 사람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남의 쌀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자란 왕융칭(王永慶)은 16세 때 자기 가게를 열었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30여 개의 쌀가게가 있어서 살아남기가 버거웠습니다. 고전하던 그는 쌀의 품질과 서비스를 높이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추수한 벼를 길에서 말렸기 때문에 잔돌이 섞여 밥할 때마다 쌀을 일어 돌을 골라야 했죠. 그는 동생들을 동원해 돌을 꼼꼼히 골라낸 뒤에 팔았습니다. 이 차별화 전략은 멋지게 성공했습니다.
곧이어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그는 집집마다 쌀독 크기와 식구 수를 파악해 뒀다가 쌀이 떨어질 때쯤 미리 가져다줬습니다. 또 쌀독에 남은 쌀을 다 퍼낸 뒤 새 쌀을 붓고 그 위에 남은 쌀을 부어 줬습니다. 묵은쌀의 변질을 막기 위한 것이었죠. 이처럼 작고 섬세한 배려 덕분에 그는 당대 최고의 쌀장수가 됐습니다.
왕중추 교수는 '디테일의 힘'에서 이런 사례와 함께 '100-1=0, 100+1=200 공식'을 일러줍니다. 1%의 부족으로 '0'이 될 수도 있고, 1%의 정성으로 '200'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죠. 쌀장수 왕융칭은 '100+1=200'의 경우입니다.
반면 '100-1=0'의 예도 많습니다. 중국의 한 냉동새우 판매 회사는 유럽에 1000t을 수출했다가 항생물질 0.2g이 발견돼 손해배상까지 했습니다. 50억분의 1 때문에 치명타를 맞은 겁니다.
왕 교수는 "사랑받는 사람이나 상품은 다른 사람이나 경쟁상품이 갖지 못한 1%의 차이를 갖고 있는데 이 1%의 차이가 곧 디테일의 힘"이라고 말합니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물고기를 요리하듯 해야 한다는 노자의 말처럼 디테일을 중시하고 디테일에서 이기는 기업만이 생존과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지요.
먼 산보다 신발 속의 모래 한 알이…
말단 영업사원 출신으로 기업 대표이사가 되고 경영학자로도 이름을 떨친 그는 중국인들의 대충주의를 바꿔놓은 디테일의 거장으로 꼽힙니다.
그의 얘기는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우리가 소홀히 해왔던 디테일의 위력을 체감케 하고, 디테일에 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하지요.
○ 처음 98%는 잘하는데 마지막 2%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톰 피터스)
○ 0.01초의 차이가 한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고 한 사람은 기억조차 나지 않게 만든다.(이건희) 등의 명언도 이와 같습니다.
첨단 경쟁 시대에는 사소한 것이 더 큰 차이를 낳지요. 상품에서도 ‘1%의 편리함’이 승패를 가릅니다. 살림살이가 어렵고 나라 경제가 출렁거린다고 난리를 칠수록 '1%의 차이'는 더 중요해지지요.
그래서 옛사람들도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먼 곳에 있는 산이 아니라 신발 안에 있는 작은 모래 한 알'이라고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廬(농막집 려/여, 창 자루 로/노)는 형성문자로 庐(려)의 본자(本字), 庐(려)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엄 호(广; 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盧(로)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廬(려, 로)는 ①농막집(논밭 가운데 간단히 지은 집) ②주막 ③여인숙 ④숙직실 ⑤오두막집 그리고 ⓐ창(槍) 자루(끝에 달린 손잡이)(로) 따위의 뜻이 있다.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암자 암(庵)이다. 용례로는 민가가 모여 있음을 여락(廬落), 무덤 가에 지은 초가로 상제가 상이 끝날 때까지 거처하는 곳을 여막(廬幕), 오두막집이나 움막집을 여사(廬舍), 상제에게 편지를 할 때 겉봉에 공경하는 뜻으로 받는 이의 이름 아래에 쓰는 말을 여사(廬史), 상중에 있는 사람에게 하는 편지에서 상주가 거처하는 집을 이르는 말을 여소(廬所), 생각 밖을 여외(廬外), 지붕을 짚이나 풀로 인 작은 집을 초려(草廬), 살림집을 옥려(屋廬), 승려가 사는 암자를 승려(僧廬), 달팽이의 껍질처럼 작다는 뜻으로 작게 지은 누추한 집의 비유로 자기 집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와려(蝸廬), 임금이 국상을 당하였을 때 거처하는 여막을 엄려(嚴廬), 대자리로 둘러 쳐서 지은 집을 거려(籧廬), 상제가 거처하는 여막을 점려(苫廬), 여막을 지음 또는 집을 지음을 결려(結廬), 선조 대대로 살아 오는 집을 선려(先廬), 밭으로 에워싸여 있는 집을 전려(田廬), 상제가 거처하는 곳을 효려(孝廬), 상제 된 사람이 여막에서 거처함을 거려(居廬), 허술하게 지은 집이나 가난한 집을 궁려(窮廬), 유비가 제갈공명을 세 번이나 찾아가 군사로 초빙한 데서 유래한 말로 인재를 맞기 위해 참을성 있게 힘씀을 이르는 말을 삼고초려(三顧草廬), 인재를 맞아들이기 위해 참을성 있게 마음 씀을 이르는 말로 삼고초려라고도 함을 초려삼고(草廬三顧), 너무도 깊고 그윽하여 그 진면목을 알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여산진면목(廬山眞面目) 등에 쓰인다.
▶️ 山(메 산)은 ❶상형문자로 산의 봉우리가 뾰족뾰족하게 이어지는 모양을 본떴다. 옛 자형(字形)은 火(화; 불)와 닮아 옛 사람은 산과 불이 관계가 깊다고 생각한 듯하다. ❷상형문자로 山자는 ‘뫼’나 ‘산’, ‘무덤’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山자는 육지에 우뚝 솟은 3개의 봉우리를 그린 것으로 ‘산’을 형상화한 상형문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山자를 보면 가파른 능선이 그려져 있어서 한눈에도 이것이 산을 그린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山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산의 이름’이나 ‘산의 기세’나 ‘높다’와 같이 ‘산’에서 연상되는 여러 의미로 활용된다. 그래서 山(산)은 (1)둘레의 평평(平平)한 땅보다 우뚝하게 높이 솟아 있는 땅의 부분(部分). 메 (2)산소(山所) (3)사물이 많이 쌓여 겹치거나, 아주 크거나, 매우 많은 것에 비유한 말, 또는 그것 (4)산이나 들에 절로 나는 것을 뜻하는 말 (5)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메(산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뫼 ②산신(山神: 산신령), 산의 신(神) ③무덤, 분묘(墳墓) ④절, 사찰(寺刹) ⑤임금의 상(象) ⑥산처럼 움직이지 아니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큰 산 악(岳),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내 천(川), 강 강(江), 물 하(河), 바다 해(海), 물 수(水)이다. 용례로는 여러 산악이 잇달아 길게 뻗치어 줄기를 이룬 지대를 산맥(山脈), 들이 적고 산이 많은 지대를 산지(山地), 산과 물으로 자연의 산천을 일컫는 말을 산수(山水), 물건이나 일이 산더미처럼 많이 쌓임을 산적(山積), 산과 숲 또는 산에 있는 수풀을 산림(山林), 크고 작은 모든 산을 산악(山岳), 산 꼭대기를 산정(山頂), 산 위에 쌓은 성을 산성(山城), 무덤을 높이어 이르는 말을 산소(山所), 산 속에 있는 절을 산사(山寺), 산과 산 사이로 골짜기가 많은 산으로 된 땅을 산간(山間), 산의 생긴 형세나 모양을 산세(山勢), 산 속에 있는 마을을 산촌(山村), 산에 오름을 등산(登山), 강과 산으로 자연이나 나라의 영토를 강산(江山), 높고 큰 산으로 크고 많음을 가리키는 말을 태산(泰山), 높은 산을 고산(高山), 산에서 내려옴을 하산(下山), 신령스러운 산을 영산(靈山), 연달아 잇닿은 많은 산을 군산(群山), 조상의 무덤이나 조상의 무덤이 있는 곳을 선산(先山), 산에 들어감을 입산(入山), 나무가 무성하여 푸른 산을 청산(靑山), 돌이나 바위가 없이 흙으로만 이루어진 산을 토산(土山), 유용한 광물을 캐어 내는 산을 광산(鑛山), 눈이 쌓인 산을 설산(雪山), 들 가까이에 있는 나지막한 산을 야산(野山), 산을 좋아함을 요산(樂山), 산에서 흐르는 물이 바위를 뚫는다 뜻으로 작은 노력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산류천석(山溜穿石), 산에서의 싸움과 물에서의 싸움이라는 뜻으로 세상의 온갖 고난을 다 겪어 세상일에 경험이 많음을 산전수전(山戰水戰), 산빛이 곱고 강물이 맑다는 뜻으로 산수가 아름다움을 이르는 말을 산자수명(山紫水明), 산과 바다의 산물을 다 갖추어 아주 잘 차린 진귀한 음식을 산해진미(山海珍味), 경치가 옛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음을 산천의구(山川依舊) 등에 쓰인다.
▶️ 眞(참 진)은 ❶회의문자로 真(진)의 본자(本字)이다. 사방팔방(八) 어느 곳에서 보더라도(目) 올바른 것으로 참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眞자는 ‘참’이나 ‘진실’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眞자는 目(눈 목)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눈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眞자는 본래 鼎(솥 정)자와 匕(비수 비)자가 결합한 글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鼎자는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큰 솥을 뜻하고 匕자는 ‘수저’를 표현한 것이다. 신에게 바치는 음식은 참되면서도 정성이 담겨야 할 것이다. 그래서 眞자는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음식을 바친다는 의미에서 ‘참되다’나 ‘진실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眞(진)은 (1)참 거짓이나 허식이 아님 (2)진실(眞實)의 도리(道理). 진리(眞理) (3)일시적이 아님 변하지 아니함. 상주 불변(常住不變) (4)섞임이 없음. 순수(純粹)함 (5)자연(自然). 천연(天然) (6)해서(楷書). 진서(眞書) (7)일부 명사(名詞) 앞에 쓰이어 참된 거짓이 아닌의 뜻을 나타내는 말 (8)중국의 국호(國號)로 춘추시대(春秋時代)의 12열국(列國)의 하나 (9)삼국(三國)의 위(魏)를 이러서 그 권신(權臣) 사마염(司馬炎)이 세운 왕조(王朝) (10)후진(後晉) (11)진괘(晉卦) (1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참 ②진리(眞理) ③진실(眞實) ④본성(本性) ⑤본질(本質) ⑥참으로 ⑦정말로 ⑧진실(眞實)하다 ⑨사실이다 ⑩참되다 ⑪명료(明瞭)하다 ⑫또렷하다 ⑬뚜렷하다 ⑭똑똑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참 심(諶),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거짓 가(仮), 거짓 가(假), 거짓 위(僞)이다. 용례로는 말이나 태도가 참답고 착실함을 진지(眞摯), 거짓이 아닌 사실을 진실(眞實), 진실하여 애틋한 마음을 진정(眞情), 잘 알려지지 않거나 잘못 알려지거나 감추어진 사물의 참된 내용이나 사실을 진상(眞相), 정말과 거짓말 또는 진짜와 가짜를 진위(眞僞), 참된 마음을 진심(眞心), 참된 도리를 진리(眞理), 거짓이 없이 참으로를 진정(眞正), 진짜 물건을 진품(眞品), 진실하고 솔직함으로 참되어 꾸밈이 없음을 진솔(眞率), 실지 그대로의 경계를 진경(眞境), 인위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성질을 진성(眞性), 진실하여 잘못이 없음을 진제(眞諦), 진짜와 가짜 또는 참과 거짓을 진가(眞假), 참된 값어치를 진가(眞價), 참뜻으로 참된 의사나 진실한 의의를 진의(眞意), 주로 얼굴을 그린 화상 또는 사진을 진영(眞影), 진정에서 우러나온 거짓이 없는 참된 이야기를 진담(眞談), 실물의 모양을 있는 그대로 그려 냄을 사진(寫眞), 마음이 꾸밈이 없고 참됨을 순진(純眞), 임금의 화상이나 사진을 어진(御眞), 공리를 관찰하는 지혜로써 진제의 이치를 꿰뚫어 보는 일을 견진(見眞), 사물의 진상을 알게 됨을 득진(得眞),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히고 거짓이 진실을 뒤흔든다는 이가난진(以假亂眞), 천진함이 넘친다는 뜻으로 조금도 꾸밈없이 아주 순진하고 참됨을 천진난만(天眞爛漫),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지경임을 여진여몽(如眞如夢), 마음과 몸이 아주 깨끗하여 조금도 더러운 때가 없음을 순진무구(純眞無垢), 농담이나 실없이 한일이 나중에 진실로 한 것처럼 됨을 가롱성진(假弄成眞) 등에 쓰인다.
▶ 面(낯 면/밀가루 면)은 ❶상형문자로 麵(면)과 麪(면)의 간자(簡字)이고, 靣(면)은 속자(俗字)이다. 面(면)은 사람의 얼굴과 그 윤곽을 나타낸다. 나중에 물건의 거죽이나, 얼굴을 그 쪽으로 돌리다 따위의 뜻으로도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面자는 사람의 ‘얼굴’이나 ‘평면’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面자는 사람의 머리둘레와 눈을 특징지어서 그린 것이다. 面자의 갑골문을 보면 길쭉한 타원형 안에 하나의 눈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람의 얼굴을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面자가 단순히 ‘얼굴’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사람의 얼굴에서 비롯되는 ‘표정’이나 ‘겉모습’이라는 뜻으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面(면)은 (1)겉으로 드러난 쪽의 바닥 (2)입체(立體)의 평면(平面), 또는 겉면 (3)검도(劍道)나 야구(野球)에서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얼굴에 쓰는 제구(諸具) (4)향하고 있는 어떤 쪽 (5)신문 따위의 페이지 (6)낯이나 체면(體面) (7)인쇄한 책장이나 종이장의 한 쪽, 또는 이것을 세는 단위(불완전 명사). 쪽. 페이지 (8)몇 개의 이(里)로 구성된, 군(郡)의 관할에 딸린 지방 행정 구역 단위의 하나. 종래 하급 보통 지방자치단체의 하나이었으나, 하급 보통 지방자치단체인 군의 단순한 행정 구역으로 되었음. 등의 뜻으로 ①낯, 얼굴 ②표정(表情), 얼굴빛 ③모양, 모습 ④겉, 표면 ⑤겉치레 ⑥탈, 가면(假面) ⑦앞, 면전 ⑧방면(方面), 쪽 ⑨평면 ⑩면(행정 구역 단위) ⑪면(물건의 세는 단위) ⑫밀가루 ⑬보릿가루 ⑭국수 ⑮만나다 ⑯대면하다 ⑰등지다, 외면하다 ⑱향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한 면의 관할 구역 안을 면내(面內), 얼굴에 있는 잔털이나 수염을 깎는 일을 면도(面刀), 대하여 보고 있는 앞을 면전(面前), 얼굴을 마주 대함을 면접(面接), 얼굴을 대하여 만나봄을 면회(面會), 면에 사는 주민을 면민(面民), 일정한 평면이나 구면의 크기를 면적(面積), 면담(面談)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눔을 얼굴을 서로 알고 있음을 면식(面識), 바로 그 사람앞에서 잘못을 책망함을 면책(面責), 얼굴을 마주하여 꾸짖거나 논박함을 면박(面駁), 물체의 상하나 전후 이외의 좌우의 면을 측면(側面), 물체의 뒤쪽에 있는 면을 이면(裏面), 어떠한 사실과 반대되거나 다른 방면을 반면(反面), 일이 되어 나가는 상태 또는 그 장면을 국면(局面), 밖으로 나타난 모양 또는 대면하기를 꺼려 얼굴을 다른 쪽으로 돌려 버림을 외면(外面), 어떤 범위의 전체를 전면(全面), 바깥 면이나 겉모양을 표면(表面), 어떤 지역이 있는 방향 또는 그 일대를 방면(方面), 얼굴을 씻음을 세면(洗面), 눈 코 입 등이 있는 머리의 앞쪽 또는 사람끼리 서로 아는 것을 안면(顔面), 일이 바로 눈앞에 닥침을 당면(當面), 얼굴 생김새가 밉살스러움을 이르는 말을 면목가증(面目可憎), 서로 얼굴을 통 모른다는 말을 면목부지(面目不知), 얼굴이 아주 새로워졌다는 말을 면목일신(面目一新), 벽을 향하고 아홉 해라는 말을 면벽구년(面壁九年), 얼굴빛이 흙빛과 같다는 말을 면여토색(面如土色), 겉으로는 순종하는 체하고 속으로는 딴 마음을 먹는다는 말을 면종복배(面從腹背) 등에 쓰인다.
▶ 目(눈 목)은 ❶상형문자로 사람의 눈의 모양이다. 처음엔 보통 눈과 같이 가로로 길게 썼는데 나중에 세로의 긴 자형(字形)으로 변한 것은 글이 세로 쓰기인 데 맞춘 것이다. ❷상형문자로 目자는 ‘눈’이나 ‘시력’, ‘안목’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目자는 사람 눈을 그린 것으로 갑골문에 나온 目자를 보면 사람의 눈과 눈동자가 잘 표현되어 있었다. 본래 目자는 가로로 쓰였었지만, 한자를 세워 쓰이는 방식이 적용되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目자는 눈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보다’나 ‘눈의 상태’, ‘눈’과 관련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그러나 眞(참 진)자나 鼎(솥 정)자처럼 솥을 생략할 때 目자가 쓰이는 예도 있으니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目(목)은 (1)예산(豫算) 편제 상의 단위의 하나. 항(項)의 아래 절(節)의 위 (2)생물 분류학(分類學) 상의 단위의 하나. 강(綱)과 과(科)의 가운데임 등의 뜻으로 ①눈(감각 기관) ②눈빛, 시력(視力) ③견해(見解), 안목(眼目) ④요점(要點) ⑤옹이, 그루터기(풀이나 나무 따위의 아랫동아리) ⑥제목(題目), 표제(標題) ⑦목록(目錄) ⑧조목(條目), 중요 항목 ⑨이름, 명칭(名稱) ⑩그물의 구멍, 눈 ⑪우두머리, 두목(頭目) ⑫품평(品評), 평정(評定) ⑬보다, 주시(注視)하다 ⑭일컫다, 지칭(指稱)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눈 안(眼)이다. 용례로는 직접 자기의 눈으로 봄을 목격(目擊), 안경낀 사람의 변한 말을 목사(目四),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실제적 대상으로 삼는 것을 목표(目標), 책 따위의 기사의 순서를 목차(目次), 눈 인사를 목례(目禮), 눈으로 셈함을 목산(目算), 눈으로만 가만히 웃는 웃음을 목소(目笑), 눈병을 고치는 데 쓰는 약을 목약(目藥), 오는 사람을 바라보고 맞음을 목영(目迎), 어떤 사물을 주의해서 봄을 주목(注目), 전에 비하여 딴판으로 학식 등이 부쩍 늘어서 눈을 비비고 다시 봄을 괄목(刮目), 공부할 지식 분야를 갈라놓은 것을 과목(科目), 낱낱의 조나 항을 항목(項目), 사물을 분별하는 견식을 안목(眼目), 서로 미워함을 반목(反目), 형식 상 표면에 내세우는 이름이나 구실을 명목(名目), 사람이나 사물이 어떠하다고 가리키어 정함을 지목(指目), 물품의 명목을 품목(品目), 좋지 못한 집단의 우두머리를 두목(頭目), 눈은 물건을 잘 보지만 자기의 눈 속은 보지 못한다는 말을 목단어자견(目短於自見), 고무래를 보고도 그것이 고무래 丁자인 줄 모른다는 말을 목불식정(目不識丁),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딱하거나 참혹한 상황을 이르는 말을 목불인견(目不忍見), 눈으로 책을 알지 못한다는 말을 목불지서(目不之書), 눈으로 부리고 기세로 부린다는 말을 목사기사(目使氣使), 눈으로 먹고 귀로 본다는 말을 목식이시(目食耳視), 눈초리가 다 찢어진다는 말을 목자진열(目眥盡裂),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의 일만 생각하는 계책이라는 말을 목전지계(目前之計)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