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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률이상 제47권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16. 짐승들[畜生部] ①
1) 길짐승들[雜獸畜生部]
(1) 사자(獅子)
① 사자가 원숭이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려 하다
과거 세상에 한 마리의 사자가 깊은 산 속의 굴에 있으면서 늘 생각하였다.
‘나는 온갖 짐승들의 왕이므로 나의 힘으로 모든 짐승들을 보살펴 줄 수 있다.’
그 산중에 두 마리의 원숭이가 함께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었다. 그 때 두 마리의 원숭이는 사자에게 물었다.
“왕께서 만약 모든 짐승들을 보호할 수 있으시다면 저희들은 지금 두 마리 새끼를 맡겨 놓고 딴 데로 가서 먹이를 찾고 싶습니다.”
사자가 이내 허락하였으므로 원숭이들은 두 마리의 새끼를 맡겨 놓고 떠나갔다. 이 때 산중에는 한 마리의 큰 수리가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이견(利見)이었다. 사자가 잠을 자고 있을 때 새끼 두 마리를 채 가지고 험한 데로 가 있자, 사자가 깨어나서 수리에게 말하였다.
나 이제 강력하게 청하노니
나를 위하여 그들을 놓아주라.
신용을 잃게 되어서
내가 부끄럽지 않게 하여라.
수리가 대답하였다.
나는 공중을 잘 날아다니므로
두려움 없이 너의 영역 지나간다.
만약 두 새끼를 보호하려 한다면
나를 위해 몸을 버려야 할 것이라.
사자는 또 말하였다.
나는 이제 두 새끼를 보호하기 위하여
몸 버리기를 마른 풀같이 하리.
몸을 지켜 준다 한 것이 거짓말이 되었으니
어떻게 알맞은 행위일 수 있겠느냐.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높은 곳에 올라가 그의 몸을 버리려고 하자, 수리가 다시 말하였다.
다른 이를 위하여 몸 버릴 수 있으면
위없는 즐거움을 받게 되리라.
그대에게 원숭이의 새끼들을 주리니
왕께서는 죽지 마소서.『대집경(大集經)』 제3권에 나온다.
② 사자에게는 열한 가지의 훌륭한 일이 있다
사자는 나면서부터 깊은 산 큰 골짜기에 살고 있었다. 뺨은 네모지고 뼈가 크며, 몸은 살쪄 뚱뚱하고 머리는 크며, 눈은 길고 눈썹은 높고 넓으며, 입과 코는 깊으면서 모가 나고, 이는 가지런하면서 날카로우며, 붉고 흰 혀를 빼면 두 귀 높이로 올라가고, 등뼈는 길면서 허리는 가늘며, 그의 배는 나타나지 아니하고 어금니는 여섯 개이며, 꼬리는 길고 갈기는 빛이 난다. 스스로 기력과 어금니와 발톱이 날카로움을 알고, 네 발을 땅에 걸터앉아 바위 구멍에 편히 머무르다가 꼬리를 떨치며 소리를 낸다. 만약 이와 같은 몸매[相]를 잘 갖추었다면 진짜 사자의 왕임을 알 것이다. 아침에 구멍에서 나와 얼굴을 찡그리며 하품을 하고 사방을 돌아보면서 소리를 내며 으르렁거리는 것은 열한 가지의 일 때문이다. 첫째 실은 사자가 아니면서 거짓 사자 노릇 하는 놈을 무너뜨리는 것이며, 둘째 자신의 힘을 시험하는 것이며, 셋째 머무르는 곳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며, 넷째 새끼들에게 있는 데를 알게 하는 것이며, 다섯째 무리들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며, 여섯째 잠자는 것들이 깨어날 수 있게 하는 것이며, 일곱째 모든 짐승들이 감히 함부로 굴지 못하게 하는 것이며, 여덟째 여러 동물들이 와서 의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며, 아홉째 큰 향상(香象)을 조복시키는 것이며, 열째 여러 자식들에게 알리는 것이며, 열한째 권속들을 장엄하는 것이다.
사자의 외침을 듣는 모든 동물들은, 물에 사는 것들은 깊이 잠기고, 육지로 다니는 것들은 구멍으로 숨으며, 높이 나는 것들은 떨어지고, 마구간 안의 향상(香象)은 쇠고리를 떨치다가 끊어지면 똥을 싸고 도망가는 것이 마치 야간(野干)과 같다. 비록 백천 년 동안 사자를 배우더라도 끝내 사자의 포효를 낼 수 없지만 만약 사자의 새끼라면 태어나서 세 살이 되자마자 으르렁거릴 수 있다.
향산(香山)에 어느 사자라도 지나가면, 나는 새와 달리는 짐승들이 자취가 끊어지고 엿보지도 않으므로 온갖 축생에서는 사자가 우두머리이다.『열반경(涅槃經)』 제25권에 나오며, 또 『대지론(大智論)』에도 나온다.
③ 사자가 코끼리를 먹다가 목에 걸려서 죽게 되었는데, 참새가 뽑아 주어 소생하게 되었으나 뒷날 마침내 은혜를 잊다
부처님께서는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용지보살(勇智菩薩)은 옛날 광명불(光明佛) 때에 사자였고, 나는 범지(梵志)로서 깨끗한 행을 닦고 있었다. 그 때는 아침이었다. 사자가 멈추어 서서 모든 감관(感官)을 곧추 세우고 있다가 몸을 떨치면서 크게 으르렁거리자, 내닫는 짐승들은 엎드려 머무르고 나는 것들은 떨어졌다. 그런 뒤에 일어나서 제 영토인 들판과 산과 진흙개펄을 다니며 짐승들을 찾다가 큰 코끼리 한 마리를 만났으므로 죽여서 그것을 먹었는데, 넓적다리뼈가 목에 걸렸다. 그 때 사자는 죽을 둥 살 둥 하면서 참새에게 말하였다.
‘내 몸의 뼈를 뽑아 내주라. 뒷날 만약 먹이를 얻게 되면 너에게 은혜를 갚으리라.’
참새가 그 말을 듣고 입으로 들어가 힘을 다하여 뼈를 뽑아 주자, 비로소 떠나갈 수 있게 되었다. 사자는 뒷날 먹이를 구하여 짐승들을 많이 죽였는데, 참새가 곁에 있으면서 적건 많건 은혜를 구했으나 사자는 갚지 않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이 때 사자는 이 게송으로써 참새에게 말하였다.
나는 백수(百獸)의 왕인 사자로서
죽이는 것을 가업(家業)으로 삼으며
살을 뜯어먹고 그 피를 마시면서
이로써 언제나 음식을 삼느니라.
너는 이미 나의 어금니에서
재난 벗어났었음을 헤아리지 않는구나.
내 입에서 나올 수 있었는데도
이 은혜를 어찌하여 잊었느냐.
그 때 참새는 다시 게송으로써 사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비록 이 작은 새이지마는
은혜 알면 죽음조차 아끼지 않는데
왕께서는 은혜를 생각지도 않고
능력 믿고 큰 소리만 치고 있구려.
만약 조금이라도 관용을 베풀어
적거나 많거나 간에 은혜를 보인다면
죽더라도 끝내 한이 없을 것이며
감히 비난하지 않을 것이오.
이 때 사자가 끝내 은혜를 갚지 않고 그를 버리며 떠나가므로 생각하였다.
‘나의 은혜가 매우 깊은데도 도리어 업신여기는구나. 이제 따라다니면서 반드시 너의 틈을 엿볼 것이며, 은혜를 갚지 아니하면 결코 다른 데는 가지도 않고 가는 데마다 끝까지 너를 쫓아다니리라.’
어느 날 사자가 다시 짐승들을 죽여서 마음껏 먹고 배가 부르자 잠을 자는데 두려워하는 바가 없었다. 이 때 그 참새가 사자에게 날아가서 이마 위에 서서는 있는 힘을 다하여 한쪽 눈을 쪼아 망그러뜨리자, 사자는 놀라 일어나서 좌우를 돌아보았으나 다른 짐승은 보이지 않고 참새만이 혼자 나무 위에 있는 것이 보이므로, 이 때에 사자는 참새에게 말하였다.
‘너 이제 무엇 때문에 나의 눈을 망그러뜨렸느냐?’
그 참새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중한 은혜를 갚을 줄 모르므로
이에 다시 해치려는 마음을 내었다.
이제 너의 한 눈을 놓아두었으니
이 은혜를 어찌하여 잊겠느냐.
너 비록 짐승 중의 왕이지마는
하는 짓이야말로 인정이 없구나.
이로부턴 저마다 그만두어서
다시는 인연 지어 상대하지 말자.
사자는 바로 지금의 용지보살이며. 그 때의 참새는 바로 지금의 목련이니라.”『보살영락경(菩薩瓔珞經)』 제9권에 나온다.
④ 사자의 두 새끼가 사냥꾼에게 죽게 되었으나 똑같이 장자의 집에 태어나서 도를 얻다
옛날 산중에 어느 두 비구가 고요한 데 있으면서 도를 행하다가 신통을 얻게 되었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사자 한 마리가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점차로 자라났다. 다니며 먹이를 찾으려고 새끼를 가져다 두 도인(道人)에게 맡기고 굴 주위에서 먹이를 구하다가 어떤 때는 닷새가 되어 한 번 돌아와 보기도 하는데, 도인을 가까이하며 따르고 있었다. 마침내 또 놔두고 갔었는데, 시간이 차츰차츰 오래 걸리게 되었다.
뒷날 도인들이 저마다 어디를 가서 없을 적에 사냥꾼이 그들을 보고 쏘려 하는데 달아나 숲으로 들어가므로 사냥꾼은 생각하였다.
‘이들은 자주자주 도인과는 서로 의지하며 따르니 도인의 옷을 입어야 잡을 수 있겠다.’
그리고 바위굴 속에 가사(袈娑)가 있었으므로 사냥꾼이 입고서 사자에게로 가자 사자들이 그가 도인이라 여겨 기뻐하면서 함께 나오므로, 사냥꾼은 때려 죽여서 그의 가죽을 벗겨 갖옷으로 만들어 팔았다.
도인이 갔다 돌아와 보니 사자 새끼들이 보이지 않아 찾았으나 없었으므로, 선정에 들어가서 관찰하고서야 사냥꾼에게 죽게 된 것을 알고 이내 신족(神足)으로 찾아가서 그것을 빼앗아 방석을 삼고서는 항상 마사주(摩娑呪)로 원을 하여서 해탈되게 하려 하였다. 오래지 않아 다시 좌선하면서 어느 갈래로 나아갔는가를 알아보았더니, 중앙의 나라 큰 장자의 집 쌍둥이 아들이 되어 있었다. 막 태 안으로 들어가서 그 어머니는 아직 모르고 있으므로, 도인은 물었다.
“장자가 애태우며 연연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집은 큰 부자이나, 다만 아들이 없습니다.”
도인은 그에게 말하였다.
“내가 아들이 있게 하겠습니다.”
장자는 크게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그렇게 하신다면 은혜를 받게 되겠습니다.”
도인은 말하였다.
“만약 아들을 낳으신다면, 무엇으로 은혜를 갚겠습니까?”
“자라나면 도인에게 드릴 터이니, 제자로 삼으소서.”
도인은 주원(呪願)하며 떠나갔다.
이로부터 마침내 임신이 된 것을 깨닫게 되었고, 뒷날 사내아이 둘을 낳았는데 꼭 하나같이 닮았었다. 해가 바뀌어서 여덟 살이 될 적에 다시 그의 집으로 가자 아이들과는 전생 인연이 있었으므로 저절로 좋아하며 공경하므로, 도인은 장자에게 말하였다.
“옛날의 약속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장자는 본래 서약을 깰 수 없어서 이내 두 아이를 도인에게 드렸다. 도인은 데리고 가서 사미(沙彌)를 만들었으며, 정진한 지 오래지 않아서 모두 도를 얻었다. 또한 항상 가죽 위에 앉아 함께 좌선을 하며 이 가죽의 혼신이 난 곳을 관(觀)하였더니, 곧 그것이 자기들 몸의 옛 가죽임을 알게 되었고, 차츰차츰 서로 비추어 보다가 다 함께 스승들의 앞으로 와서 발에 예배하고 감사하며 말하였다.
“실로 큰 은혜를 받았사옵니다.”『비유경(譬喩經)』 제5권에 나온다.
⑤ 사자의 왕이 우물에 빠졌다가 야간(野干)에게 구제를 받다
지나간 세상이었다. 가까운 설산(雪山) 아래에 짐승의 왕인 사자가 있었으며 그는 5백 마리 사자의 우두머리였다. 이 사자왕(獅子王)이 뒷날 늙고 병들자 눈까지 어두웠으므로, 여러 사자들 앞에서 가다가 빈 우물 속으로 떨어졌으나 5백 마리의 사자들은 모두가 버리고 떠나가 버렸다.
그 때 어느 한 마리 야간(野干)이 사자 왕을 보고 생각하였다.
‘내가 이 숲에서 안락하게 살며 고기를 배부르게 먹는 까닭도 사자 왕 덕분이다. 이제 위급한 곳에 떨어졌으니 어떻게든 갚아야 하지 않을까.’
때마침 이 우물 곁에 도랑물이 흐르고 있었으므로 야간은 말하였다.
“물을 우물 속으로 끌어들이십시오.”
그리하여 물이 우물 속에 들어가 차게 되자 사자는 밖으로 나왔다.
그 때 이 숲의 신[林神]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록 자신은 굳세고 강하였으나
약한 이와 벗이 되어야 했구나.
작은 야간은 사자의 왕이
우물에 빠진 것을 구제해 내었구나.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자의 왕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5백 마리의 사자는 바로 지금의 비구들이며, 야간은 바로 지금의 아난이니라.”『십송률잡송(十誦律雜誦)』 제1권에 나온다.
⑥ 사자와 범은 사이좋은 벗이었는데 야간이 이간질을 하였으므로 몸을 찢어서 죽이다
지나간 세상에 설산(雪山) 아래에 두 마리의 짐승이 있었다. 한 마리는 호모(好毛)라는 사자였고, 또 한 마리는 호아(好牙)라는 범이었는데, 서로 사이좋은 벗이 되어서 눈을 감고 서로가 핥기까지 하였다. 이 두 짐승은 언제나 부드럽고 좋은 살코기를 먹고 있었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이간질을 잘하는 야간이 있었는데, 생각하기를 ‘나는 두 짐승 곁으로 가서 말하리라’고 하고, 가서 말하였다.
“저는 당신들과 세 번째의 벗이 되었으면 하는데, 당신들께서는 제가 들어감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사자와 범은 말하였다.
“뜻대로 해라.”
그리하여 야간은 두 짐승이 먹다 남은 고기를 먹었으므로 몸이 살찌고 커졌는데, 생각하였다.
‘이 호모라는 사자와 호아라는 범은 서로 사이좋은 벗이라 서로가 친하고 사랑하면서 눈을 감고 서로가 핥기까지 하며 항상 좋은 고기만을 먹는다. 그러다가 얻지 못하게 되면 반드시 나를 먹게 되리라. 내가 먼저 방편을 써서 그들의 마음이 벌어지게 하리라.’
그리하여 사자에게 말하였다.
“범이 당신 사자에게 나쁜 마음이 있습디다. ‘먹이로 먹게 되는 것은 모두가 이는 나의 힘이다’고 하였습니다.”
사자는 말하였다.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겠느냐?”
야간은 대답하였다.
“범이 내일 당신을 볼 때에 눈을 감고 당신의 털을 핥으면 나쁜 조짐인 줄 아셔야 하시리다.”
그리고 범에게로 가서 말하였다.
“사자는 당신에게 나쁜 마음을 가지고 말합디다. ‘먹게 되는 먹이들은 모두가 이는 나의 힘 때문이다’고 하였습니다.”
범은 말하였다.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겠느냐?”
대답하였다.
“내일 당신을 볼 때에 눈을 감고 당신의 털을 핥으면 나쁜 조짐인 줄 아셔야 하리다.”
이 둘의 벗 가운데서 범은 두렵다는 생각을 내며, 그 때문에 먼저 사자에게로 가서 말하였다.
“자네는 나에게 나쁜 마음을 가졌는가?”
사자는 말하였다.
“누가 그런 말을 하던가?”
대답하였다.
“야간이 그랬네.”
호모는 다시 물었다.
“자네도 나에게 나쁜 마음을 가졌던가?”
범은 말하였다.
“아닐세.”
범은 사자에게 말하였다.
“자네가 만약 그런 나쁜 말을 하였었다면, 서로 사이좋은 벗이 될 수 없겠네.”
호모는 말하였다.
“바로 그 야간이 그런 말을 했었구나. 어떻게 우리와 함께 머무르기를 좋아하지 아니할까?”
이내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약 이런 나쁜 말을 믿는다 하면
빨리 이별하고 떠나야 되며,
그런 근심 걱정 품고 있으면
성냄과 원한이 마음에서 안 떠나리.
사이좋은 벗이라면
남의 말로써 힐난하지 않으며
제거하고자 하는 이를 믿지 않나니.
다른 이를 믿으며 이별하게 된다면
그에게 먹히게 되리.
이간질하는 놈 믿지 아니하고
도리어 서로 화합하여서
마음속 생각을 서로에게 말하며
마음이 깨끗하고 말이 부드러우면서
마땅히 사이좋은 벗이 되어야 하네.
화합은 마치 물과 젖 같은데
지금의 이 못된 작은 벌레가
나면서부터 천성이 절로 나빠서
머리는 하나에 혀는 둘이 돋쳤구나.
범과 사자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 함께 야간을 붙잡고 두 갈래로 찢어 버렸다.『십송률(十誦律)』 「이송제삼분(二誦第三分)」에 나오며, 또 「사분제구분(四分第九分)」의 글과도 같으며, 『미사색률(彌沙塞律)』 제6권에도 나오며, 또 『야간양설경(野干兩舌經)』에도 나오는데 대략 같다.
⑦ 사자 등 열두 가지 짐승이 차례로 교화를 시키다
염부제(閻浮提) 밖의 동쪽 바다 안에 유리산(琉璃山)이 있는데, 그 이름은 조(潮)라 하였다. 높이는 20유순(由旬)이며, 갖가지의 보배가 갖추어져 있었다. 그 산에는 종종색(種種色)이라는 굴이 있으며, 이곳은 옛날에 보살이 살았던 곳으로 세로와 너비는 1유순이요, 높이는 6유순이었다. 한 마리의 독사가 그 안에 살고 있었으며, 성문의 자비[聲聞慈]를 닦았다.
또 무사(無死)라는 하나의 굴이 있었으며, 높이와 너비 또한 그러하였다. 이도 옛날 보살이 살던 곳이었는데, 그 안에 한 마리의 말이 있으면서 성문의 자비를 닦았다. 또 선주(善住)라는 하나의 굴이 있었으며, 높이와 너비 또한 그러하였다. 옛날에 보살이 그 안에 살았었는데, 한 마리의 양이 있으면서 성문의 자비를 닦았다. 그 산에는 무승(無勝)이라는 수신(樹神)과 선행(善行)이라는 나찰녀(羅刹女)가 있어서 저마다 5백의 권속들에게 에워싸여 있었는데, 이 두 여인은 언제나 함께 이 세 짐승에게 공양하였다.
염부제 밖의 남쪽 바다 안에 파리산(頗梨山)이 있었으며, 높이는 20유순이었다. 상색(上色)이라는 굴이 있었으며, 세로와 너비와 높고 낮음이 또한 같았다. 역시 보살이 옛날에 살던 곳이었는데, 한 마리의 원숭이가 성문의 자비를 닦고 있었다.
다시 구서원(口誓願)이라는 굴이 있었으며, 높이와 너비 또한 그러하였다. 옛날에 보살이 그 안에 살았었는데, 한 마리의 닭이 성문의 자비를 닦고 있었다. 다시 법림(法林)이라는 하나의 굴이 있었으며, 높이와 너비 또한 그러하였다. 옛날에 보살이 그 안에 살았었는데, 한 마리의 개가 성문의 자비를 닦고 있었다. 그 안에는 화신(火神)과 안견(眼見)이라는 나찰녀가 있어서 각자 5백의 권속들에게 에워싸여 있었는데, 이 두 여인은 언제나 함께 이 셋의 새와 짐승에게 공양하였다.
염부제 밖의 서쪽 바다 안에 보리월(菩提月)이라는 한 은산(銀山)이 있었으며, 높이는 20유순이었다. 그 안에 금강(金剛)이라는 하나의 굴이 있었으며, 높이와 너비는 또한 그러하였다. 옛날에 보살이 그 안에 살았었는데, 한 마리의 돼지가 성문의 자비를 닦고 있었다. 다시 향공덕(香功德)이라는 하나의 굴이 있었으며, 높이와 너비는 또한 그러하였다. 옛날에 보살이 그 안에 살았었는데, 한 마리의 쥐가 성문의 자비를 닦고 있었다.
다시 고공덕(高功德)이라는 하나의 굴이 있었으며, 높이와 너비 또한 그러하였다. 옛날에 보살이 그 안에 살았었는데, 한 마리의 소가 성문의 자비를 닦고 있었다. 그 산에는 동풍(東風)이라는 풍신(風神)과 무호(無護)라는 나찰녀가 있어서 저마다 5백의 권속들에게 에워싸여 있었는데, 이 두 여인은 언제나 함께 이 세 짐승에게 공양하였다.
염부제 밖의 북쪽 바다 안에 공덕상(功德相)이라는 한 금산(金山)이 있었으며, 높이는 20유순이었다. 그 안에 명성(明星)이라는 하나의 굴이 있었으며, 너비는 1유순이요 높이는 6유순이었다. 옛날에 보살이 그 안에 살았었는데, 한 마리의 사자가 성문의 자비를 닦고 있었다. 다시 정도(淨道)라는 하나의 굴이 있었으며, 높이와 너비는 또한 그러하였다. 옛날에 보살이 그 안에 살았었는데, 한 마리의 토끼가 성문의 자비를 닦고 있었다. 다시 희락(喜樂)이라는 하나의 굴이 있었으며, 높이와 너비 또한 그러하였다. 옛날에 보살이 그 안에 살았었는데, 한 마리의 용이 성문의 자비를 닦고 있었다.
그 산에는 수천(水天)이라는 수신(水神)과 수참괴(修慙愧)라는 나찰녀가 있어서 각자 5백의 권속이 있었는데, 이 두 여인은 언제나 함께 이 세 짐승에게 공양하였다. 이 열두 짐승들은 밤낮 언제나 염부제 안을 다녔으므로 사람과 하늘이 공경하였으며, 공덕이 성취된 뒤에는 모든 부처님께 깊고 중한 서원을 세웠다.
“하루 낮 하룻밤을 언제나 한 짐승이 두루 다니면서 교화하게 하고, 그 밖의 열한 마리 짐승은 편안히 머무르면서 자비를 닦게 하되, 다 돌고 나면 다시 되풀이하게 하소서.”
7월 1일에는 쥐가 처음 여기저기 다니면서 성문승(聲聞乘)으로서 온갖 쥐 중생을 교화하여 나쁜 업[惡業]을 떠나고 부지런히 착한 일을 닦게 하였다. 이렇게 차례대로 하여 열사흘째가 되면 쥐가 다시 돌아다녔으며, 이렇게 하여 열두 달이 다하고, 12년이 되기까지 역시 그와 같이 하였다.
그 때문에 이 국토에는 공덕이 많이 있었고, 짐승에 이르기까지 역시 잘 교화되었으므로, 다른 지방 보살들이 언제나 이 부처님 세계를 공경하여야 하였었다.
만약 어떤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 중에서 이 열 짐승을 보려고 하거나, 큰 지혜와 큰 선정과 큰 신통력을 얻고자 하고, 온갖 전적(典籍)을 받고자 하고, 착한 법을 더하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이 사람은 흰 흙으로 세로와 너비 일곱 자에 높이 열두 자의 산을 만들어서 갖가지 향으로 바르고 금박(金薄)으로 사변 둘레에 스무 자를 쌓고 흩어졌던 첨바화(瞻婆華)를 구리 그릇에다 담고 여러 가지 과일즙과 쌀 즙을 사면에다 두고서 깨끗하게 계율을 지녀 날마다 세 번씩 목욕하고 3보(寶)를 공경히 믿으며 산에서 세 길[丈] 떨어진 정동(正東)에 서서 이와 같은 주문(呪文)을 열닷새 동안 외우며 산 위에서 초승달의 모양을 보아야 한다.
그 때에야 열두 짐승들을 알아보게 되며, 본 뒤에는 소원이 뜻대로 되어 즉시 얻게 된다. 고행(苦行)을 잘 닦고 행하여야 얻게 된다. 이 열두 짐승인 모든 보살들을 눈으로 보게 되면, 혹은 하늘의 형상이 되기도 하고, 혹은 귀신 형상, 날짐승 형상, 길짐승 형상이 되기도 하여 염부제를 노닐면서 이러한 갖가지 중생들을 교화하게 된다. 만약 사람과 하늘이 되어 중생을 조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축생이 되어서 중생을 조복한다는 것은 이야말로 어려운 것이다.『대집경(大集經)』 제24권에 나온다.
(2) 코끼리[象]
① 코끼리 왕이 부처님께 공양하다
부처님께서는 혼자 다니시며 고요한 데를 찾으시다가 교살라국(憍薩羅國) 파리라야(波利羅耶)의 사라숲[娑羅林] 보배나무 아래로 가서 머무셨다. 때마침 5백 마리의 코끼리 떼가 있었다. 코끼리가 다닐 때 코끼리 왕은 늘 뒤에 있으면서 흐린 물과 남은 풀을 먹었는데 그 무리들에 싫증이 나서 혼자 나무 아래로 오다가 멀리서 부처님을 보았다. 코로 풀을 뽑아 땅을 밟아서 평평하게 하고 코로 물을 담아다 먼지에 뿌리고는 풀을 깔아 자리를 만들고서 무릎을 꿇고 부처님을 청하여 앉으시게 하면서 석 달 동안 공양하려 하므로 부처님께서는 코끼리의 뜻을 아시고 이내 그의 청을 수락하시면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홀로 착하고 근심이 없는 것이
마치 빈 들판의 코끼리와 같구나.
계율을 즐기며 행(行)을 배우니
어찌하여 벗들이 필요하겠느냐.
그 때 코끼리 왕은 좋은 연뿌리를 가져다 깨끗이 씻어서 세존께 드렸으며, 이와 같이 하기를 석 달 동안 하였다.『승기율(僧祇律)』 제11권에 나온다.
② 선주(善住)라는 코끼리 왕이 전륜왕의 보배[轉輪王寶]가 되다
선주(善住)라는 한 코끼리 왕이 있었다. 몸은 순백색이고 일곱 군데가 평평하였으며, 날아다닐 정도로 힘이 있었고, 머리는 붉으며, 몸의 털은 여러 가지 색이었고, 여섯 어금니는 가늘고도 곧았다. 왕은 8천의 코끼리를 무리로 삼고, 향산(香山)의 사라나무[娑羅樹] 아래에 머무르고 있었다.
사라나무에는 8천 개의 목욕하는 곳이 있었으며, 세로와 너비는 60유순이었다. 그 물은 맑고 시원하며 7보로 된 해자가 있었고, 다섯 가지 색의 여러 가지 꽃이 못 안에 간간이 모여 있었다. 코끼리 왕이 못으로 들어가려고 생각하자, 8천의 코끼리들도 따라서 왔다. 일산과 부채를 가진 놈도 있고, 찬미하며 앞에서 인도하는 놈도 있고, 혹은 코끼리 왕의 꼬리, 등, 넓적다리 또는 발을 씻는 놈도 있고, 꽃 뿌리를 뽑아다 왕의 먹이로 주는 놈도 있고, 꽃을 따다 왕 위에 흩뿌리는 놈도 있었다. 8천의 코끼리들 역시 목욕하고 함께 즐기면서 똥이며 오줌을 쌌으므로, 모든 야차 귀신[夜叉鬼]들은 산숲 밖으로 이동하였다.『십송률(十誦律)』에서는 “아뇩달지에 선주(善住)라는 코끼리 왕의 궁전이 있다”고 하며,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에서는 “향적산(香積山) 옆에 8만 4천마리의 흰 코끼리가 있다”고 한다.
석제환인(釋提桓因)이 타는 최하의 코끼리를 전륜성왕(轉輪聖王)이 타게 되었는데, 상보(象寶)라고 하였다. 금벽산 안에는 8만의 바위굴이 있으며, 8만의 코끼리들이 그 안에서 쉬었는데, 몸빛은 순전히 백색이며, 머리에는 여러 가지 색이 있으며, 입에는 큰 어금니가 있고, 이빨 사이는 금으로 매워져 있다.『장아함경(長阿含經)』 제18권에 있으며, 또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에서도 나온다.
③ 코끼리 새끼가 태어나자마자 어미를 잃고 선인(仙人)에게 길러졌다
“오랜 옛적에 고요히 살던 한 마리의 코끼리가 새끼 한 마리를 낳았는데, 낳은 지 오래지 않아서 그 어미가 죽어 버렸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선인이 살고 있었다. 그는 거룩한 신력이 있고 공덕을 완전히 갖추었으며 대비의 마음이 있었다. 멀리서 코끼리 새끼를 보니 그 어미는 죽었고 겨우 발을 들 수 있을 뿐 이리저리 다니면서 스스로 살아갈 수 없겠으므로, 즉시 부축하여 사는 데로 돌아와서 물이며 열매를 먹였다. 그 때 코끼리 새끼는 어질고 온화하고 착하며 공덕이 아름답고 의리를 좋아했으며, 이미 안온을 얻게 되자 근심이 없었다. 이 때에 선인은 눕고 일어나는 처소까지도 같이하였다. 코끼리는 점차로 자라면서 털은 선명해지고 윤택해졌으며, 그는 물과 미음으로 선인에게 공양하고 또 좋은 나무와 풀, 열매를 드렸으며, 그런 뒤에야 자신은 먹었다. 선인은 가엾이 여기면서도 그의 덕행을 보고 마치 아들처럼 사랑하였고, 그를 보면서 싫어하지 않았다.
이 때 제석천은 생각하였다.
‘지금 이 선인은 코끼리 새끼에만 마음이 있어서 믿고 생각하며 싫증낼 줄 모르는구나. 이제 내가 차라리 떼놓아서 근심이 되게 해야겠다.’
그 때에 제석은 시현(示現)으로 시험삼아 코끼리 새끼가 갑자기 죽어서 피가 흘러내리게 하자, 선인은 코끼리 새끼가 죽은 것을 보고 괴로워하며 울고 있으므로 딴 선인들이 듣고 와서 그를 달랬으나 근심을 덜지 못하였다. 이 때 제석천이 허공에 서서 선인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고 코끼리 새끼를 살아나게 하자 선인은 크게 기뻐하였다.
선인이란 바로 지금의 화상의 몸이요, 코끼리 새끼는 바로 지금의 제자이며, 제석천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니라.”『불설제자과명경(佛說弟子過命經)』에 나온다.
④ 코끼리와 원숭이와 사막꿩이 서로 공경하다
“과거 세상 때에 셋의 사이좋은 벗이 있었으니, 코끼리와 원숭이와 사막꿩[鵽鳥]이었느니라.『승기율(僧祇律)』 제27권에서는 “지금의 전다조(巓多鳥)를 말한다”고 한다. 하나의 나구율(尼拘律)나무에 의지하여 살면서 서로 말하였다.
‘이미 같이 이 나무에 의지하게 되었으니 서로가 공경하여야 되오.’
원숭이와 사막꿩이 함께 코끼리에게 물었다.
‘당신은 멀고 가까운 옛 일을 기억하십니까?’
코끼리가 말하였다.
‘내가 기억하건대, 어릴 적에 이 나무를 돌았더니 다하여 나의 배와 똑같았습니다.’
코끼리와 사막꿩이 원숭이에게 묻자, 원숭이는 대답하였다.
‘나는 기억하건대, 어릴 적에는 이 나무를 손과 머리로 들었습니다.’『승기율(僧祇律)』에서는 “이 나무 위에 오줌을 쌌다”고 한다.
그러자 코끼리는 원숭이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난 해가 나보다 앞이구려.’
그리고 나서 코끼리는 원숭이와 함께 사막꿩에게 묻자, 사막꿩은 말하였다.
‘나는 기억하건대, 설산의 오른쪽에 큰 니구율 나무가 있었습니다. 내가 그 열매와 씨를 먹고 여기로 와서 똥을 누었더니 점차로 이 나무가 났습니다.’
그러자 함께 서로가 말하였다.
‘사막꿩이 난 해가 더 앞이로구나.’
그리고 코끼리는 원숭이를 그의 머리 위에다 놓고, 원숭이는 사막꿩을 그의 어깨 위에다 놓고는 함께 인간을 유람하면서 마을로부터 마을로 읍(邑)에서 읍으로 다니며 언제나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약 사람이 법(法)을 능히 품는다면
반드시 어른과 늙은이를 공경하라.
현세에선 명예가 있게 되고
내세에는 착한 길[善道]에 나리라.
이 때 사막꿩이 이런 법을 해설하자 사람들은 모두가 그 법의 가르침을 따라 유포시켰다.
너희들은 나의 법 안에 출가하였으니 서로가 공경하여야 하며 이렇게 되어야 부처님 법이 유포된다. 이로부터는 연상과 연하에 따라 공경하고 예배하고 영접하고 문안할 것을 허락하느니라.”
이 때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모든 비구는 연상과 연하의 차례로 공경하고 예배하였다.『사분율(四分律)』 「사분(四分)」 제3권에 나오며, 또 『십송률(十誦律)』 「칠법(七法)」 제6권에도 나온다.
(3) 말[馬]
① 바라혜(婆羅醯)라는 말의 왕이 전륜왕의 보배[轉輪王寶]가 되다
말의 왕의 이름은 바라혜(婆羅醯)였으며, 궁전은 대해주(大海州) 안의 명월산(明月山)에 있었다. 8천 마리의 무리가 있었으며, 만약 전륜성왕이 세간에 출현하게 되면 가장 작은 말을 가져다 마보(馬寶)로 삼아서 왕의 탈것으로 준다.『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에 나온다.
(4) 소[牛]
① 큰 소가 팔리자 도망쳐서 여래에게 왔으므로 부처님께서 전생 인연을 말씀하시자 죽어서 하늘에 가 나다
어느 먼 지방의 백성이 살찌고 힘이 센 큰 소 한 마리를 몰고 와서 사위성(舍衛城) 사람에게 팔았는데, 성의 사람은 소를 사서는 죽이려고 하였다. 성문 안에 있으면서 부처님을 만나게 되자, 소는 멀리서 부처님을 보고 슬퍼하는 한편 기뻐하면서 쇠고리를 끊고 달아났는데, 사람들은 제지하지 못하였다. 곧장 여래에게로 와서 두 다리를 꿇고 슬피 울며 눈물을 흘리면서 말을 하였다.
“큰 성인은 만나기 어려워서 억(億) 세상 때라야 계시게 됩니다. 큰 자비를 드리우셔서 한 번 구제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매우 좋도다. 오랜 옛적에 전륜왕이 있었다. 사천하(四天下)의 왕이요, 천의 아들과 7보(寶)가 있었고, 바른 법으로 다스렸으므로 백성들은 편안하였다. 또 네 가지 덕(德)이 있었다. 백성 보기를 아들처럼 여겼고, 백성은 아버지처럼 받들었으며, 사문과 범지, 장자와 백성들은 병든 일이 없었고, 사역(四域)에 덕을 베풀었으므로 시방(十方)에까지 사무쳤다.
왕은 나가서 사방을 유람하고 궁중으로 돌아오다가 오래전부터 사귀던 벗이 빚진 사람에게 잡혀서 ‘50냥(兩)의 돈을 빚졌으니, 나무에다 묶어서 놓아두라’고 하는 것을 보았는데, 왕의 7보(寶)와 시종들이 멈추며 나아가지 않으니 그 까닭을 괴이하게 여기면서 말하였다.
‘풀어 주어 가게 하라. 배(倍)로 그대에게 백 냥(兩)을 주리라.’
그러자 이내 풀어 주었으므로 집으로 돌아갔고, 그 사람은 자주자주 왕궁 문으로 나아가서 돈을 요구하였으나 주지 않았으며, 빚진 이는 벌써 피하여서 있는 곳조차 모르게 되었다.
마침내 나고 죽고 하면서 수없는 겁(劫) 동안을 돌며 오갔으나 진 빚을 금생까지 갚지 않았으므로 이 소로 떨어졌고, 빚진 이에게 팔린 것이 수천 냥의 돈이었다.
그 때의 전륜왕이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그 빚진 이가 바로 지금의 소인데 나는 성왕이었을 적에 그를 보증하여 갚게 되었으나 끝내 그에게 주지 않았기 때문에 와서 구제를 바라는 것이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소 주인에게 말씀하셨다.
“내 너를 위하여 탁발하여서 배(倍)로 소 값을 배상하겠느니라.”
소 주인은 따르려 하지 않고 소를 찾고자 하였으므로, 부처님께서는 또 거듭 말씀하셨다.
“내가 소 몸의 근량(斤兩)과 경중(輕重)에 알맞게 많은 돈을 주겠느니라.”
그러나 주려 하지 않으므로 그 때에 제석과 범천들이 다 함께 내려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천억 냥(兩)을 저희들이 주겠습니다.”
그리하여 소를 데리고 기원(祇洹) 안으로 왔다. 7일 만에 목숨이 다하고 홀연히 천상에 가 나서 저절로 기억하여 알고는 부처님의 공덕을 생각하며 인간 세상으로 돌아와서 꽃을 흩뿌리고 공양하며 부처님의 은덕을 갚자, 부처님께서 그를 위하여 경을 말씀하시니, 이내 불퇴지(不退地)에 서고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고서는 천상으로 돌아갔다.『출생경(出生經)』 제4권에 나온다.
② 물소[水牛]의 왕이 원숭이의 모욕을 참다
과거 세상에 기이한 벌판이 있었다. 물소의 왕이 그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유람하고 다니며 풀을 먹기도 하고 샘물을 마시기도 하였다. 그 때 물소의 왕은 여러 권속들과 함께 있었는데 무엇이 오거나 모이는 일이 있으면 홀로 그들 앞에 나섰으며, 얼굴 모습은 아름답고 위신이 높았으며, 이름과 덕이 뛰어나고 욕(辱)을 참고 온화하였으며, 행동거지가 의젓하였다.
어느 한 마리의 원숭이가 길가에 있다가 물소의 왕이 권속들과 함께 있음을 보고 분을 품고 질투를 일으키면서 이내 먼지를 날리고 기와와 돌들을 세차게 던지면서 업신여기며 헐뜯고 하였으나, 물소는 잠자코 그를 감수하며 보복하지 않았다. 그 물소 왕이 지나간 지 오래지 않아 다시 한 떼의 물소 왕이 뒤를 따라 왔다. 원숭이는 그들을 보고도 욕설과 먼지를 날리며 때리고 던지고 하였으나 그들도 앞의 물소 왕이 잠자코 앙갚음하지 않은 것을 보고 그들을 본받아 욕을 참고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들 권속들이 지나간 지 오래지 않아 물소 송아지 한 마리가 뒤에서 오며 소 떼들을 따라가고 있었는데, 이 때도 원숭이는 그를 따라가며 욕설을 퍼붓고 헐뜯고 업신여겼다. 송아지는 한스러워하며 기뻐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의 무리들이 모욕을 참고 원망하지 않는 것을 보고 역시 배우며 본받았다. 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꽉 들어찬 숲이 있었다. 때마침 수신(樹神)이 그 사이를 노닐고 있다가 물소 왕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무엇 때문에 이 원숭이가 함부로 욕하고 꾸짖는 것을 보면서도 모욕을 참고 침묵하며 응하지 않는가?”
그러자 물소가 대답하였다.
그는 경솔하여 나를 모욕했으므로
또 사람들에게도 그런 짓을 할 것이니
그 사람은 당연히 앙갚음을 하리라.
그제서야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오.
여러 물소들이 지나가고 오래지 않아서 여러 범지(梵志)의 대중과 선인(仙人)들이 길을 따라 왔다. 그 때에 그 원숭이는 또다시 헐뜯고 욕하였으므로, 여러 범지들은 즉시 붙잡아서 발로 밟아 죽여 버렸다. 이 때 수신은 이내 게송으로 말하였다.
죄악은 썩거나 없어지지 않고
재앙은 성숙하여 환난을 만나는구나.
죄악이 이제 이미 가득히 찼고
모든 재앙은 문드러지거나 무너지지 않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물소 왕은 바로 지금의 나이니라. 보살이었을 적에 죄에 떨어져서 물소들의 왕이 되었으나 언제나 인욕을 행하고 4등심(等心)인 자(慈)ㆍ비(悲)ㆍ희(喜)ㆍ호(護)를 닦았으므로 스스로 부처가 될 수 있었느니라.”『생경(生經)』 제4권에 나온다.
③ 두 마리의 소가 뿔 힘으로 짐을 끌다
과거에 어떤 사람에게 검은 소 한 마리가 있었다. 또 다른 한 마리의 소를 가진 주인이 재물 때문에 외쳤다.
“누구의 소가 나의 소를 이기겠느냐? 만약 이기면 내가 재물을 줄 것이요, 만약 지면 나에게 재물을 달라.”
그 때 검은 소의 주인이 대답하였다.
“좋소, 그렇게 하십시다.”
그리하여 무거운 짐을 싣고 소를 수레의 왼편에 매었는데 서로가 가볍다고 했다.
“뿔이 굽은 검은 소야!”
주인이 외치면서 지팡이로 때리며 수레를 끌자 소는 그 말을 듣고 이내 안색과 힘을 잃고 무거운 것을 끌어 비탈을 올라갈 수 없었다. 이 때 검은 소의 주인은 재물을 많이 주게 되었다. 재물을 얻은 이 사람은 뒷날 다시 내기를 걸었다. 검은 소가 그 소리를 듣고 이내 그 주인에게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십시오.”
주인은 말하였다.
“그럴 수 없다. 왜냐 하면 못된 너 때문에 나의 재물을 많이 잃었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한다 하면 나의 재물을 모조리 주게 되리라.”
소가 주인에게 말하였다.
“먼저는 대중 앞에서 나의 모양을 업신여기셨습니다. 나쁜 이름을 들었기 때문에 이내 안색과 힘을 잃었었습니다. 그 때문에 무거운 것을 끌고 비탈을 올라갈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주인께서 나쁜 말씀을 하지 마십시오. 남 앞에 있을 때에는 저에게 말씀하시기를, ‘좋고도 검은 큰 소야, 나면서부터 좋고 길(吉)하였으며 뿔이 넓으면서도 곧구나’라고 하십시오.”
주인은 소의 말을 수락하였다. 이내 씻고 닦고 바르고 뿔에는 좋은 꽃다발을 걸고 수레를 오른편에 매고서 부드럽고도 사랑하는 말로 외쳤다.
“매우 좋은 검은 소로다. 뿔도 넓고 힘도 세구나.”
주인은 수레를 끌고 움직였다. 소는 이 부드럽고도 사랑하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이내 안색과 힘을 얻어서 무거운 것을 끌고 비탈을 올라갔다.
이 때 검은 소의 주인은 전에 잃었던 물건보다 두서너 배(倍)를 더 얻게 되었다. 소의 주인은 큰 이익을 얻게 되자, 이내 게송으로 말하였다.
무거운 짐을 실었기에 깊은 자국 파였으나
나의 말을 따라 잘도 갔구나.
그러므로 부드러운 말을 해야 하고
나쁜 말을 해서는 안 되느니라.
부드러운 말에 안색과 힘이 나서
이 소는 무거운 것도 잘 끌었기에
나는 큰 재물을 얻게 되었으니
몸과 마음이 기쁘고도 즐겁구나.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축생조차 형상에 관한 말을 듣고 오히려 안색과 힘을 잃는데, 하물며 사람이겠느냐.”『십송률(十誦律)』 「이송(二誦)」 제3권에 나오며, 또 『사분율(四分律)』 「초분(初分)」 제7권에도 나오는데 대략 같다.
④ 가라월(迦羅越)의 소가 전생 몸으로 1천 전(錢)을 빚졌다가 세 번을 소가 되어서도 마치지 못했음을 스스로가 말하다
옛날에 큰 가라월(迦羅越)이 돈놀이를 하였었다. 어떤 두 사람이 돈을 1만(萬)을 꾸어 쓰고 때가 되자 그 돈을 반환하였다. 뒷날 두 사람은 서로가 말하였다.
“우리들은 각기 다시 10만을 꾸어 쓰고 뒤에는 반환하지 말자.”
어떤 소가 울타리 속에 매여 있다가 두 사람에게 말하였다.
“나는 전생에 주인에게 1천 전의 빚을 지고 빚을 갚지 않았기 때문에 세 번을 소가 되었으면서도 아직도 마치지 못하였는데 당신들은 10만씩을 가져가려 하니 그 죄야말로 마칠 때가 없겠구려.”
두 사람은 괴이하게 여기다가 마침 날이 새서 주인이 나오자 두 사람이 소의 말을 하였더니, 주인은 이내 무리들 속에다 놓아주며 다시는 데려다 쓰지 않으면서 주원(呪願)하였다.
“이 소는 지금으로부터 다시는 이런 축생의 몸을 받지 말게 하시고, 만약 남은 돈이 있으면 한 번 그것을 보시하게 하소서.”
소는 뒤에 죽어서 사람으로 태어나게 되었다.『비유경(譬喩經)』에 나온다.
(5) 당나귀[驢]
① 어떤 당나귀가 수레를 끌며 날마다 5백 리(里)를 다니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당나귀로 수레를 끌게 하며 날마다 수백 리(里)를 다녔는데, 그의 아우에게 말하였다.
“당나귀를 놓아주어 다시는 당나귀와 만나지 않게 하라.”
아우는 괴이하게 여겨 스스로 생각하다 말하였다.
“지혜로운 이도 서로 맞으면 기뻐하고 아첨하는 이도 마음이 맞으면 역시 기뻐하는데, 짐승도 서로 마음이 맞으면 기뻐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러면서 아우는 당나귀를 놓아주고는 일부러 서로가 만날 수 있게 하였는데, 목이 메여 울지도 않고 서로가 헐떡거릴 뿐 먹기조차 않았다. 형이 뒤에 수레를 차리자 당나귀가 문득 누우며 가려 하지 않으므로, 형은 몹시 성을 내며 그의 털과 귀를 끊어 버렸다. 당나귀는 고통을 당하자 다시 먼저대로 가면서 주인에게 말하였다.
“당신의 아우가 나를 놓아준 뒤로 나쁜 벗을 만났었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어째서 그리 살쪘느냐?’
그러자 대답하였습니다.
‘옹기장이에게 가서 그 변두리 흙을 실어 날랐었다. 나쁜 길을 갈 적에는 이내 누워서 가지 않으면 주인은 흙을 지고 걸어갔고 나를 길가에다 놓아 먹였으므로 좋은 풀을 먹을 수 있었고, 돌아가게 되면 꼴과 곡식을 먹였었다. 이 때문에 살찐 것이다.’
그리고 나서 나에게 물었습니다.
‘어째서 그리 여위었느냐?’
그래서 대답했습니다.
‘수레를 끌고 날마다 5백 리를 다니면서 음식조차 제 때에 먹지 못하였네. 이 때문에 야위었을 뿐일세.’
그래서 저도 그렇게 하면 놓아주어 살찌게 될 것으로 생각했더니, 도리어 머리까지 깎였습니다. 감히 다시는 눕지 않겠으니, 살려 주십시오.”
주인은 그를 가엾이 여기면서 풀어놓아 주었다.『십권비유경(十卷譬喩經)』 제8권에 나온다.
② 당나귀가 소 떼의 흉내를 내다가 소들에게 죽음을 당하다
소 떼들은 뜻과 성품이 잘 다루어졌으므로, 이르는 곳마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풀을 골라서 먹었고 맑고 시원한 물만 가려 마셨다. 그 때 한 마리의 당나귀가 생각하였다.
‘나도 그런 음식을 본받아야겠다.’
그리고 이내 소 떼 속으로 들어가 앞다리를 땅에다 붙이고 그 소를 받으며 희롱하면서 그 울음을 흉내내었으나 그 소리를 고칠 수 없으므로 말하였다.
“나도 역시 소다.”
그러자 소들이 뿔로 받아 죽여 버리고 떠나갔다.『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제20권에 나온다.
(6) 개[拘]
① 개가 밥을 빌다가 얻지 못하자 관청으로 가서 주인을 송사하다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에 계셨다. 과거 세상에 어떤 개가 자기 집을 버리고 다른 집으로 가서 밥을 빌었다. 다른 집에 들어갔을 때에 몸은 문 안에다 넣고 꼬리는 문 밖에다 두고 있었다. 그 때 주인 거사(居士)가 때리면서 밥을 주지 않으므로 개는 여러 관리에게로 가서 말하였다.
“이 거사는 제가 그의 집으로 가서 걸식을 했는데 저에게 밥을 주지 않고 도리어 저를 때렸습니다. 저는 개의 법[拘法]을 깨뜨리지 않았습니다.
여러 관리들이 물었다.
“개에게 어떠한 법이 있느냐?”
대답하였다.
“개가 자기 집에 있을 적에는 마음대로 앉고 눕고 하지만 남의 집에 갔을 적에는 몸은 문 안에 들여놓고 꼬리는 문 밖에다 두는 것입니다.
여러 관리들은 말하였다.
“거사를 불러오라.”
그리고는 물었다.
“당신은 실제로 개를 때리고 밥은 주지 않았습니까?”
대답하였다.
“사실 그렇게 했습니다.”
여러 관리들은 개에게 물었다.
“이 사람을 어떻게 다스려야 되겠느냐?”
개가 말하였다.
“이 사위성의 대거사의 직[大居士職]을 주십시오.”
“무엇 때문이냐?”
대답하였다.
“저는 옛날 이 사위성 안의 대거사로 있었습니다. 몸과 입으로 나쁜 짓을 하였었기 때문에 이런 개의 몸을 받았습니다. 이 사람의 나쁨은 나보다 더 심하므로, 만약 이 사람에게 세력을 얻게 하면 장차 크게 나쁜 짓을 하여서 지옥으로 들어가 지극한 고통을 받게 될 것입니다.”『십송률(十誦律)』 제3송(誦) 제1권에 나온다.
② 개가 죽음을 당할 적에 사문을 만나고 죽게 되어서 아주 귀한 집에 가 태어나다
옛날에 한 나라가 있었다. 곡식과 쌀값이 뛰어올라서 백성들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 때에 어느 사문이 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으나 한 술도 얻지 못하자, 다음에 아주 귀한 집 장자의 문으로 가서야 거친 밥이나마 얻게 되었다. 마침내 성을 나가다가 한 마리의 개를 안고 가지고 돌아가 죽이려는 백정을 만나게 되었다. 사문을 보자 기뻐하면서 앞으로 나와 예배하므로, 사문은 주원(呪願)하였다.
“늙도록 오래 사십시오.”
개가 있는데 그를 죽이려 함을 알고서 일부러 그 사람에게 물었다.
“가지고 계신 것이 무엇입니까?”
대답하였다.
“빈손으로 갑니다.”
또 물었다.
“내가 그것을 보았습니다. 가진 것을 나에게 보여 주십시오. 밥과 개와 바꾸어서 그의 생명을 구제하십시다.”
그 사람은 대답하였다.
“드릴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하기를 두 번 세 번 간청하고 달랬지마는 그 사람이 대들면서 말을 따르려 하지 않으므로, 또 말하였다.
“나에게 보여 주기나 하십시오.”
그러자 그 사람이 이내 내어서 사문에게 보여 주므로 밥을 들어 개에게 주면서 어루만지며 주원을 하자, 개는 눈물을 흘렸다.
“네 죄로 그런 것이라 어쩔 수 없구나. 너를 세상마다 죄가 없어지고 복이 생기며 개의 몸을 버리고 사람으로 태어나서 3보(寶)를 만나게 할 것이니라.”
그리고 개는 밥을 얻어먹고 착한 마음이 우러났다. 죽자마자 아주 귀한 장자의 집에 태어났으며, 그는 태어나 땅에 떨어질 때부터 인자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에 그 사문은 차례로 장자의 문 안으로 가서 걸식을 하였는데, 그 때의 장자의 아들의 나이는 일곱 살이었다. 그 사문을 보자마자 본래 인연을 기억하고 이내 나와 머리를 조아려 사문의 발에 예배하고 나와서 공양하기를 청하고서 돌아와 부모에게 아뢰었다.
“제가 지금 이 대화상(大和尙)을 따라 경과 계율을 받들어 받으면서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부모가 애지중지하는 터라 허락하려 하지 않자, 어린아이는 울면서 음식조차 먹지 않으면서 애원하였다.
“갈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면, 저는 죽어 버리겠습니다.”
부모는 이내 스승을 따라가 도 배울 것을 허락하였다.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자, 이내 삼매(三昧)를 얻고 불퇴전(不退轉)에 서서 일체 중생을 교화하였으며 큰 도의 뜻을 내었다.『가섭힐아난경(迦葉詰阿難經)』에 나온다.
③ 흰 개가 전생의 아들 집에 살면서 좋은 대접을 받자 전생에 감추어 놓았던 물건을 허비적거려 내다
부처님께서는 사위성(舍衛城)으로 가셔서 걸식을 하시다가 앵무마뢰도라자(鸚鵡摩牢兜羅子)의 집에 가셔서 그를 만나려 하셨으나 집에 없었고, 구(具)라고 하는 흰 개가 좋은 이부자리 위에 앉아 금 발우에서 멥쌀밥과 고기를 먹고 있었다.
흰 개가 멀리서 세존을 보고는 와서 짖어대므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쳐라, 흰 개야, 그런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너는 본래 음아(吟哦)범지(梵志), [거지라는 뜻이다.]였느니라.”
이 때 흰 개는 몹시 성을 내면서 평상의 이부자리에서 내려와 문지방 아래로 와 엎드려서는 고요히 웅크리고 있었다.
뒤에 마뢰도라자가 보고 곁의 사람에게 물었다.
“누가 나의 개를 건드려서 언짢게 했느냐?”
“오늘 사문 구담(瞿曇)이 집으로 와서 걸식을 하시는데, 개가 짖어대자 구담이 말씀하시기를 ‘그쳐라, 흰 개야. 너는 그런 소리를 내어서는 안 된다. 너는 본래 음아였느니라’고 하시자, 개는 성을 내며 언짢아하였습니다.”
앵무마뢰도라자는 멀리서 세존을 욕하다가 헐뜯고 성을 내면서 고독원(孤獨園)으로 갔다. 멀리서 앵무마뢰도라자가 오는 것을 보고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사람이 성을 내고 있으므로 죽으면 지옥에 가 나리라.”
그 때에 앵무마뢰도라자는 세존께 아뢰었다.
“사문 구담이여, 오늘 우리 집으로 와서 걸식을 했다는데, 흰 개가 당신에게 무슨 잘못이 있었기에 언짢게 하였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흰 개가 나를 보고 짖기에 내가 말하기를 ‘흰 개야, 너는 그런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너는 원래 음아였느니라’고 하였더니, 흰 개가 성을 냈었다.”
“구담이여, 이 흰 개가 본래 우리와 어떤 친척이나 되었었소?”
부처님께서는 마뢰를 중지시키며 말해 주었다.
“묻지 말아라. 네가 어쩌면 근심하며 언짢아할까 싶다.”
그러나 이렇게 하기를 두세 번 하자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마뢰야말로 흰 개의 전생의 아들이다. 이는 너의 아버지 도라(兜羅)라 는 이이니라.”
갑절 더 성을 내면서 말하였다.
“우리 아버지 도라는 언제나 보시를 행하였고 늘 불[火]을 섬겼으므로 돌아가신 뒤에는 범천(梵天)에 나셨소. 무엇 때문에 개로 태어나겠소? 이 마뢰는 당신을 뛰어난 체하는 이[增上慢]라 하였습니다. 우리 아버님 도라께서도 뒤에 역시 그러하였는데 못된 개로 태어나다니.”
게송으로 말하였다.
범지(梵志)야말로 뛰어난 체하는 이라
이는 죽으면 여섯 갈래[六趣]에서
닭ㆍ돼지ㆍ개며 들여우가 되고
당나귀ㆍ알이며 지옥에 가 나리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약 나의 말을 믿지 않는다면, 집으로 돌아가서 흰 개에게 말을 하라. ‘너는 전생에 바로 나의 아버님 도라라는 이요. 도로 평상의 이부자리로 올라가 금 발우 안의 멥쌀밥과 고기를 잡수시오. 그리고 저의 아버님의 유산을 보이셔야 합니다. 당신이 감추어 두셨으나 저는 어딘지를 모릅니다’고 하라.”
앵무마뢰도라자는 세존의 말씀을 듣고 잘 생각하였다가 집으로 돌아가서는 흰 개에게 자세히 말하였더니, 그 때에 흰 개는 이내 도로 평상의 이부자리로 올라가 앉아 금 발우 안의 멥쌀밥과 고기를 먹고는 본래 누웠던 자리의 평상의 네 다리 아래로 가서 입과 발로써 땅을 허비적거렸다.
이 때 앵무마뢰도라자는 돈과 재물을 크게 얻고 기뻐하며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기수원(祇樹洹)을 향하여 자기 성과 이름을 말하면서 고하였다.
“진실이옵니다. 사문의 말씀이 사실이어서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세 번을 일컬은 뒤에 사위성을 나와 기수원으로 나갔다.
세존께서는 멀리서 보시고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앵무마뢰도라자가 오는 것을 보느냐?”
“그러합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이 때에 도라자가 죽으면 좋은 곳에 가 나리라. 나에게 착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니, 중생은 착한 마음으로 말미암아서 죽을 때에 좋은 곳의 천상에 가 나느니라.”
그 때 앵무마뢰도라자는 세존께로 와서 뵙고 위문하고 그런 뒤에 말하였다.
“부처님의 말씀과 틀림없었습니다.”『중아함경(中阿含經)』 제39권 앵무장(鸚鵡章) 중에 나온다.
④ 못된 개가 한 비구로 인하여 착한 마음이 생기게 되다
재산이 수없이 많은 어느 한 장자에게 한 마리의 못된 개가 있었다. 언제나 사람 물기를 좋아하였으므로, 사람들은 함부로 그 문을 들어갈 수 없었다. 어느 한 비구는 총명하고 지혜를 거룩하게 통달하였으므로 당하거나 미치기가 어려운 이였는데, 그 문에 들어가 걸식을 하게 되었다. 마침 개가 나와서 잠을 자고 있었으므로 들어갈 때에는 깨닫지 못하였다. 장자가 밥을 베풀었을 때에야 개는 깨어나 보고 생각하였다.
‘나와 자느라고 사문이 들어가는 것을 깨닫지 못했구나. 지금 이미 앉아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혼자 먹으면 나올 때에는 반드시 물어 죽여서 그 뱃속에 먹었던 좋은 음식을 먹을 것이고, 만약 나에게 밥을 나누어 주면 용서해 주리라.’
사문이 그의 생각을 알고 자신이 한 번 쥐어서 먹으면 개에게도 한 번 쥐어서 주곤 하자, 개는 기뻐하면서 인자한 생각으로 사문을 향하다가 나아가서 사문의 발을 핥아 주고는 뒤에는 문을 나와서 잠을 자고 있었다.
전에 그에게 물렸던 사람이 칼로 그의 목을 찍었다. 그러자 그 개는 이내 장자 부인의 뱃속으로 가 났으며, 태어난 뒤에는 단명하거나 다시 죽어서 다시 그 나라의 다른 장자의 집에 가 태어났다. 나이 여남은 살이 되었다. 한 사문을 보고 예배하고 그의 부모에게 여쭈었다.
“청하여 저의 스승으로 삼겠습니다.”
그리고 공양을 베풀며 이내 경과 계율을 받았으며, 다시 집안의 모든 사람들을 교화하여 경을 외우고 도를 생각하게 하고서 그대로 양친에게 아뢰어 사문이 되었으나 구족계(具足戒)를 받지 않고 화상(和尙)을 공양하며 밤낮 게으르지 않다가 화상이 돌아가신 뒤에야 계율의 덕[戒德]을 받았다.『십권비유경(十卷譬喩經)』 제6권에 나온다.
(7) 사슴[鹿]
① 어미 사슴이 창애에 빠졌다가 새끼들과 작별 인사할 것을 애걸하고 돌아와서 죽으려 하다
옛날에 사슴 수백 마리가 떼를 지어서 좋은 풀을 따라다니며 사람이 사는 읍(邑) 가까이 침범하였다가 국왕이 나와 사냥을 하자, 각자 따로따로 도망을 쳤다. 어느 한 마리의 어미 사슴은 새끼를 배고 혼자 다니다가 쫓겨서 굶주림에 지치고 벗들까지 잃게 되었다. 그 때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으므로 버려두고 다니며 먹이를 찾다가 잘못하여 사냥꾼의 창애 안에 걸렸다. 슬피 울며 나오려 하였으나 벗어날 수 없었는데, 사냥꾼이 그 소리를 듣고 가서 살피다가 사슴을 보자 기뻐하며 바로 다가가 죽이려고 하므로, 사슴은 머리를 숙이고 애걸하면서 말하였다.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아직 어려 아는 것이 없습니다. 눈을 떠 보기를 시작하였으나 어스레하고 아직 동쪽 서쪽도 분간 못합니다. 잠깐 동안 여가를 주시면 잠시 돌아가서 새끼를 돌보고 데리고 다니면서 물과 풀을 보여주어 살아갈 수 있게 하고 돌아와서 죽겠습니다. 서약은 어기지 않겠습니다.”
사냥꾼은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다가 사슴에게 대답하였다.
“온갖 세상 사람들조차 지극한 정성이 없는데, 하물며 사슴의 몸으로서 죽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는데 어찌 돌아올 기약이 있겠느냐?”
사슴은 다시 말하였다.
“들어 주시면 새끼들은 살지만, 못하게 하신다면 새끼들은 죽습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의 몸은 짐승이 되어
수풀에 노닐면서 살고 있으며
천한 삶이면서 몸과 목숨 탐내어
일부러 죽음을 맞지 못했습니다.
지금 와서 그대의 창애에 들었으니
분명히 도마 위로 나아가야 할 것이며
비린내 나는 몸을 아껴서가 아니요,
다만 두 새끼가 가련해서 그럽니다.
사냥꾼은 몹시 기이하게 여겼으나 마음에는 아직도 욕심이 있어 또 사슴에게 대답하였다.
“교묘하게 남을 속이는 것에는 진실이 없고 간사 부리는 것은 믿기 어렵다. 겉치레가 오만가지요, 간사한 꾀는 하나둘이 아니로다. 몸을 아끼고 죽음을 크게 여기면서 생명을 기꺼이 바칠 수 있는 이는 없다. 사람으로서도 선량함이 없으면 기약하기가 어려운데 어찌 짐승이 떠나갔다가 다시 돌아오겠느냐. 진실로 너를 놓아주지 못하겠다.”
사슴은 다시 눈물을 흘리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록 몸은 천한 짐승이어서
인의(仁義)의 길을 모른다 하나
어떻게 인자한 은혜를 받고서
한 번 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까.
차라리 찢기는 고통을 받을지라도
거짓말을 하면서 살진 않겠습니다.
두 새끼의 곤궁함이 애달프니
잠깐 만이라도 여가를 주소서.
세상에 만약 나쁜 사람 있어서
비구승(比丘僧)과 싸워 어지럽게 하고
탑을 무너뜨리고 절을 부수며
그리고 아라한을 살해하거나
반역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살해하며
처자와 노비를 해쳤다고 합시다.
만일 제가 돌아오지 않는다 하면
그 죄는 이보다 더 클 겁니다.
사냥꾼은 거듭 사슴의 말을 듣고 마음이 더욱 송연(悚然)하여졌으므로 탄복하며 말하였다.
“나는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나 살지만 어리석고 미혹하여 은혜를 저버리고 의리가 얇으며 중생들을 죽이는 사냥질을 업으로 삼고 있다. 속임수로 구차하게 얻고 탐내고 구하면서 만족할 줄 모르며 무상함과 3존(尊)을 구별할 줄 모르는데, 사슴의 말은 사람보다 뛰어나며 서약이 지극하고 마음과 소견이 진심을 다했도다.”
그리고 창애에서 풀어 주어 떠나가게 하였다.
이에 사슴은 그 새끼에게로 돌아가서 머리를 숙이고 흐느껴 울며 새끼들 몸을 핥아 주고 한편 슬퍼하고 한편 기뻐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온갖 은혜와 사랑으로 만나는 일은
모두가 인연이 있어서이며
만나면 이별이 있는 것이라
무상하면 영원(永遠)함을 얻기 어렵다.
이제 나는 너희의 어미 되어서
항상 보호하지 못할 것 겁냈으나
세상을 살아감엔 두려운 일이 많아서
목숨은 아침의 이슬보다 급하구나.
이 때 어미 사슴은 그의 두 새끼들을 데리고 가 좋은 물과 풀을 보여 주고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게송으로 이별을 말하였다.
나 아침에 가다가 운수가 사나워서
사냥꾼의 손에 잘못 떨어졌다.
바로 그 때 죽어서 몸을 저미어
썩고 문드러져 버렸을 것이나
너희들을 생각하여 애걸하고 왔으므로
이제는 돌아가서 죽어야 한다.
어려서 일찍이 고아된 것 불쌍하나
노력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라.
어미 사슴은 말을 마치자, 이내 버리고 떠나갔다. 두 새끼는 엉엉 하고 슬피 울다가 그리워서 뒤를 따라 찾아오며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하므로, 어미는 돌아보며 명하였다.
“너희는 돌아가고 오지 말라. 어미와 새끼가 함께 죽을 수는 없다. 나는 죽어도 달게 여기지만 너희는 아직 세상살이가 무상하여 이별이 있는 줄을 모르므로 불쌍하다. 나 자신이 박명하여 너희들의 삶에 도움을 주지 못하니, 무엇 때문에 슬피 생각하여 근심만을 더하느냐. 마땅히 뜻을 씩씩하게 지녀서 수명을 다하도록 하여라.”
이 때 어미는 다시 새끼들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 전생에 애욕을 탐내다가
금생에 와서는 짐승 몸을 받았다.
태어나면 모두 죽게 되므로
해탈하지 않으면 환난은 끝나지 않는다.
마음을 억제하여 한 번 탐욕을 버린다면
그런 뒤라야 크게 편안할 것이다.
차라리 신의를 말하고 죽을지라도
끝내 속임수로 살아가지 않겠다.
새끼들은 그래도 슬퍼하고 연연해 하였다. 사냥꾼과 어미 사슴은 서로 찾아 헤맸다. 어미 사슴이 창애 있는 곳까지 와서 이리저리 찾다가 사냥꾼이 나무 아래 누워 자는 것을 보았다. 어미 사슴은 멈춰 서서 사냥꾼을 깨우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전에 놓아 주셨던 사슴이
이제 돌아와서 죽으려고 합니다.
천한 짐승에게 은혜를 베푸셔서
두 새끼 만나 봤고 하직하였습니다.
데리고 다니면서 물과 풀을 보여 줬고
무상함과 괴로움을 말해 주었으니
만 번 죽은들 남은 한이 없으며
은혜를 생각하며 감히 저버리지 못했습니다.
이 때에 사냥꾼이 갑자기 깨어나며 놀라 일어서자 사슴은 다시 무릎꿇고 그를 향하여 거듭 게송으로 말하였다.
당신께서 전에 놓아 보내 주셔서
그 덕의 무거움은 천지보다 더합니다.
천한 짐승이 사랑을 받았기에
서약대로 나와서 죽으려 합니다.
어진 은혜 감사하고 잊기 어려워서
감히 명한 뜻을 어기지 않았으며
비록 돌아와서 천 번 갚는다 해도
오히려 그 은기(恩紀) 다하지 못하리다.
사냥꾼은 사슴의 돈독한 신의와 죽음의 의리와 지조와 절개와 진정한 정성과 인자한 행과 충정으로 삶을 버려 서약을 지켜서 징험하려는 것을 보았고, 어미와 새끼들이 슬퍼하며 그리워 서로 찾으니 인자한 마음과 가엾은 생각이 나서 머리를 조아리고 용서를 빌었다.
하늘이며 바로 신기(神祇)이시여
신의(信義)의 아름다움이 바로 그러하구려.
두렵고도 송연(悚然)하니
어찌 감히 해(害)를 끼치오리까.
차라리 제 자신 더러운 몸 죽이고
그리고 처와 자식 해칠 수는 있어도
어찌 차마 신령하신 신(神)을 향하여
터럭[毛髮]만큼이라도 생각을 일으키리요.
사냥꾼이 이내 사슴을 놓아주며 떠나가게 하자, 어미와 새끼들은 슬픔과 기쁨으로 소리를 내어 울면서 게송으로 사냥꾼에게 사례하였다.
천한 짐승이 세간에 살면서
마땅히 부엌의 요리감이 되어서
바로 찢겨 삶아지고 도마 위에 가야 했는데
너그러운 은혜로 두 새끼에게 작별인사를 할 수 있었고
하늘께서 만물을 중히 하고 사랑하여
다시 놓아주며 용서까지 받았으니
덕과 복의 쌓음이 한량없으셔서
말로는 아주 다할 수 없습니다.
사냥꾼이 이것을 자세히 왕에게 알렸더니, 나라의 사람들이 모두 알고서 인자함과 신의에 감격하여 “짐승으로서 어진 행이 의(義)보다 뛰어났다”고 하면서 엄숙하게 감탄하지 않은 이가 없었으며, 그 때문에 사냥하여 죽이는 것을 금지시켰으므로 사슴들은 도리어 무리를 부르고 벗을 불러서 모여 놀게 되었고, 저마다 그들의 처소가 편안하여졌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때의 사슴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두 새끼는 바로 지금의 라운(羅云)과 주리모(朱利母)며, 국왕은 바로 지금의 사리불이요, 사냥꾼은 바로 지금의 아난이니라.”『녹자경(鹿子經)』에 나온다.
② 사슴 왕이 붙잡히게 되자 제 몸을 죽여서 무리를 구제하다
옛날 국왕이 사냥을 하며 노는 터에다 해자를 만들어 놓고 사슴 떼를 붙잡았다. 그 때에 어느 사슴 왕이 거느린 사슴은 수억 마리였다. 차례로 좋은 풀을 먹으면서 그 터 안으로 들어가게 되자 지키던 이가 문을 닫고 가서 왕에게 말씀드리니, 왕은 몹시 기뻐하였다. 사슴 왕은 이내 알아차리고 생각하였다.
‘사슴들이 오게 된 까닭은 나 때문이었다. 방책을 써서 여러 생명을 구제해야겠구나.’
그리고는 즉시 몸을 해자 위에 옆으로 엎드려서 뭇 사슴들로 하여금 등을 밟고 나가게 하였으므로, 발에 그 등이 상하고 가죽과 살까지 모두 없어져서 뼈만이 남게 되었으나 고통을 참고 그들을 구하여 모두 나갈 수 있게 하고서 힘을 내어 스스로 언덕에 올라 사방을 돌아보았더니 한 사슴만이 나갈 줄을 모르고 있었으므로, 사슴 왕은 불러오게 하여 나가게 하였다. 그리고 사슴 왕은 목숨이 끊어지며 해자로 떨어졌다.『십권비유경(十卷譬喩經)』 제8권에 나온다.
(8) 명타(銘陀)
① 명타라는 짐승이 가죽을 벗겨 사냥꾼의 생명을 구제하다
부처님께서 라열국(羅閱國)의 기사굴산(耆闍堀山)에 계시면서 몸에 풍환(風患)이 있었으므로, 의사의 왕 기역(耆域)은 부처님을 위하여 소(蘇)를 합친 약 서른두 가지를 써서 날마다 서른두 냥(兩)씩 잡수시게 하였다.
이 때 제바달다(提婆達多)는 언제나 질투를 하며 자신이 잘났다 하면서 부처님과 같기를 희망하던 터라 부처님을 본받아 역시 복용하여 혈맥에 흘러 들게 되자 몸이 미약해지면서 괴로워하고 신음하였으므로, 세존께서 가엾이 여기셔서 손으로 그의 머리를 만져 주어 약이 녹아 병이 낫게 하자, 부처님의 손임을 보아 알고서 말하였다.
“실달(悉達)의 다른 기술도 세간에서는 받아 쓰지 않는데, 다시 의술[醫道]까지 배우겠는가.”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제바달다가 나쁜 마음을 품은 것은 오늘만이 아니었느니라.
옛날 염부제(閻浮提)에 바라내(波羅奈)라는 성(城)이 있었는데 그곳 왕 범마달(梵摩達)은 흉포하고 자비가 없었다. 꿈을 꾸었는데 몸과 털이 금빛이고 털끝에서 금빛이 번쩍거리는 짐승을 보았으므로, 이내 사냥꾼들을 불러서 말하였다.
‘나의 꿈을 자세히 말할 터이니, 너희들은 찾아서 잡아오라. 만약 그 가죽을 얻으면 너희들에게 중한 상을 내릴 것이나, 만약 얻어 오지 못하면 너희 종족을 죽여 없애리라.’
사냥꾼들은 근심과 걱정으로 마음이 산란하자 한 곳에 모여 계책을 의논하다가 한 사람을 뽑아서 그에게 가서 그것을 찾게 하였다. 그리고는 말하였다.
‘만약 그대가 불길하게 되어 돌아온다 하더라도 재물을 그대의 처자에게 주리라.’
그 사람은 생각하였다.
‘틀림없이 죽겠구나.’
그러면서도 가야 했으므로 험한 곳을 지나며 갔다. 그렇게 한 지 오래되었으므로 몸은 지쳤고, 때는 여름이라 더워서 찌고 숨까지 막혀 죽을 지경이었으므로 슬퍼하면서 말하였다.
‘누가 자비로움이 있어서 나의 신명을 건져 주랴.’
마침 몸의 털이 금빛인 명타(銘陀)라는 한 들짐승이 있다가 듣고 아주 가엾이 여기면서 몸을 찬물에 넣었다가 와서 싸며 안았더니 잠시 만에 도로 기운이 났으므로 물 있는 데로 데리고 가서 그를 목욕시키고 열매를 주어다 먹였다. 몸이 이미 평소대로 회복되자 생각하였다.
‘이제 이 짐승 왕을 보니 바로 찾았구나. 그러나 내가 죽으려는데 그에게 목숨이 구제되었다. 고마운 은혜는 갚지 못할망정 어찌 해를 끼치겠느냐. 그러나 만약 얻지 못한다면, 저 여러 사냥꾼들은 반드시 죽음을 당하리라.’
이런 생각으로 슬퍼하고 있자, 명타가 물었다.
‘무엇 때문에 언짢아하십니까?’
그래서 마음을 털어놓자, 명타가 말하였다.
‘그런 일이라면 근심하지 마십시오. 나의 가죽을 쉬이 얻으리다. 몸을 수없이 버렸으면서도 아직 복을 짓지 못하였으니, 이제 이 몸의 가죽으로써 저 생명들을 구제하리다. 만일 얻을 것이 있다 하면, 다만 가죽만 벗겨 가지시고 목숨은 끊지 마십시오. 나는 당신에게 보시하는 것을 끝내 뉘우치거나 한탄하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사냥꾼이 가죽을 벗기자, 명타는 이내 서원을 세웠다.
‘이제 저는 가죽을 이 사람에게 보시하여 저 사랑하는 생명들을 구제하겠사오며, 특히 이 공덕을 저 중생들에게 베풀어 부처님 도를 이루어 널리 일체가 제도되게 하소서.’
이 서원이 끝나자 3천 국토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가죽을 벗겨 떠난 뒤에 몸의 살은 빨갛게 벗겨져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게다가 8만 마리의 파리와 개미 등이 그 몸 위로 모여 한꺼번에 쪼아 먹어댔다. 그 때 그는 그의 집으로 돌아가려 하였으나 그들이 다칠까 염려하여 몸을 버티며 꼼짝하지 않다가 그들 속에서 죽었다. 그 때 그를 먹은 파리와 개미들은 죽어서 하늘에 가 났다. 사냥꾼이 가죽을 메고 가 왕에게 바쳤더니, 왕은 보고 그를 기이하게 여기면서 늘 깔고 누워 잤는데 몸과 마음이 안온하여지고 쾌락을 느꼈다.
짐승 명타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범마달왕은 바로 지금의 제바달다며, 8만의 벌레들은 내가 처음 부처가 되어 법륜(法輪)을 굴리기 시작할 적의 8만의 여러 하늘로서 도를 얻은 이들이니라.”『현우경(賢愚經)』 제3권에 나온다.
(9) 여우[野狐]
① 여우가 사자로부터 빌어먹다가 살찐 뒤에는 사자에게 잡아먹히다
어떤 여우가 사자에게로 가서 빌어먹고 있었는데, 언제나 남은 것을 얻으러 끊이지 않고 갔었다. 마침 사자가 배가 고팠는데 아직 먹이를 얻지 못했으므로 이내 여우를 불러서 코로 씩씩 냄새를 맡다가 문득 붙잡아 삼켜 버리자, 아직 죽기 전에 목구멍 속에서 부르며 말하였다.
“주인 어른, 나를 살려 주십시오.”
사자는 생각하였다.
‘너를 살려서 맛있게 기른 것은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였으니, 너 또 무슨 말을 하느냐.’『십권비유경(十卷譬喩經)』에 나온다.
(10) 이리[狼]
① 이리가 속마음을 꿰뚫어 보고는 원수 여인의 젖먹이를 살해하다
어떤 여인이 그의 젖먹이를 놓아두고 딴 곳에 가 있었는데, 이리가 아이를 메고 도망갔다. 그 때에 사람이 붙잡아 밟으면서 그에게 말하였다.
“무엇 때문에 다른 이의 아이를 메고 도망가느냐?”
이리는 그에게 대답하였다.
“이 어린아이의 어미는 바로 나의 원수입니다. 5백 세상 동안 늘 나의 아이를 먹었으므로 나 역시 5백 세상 동안 그의 아들을 살해하였습니다. 만약 그가 묵은 원한을 버릴 수만 있으면, 나도 버릴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아이의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원한을 버리십시오.”
아이 어머니는 대답하였다.
“난 이제 이미 버렸습니다.”
이리가 아이 어머니를 자세히 살펴보자, 비록 입으로는 버렸다고 말하나 마음은 그대로였으므로 그를 살해하고 떠나갔다.『초비담(抄毘曇)』 제28권에 나온다.
(11) 원숭이[獼猴]
① 원숭이 등 네 짐승이 범지(梵志)와 인연을 맺다
“옛날 범지의 나이 120살이었다. 젊어서부터 장가들지 않았고 음탕하지도 않았으며, 깊은 산에서 고요히 살면서 띠로써 오두막집을 짓고 쑥으로 자리를 삼고 물과 열매를 먹고 재보를 쌓지 않았다. 왕이 장가들라 하였으나 들지 않고 함이 없이 고고하게 수천여 년 동안을 날짐승, 길짐승과 서로 즐겼다. 네 마리의 짐승이 있었다. 첫째는 여우요, 둘째는 원숭이요, 셋째는 수달이요, 넷째는 토끼였다. 이 네 짐승은 도인에게서 경전과 말하는 계율을 들었다. 이렇게 지낸 지 퍽 오래였는데, 모든 열매들은 다 먹어 없어졌고, 도인은 떠나가려 하므로 네 마리의 큰 짐승들은 근심하며 언짢아하다가 함께 의논하였다.
‘우리들은 각기 가서 공양을 구해 오자.’
그래서 원숭이는 감미로운 열매를 따 와서 도인에게 올렸고, 여우 역시 밥을 구하러 다니다가 한 주머니의 밥과 미숫가루를 얻어 와서 도인에게 올렸으며, 수달은 물로 들어가 큰 고기를 잡아와서 도인에게 올렸다.
토끼는 생각하였다.
‘나는 무엇으로써 도인에게 공양할까?’
그러다가 생각하였다.
‘몸으로 공양을 해야 하겠다.’
그리고는 이내 가서 나무를 가져다 불에 태워서 숯을 만들어 넣고 가서 도인에게 말하였다.
‘지금 저는 작고도 박복한 놈이라 숯을 만들어 불 속으로 들어가 몸을 익혀 도인에게 올리겠습니다.’
그리고는 들어가자마자 불이 꺼져 버렸다. 도인은 그의 어짊과 의리에 감탄하고 가엾이 여기면서 마침내 중지시켰다.
그 때의 범지는 바로 제화갈불(提和竭佛)이시고, 토끼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원숭이는 바로 지금의 사리불이며, 여우는 바로 지금의 아난이요, 수달은 바로 지금의 목건련이니라.”『구잡비유경(舊雜譬喩經)』 하권에 나온다.
② 원숭이가 부처님께 발우의 꿀을 바치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과 함께 사질(師質) 바라문의 청을 받고 기사(耆闍)로 돌아가다가 하천 가에서 그릇을 씻고 계셨다. 안라수 숲[安羅樹林]에 사는 어떤 원숭이가 다니다가 어떤 나무에 벌이 없는데도 진한 꿀이 있는 것을 보고 아난에게로 와서 발우를 청하였으나 아난이 주지 않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주어라.”
그리하여 원숭이는 발우를 얻어다『미사색률(彌沙塞律)』에서는 “부처님의 발우를 청하였다”고 한다. 꿀을 가득히 담아서 세존께 바쳤으나 세존께서는 받지 않으시고 그 물을 깨끗하게 하라 하셨다. 원숭이는 이해하지 못하고 벌레가 있어 그러시는 것이라 여기고 물가로 가지고 가서 발우를 씻고 물이 꿀 속에 둥둥 뜨는 것을 바쳐 들고 돌아와 부처님께 올렸다.『현우경(賢愚經)』에서는 “붉은 벌레를 씻어 없앴다”고 하고, 『미사색률(彌沙塞律)』에서는 “벌레가 보이자 버리고 다시 가져왔다”고 한다. 부처님께서 여러 스님들에게 나누어 주시어 모두가 다 돌아가자, 원숭이는 기뻐서 날뛰며 춤을 추다가 구덩이에 빠져 죽으면서 사질 부인의 태 안으로 들어갔고, 뒤에는 얼굴 모습이 단정한 남자로 태어났다.『미사색률(彌沙塞律)』에서는 “삼십삼천(三十三天)에 가 났다가 뒤에 사람으로 태어나서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고 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거 가섭불(迦葉佛) 때에 한 연소한 사문이 있었다. 아라한 비구가 강물을 뛰어 건너는 것을 보고 범상한 비구라 여기면서 말하였다.
‘그대의 빠름이야말로 원숭이와 같구나.’
그 후 5백 세상 동안을 언제나 원숭이로 태어났느니라.”『현우경(賢愚經)』 제12권에 나오며, 또 『미사색률(彌沙塞律)』 제10권에도 나오며, 또 『승기율(僧祇律)』제29권에도 나온다.
③ 원숭이가 5백 선인(仙人)의 스승이 되다
“여래께서 마투라국(摩偸羅國)에서 열반하신 지 백 년 뒤에 우루만타산(優婁漫陀山)의 한 변두리에 5백의 연각(緣覺)이 있고, 한 변두리에는 5백의 선인(仙人)이 있고, 한 변두리에는 5백 마리의 원숭이가 있으리라. 원숭이의 우두머리가 연각들 사이로 가서 연각들을 보고 기뻐하며 나무의 꽃과 열매를 따서 연각들에게 공양하고 예배하고는 대중의 끝에 앉아 있으리라. 날마다 이렇게 하다가 뒤에 모든 연각들이 열반에 들었는데도 원숭이는 예전처럼 하다가 연각들이 받지 않는 것을 보고 옷을 끌며 발을 붙잡았으나 역시 움직이지 않자, 원숭이는 생각하리라.
‘모두 이미 돌아가셨구나.’
그리하여 슬피 울며 괴로워하리라. 다시 5백의 선인에게로 가는데, 모두가 가시덤불 속으로 가면 원숭이도 따라가고 , 성인들이 또 재와 흙 위로 가면 원숭이 역시 따라가고, 선인들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五熱]으로 몸을 지지면 원숭이 또한 그렇게 할 것이요, 선인들이 손으로 나무를 타고 올라가 매달려 있으면 원숭이는 그 손을 떨어 버리며 땅으로 떨어지게 하고서 언제나 모든 선인들을 네 가지 위의(威儀)로써 교화하리라.
이미 교화한 뒤에는 선인들의 처소에서 단정히 앉아 선정을 닦으면서 선인들에게 말하리라.
‘그대들 모두는 이렇게 앉아야 합니다.’
5백의 선인들은 그를 따르며 좌선을 하게 되고, 모든 선인들은 스승의 설법 없이 서른일곱 가지의 보리 돕는 법[三十七品助菩提法]을 생각하다가 연각의 도를 증득하게 되고서 모두가 생각하리라.
‘우리가 성인의 도를 얻은 것은 이 원숭이 덕분이다.’
그리고 향과 꽃과 음식으로써 원숭이를 공양하게 될 것이며, 원숭이가 죽게 되면 향나무로써 그의 몸을 태워 주리라.”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원숭이는 바로 우바급다(優婆笈多)로 나쁜 갈래 안에서 많은 중생들을 위하여 이익을 짓게 되리니, 내가 열반한 지 백여 년 후에 당연히 위의 일이 있게 되리라.”『아육왕경(阿育王經)』 제6권에 나온다.
④ 5백 마리의 원숭이가 아라한들의 흉내를 내어 탑[佛圖]을 세우다
옛날 부처님께서 라열기국(羅閱祇國)에 계시면서 수만(須漫)이라는 한 아라한을 보내어 부처님의 머리카락과 발톱을 가지고 계빈국(罽賓國) 남쪽 산으로 가서 탑을 짓게 하셨다. 그 절에는 5백의 아라한이 언제나 머무르면서 아침저녁으로 향을 사르고 탑을 돌며 예배를 드렸다.
그 때에 산중에는 5백 마리의 원숭이가 있었다. 도인들이 탑에 공양하는 것을 보고 이내 깊은 산골의 시냇가로 가서 진흙과 돌을 메다가 그들을 흉내내어 탑을 짓고서 서 있는 나무를 찰주(刹柱)로 세우고 헤진 번기를 끝에 메고서는 아침저녁으로 예배하는 것이 역시 도인들과 같았다.
이 때 산의 물이 느닷없이 범람하였으므로 5백 마리의 원숭이들은 한꺼번에 떠내려가 죽으면서 혼신들은 이내 두 번째 도리천(忉利天)으로 가 났다. 7보(寶)의 전각에 옷과 밥이 저절로 있으므로 저마다 생각하였다.
‘어찌하다 천상에 나게 되었을까?’
그리하여 이내 천안(天眼)으로써 본래 형상은 원숭이의 몸이요 모든 도인들을 본받아 장난으로 탑을 지었었고, 비록 몸은 떠내려가다가 죽었으나 혼신은 하늘에 와 났음을 스스로가 보고서 생각하였다.
‘이제 내려가서 옛 시체의 은혜를 갚아야겠구나.’
그리고 저마다 시중들을 데리고 꽃과 향과 음악을 가지고 옛 시체 위에 다다라서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면서 일곱 바퀴를 돌았다. 그 때에 산중에는 5백의 바라문이 있어서 외도의 잘못된 소견으로 죄와 복을 믿지 않았는데, 모든 하늘 사람들이 꽃을 뿌리고 음악을 연주하면서 원숭이 시체를 도는 것을 보고 괴이하게 여기면서 물었다.
“여러 하늘들의 빛과 그림자가 높고 뛰어남이 그러하거늘, 무엇 때문에 마음을 낮추어서 이 시체에게 공양하십니까?”
여러 하늘 사람들은 말하였다.
“이 시체는 바로 우리들의 옛 몸입니다. 그리고는 자세하게 본래의 일들을 진술하였다. 이 작은 복 때문에 천상에 가 날 수 있었으므로 이제 일부러 꽃을 뿌리면서 옛 몸의 은혜를 갚습니다. 장난으로 탑을 지어서 얻게 된 복이 이와 같으니, 만약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받든다 하면 그 복덕이야말로 비유하기 어렵습니다. 당신들은 잘못된 소견으로 정각[正眞]을 믿지 않으므로 백 겁 동안 고생한들 하나도 얻는 것이 없을 것이니, 함께 기사굴산(耆闍崛山)으로 가서 예배하고 섬기고 공양하여서 한없는 복을 얻게 됨이 나으리다.”
모두가 기뻐하여 함께 부처님께로 가서 온몸으로 예배하고 꽃을 뿌려 공양하였다. 모든 하늘 사람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가까운 세상에서 원숭이의 몸이었사오나 세존의 은혜를 받아 천상에 나게 되었습니다. 한스러운 것은 부처님을 뵙지 않은 것이므로 이제 일부러 돌아왔습니다.”
거듭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전세에 무슨 죄와 행이 있었기에 원숭이 몸을 받은 것이며, 비록 탑을 지었기는 하나 몸은 떠내려가다가 죽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하늘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헛되이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니라. 옛날 세상에 5백의 연소한 바라문들이 함께 다니다가 산으로 들어가서 선도(仙道)를 구하려 하였었다. 때마침 산 위에는 어느 한 사문이 산 위에서 진흙으로 정사(精舍)를 수선하려 하면서 아래 골짜기에서 물을 떠갔는데 몸이 가벼워서 마치 나는 것 같자, 5백의 바라문들은 질투를 내며 소리를 같이하여 그를 비웃었느니라.
“지금 이 사문이 매우 빠르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마치 원숭이와 같구나. 무엇이 남다른가?”
이렇게 물 가져가기를 중지하지 않았는데, 산의 물이 한꺼번에 들이닥치자 오래지 않아서 빠져 죽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여러 하늘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오르락내리락하던 사문이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5백의 연소한 바라문들은 바로 지금의 5백의 원숭이의 몸인데, 희롱하며 웃으면서 죄를 지었으므로 그 과보를 받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희롱하며 웃으면서 나쁜 짓을 하고
소리 높여 울면서 과보 받았네.
5백의 하늘 사람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이내 도의 자취를 얻었으며, 5백의 바라문들은 죄와 복의 과보를 듣고 스스로 한탄하며 말하였다.
“우리들은 신선을 배우며 오랜 세월이 걸렸으나 아직 과보를 받지 못하였으니, 원숭이가 장난삼아 복을 지어서 천상에 나게 된 것보다 못하구나. 부처님의 덕이야말로 실로 묘하도다.”
그리고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리고 제자 되기를 원하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어서 오너라, 비구야.”
이내 사문이 되었고, 정진하여 도를 얻었다.『법구경(法句經)』 제1권에 나온다.
⑤ 원숭이가 좌선을 배우다가 나무에서 떨어져 죽었으나 천상에 가 나게 되다
옛날 어느 도인이 있었다. 나무 아래에서 좌선하며 경을 외우고 있었다. 어느 한 원숭이가 나무 위에서 그를 따라하다가 아차 하는 사이 나무에서 떨어져 죽었는데 천상에 태어나게 되었다.『잡비유경(雜譬喩經)』에 나온다.
⑥ 원숭이와 여종이 함께 장난을 치다
옛날에 어느 국왕에게 한 마리의 원숭이가 있었다. 여종과 함께 자주 장난을 치며 그치지 않으므로, 어느 한 범지가 왕에게 말하였다.
“이 여종과 원숭이를 떼어놓아야 하겠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어떻게 장난을 치기에 따로 떼어놓으려 하시오?”
뒷날 여종이 밥그릇과 함께 큰 막대기를 가지고 밖에서 들어오는데, 원숭이가 달려와서 여종을 끌어당겼다. 여종이 성을 내면서 발로 밀치며 막대기로 때리자, 원숭이는 불로 떨어지며 그의 털에 불이 붙었는데, 달아나 나무 가리 속으로 들어갔으므로 집과 궁전이 불에 탔고, 보물 창고도 모두 송두리째 타 버렸다. 왕은 그제야 범지의 말을 깨달았다.『미후여비공희치변경(獼猴與婢共戱致變經)』에 나온다.
(12) 토끼[兎]
① 토끼 왕이 도인을 의지하여 따르다가 몸을 불 더미에 던져서 도솔천(兜率天)에 가 나다
옛날에 토끼 왕이 산중에서 여러 무리들과 함께 열매를 먹고 물을 마시면서 4등심(等心)인 자(慈)ㆍ비(悲)ㆍ희(喜)ㆍ호(護)를 행하여 모든 무리들을 가르쳐서 다 어질고 화목하게 하고 여러 죄악을 짓지 못하게 하면서 일렀다.
“이 몸을 벗어나 사람의 몸이 되려면 도(道)의 가르침을 받아야겠다.”
모든 권속들은 기뻐하면서 가르침을 좇으며 감히 명을 어기지 않았다. 어느 한 선인(仙人)이 숲에서 살면서 열매를 먹고 물을 마시며 혼자 도를 닦고 있었다. 일찍이 노는 일이 없고 네 가지 범행[四梵行]을 세우며, 자(慈)ㆍ비(悲)ㆍ희(喜)ㆍ호(護)를 행하며 경을 외우고 도를 생각하였는데, 음성이 탁 틔어서 그 소리가 온화하고 고상하여 들으면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이 때 토끼 왕은 가까이 붙어서 그 경 외우는 것을 듣고 또 속으로 기뻐 날뛰며 싫어하지 않다가 모든 권속들과 함께 열매를 가져다 도인에게 공양하였다.
이렇게 하며 오랜 세월이 지났다. 겨울이 되어 추위가 닥쳐오자 선인이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돌아가려 하므로, 토끼 왕은 그것을 보고 근심하며 언짢아하다가 연연해 하며 떠나가지 않게 하려고 물었다.
“어디로 가시렵니까? 여기 계시면 날마다 만나 뵙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으며 배고프고 목말라도 먹는 것조차 잊으면서 부모 의지하듯 하고 있습니다. 머무르시고 떠나가지 마소서.”
선인이 말하였다.
“나는 네 가지 요소[四大]가 있으므로 삼가 보호하여야 한다. 지금은 겨울이라 추위가 닥쳐와서 열매도 다 되었고 산의 물은 얼었으며, 또 바위굴이 없어서 살 수가 없으므로 떠나서 사람 사는 곳에 의지하여 살면서 걸식하여 밥을 구하며 정사(精舍)에서 머무르려 한다. 이 겨울의 추위가 지나가면 다시 오겠으니, 근심하지 말아라.”
토끼 왕이 대답하였다.
“저희들이 다니면서 열매를 구할 것이며 멀고 가까운 곳을 찾는다면 넉넉할 것입니다. 한번 뜻을 굽히시고 가엾이 여기셔서 구제하소서. 만일 버리고 가신다면, 근심과 그리움에 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가령 오늘 공양 거리가 없으시다면 저의 몸을 도인께 이바지하겠습니다.”
도인은 그를 보고 감격하며 가엾이 여기면서 생각하였다.
‘지극한 마음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
선인은 불을 섬기던 터라 그 앞에 타던 숯이 있었으므로 토끼 왕은 생각하였다.
‘도인께서 우리들에게 잠자코 계시는구나.’
그리고는 이내 스스로 온몸을 불 속에 던졌다. 불은 몹시 이글이글 타던 중이어서 도인이 구하려 하였으나 이미 죽었으며, 도솔천(兜率天)에 가 났다. 저 보살 몸의 공덕이야말로 특히 존귀했고 그 위신은 높고도 뛰어났다. 선인은 그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도덕을 위해서는 신명조차 아끼지 않는구나.’
그리고 가엾이 여기며 역시 자신을 몹시 책망하면서 곡식조차 끊고 먹지 않다가 이윽고 혼신이 옮아가서 도솔천에 가 살았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때의 토끼 왕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선인은 바로 정광불(定光佛)이시니라.”『생경(生經)』 제3, 4권에 나오며, 또 『토왕경(兎王經)』에도 나온다.
(13) 고양이[猫]
① 고양이가 쥐를 삼켰더니 그의 장(臟)을 갉아먹다
과거 세상 때에 굶주려서 여윈 어느 고양이 한 마리가 구멍 속을 엿보며 쥐를 노리고 있었다. 때마침 쥐새끼가 나오므로 재빨리 붙잡아 삼켜 버렸다. 쥐새끼의 몸이 작았으므로 산 채로 배 속으로 들어가서 그의 내장을 뜯어먹자 고양이는 정신을 잃고 이리저리 미친 듯이 달려 다니다가 마침내 죽기에 이르렀다.
“어리석은 걸사(乞士)는 몸과 마음을 잘 보호하지 않으므로, 모든 여인을 보면 빛깔과 모양[色相]을 취하게 된다.”『잡아함경(雜阿含經)』 제47권에 나온다.
(14) 쥐[鼠]
① 쥐가 비사리(毘舍離) 왕의 생명을 구제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란타(迦蘭陀)라 함은 바로 산의 쥐 이름이니라. 언젠가 비사리 왕이 여러 궁녀들을 데리고 산으로 들어가서 사냥을 하였다. 왕이 그 때 지쳐서 어느 나무 아래에서 잠을 자고 있자, 궁녀들은 좌우 사방으로 흩어져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그 때 나무 아래 굴 속에는 큰 독사가 있었다. 왕의 술 냄새를 맡고 나와서 왕을 물려고 하는데, 나무 위에 쥐가 있다가 내려와서 찍찍 울며 왕을 깨우자 독사는 이내 돌아가 움츠려 버렸다. 왕이 깨어났다가 다시 잠을 자자 독사가 다시 나오므로, 쥐는 다시 찍찍 울며 내려와서 왕을 깨웠다. 왕이 일어나서야 큰 독사를 보고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궁녀들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으므로 왕은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살아나게 된 것은 쥐의 은혜 때문이다.’
그래서 보답하려고 생각을 하였다. 그 때 산 변두리에 마을이 있었으므로 이내 마을에 명하였다.
‘지금 이후로는 내가 준 녹(祿)의 일정의 몫을 모두 돌려서 쥐에게 주어라.’
그리하여 이 쥐 때문에 이 마을 이름을 가란타라고 지었느니라. 이 때 마을 안에는 40억의 돈을 가진 한 장자가 있었는데, 왕은 이내 장자라는 지위를 내리면서 이 마을의 이름을 따서 가란타 장자라고 하였느니라.”『선견율비바사(善見律毘婆沙)』 제6권에 나온다.
② 쥐가 소(蘇)를 훔쳐 먹으면서 몸은 그릇 안에서 자라다
옛날 어떤 장자가 집에서 소(蘇)의 병을 가져다가 높은 누각 위에다 놓고 덮개를 덮은 것이 단단하지 못했었다. 쥐가 소의 병으로 들어가서 밤낮 먹고는 자라났다. 소를 다 먹고 나자, 쥐 몸이 병 속에 꽉 차게 되어 형상은 마치 소의 빛깔 같았었다.
어떤 사람이 소를 사게 되었으므로, 장자는 소를 가져다가 불 위에 놓았다. 쥐는 병 속에서 죽었고, 다시 화(化)하여 소가 되었다. 팔고 사는 사람이 분량을 되와 말로 가졌는데 뼈가 아래에 잠겨 있었고, 해골과 다리뼈는 저마다 떨어져 있었다.『감로도경(甘露道經)』에 나온다.
『경율이상』 47권(ABC, K1050 v30, p.1171c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