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해가 났다가 들어갔다가..
밖에서 놀기는 좋겠습니다.
노을이가 다 자라고 나서는 해마다 어린이 날이면
노을이는 떼놓고 저희부부 동물원에 갔었지요.
거기서 신랑이 사주는 솜사탕도 손에 막 묻히면서 먹고,
이것 저것 사달라면 웃으며 사주는 행복한 어린이 날이었는데
신랑 말이 올 해부터는 제가 다 자라서 이제 어린이가 아니랍니다.
어른이라 아무데도 안간대요. -_-;;
그래서 저녁에 자장면이라도 사달라할려고 눈치만 보고 있는데
신랑은 거실에서 기아 야구 경기 보느라 쳐다도 안봅니다.
지난 4월 말일에는 여수에 다녀왔어요.
어버이날에는 일이 있어서 미리 다녀왔지요.
시댁 식구들 다 모여서 횟집에서 저녁도 먹고,
다음날은 통영 언냐가 울 어머님께 보내드린 장어를 구워서 실컷 먹었네요.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는 며느리가 좋아하는 소불(부추)김치도 담아주시고,
냉장고 뒤져서 이것 저것 또 막 챙겨주십니다.
시댁에서 저녁에 나와서 통영 언냐네서 하룻밤 자기로 했네요.
그래서 여수에서 통영으로 가는데 왜그리 피곤한지
반쯤 졸고 있는데 애아빠가 자기도 졸리니까 자지말고 놀자는데 잠이 자꾸 와요.
그래서 노래라도 부르면 좀 나을까하고 '봄날은 간다'를 큰소리로 불렀지요.
1절 다 부르고 2절을 부르는데
"연분홍 치마가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하는데 애아빠가 운전하며 하는 말이
- 그 위에서 어느 여자가 목욕하나??
- 어디서 여자가 목욕해요?
- 연분홍치마가 물에 떠내려온대며?
잠결에 노래를 부르다가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를
"연분홍 치마가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로.....-_-;;
그래서 한바탕 웃고 났더니 잠이 깨버렸네요.
통영 언냐네에 도착해서는 형부가 저녁 먹으러 가자고 해서 또 먹으러 갔지요.
매콤한 꽃게찜에다가 밥 한그릇 다 먹었네요.
언냐네 결혼식때 찍은 사진도 보고, 이화영님이 찍어준 우리 가족 사진도 봤어요.
가족사진을 얼마나 이쁘게 찍어주셨는지..
저는 그냥 집에 빈 액자가 하나 있어서 B4 크기로 사진 한장만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커다란 액자에 넣어서 정식 가족사진을 만들어주셨네요.
이화영님~ 7월에 부산에 가면 꼭 뵈어요!
언냐네서 하룻밤 자고 부산 김해 요양병원에 계시는 울엄마를 보러 갔어요.
주말이라 집에 내려와 있던 향아(언냐딸)도 데리고 갔었지요.
지난번에는 애아빠도 잘 알아보시더니 이번에는 향아랑 저는 알아보시는데
애아빠는 누군지 모르시네요.
가져간 노을이 사진을 보여드리며 누구냐고 했더니 잘안보인다며 노을이도 몰라보세요.
마침 병원 저녁식사 시간이라 수발을 들려고 엄마 옆에 있었는데
혼자서도 숟가락질을 잘 하세요.
죽이랑 국과 반찬이 나오는데 하나도 안흘리고 다 드시더군요.
그릇마다 깨끗하게 비우시는 엄마를 보며 배가 고프신것 같아서 맘이 아팠어요.
향아가 할머니 침대에 같이 앉아서는 할머니 손을 잡고 '아침 바람 찬바람에~' 를 하는데
잘 따라하시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웃으며 손뼉을 치는 모습을 보니 좋았어요.
약도 먹여드리고, 부산에서 정읍까지 또 먼길을 가야해서 일어나면서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했더니 빙그레 웃으세요.
잘가라며 손 흔드시는 모습을 뒤로 하고 병원을 나서는데 눈물이 나서 혼났어요.
향아를 부산에 내려다 주고 정읍으로 올라오니 저녁 10시 가까이 되었어요.
2박 3일을 천킬로 가까이 운전한 애아빠는 다리에 관절염오겠다네요.
저야 뭐 옆에 타고만 다녔으니 편하게 잘 다녔지요.
어제는 노을이 홈피에 갔더니 일촌평에 노을이 여자친구 글이 보이는데
여자친구 이름을 '내삶의 활력소'라고 해놨더군요.
그 아이가 노을이보고 전화 좀 하라고 써놨길래 그 글 바로 다음에다가
"니 삶의 활력소한테 전화 하고 난 담에 엄마한테도 전화 좀 해라"고 해놓고 왔어요.
오늘은 애아빠가 회사에 잠시 다녀와야할 일이 있어서 간 길에
애아빠 회사 근처 야산에서 고사리를 꺾었어요.
가는 길에 충무김밥도 사고, 빵도 사고, 물도 챙겨서 배낭에 넣고 가서는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 바람쐬며 먹는데 참 맛있었어요.
예전에 엄마가 아프지않았을 때,
음력 3월 14일이 외할머니 제사라서 그때 꼭 외갓댁에 가셨지요.
그러면 제사 지낸 다음날 이모들이랑 외숙모들이랑 같이 산에 가면
올고사리들이 막 올라와서 꺾기 좋을만큼 자라있어요.
저도 종종 따라다니면서 꺾었었는데 오늘따라 엄마 생각이 참 많이 났어요.
집에 와서 책을 읽다가 이런 詩를 봤어요.
서툰 연필 글씨로
맨 앞에 쓰신 말씀이
"옴마 편지 보고 만이 우서라."
국민학교 문턱에도 못 가보셨지만
어찌어찌 익히신 국문으로
"밥은 잘 먹느냐"
"하숙집 찬은 입에 잘 맞느냐"
"잠자리는 춥지 않느냐"
저는 그만 가슴이 뭉클하여
"만이" 웃지를 못했습니다.
서홍관님의 <옴마 편지 보고 만이 우서라> 中
이 詩를 읽으며 예전에 엄마가 노을이한테 써준 편지가 생각났어요.
삐뚤거리는 글씨에 내용도 짧지만
"노을아 군대 잘하고 오너라.
보고싶다. 사랑한다."
그 글이 왜그리 눈에 밟히는지요.
어버이날이 다가와서 그런지 못난 딸은 엄마 생각에 잠시 잠겨봅니다.
첫댓글 긴 여행을 하셨네 몸도 무지 피곤 하시리 ~ 친정 엄마의 건겅이 안 좋으시니 맘이 많이 걸리겠고 살아 계실때 자주는 아니드래도 찾아뵈 ~
나역시 울 엄마 돌아 가신지 벌써 1년이 흘렀네 살아 계실땐 툭툭 거리며 불효를 많이 했는데 후회도 되고 (한 숨 ) ~ 참 노을이네는 무지 행복하게 사는것 같애 그댁 서방님은 어떤분이시길래 마눌님을 애처럼 따뜻하게 잘 대해 주실까? 부럽당 ~
선배님 노을 엄마 글속엔 신랑님이 과연 어떤분일까?????????????????????????????????/// 맛지요,,,참말로 멋져부려 답니다,,,그것이 정답이옵니다,,,
그러게요. 자주 가서 뵈어야하는데 멀다보니 그것도 잘 안되네요. 그래도 살아계실때 한번이라도 더 가봐야하는데..아들 하나 있는거 군대 보내놓고 나니 둘이 앉아서 뭐해요? 소꼽장난이라도 해야죠. ^^;;
이화영님은 7월에 뵈어요. 거실 벽에다가 사진 턱하니 걸어놓으니 노을이 얼굴 볼때마다 웃음이 절로 납니다. ^^
에효! 글을 잘 읽고 내려오다... 눈 주위가 흥건해짐을 느낍니다.ㅠㅠㅠ
저도 저 詩를 읽고 혼자 훌쩍거렸어요. 애아빠는 또 뭘 보고 우냐고 묻고...
이제 낼 모레면 오십을 바라보니 어린이티는 벗고 큰애기가 됐으니동물원 구경은 끝내고 고사리 꺾으러 가셨구나 옴마 편지 보고 만이 우서라 고 아들에게 편지나 써 볼까나
대신 저녁에 쟁반자장하고 탕수육 시켜줘서 먹었어요. 우리만 내내 맛있는거 먹는게 미안해서 라리 전화 올까봐 얼른 먹고 상 치우는데 라리가 전화가 와서는 "엄마 뭐해요?" "뭐하긴 뭐해? 티비 보지.." 동작이 조금만 늦었어도 들킬뻔...
난 오늘 두통때문에 꼼짝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었네요... 이제서야 겨우 몸을 추스려 나팔소리에 들어왔는데 노을엄마는 오늘 하루를 즐겁게 보냈구만요~~~ 잘했어요! 참 잘했어요~~!
약 먹어도 안 듣든가요? 고질병 맞네요 그거..오늘 날이 흐려서 더 아픈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역시 노을맘님 재미있게 오손도손 사시네요..
요즘 여수에 가면 궁풍생이구이,서대회가 정말 끝내주는데요..
저도 어제 모처럼 집사람과 집가까운 성주산 이라는곳을 찾앗습니다.
얼마나 사람들이 많던지..
2시부터 프로야구 중계가 잇어서 서둘러서 집에 오는통에 집사람에게
구박 엄청 받았습니다,
모처럼 나갔는데 ㅇ여유있게 놀다오지못하고,,
프로야구가 마눌보다 더 좋으냐고 엄청 시달렸네요.ㅎㅎㅎㅎ.
금풍생이구이, 서대회 말만 들어도 침이 꿀꺽하네요. 금풍생이는 일명 '샛서방고기'라고 해서 생선이 너무 맛있어서 진짜 신랑한테는 안주고 아껴뒀다가 애인한테 준다고 해서 여수에서는 그런 이름이 붙었대요. 우리 애기아빠도 기아팬이라 기아 야구만 하면 정신을 못차린다니깐요. 어제 오후에는 내장산 그늘에 가서 고기를 구워먹을려고 준비를 다 했었는데 피곤해서 못가겠다하길래 그럼 그냥 집에 있자했더니 얼른 티비 틀어서 기아 야구를 보더만요.
노을맘님이 엄마를 많이 닮은거 같아요.^^* 엄마의 기억에서 사라지는것을 잡고싶죠? 저두 아빠가 기억 못하는게 많아짐을 느끼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몰라요. 이번 어버이날엔 저두 아빠에게 갈꺼랍니다~ 이번엔 꼭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와야겠네요...
엄마가 기억을 하나 둘씩 놓으실때마다 참 맘이 아파요. 살도 얼마나 많이 빠지셨는지 팔목이 제 반도 안되는 엄마를 보면 배불리 밥 먹고 사는 것도 죄송하고 그래요. 엄마는 배가 고프신 것 같아서요..
노릉이네는 정말 재밌게 사시는 모습 부러워요.... 전 요즘 강아지 한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그 재미에 푹 빠져있거든요...사실 저만이 아니구 가족 모두가요...
저도 강아지 키우고싶은데 그게 손이 많이 가잖아요. 거기다가 노을이 어렸을 때 질리도록 개를 많이 키워봐서 이제는 그만 쉬고싶어요.
손주 사랑이 크신 어머님! 어서 쾌차하셨으면 바래봅니다. 어버이날이 내일 모레네요. 노을어머님 글로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 느껴 봅니다.
더 나빠지시지만 않기를 바랍니다. 좋아지셔서 집으로 가실 날이 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딨겠어요. 어제는 박예비역 노래 '십이월'을 들으며 참 많은 생각을 했어요. 1분도 채 안되는 39초의 노래가, 그 가사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군요.
부모님 살아계실때 잘해야 하는데 생각은 있으면서도 왜 그게 잘 안되는지,,,오늘은 한분박에 안계신 친정엄마한테 전화해봐야겠네요. 노을어머님 지금처럼 늘 행복하세요^^ 아주 보기좋아요.
그러게요. 내새끼 입에 들어가는 돈은 하나도 어렵지않게 툭툭 내놓으면서 부모님한테는 얼마나 인색한지 다시 한번 반성해봅니다.
친정어머님 애기만 들어도 보고 싶어 눈물나네요 살아계실때 자주 찾아뵈어야 하는데......노을 어머님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 부럽습니다.
언제나 알콩달콩 지내시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그래서 노을이 모습이 밝은가봐요? 노을이 외할머님께서 건강이 좋으셔야할텐데.... 항상 자식들은 부족할뿐이랍니다. 다행이 기억이 돌아오셨네요. 온 가족의 행복이 오래도록 계속되시기를....
어머나..고사리다...........저도 고사리 잘보이는데..아무나한테 쉽게 잘안보이는 고사리가..님의 눈에 포착이되었군요......행복해보이는님께.한표를 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