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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에 거금을 투자하는 사업가들이 있다. 그러나 사실 축구는 좋은 투자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똑똑하고 성공적인 사람들이 미친 짓을 하고 싶어 하는가. 몇 가지 다른 이유가 있다.
① 장난감(첼시와 맨체스터시티)
평생 써도 다 못 쓸 만큼 돈이 많다면 당신은 뭘 하고 싶은가? 프리미어리그 축구단을 사고, 이를 세계 최고의 구단으로 만들어 보자. 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2003년 파산을 눈앞에 둔 구단 첼시를 샀고, 결국 2005년 첼시는 1955년 이후 처음 잉글랜드 챔피언이 됐고, 2012년에는 사상 최초로 유럽 챔피언이 됐다. 맨체스터시티를 인수한 아부다비의 셰이크 만수르도 비슷하다. 수억달러를 투자해 팀을 프리미어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아브라모비치든 만수르든 투자한 돈을 회수하지는 못하겠지만, 괜찮다. 투자는 단지 재미를 위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몇몇 사람은 첼시의 성과가 러시아 정계에서 아브라모비치 영향력을 높였다고 생각한다.)
② 브랜드 홍보(블랙번 로버스)
2010년 인도의 치킨 회사 '벵키스'가 블랙번 로버스를 인수했다. 회사를 전 세계로 알리기 위해서였다. 벵키스는 실제 유명해졌지만 그 이유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았다. 벵키스는 블랙번의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잇따른 실수로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할 만한 팀을 하부 리그로 강등시켰고, 팬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블랙번은 막대한 손실을 봤으며, 벵키스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돈을 대야 한다.
③ 투자(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유는 미국 글레이저 가문이 클럽을 인수하기 전까지 축구계에서 가장 수익을 많이 거두는 팀이었다. 글레이저 가문은 맨유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맨유를 담보로 한 차입 매수를 했는데, 그 결과 빚진 돈은 고스란히 맨유의 재정 부담으로 돌아와 맨유가 빚을 갚아야 한다. 이 빚 때문에 맨유는 최고 수준의 선수를 사오는 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지만, 그나마 천재 감독 알렉스 퍼거슨경 덕분에 버텨 왔다. 팬들의 증오를 받는 글레이저 가문은 조만간 맨유를 팔아넘겨 이익을 보려 할 텐데, TV중계권과 별도로 인터넷 개별 방송권을 팔 수 있는 날이 오면 그렇게 할 것이다.
④ 개인 사정(풀럼)
이집트 출신의 모하메드 알 파예드는 오랜 시간 풀럼의 구단주였다. 2001년 풀럼의 프리미어리그 승격은 그의 돈 덕분이었다. 알 파예드는 당시 이미 유럽 최고의 백화점인 '해러즈'의 소유주였지만 영국 시민권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풀럼의 소유주가 되면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알 파예드의 아들은 다이애나비의 남자 친구였고, 1997년 파리에서 벌어진 자동차 사고로 함께 사망했다. 파예드는 2013년 미국 사업가에게 풀럼을 매각했다.
⑤ 고국에 과시(카디프시티)
말레이시아 출신의 기업가 빈센트 탄은 2012년 카디프시티를 인수했고, 클럽을 구단 사상 최초로 프리미어리그로 승격시키는 데 많은 돈을 투자했다. 팬들은 승격에는 아주 기뻐했지만 곧 화가 잔뜩 났다. 탄 구단주가 클럽의 유니폼 색깔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꿔버린 것이다.(카디프시티는 1899년 창단 이래 파란색을 팀의 상징으로 삼아왔다.) 그것도 빨간색이 말레이시아와 아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파란색보다 더 인기가 높기 때문이란 것이 이유에서였다. 그는 말레이시아에서 카디프시티를 이용한 마케팅을 더 하고자 했지만 이제는 어려워졌다. 클럽이 지난 5월 하부 리그로 강등됐기 때문이다.
⑥ 사업 확장(QPR)
토니 페르난데스는 저가 항공사 '에어 아시아'를 커다란 브랜드로 키워낸 다음 퀸스파크레인저스(QPR)를 인수했다. 그는 QPR을 이용해 그의 항공사를 광고하고자 했다. 아시아 축구 선수 중 가장 유명한 한국의 박지성을 영입했고, 이어 윤석영도 사들였다. 한국에 광고할 루트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클럽은 연패를 이어갔고, 결국 지난해 기록적인 패배 숫자를 남기며 강등됐다. 지난 5월 클럽은 다시 프리미어리그로 승격됐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