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7일에 투표하게 될 호주제 폐지에 관한 저녁 뉴스에서 한나라당 여성의원이 호주제 폐지에 찬성을 던지면 한나라당을 국민들이 새롭게 볼 것이라는 것과 당에서 찬성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접하고 한나라당이 국민여론에 너무 무지하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아마 여러분이 이 안에 찬성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등을 돌릴 것입니다. 대부분의 여성들도 폐지보다 보완을 원하는 것이 현실이고 남성들과 나이 드신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폐지를 원하는 사람들은 발언권을 갖고 앞에 나서 행동하고 있고 원하지 않는 국민의 대부분 서민 그들은 발언권도 없고 나서서 행동할 시간도 기회도 없기에 단지 침묵하고 묵묵히 바라보며 폐지를 원하지 않고 있으니 또다시 대통령 탄핵안 때처럼 악수를 두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법안에 대한 찬.반의 의사 결정은 의원 여러분의 개인적인 소신에 의한 투표보다 여러분을 뽑아 준 지역민들의 생각을 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6월 국회 시작 때 이 건으로 국회 게시판에 올리려 했다 설마 폐지야 안 되겠지 하는 생각에 접어두었던 글을 올립니다.
이 글을 읽으시고 여러분의 지역에 살고 계신 여러 계층 여러분들의 의사를 알아 보십시오. 그리고 신중히 아주 신중히 생각하시고 투표하시어 이 복잡한 세상 더 복잡하게 만들지 마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꿈과 희망을 갖고 출발하는 여러분께 축하를 드리며 평소 제 호주제 폐지에 대한 소신을 인터넷 여성부 장관과의 대화 토론방에서 나누려 여러 번 시도했으나 사이트가 연결 안 되어 실질적인 투표 행사를 하실 여러분들께 답답한 마음을 전하려 합니다.
저는 22년 간 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고 두 아이의 어머니고 장손의 부인이며 결혼 생활 19년째인 여성입니다. 제가 주장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호주제 폐지를 대부분의 여성은 원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법이라도 대부분의 국민이 원하지 않고 많은 여성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국회에서 통과되면 안 될 것입니다. 현 재혼 여성들의 아픔 등 현실적인 문제를 보완하면 될 것을 폐지하는 것은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엄마가 재혼하여 양아버지와 살아가는 아이들의 아픔을 예로 많이 드는데 저희 학교에는 엄마가 한 번만 재혼하는 것이 아니라 3-4번 결혼을 하고 그 때마다 아버지의 성이 달라지는 경우도 자주 봅니다. 그 때마다 아이의 성은 바뀌어야 할까요?
호주가 되면서 가장이 되면서 어깨에 짊어지게 되는 책임감으로 대부분의 남성들은 더 가정과 집안을 지키려 하고 애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보다는 가정에 대한 사랑의 배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국회의원 여러분들의 아버지의 모습은 가족을 위한 희생으로 가슴 뭉클하지 않으셨는지요? 힘겹게 살아가는 남성들을 과중한 책임감에서 해방시키자는 취지라면 여성의원 여러분은 직업 없이 살림하는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지고 가정의 모든 책임은 여성이라고 생각하며 남편 만큼 너그러워지실 수 있는지요? 한 달, 1년, 10년 동안 벌어들인 돈 한번 만져 보지 못하고 고스란히 통장으로 남편 손에 들어 가도 당연하다 생각하며 일하는 기계로 전락하여 살아갈 수 있는지요? 대부분의 여성은 아니라고 답할 것입니다.
부모님의 산소 관리 등등의 일들을 남성들 만큼 끝까지 하실 각오는 되었는지요. 전 솔직히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슬픔이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은 오빠 만큼 관심도 못 두고 나 바쁘다는 핑계로 몇 년째 아버님 산소에 못 가고 있지요.
인간의 유전인자도 남자의 XY와 여자는 XX로 남녀가 만나 자식을 낳을 때 누가 우월해서가 아니라 4개의 염색체 중 1개인 Y염색체를 가진 남자의 유전인자로 계통을 이어가는 것이 3개의 X염색체로 계통을 정하는 것보다 몇 대를 거치면서도 복잡하지 않고 과학적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호주제는 폐지보다 보완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덜 개혁적이고 여성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부류로 흑백 논리로 몰고 가는 것을 심히 우려합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실질적인 권한은 거의 부인에게 주어져 있고 살얼음판 같은 사회에서 가족들 책임지느라 힘들고 힘든 남성들에게 호주하라고 해 줘서 힘 없는 남편을 종이 호랑이라도 만들어 주는 것도 여성 쪽의 여유라고 생각되는군요.
남성과 여성은 서로 대립의 상대가 아닌 상생의 존재이고, 복잡하고 살기 힘든 세상에 여성들이 남성을 보듬어 주고, 남성을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대할 때 여성은 진정한 승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금 말한 저의 생각이 대한민국의 보통 여자들의 생각일 것입니다. 그래도 호주제를 폐지해야 한다면 대안을 확실히 만들어 놓고 국민 투표에 붙이길 바랍니다. 몇몇의 국회의원이 아닌, 여성운동을 하는 분들만이 아닌, 언론에 생각이 보도되는 사람만이 아닌 묵묵히 살아가는 국민은 무엇을 원하는가를 확연히 알 수 있는 길은 그나마 국민투표일 테니까요.
호주제 폐지는 개혁적이고 폐지가 아닌 것은 비개혁적이며 개혁은 선이고 보수와 유지는 악이라는 이분적인 논리에서 의원들은 벗어나길 바랍니다. 가족의 해체가 급속해지고 있는 요즈음 호주제 폐지로 가족의 해체를 더 가속화시키지 마시기 바랍니다.
작년 저희 반 학생은 36명이었고 이 중 2학기 때 4가구가 이혼했으며 이들의 이혼 사유는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이었습니다. 이렇게 남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가정에서 버림 받으면 어떤 길을 가게 될까요? 답은 뻔합니다. 큰 소리치지만 여자보다 여리고 나약한 면을 갖고 있는 것이 남성이기에... 부모 이혼 후 중 3이나 된 남학생들이 제 앞에서 피를 흘리듯 흐느끼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저는 눈물이 흐릅니다.
요즈음 어려운 경제로 힘든 가정과 가족을 그나마 지켜 주고 있는 것은 여러분이 죄악시하는 가부장적 사고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종종해 봅니다. 설령 호주제 폐지가 최선의 이상향이라 하더라도 톡 건드리면 깨질 것 같은 가정이 많은 지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호주제로 인한 폐해는 다른 법의 보완으로 얼마든지 가능할 것입니다.
여성의원들 또 여성부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선진국의 여성들이 남편 성을 따라 성을 바꾸는데 우리는 자신의 성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과 남편의 월급 봉투가 고스란히 부인의 손으로 넘어가 집안의 경제권을 쥐고 있는 한국 가정의 대부분의 주부들은 가정의 누구보다도, 지구상의 누구보다도 우월한 위치에 있지 않은가를 다시 한 번 반문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땅의 남자들의 대부분은 여러분의 남편들 같이 많이 배우지 못했고 많이 가지지 못했으며 자신만만하지 못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