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훈훈한 소식이 전 세계를 달궜습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부부의 통 큰 기부는 감동을 넘어 충격에 가까웠습니다. 어떻게 30대 초반의 젊은 부부가 52조원에 달하는 거액을 기부했을까요? 52조원. 얼마나 큰돈인지 상상이 가십니까? 세계 최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 재산(약 93조원)의 절반에 달하고, 한국 최고의 부자인 이건희 회장 재산(약 12조원)의 네 배가 넘는 돈입니다. 저커버그가 가진 주식의 99%이고요.
이렇게 큰돈을 기부한 이유, 얼마 전에 태어난 딸 맥스를 위해서였습니다. 저커버그 부부는 딸에게 남긴 편지에서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 엄마 아빠도 네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란단다”라고 썼습니다. 젊은 부부가 꿈꾸는 ‘더 나은 세상’은 부의 양극화가 줄어든 세상입니다. 이를 위해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기꺼이 내놓은 것이지요. 이들의 기부로 인해 점점 더 벌어지던 부의 간극이 다소 주춤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난주 주간조선 커버스토리로 ‘아너 소사이어티 8주년’을 다뤘습니다. 아너 소사이어티 강학봉 모금본부장은 기부왕들이야말로 사회적 영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부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는 사회에서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주는 사람들이야말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영웅이라는 거죠. 아너 소사이어티를 취재하면서 깜짝 놀란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고액 기부자들이 세계에서 2위로 많더군요. 처음엔 믿을 수 없었습니다. 아너 소사이어티 측의 이 말을 잘못 들은 줄 알았습니다. 제 귀를 의심하면서 재차 묻고, 나중에 전화로 또다시 묻고 근거를 뒤졌습니다.
저뿐 아니라 기사를 읽은 분들이 하나같이 이 부분에서 의아해하더군요. “정말? 우리나라의 개인 고액 기부가 세계 2위라고?” 이런 의심, 우리나라 부자들은 기부에 인색하다는 편견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 편견을 서서히 깨도 좋을 듯합니다.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가 결성 8년 만에 누적기부액 100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세계공동모금회에서도 한국의 고액 기부자 증가 속도에 놀라워합니다. 남 눈치 보면서 유행을 좇고, 쉽게 파르르 끓어오르고, 혈연 지연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한국의 문화, 폐단도 많습니다. 하지만 나눔문화 확산에서는 큰 힘이 됩니다. 아너 소사이어티의 나눔 열기는 해가 지날수록 들불 번지듯 퍼지고 있습니다. 그 확산의 고리에는 가족, 지역사회, 동문의 끈끈한 네트워크가 있습니다.
또 하나 놀란 부분이 있습니다. 익명의 기부자들의 진짜 이유입니다. 아너 소사이어티에는 익명의 기부자가 120여명으로 전체 930여명의 13%에 달합니다. 처음엔 이분들이야말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멋진 분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더군요. “주변에서 알면 안 된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잘났어? 그럴 돈이 있으면 나나 주지’라며 서운해한다는 거죠. 자식사랑, 이웃사랑의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직접 베풀든가, 그들이 사는 사회를 위해 베풀든가. 어느 쪽이 내 아이를, 이웃을 더 행복하게 하는 베풂일까요?
첫댓글 기부를 하고서도 비양을 받는 것 보다
익명의 기부자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많은 기부자로 인하여 각박한 세상이
훈훈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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