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지내기
간밤의 심한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고 난 후, 아침에 거리에 나서니 샛노란 은행잎이 도로에 수북하다. 앙상한 가지에는 불과 몇 개의 잎사귀만이 한들거리고 있는 모습이 누가 뭐래도 가을을 보냈음을 실감할 수 있다. 불쑥 찾아온 베이징의 겨울, 가끔씩 만리장성 넘어온 삭풍이 온몸을 움츠리게 하고, 주변은 꽁꽁 얼어서 사무실과 방안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어도 춥기만 한 불편한 계절이 다가 왔다. 특히 베이징의 겨울은 11월 중순 이후부터 시작하여 3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이다. 이 불편한 계절을 현명하게 잘 보내는 주변의 레저활동으로는 스키, 썰매, 등산 및 실내 운동 등 각개인의 취향에 맞게 즐길 거리는 꽤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추운 계절에 웅크리고 있다가 일주일에 한번씩 심하게 몸을 풀려고 한다면 분명히 몸의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필자는 중국에 와서 이런저런 고수(?) 분들 및 관련 책자를 통해 익힌, 매일 간단하게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중국식 양생법에 대해 몇 가지 소개 드리고자 한다.
아침을 젊고 활기차게.. 먼저 일어나자 마자 침대 끝자락, 가능한 몸은 동쪽의 창문 쪽으로 향하고 편안하게 걸터앉은 후, 온몸의 긴장을 풀고 긴 호흡을 세 차례 정도 한 연후에 다음 동작을 순서대로 한다.
① 입안의 침 삼키기: 입안에 고인 침을 두어 번 삼킨 후 위아래 이빨을 14번 딱딱 부딪힌다. 그리고 입안의 고인 침을 삼킨 연후 다시 이빨을 14번 부딪힌다. 이 동작을 3번 연속한다. (이 동작은 ‘신선전’에 ‘장수의 비결’로 소개됨)
② 손바닥 열기를 눈에 전달: 양 손바닥을 (우선 입고 있는 옷에 손을 가볍게 닦아낸 후) 3~4회 비벼댄 후(손바닥에 열기 발생) 손 바닥 장심을 양 눈에 가볍게 갖다 댐(손바닥의 열기가 눈 속으로 전달됨). 이 동작을 3회 정도 반복함(노안 방지에 좋다고 함)
③얼굴 마른 세수: 다음 동작은 다시 양 손바닥을 비벼대서 손에 열기가 발생되면 (중간중간마다 손바닥을 옷에 가볍게 문질러서 손의 건조함 유지 필요) 얼굴 전체를 손바닥을 활용하여 구석구석 맛사지 한다(특별한 순서는 없으나 코, 입 주위, 이마, 특히 주름이 있는 눈 주위 등을 꼼꼼하게 맛사지 함) 이 동작은 이른바 ‘고대의 천년 주안 술’라고 하며 이 동작을 지속적으로 하면 얼굴이 젊어진다는 전설이 있으며, 아울러 얼굴을 꼼꼼히 맛사지 할 때는 머릿속의 연상 작용으로 얼굴의 주름이 손길 따라 펴진다는 신념이 필요하다고 한다.
④ 머리 마사지: 다음 동작은 두 손을 활용하여 머리를 감듯이 머리카락 전체를 쥐어짜거나 잡아 당기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두 손바닥을 활용하여 머리를 두드리되 약 36회 정도가 적당하다. 상기 동작은 처음에는 가볍게 두드리다 점점 강하게 두드리면 시원한 쾌감이 올 것이다(이 동작은 잦은 두통이나 탈모에 좋다고 언급됨).
⑤ 귀 맛사지 : 다음 동작은 두 손을 사용하여 귀볼을 잡고 아래로 잡아 당기고 문지르며, 귀 안쪽을 꼭꼭 눌러 주고, 귀 구멍에 손가락을 넣었다 빼내는 동작을 몇 번씩 반복하는 것이다.
⑥ 목 맛사지: 다음 동작은 목을 중심으로 열이 나도록 맛사지하고 가볍게 두드려 주는 행동이다.
⑦허리/어깨 맛사지: 자 이제 침대에서 하는 마무리 동작으로는 두 손을 활용하여 허리 쪽 및 어깨 둥지 쪽을 위해 맛사지하고 두드려 주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6가지 동작은 길게 잡아서 10분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며, 마치고 나서 세수를 해보라, 아마 얼굴에 비누칠을 하지 않았음에도 부드럽고 매끈한 맛이 기분 최고 일 것이다.
만인의 운동, 거실에서 맨손체조가 최고의 스트레칭 이제 세수를 하고 거실로 나왔다면, 밥상 앞으로 그냥 달려 가기 보다는 몇 가지 몸 풀기 운동으로 온 몸의 유연성을 키우고 밥 맛을 돋구도록 해보자.
우선 초등학교 때부터 중고등학교 시절을 거치면서 몸에 익힌 ‘국민체조’, 혹은 군대를 다녀왔다면 더욱 자연스럽게 몸이 반응 할 수 있는 ‘국군 도수체조’가 적격이다. 1번 팔다리 운동부터 목운동, 가슴운동, 옆구리 운동, 등배운동, 몸통운동, 뜀뛰기 운동, 숨쉬기 운동 등 보통 12가지 정도를 편안하게 한다면, 사실 10분도 소요되지 않는다(구체적인 동작은 인터넷 상에 잘 설명되어 있음).
그리고 나면 왠지 운동으로는 조금 아쉬울 것이다. 그래서 내친김에 양 다리는 곧게 편 채 손바닥을 마루바닥에 대는 ‘서서 등펴기’ 운동을 약 36회 정도 실시 해보도록 하자. 아마 처음 시작 할 시점의 보통사람이라면 손바닥이 마루바닥에 닿기에는 역부족 일 것이며, 손 끝이라도 마루바닥에 닿을 수 있다면 그런대로 몸의 유연성이 좋다는 뜻 일 것이다. 그러나 약 1개월만 지속적으로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면 손바닥이 방바닥에 닿게 되어서 딱딱한 몸에서 유연한 신체로 변화되는 즐거움을 누릴 것으로 확신한다.
견딜 수 없는 오금 저림의 해소법, 발끝 부딪히기..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먼 여행을 다녀오거나, 심한 운동 후, 비행기를 타고 오랜 시간을 지내노라면 다리와 발을 중심으로 견딜 수 없을 만큼 오금이 저려와서 잠을 잘 수도 없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도 서있을 수도 없는 이른바 ‘좌불안석’의 괴로움을 많이 겪었다. 그러던 중 몇 년 전에 치료법을 발견하였다.
이른바 ‘발끝 부딪히기’ 인데 어떤 장소에서도 즉시 가능한 치료법이다. 제일 좋기로는 퇴근 후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발끝 부딪히기’ 을 시도해 보라. 방법은 양 발 안쪽 면을 서로 부딪히는 것이다. 처음 시작 할 때는 생소하고 어렵겠지만 50개씩, 100개씩, 그리고 한번 할 때 마다 평균 200개 이상을 하고 나면 잠자리가 편안해 질 것이다. 온몸에 뭉친 기혈이 풀리면서 원활한 혈액순환과 적당한 피로감이 만족한 숙면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양생의 기본은 적당한 운동, 음식, 마음가짐이 최고 사실 필자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 단지 이런저런 곳을 여행 다니고, 그리고 그곳에서 기인(?)들을 만나고, 그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관련 책자를 보고 나서 내 몸에 가장 적합한 동작들만을 소개한 것이다. 물론 전문가께서 보시게 된다면 조금은 미흡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아울러 “양생지도(養生之道)”의 핵심은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루고, 거기에 걸 맞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으뜸으로 여기고 있다. 참고로 중국에서 발간된 책자 중에서는 여러 가지 책자들이 발간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 ‘황제내경(黃帝內經)’, ‘천년도인술(千年導引術)’ ‘신선전(神仙傳)’ 등은 필자가 본 것 중에서 가장 중국적인 양생지도의 본류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그 책 속의 깊은 뜻을 문외한이 충분히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였으나, 옛 선인들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는 어렴풋이 마음으로 이해 할 수 있었다.
날씨가 추우면 몸과 마음도 움츠러들기 마련이나, 이럴 때 일수록 집안에만 머물지 않고 겨울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다가오는 자연의 변화를 즐기는 것도 기분 좋은 일 것이다. 즉 가족과 함께 갈대가 흔들거리며 낙엽이 수북이 쌓인 산속의 산길을 걷는 것, 조용히 눈 내리는 산사의 뒤안길을 걸어 보는 것, 그리고 산속에 묻힌 주막에서 얼어 있는 홍시와 겨울 속에 묻힌 채소류와 함께 간단한 양고기 훠궈(火過)를 먹어 보는 것, 그리고 매일 부부가 저녁 식사 후 약 1시간 정도 산보하는 것 보다 좋은 양생법은 없다고 한다. 자, 이제 각자의 취향대로 적극적이고 즐거운 겨울을 보내 보도록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