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한 꽃밭
- 정수자
1
오체투지 아니면 무릎이 해지도록
한 마리 벌레로 신을 향해 가는 길
버리는 허울만큼씩 허공에 꽃이 핀다
그 뒤를 오래 걸어 무화된 바람의 발
설산雪山을 넘는 건 사라지는 것뿐인지
경계가 아득할수록 노을꽃 장엄하다
2
저물 무렵 저자에도 장엄한 꽃이 핀다
집을 향해 포복하는 차들의 긴 행렬
저저이 강을 타넘는 누 떼인 양 뜨겁다
저리 힘껏 닫다보면 경계가 꽃이건만
오래 두고 걸어도 못 닿은 집이 있어
또 하루 늪을 건넌다, 순례듯 답청踏靑이듯
ㅡ《시조미학》 2025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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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 정국에서 누란의 위기를 극복하겠노라 출사표를 던지는 모습이 장엄합니다
그들이 어떻게 정치를 해왔는지 똑똑히 지켜본 대중 앞에 태연하게 등장하는 모습이라니
그들의 입술에 매달린 애국, 민주주의, 국가 위기는 마치 노을꽃 같아 장엄해보입니다
지금의 옷차림은 세탁기를 금방 빠져나온 듯 화려해도 형광얼룩이 보이는 걸 어쩝니까?
진짜같은 조화 꽃다발이어도 화단에 세워두면 얼마가지 않아 진짜와 구별이 되고 말텐데...
앞장서는 누가 고개를 치켜들자 뒤따르는 누가 뒤를 따르고 드디어 떼를 이루며 강가로 나갑니다
얼마나 하찮았으면 너 한 주먹 나 한 주먹이 되려고 하는지
깜냥도 되지 않을 이들의 오만한 존재감이 서글프기만 한 4월 중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