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이진규 기자 = 10·20대 여성들이 갓 낳은 아이를 버리는 일명 ‘영아 유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이를 사전에 막을 방법이 딱히 없다는 지적이다.
영아 유기죄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에겐 초범이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혼모라는 이유로 실형보단 집행유예가 선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영아 유기 혐의로 검찰에 입건된 사람은 2010년 43명, 2011년 73명, 2012년 77명, 2013년 10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지난해 52명으로 감소했다. 10년 동안 같은 혐의로 검찰에 입건된 사람은 모두 643명으로, 이는 해마다 64명이 입건된 셈이다.
현행 형법 272조는 치욕을 은폐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해 영아를 유기한 사람에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아 유기 사건에 있어서 형사 처벌은 사후적 처방에 불과해 사전에 이를 방지할 예방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영아 유기를 사전에 막을 미혼모시설이나 관련 제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박영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영아 유기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선 미혼모가 출산하기 전, 즉 임신상태에서 관련 기관을 찾아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아직까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이 같은 역할을 하는 미혼모시설은 설치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어 “현재 민간에서 운영하는 미혼모가족협회나 미혼모지원네트워크 등을 통해 출산하기 전까지 충분한 상담을 받고 양육할지 입양을 할지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아직 미혼모시설에 대한 인식이나 홍보가 부족해 미혼모시설을 찾지 않고 무작정 베이비박스를 찾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라고 덧붙였다.
손정혜 변호사는 “과거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 미혼모가 아이를 키울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버리는 경우가 있어 영아 유기죄에 대한 최고 법정형을 징역 2년으로 규정해 약하게 처벌했지만, 현재는 아이를 키울 의지만 있다면 키울 수 있는 상황이라 영아 유기죄에 대한 형량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또 “영아 유기죄에 대한 최고 법정형이 징역 2년에 불과해 법원에서 초범이나 미성년자의 사유를 참작하면 주로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편”이라며 “현행법상 아동학대특례법에 적용되면 엄벌되지만 영아 유기죄가 적용되면 처벌이 약해지는 모순이 있어 이 부분에 대한 형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A씨(31·여)는 2012년 10월 3일 새벽 경기도 양주시의 한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출산사실이 가족에게 알려질 것을 두려워하며 같은 날 저녁 인근 폐가에 영아를 유기해 사망케 했다.
이에 법원은 “피고인이 미혼모로 출산 및 영아유기치사에 이른 범행 경위와 초범인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참작한다”며 A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밖에도 2013년 3월 30일 새벽 강원도 인제읍 소재 자신의 집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운동가방 안에 아기를 넣고 옷장 안에 보관하던 중 같은 날 아침 인근 주점 앞길에 아기를 넣은 가방을 두고 도망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27·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정영란전도사>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박영미대표에게 물어보고 싶네요. 베이비박스를 찾아오는 미혼모들이 과연 미혼모시설을 알지 못해서 또는 홍보가 부족해서 베이비박스를 무작정 찾아오는지 말입니다. 베이비박스 사역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함부로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누구보다도 찾아오는 미혼모들을 설득해서 원가정에서 아기를 키울 것을 종용하고, 할 수만 있다면 최대한 필요한 지원을 해 주고 있는데 말입니다. 미혼모가족협회나 미혼모지원네트워크에서는 미혼모가 정작 아기를 키울 때 정부에서 주는 말뿐인 지원정책말고(본인들도 익히 알거라 믿습니다. 정부에서 주는 지원정책이 얼마나 미혼모에게 터무니없는 금액인지 말입니다), 그 가정에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경제적 지원 뿐만 아니라 아기돌보미를 얼마나 해 주고 있는지 묻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