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입가엔 만족스런 미소가,
감은 눈 안엔 안개에 싸여 신령스러운,
비에 몸을 내맡긴 남산의 계곡과 길과 나무
바위가 하나 하나 지나간다..
이제부터.
전생퇴행 하듯..한 발자국씩
기억의 시간 속으로 계단을 내려가 보자...
서울에 도착해서 하나 둘 인사를 나누고 떠나는 압구정동...
붕대를 동여 멘 토구님이 서 있던 모습이 생각난다
동그랗고 선한 얼굴이 귀엽다.
어쩐지 두고 가기 안쓰럽다..
토구님이 조금만 날씬했으면 업어 줬을 텐데..ㅎㅎ
(내가 쳐다보면 쑥스러워 했는데..ㅎㅎ 토구님아~
나 사람 쳐다 보는 게 특기여~..특별한맘 없으니 걱정 마시구..ㅎㅎ)
대장은 아팠던 몸이 회복이 안됐던 터라 내내 힘들어 보여서 걱정스러웠는데
어찌 자전거를 끌고 영동대교 넘어 집으로 갈까...어쩌누..마음이 무겁다
2조를 기다리는 중에 보였던 푸른잔디님의 모습에
아!..소리가 났다..
고마웠다..그저 고마웠다..
흠뻑 비를 맞은 모습으로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산티의 손에 들고 있던
수육을 받아드시던 백우님의 천진스런 모습..
난..중광스님이 떠올랐다..ㅎㅎ
그 뒤에 묘한 미소로 바라보던 비수님의 모습도..
어쩜 백우님의 그런 모습을 사랑하는 건 아닐까..?
기차 타고 내려와 시내에 여관에서 숙박하며 아침에 달려온 산티과 친구
밤새 함께 못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종이컵 하나로 돌아가며 마신 막걸리는
그 섭 함을 풀어 주는 듯 따스했다..
모두가 젖어버린 옷을 갈아 입느라 분주한 민산버스안의 풍경은
여자사우나실같은 분위기도 풍겼지만..
서로의 젖은 살을 살짝 들여다 보는 가족같은 마음..
함께 있었다..(나만 들여다 봤나..?ㅎㅎ)
나의 짝지 강창은님은 대학생 딸이 둘이나 있다고 하시는데
피부가 아이살결처럼 곱다..ㅎㅎ
다섯 시간의 산행..답사신청을 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부분..
옛날엔 회사 산악회의 회장도 했었건만 늘어난 인대로 인해
산행안한지가 십여년..
등산화에 양말도 두 개 신고 단단 무장을 했다.
다른 님들은 모두 은하철도999의 철이 처럼
모자와 비옷의 기차길 놀이를 만들고 가는데
모자가 젖을까 벗어 둔 우둔함에
머리부터 스며든 빗물.. 막으려 할수록
온 몸에 침입을 시도하는 비에
어느 순간 날 포기하자 맘 먹으니
비가 비가 아니요~..내가 내가 아니다..
비오는 남산을 즐기는 건 그 때부터였다..
피하고 않고 받아들이기~..
바위 속에 계시는 부처님을 찾아낸 것이 부처 이고 보살이고,
탑들은 남산의 바위를 기단으로 하여 모두 서있다
자연에 어긋남이 없이 순응하면서.
.그런 남산을 답사하며 어찌 비바람을에 순응하지 않을 수 있으리~
물을 밟고 바위를 밟으며 진작 나를 버리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진정 즐긴다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전날의 생일잔치로 등산화를 챙겨 오지 못한 곱슬미녀는
그 높은 통굽구두를 신고도
뒤 처질까봐 선두를 유지하려 애쓰는 나를 꼭 앞질러
어디선가 나타나서 기를 팍팍 죽이고..ㅎㅎ
지가 무슨 짱가라고..ㅎㅎ
그녀의 넘치는 에너지와 강인함
언젠가는 종달새님과 말그니님과 뒤에 남아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될 거 같다.
폼만 멋진 것이 절대루 아니다.. 그대의 열성이 진정 멋있다!
참가한 95명중 한 5명에게 주어진 행운을 나도 받았다..
(분명 행운으로 알기로 맘 먹었다..그런다고 행운일까..?
좀더 살아 보고 최종 결정 내려야지~..ㅎㅎ)
세상에...선물 못 받은 그 명단에 끼다니..
헛된 욕심부리지 말고 노력하고 살아라~
오늘도 난 배운다..ㅎㅎ
하지만 속은 탄다..냉수나 먹으로 가자..!
줄줄이 늘어서 아침밥의 행렬은 수학여행때의 풍경을 연출한다.
냉동님 사모님과 한 식탁에서 아침을 먹는다..
미인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나는 소리도 못 내고 겨우 밥만 먹다가 ㅎㅎ
겨우 밥 다 먹고 다음에도 꼭 오세요~ 한마디 밖에는 못해다..
담에는 미인들과도 한 판승..(비장의 삼백번 비방이 있다..}
열심히 재잘거려 봐야지~
불국사를 다녀온 뒤라 밥맛이 꿀맛이다..
밥 조금만 주세요~ 했던 것이 금새 후회된다..
글 타고 숙녀 체면에 더 가지러 가기도 글쿠..ㅎㅎ
세번째 가본 불국사
새벽을 여는 기분이 이런 것이리라~
안개에 휩싸인 청운교 백운교앞에서의
몽롱한 느낌..극락의 영역이여서 였을까..?
충격처럼 다가온 크기..
이상했다..
어렸을 적 본 것은 어른돼서 보면 대부분은 적게 느껴지건만,
먹을 만큼 먹은 겁없는 나이의 내가
다보탑과 석가탑 앞에서 왜 그리고 작고 초라해 보이는지..
답사를 다니며 유적과 유물 앞에서면 점점 작아져 가는 날 보게 된다..
얼마나 작은 공간 안에, 짧은 시간 속에서 날 가둬 두고 살았는지...
얼마나 근시안적인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처음으로 모놀의 식구와 함께한 밤..
풀벗님이 계셨으면 모닥불을 피우셨을까..?
잠시..그런생각을..ㅎㅎ
뒤풀이 접시에 수육과 김치를 담으면서 맛있는 아롱사태 부위도
한입 주어 먹고..
음식 하나하나 세심히도 준비한 최라윤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 많은 식구들 먹을걸 준비하느라..세상에 살이 몇 킬로는 빠졌겠다..ㅎㅎ
노래방시설만 있었으면 아마도 강당이 뒤집어 지지 않았을까..?
속으로 엉덩이 들썩거리던 님들이 많이 보였다..
노래방 세대라 가사를 모르니..
향기야님~ 역시 우리보다 한 수위..
배워~~~!!들바람!.. 향기야님 정말 멋지다~!
어수선한 분위기 일시에 휘어 잡으며 전체 박수를 유도하던 준비님
종원님 과선배 다우시다.. 멋지고 한 분위기 있으신 님이셨다..
공부 못하는 것 들이 책가방은 무겁다고..
슬라이드 보겠다고 열심히 앞쪽에
다가가 앉았으나 전체시간 중 삼분의 일은 졸았다!
조는 모습 안 들키려고 허벅지 많이 꼬집었다..ㅎㅎ
방안 풍경은 처녀들의 저녁식사 영화 못 지 않다..
다섯명이서 나눈 은밀한 대화~ 삼백번의 비밀..
절대로 말 못해 준다.. 처음만난 블루님과 우리하나 맑고푸른마토님
다섯번째 보는 나의 그대 곱슬미녀~
하룻밤에 쌓은 정 만리장성이 부러워 할 것이다.. 그치요~..ㅎㅎ
토암산 그늘아래 식당에서의 저녁시간..
딸내미가 안왔다고 힘겨워하는 식당 할머니를 도와
밥과 반찬을 곱슬미녀와 나른다..내 식구들에게 밥나눠 주는것처럼
어찌 그리 좋은지..
버섯전골과 산채 동동주를 한잔 하려면 미리 운동 좀 하는거도 좋치..
영차 영차 나르고..
그 사이 또다른 모놀의 힘이신 물구리님이 대장정을 마치고 오시고
첫날의 밤은 깊어 간다..
식후 불국사 입구까지의 산책은 미국서 10년을 살다 온 김해원님도 동행..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서 노는 곳이 모놀이란 생각 한 번 더 하게 된다..
습지여서 관을 메어 달았다는 괘릉..겉으론 평화롭기 그지 없으나
속은 얼마나 애가 닳을까..?ㅎㅎ
죽어서도 편히 눕지 못하는 안타까움이..느껴진다..
어쩜..익살스럽던 그 사자상은 흉을 보고 있지 않았을까..?
옆에 있는 사자상에게~..,,
역시 화장서약하기를 잘했다..남겨져 있어 무엇을 더 바랄꼬..
모놀2세 3세 들이 내 무덤 답사 다니진 아니할테고..ㅎㅎ
혹시...우담바라 아닐까..? 하고 들여다 봤던 보리사 석조여래좌상
잘생긴 부처님 앞을 떠나질 못하고..만지고 보고..
성수귀 닮은 길게 어깨까지 늘어진 귀도 보고 또 보고..
날 놓아주지 않던 가늘게 뜨고 있던 긴 눈..
머물러 있으면 그 자비를 내가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면이 석불로 되어 있던 대장님의 부처님 종합선물세트..
이것저것 맛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부처님의 영산세계
자그마한 샘물아래서 그 물을 마시면 천개에 오르지 않을까
잠시 상상에 빠져 봤다..
계곡의 물소리가 경쾌하게 들리던 좁은 산길을 따라
오르다 마주친 감실부처님!
언제나 놀러 오라고 말해 주는 것 같은 모습으로
편안하게도 앉아 계신다..
할머니처럼 엄마처럼..손 내밀면 끼고 있던 팔짱을 걷고
안아줄 거 같은 모습이다..
달빛을 따라 변해간다는 그 미소를 다시 바라볼 수 있을지..
그때까지 평안하시길..외할머니댁 다녀오는 느낌으로 바라봤다..
5등신 아이의 모습을 닮은
배리삼존불..berry..? 얼마나 좋으면..ㅎㅎ
땅속에 묻혀 있다 다시 빛을 바라보니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더 넉넉하고 편안해 보이는 지도 모르겠다..
신라인들의 삶 속엔 산이나 땅이나 바위나 모든 곳에 부처가 있어
어디에 있어도 좋았겠지만,
발굴하여 모아 세워 둔 일본인에게도 감사함을 느낀다..
들깨의 걸 죽하고 고소한 국물에 콩가루의 고소함까지 갖춘
손칼국수..국물 한 방울 남길지 않고 홀딱 다 비웠다..
들깨 칼국수집을 서울에 내도 성공할 것 같다..
탁월한 대장님의 맛 집 선택이였다..
아~..이제 기억은 아스라이..
마지막으로 향하여
답사 첫날의 아침으로 이어진다..
압구정 현대백화점 주차장에 남편이 날 내려 두고 간다..
오늘은 스스로 알아서 태워다 주었다..
부탁도 안했는데..
히힛~..
압구정까지는 제발로 오는데 성공했으니..
여기서 민산버스까지 50미터의 거리만 스스로 걸으면
나도 향기야님부부처럼 영원님부부처럼 청한님부부처럼 힐님부부처럼..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 안으로 한 발자국 걸어 들어 갈 수 있을 텐데..
이런 아름다운 기다림의 미학도 즐겁다..
바지가 흠뻑젖어 결국 젖을까 쓰지 못한 모지를 깔고 앉아 올라오는 버스안..눈을 감고 되돌아본 여정였어요~..ㅎㅎ결국 꾸벅꾸벅 어딘지 모를 정도로 내려가 버렸지만..ㅎㅎ 꼬리글 주신 여러님들 감사합니다.. 아!..나누미님 반가워요~.ㅎㅎ샨티님의 친구분~..유유상종이라구..넘 이쁘시드라~,ㅎㅎ
첫댓글 정말 모놀식구들은 글쓰기 천재들만 모였나... 나는 글재주도 사진도...없어서 내가 할수있는... 이렇게 댓글이라도 열심히 달아서 응원이라도 할 수밖에...
으으~~미치겠다...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들바람님!! 님의 모습을 보기 전부터 님의 글은 이미 저를 흔들어 놓더니만 오늘도 역시!! 탄성을 지르게 하는 군요...정말 너무 벅찬 선물을 받은 기분이랄까?...우째 요렇게 잘 쓸수 있데요?...
타임머신을 따고 뒤로 쭉 빨려들어가는 느낌....어지러움을 넘어 황홀해지네요...
잔잔히 웃는 그 모습처럼 글도 그렇게 찬찬히 아래로아래로 내려 가는구먼..시간여행은 그렇게 하는거라는걸 이제야 알았어요...모습도 멋있지만. 글 솜씨도 역시 멋지고...우리보다는 훨씬 더 좋은 부부가 될것 같은 예감이 팍팍 오는데요?..^^
반가운 얼굴 들바람님!! 그새 보고싶네요. 모델 못지 않은 당찬 그 워킹하던 모습(저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역시나 후기도 멋있네요..^^
한폭의 그림처럼 이틀의 풍경이 펄쳐지는군요....석조여래좌상 의 옆구리에 우담바라 였으면 땡 잡는건데..ㅋㅋ 달새는 벌레집이라나 뭐라나...하하 후기 잘 읽었습니다.
'시간여행' 잘 하고 왔습니다. 남들과는 다르게, 상식과 보편을 뛰어넘어 '삐딱하게 세상을 볼' 줄 안다는 것은 탁월한 능력이지요^^ 감탄하고 갑니다!
샨티칭구 기억하시죠? ^^ 샨티 말 처럼 한 글 하시네요... 편안함을 느껴지는 들바람님의 그 걷는폼이 그냥 나온게 아니네요. 산악회 회장까지 하셨다구요. 넘 멋져요^^
나 들바람 때문에 미녀탈퇴 하지 말아야할까봐 이토록 극찬을해주니...글구 웬글을 이리도잘쓴담 난 명함도 못내밀겠내 ㅎ ㅎ ㅎ
거꾸로 흘러가는 시간..에..멋진글까지..감동입니다. 모노는..후기쓸 엄두가 안납니당..^^
영화 '박하사탕'처럼 시계가 거꾸로 올라갑니다. 와..잘 읽었습니다..참 아름답습니다.
바지가 흠뻑젖어 결국 젖을까 쓰지 못한 모지를 깔고 앉아 올라오는 버스안..눈을 감고 되돌아본 여정였어요~..ㅎㅎ결국 꾸벅꾸벅 어딘지 모를 정도로 내려가 버렸지만..ㅎㅎ 꼬리글 주신 여러님들 감사합니다.. 아!..나누미님 반가워요~.ㅎㅎ샨티님의 친구분~..유유상종이라구..넘 이쁘시드라~,ㅎㅎ
정말로 글솜씨대단하십니다...다들 어찌나 글을 잘쓰시는지...모놀 가족이 되면 이럴수 있는건가요? 아님 이런 재주가 있어야 모놀 가족이 되는건가요? ㅋㅋㅋ... 두번째로 가진 모놀님들과의 만남속에서 또한번 행복은 먼곳에 있는것이 아님을 느꼈습니다..
정말 잘 보았네요 그리 아름답게 내면 까정 표현을 하는걸 보면 부러워요 자주 좋은 글 부탁 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