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 모퉁이를 휘돌아 아득히 풍악이 울린다. 심장 뛰는 북소리다. 박동의 베이스에 나는 그만 울컥한다. 시커먼 버스가 느리게 다가오고, 영미와 그들이 샌드위치처럼 싸여 온다. 풍물단의 화려함과 큰 버스가 배경인 탓일까, 왜소하며가녀리다. 클로즈업 영상만 봐서 그럴 거다. 다소 지친 듯 보인다. 화면에서 본 팔팔한 그녀들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되어 숨 가쁘게 시달렸을 테니 그럴 게다. 그런데도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한 당찬 모습에 뭉클하다.
준비된 군청광장이다. 가족들을 중심으로 선량들이 앞자리를 채웠다. 아나운서를 섭외했나 보다. 선수를 봐야 사횔 보지, 좀 비켜주시란 소리가 카랑카랑 또렷하다. 즐거운 비명인데, 한 컷 찍어보겠다고 덤빈 내가 겸연쩍다. 개 코도 아닌 나는 물러서고 만다. 흘러간 양반, 요즘 양반, 해보겠단 양반 인사 말씀이 이어진다. 온통 영미 속에 친구 딸내미 선영이 몇 컷 찍었으니 됐다. 나는야 백수, 기다리는 마님 모시러 일찌감치 염매시장을 지나 걸으며 생각한다.
온통 영미라, 다른 낭자들은 잘 호명되어지지 않는다. 은정이 경애 선정이 보다 어감이 좋긴 하다만, 불러준 은정이 덕이겠다. 그래도 너나없이 떴으니 덕 좀 보고 살 일이다. 향토사 연구회 여명 선생의 목격담이 생생하다.
“안평고개를 넘어 철파리 영미.경애 자매가 살던 집을 찾았습니다. 철파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었습니다. 가슴이 아렸습니다. 너무나 허름한 집과 문짝들을 보며 할 말을 잊었습니다. 차마 사진을 올리지 못합니다. 4년 뒤 베이징에서 꼭 금메달리스트가 되어야겠습니다.”
지금은 읍내 아파트에 산다는 얘기가 사실인지 모르겠다만, 숨 가쁘게 살았던 건 틀림없다. 선영이네는 넓은 집 한 채 짓기를 응원한다. 50년 전부터 들락거리던 그때 그 집터는 너무 좁다. 자식 키워 그만한 영화는 누려봄 직 하지 않겠는가. 세상은 영웅을 원한다.
첫댓글 의성낭자의 활약을 치하드리며 축합합니다. 평창이 낳은 스타중 스타입니다. 얼마나 자랑스럽습니까?
지인 자슥이니 더 애틋하네요.
자랑스런 딸들입니다.
더욱 정진하여 더 좋은 성적으로 국위를 선양할 것을 믿습니다.
메달 한 번 더 따고 좋은 신랑감 만나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