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웨이를 지나다 보니, 보타닉 가든의 ‘스프링 스프렁(Spring Sprung)’이 퇴색해 보인다. 초여름의 우리 집은 피조아나무의 빨간 꽃, 감나무의 노란 꽃, 사과나무의 흰 꽃이 지고, 열매들이 올망졸망 달리는 계절이다. 꽃내음보다 진한 과일향의 추억, 꽃보다 과일이다. 이제, 남국의 햇볕과 비바람과 이슬이 나설 차례다. 일요일보다 금요일이 좋은 것처럼 기다림도 즐거움이다.
NZ 골프 선수 리디아 고(Lydia Ko,17세)가 미국 여자프로골프 투어 LPGA 클래식에서 총상금 1.9M 달라를 받는 광경을 TV에서 보았다. 게임 전반에는 세계 1위 스테이시 루이스가 우승할 것 같았는데, 18홀에서 동점인 세계 3위 리디아와 두 선수가 연장전에 들어가 두 선수는 퍼팅, 드라이버 한 샷의 실수로 떨어져 나갔다. 만약 한 타를 놓치면 그녀들은 우승만 놓치지만, 리디아는 CME 그룹투어 챔피언쉽 상금 1.26M과 LPGA 우승 상금 63.3만 달라를 동시에 놓치게 된다. 내 손에도 땀이 난다. 이것이 동포애다. 나의 응원도 통했는지 리디아는 LPGA
최연소
우승자가 되었다.
그녀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25명’ 중 1인으로 선정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리디아가 프로로 데뷔한 작년에 교민들은 리디아 후원 한인 골프대회를 열었는데, 이제 리디아가 장애인을 위한 골프대회를 성황리에 두 번이나 열었다. 리디아는 세계 유명 대학의 스카웃 제의보다 고려대학 교 문과대학 심리학과 진학을 결정했다. 리디아는 한국과 뉴질랜드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주목 받는 선수다.
11월은 우리 골프크럽의 프라이즈 기빙(Prize giving)과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고, 12월 초가 되면 썸머 컵이 시작되면서 2015년의 새로운 게임 일정이 시작된다.
골프에서 100타를 깨려면 버릴 세 가지- 무욕,
무력, 무심! 90 타를 깰 때 무서워 말아야 할 것 세 가지- 벙커,
미들
아이언, 부인! 80 타를 깰 때 있어야 할 네 가지- 돈, 시간, 친구, 건강! 70 타를 깨려면 포기해야 할 것 세 가지-직장, 가정, 돈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노 페인 노 게인 (No pain, no gain)이다.
일직선, 원거리, 원 칩샷에, 원 퍼팅이 골퍼들의 로망인데, 내 샷은 돌아가고, 휘어지고, 벙커에 빠지는가 하면, 때론 숲속, 덤불속, 물속, 진흙 속으로 사라지기 일쑤다. 그저 취미 골프인데도 실수할 때마다 화나고, 당황하고, 위축되고, 좌절한다. 집중해서 친다고 쳤는데 코 앞에 떨어지는 황당샷, 볼 대신 허공을 가르는 에어샷, 칩샷할 때 드리볼을 하면 울고 싶다. 그래도 내가 골프채를 다시 드는 이유는 건망증 때문인가 보다. 골프 게임에서는 상대방이 잘 쳐서라기보다 나의 실수로 지게 되지만, 고약한 상대를 만나면 심리전에 말려 들 때도 있다. 남의 수를 읽지 못하는 것도 낭패다.
나의 열 네 개의 골프채들은 고달프다. 다른 이는 서너 번에 가는 길을 나는 때로 대여섯 번에 가기도 한다. 오늘 엠브로즈게임에 나는 올해 크럽 챔피언인 미리암과, 키가 크고 늘씬한 실버 핸디캡의 알렉스, 브론즈 I 인 버니스와 한 팀이 되었다. 나는 브론즈 II 로, 팀원 네 명 중에 핸디캡이 제일 높다. 엠브로즈 게임에서 네 명이 한 팀이 되는 경우에는 네 명의 핸디켑을 더한 다음, 여덟로 나누어 하나의 공동 핸디캡을 적용한다. 우리 팀의 핸디켑은 11이다. 엠브로즈 게임을 하다 보면 장거리 샷만 계속 선택하게 되어서, 18홀 중에 한 사람의 티샷을 적어도 세 번 선택해야 하는 규칙이 있다. 그렇게 되면 가장 잘 치는 사람의 티샷이 최대한 아홉 개, 못치는 사람의 티샷은 세 개 선택된다.
오늘은 숏건(shotgun) 스타트, 각 팀이 각각 다른 홀에서 시작한다. 우리 팀은 3번, 파 4홀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뚜우우--’ 신호가 울리면서 게임이 시작되었다. 가장 길고 정확한 드라이버샷은 역시 오관왕 챔피언 미리암의 샷이다. 미리암은 하키선수 출신으로 다리를 넓게 벌리고 짧은 백스윙을 해서 정확하게 힘있게 타격하는 훌 스윙. 미리암의 넓은 어깨와, 큰 키와 호랑이눈, 그리고 두 다리가 믿음직스럽게 보인다. 이것이 팀 골프다. 개인 메치 게임에서는 상대의 볼이 실수 하기를 바라지 않았던가? 내가 똑같은 실수를 할 것은 생각도 못하고. 몇 년 전, 그녀가 내게 스트록을 주고 하는 메치 게임에서의 미리암은 얄미운 존재였는데......
두 번째 우드샷은 알렉스 볼이 선택되었지만, 퍼팅은 내가 해냈다. 누가 퍼팅을 드라이버나 우드 샷만 못하다고 말할 수 있나? 230 미터나 2 미터나 똑 같은 한 타인 것을. 첫 홀부터 버디다. 우리는 하이 화이브를 하며 다음 홀로 가볍게 이동했다. 둘째 홀에서도 드라이버샷은 여전히 미리암의 샷이다. 그러나, 이게 웬 일인가? 숲쪽으로 가던 알렉스가 미리암보다 거리를 더 내기 시작했다. 스코어 카드에 미리암과 알렉스가 계속 마크된다. 정확하고 긴 미리암과 알렉스의 드라이버와 칩샷, 버니스와 나의 우드샷과 퍼팅, 이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져 우리 팀은 12 개의 파(par), 다섯 개의 버디(birdie),
하나의 보기(bogey)로 스테이블포드 넷트 (stableford net) 59 점으로 우승팀이 되었다. 우리 팀은 19 번 홀(카페)로 올라가 카파(cuppa)를 즐긴다. 달콤하고 은은한 커피향. 카르페 디엠! 우승하면, 4시간의 고뇌와 뒤틀림도 환희가 되고, 한 타 한 타가 의미심장하지만, 게임에 지면, 모든 타가 무의미해진다. 골프는 인생! 버릴 것은 버리고, 지킬 것은 지키자. 두려움은 금물, 균형을 잡자. 2015 을미년, 양티해의 내 모토다.
첫댓글 이제 보니 경중씨는 골프매니아군요. 치기도 잘 치실 테지만, 보니 골프를 아주 좋아하십니다. 그렇게 좋아하시면 잘 치게 되는 법이지요.
나는 골프의 골자도 모르지만 우리 나라의 내로라는 선수들, 골프 세계에 한국 이름을 내놓았던 최경주, 박세리.... 이들에 뒤이어 수많은 어린
프로골퍼들.....그리고 전국 곳곳에 수많은 000 CC 들..... 거기에 전문 tv 채널을 보면 이 종목이 가진 분명한 매력이 무얼까 궁금해집니다.
언제 한번 경중씨가 소개해 주세요^^. 규칙이나 그 매력을 잘 모르는 잘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재미있는 '챔피언과 앰브로즈 게임'처럼.
네 맞아요. 골프매니아, 일 주에 두 세 번은 라운딩하지요. 앞으로 골프에 대해 자주 쓸 수 있는 용기 주어 고마워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천혜의 자연 환경에서 일주일 두세번 라운딩! 부럽습니다. 어떤분이 말하기를 노년?에 골프 같이 할 수 있는 세사람의 친구만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 힘 빼고 툭 쳐라" ㅎ ㅎ 절대 안되지요? 골프나 인생살이나 욕심이 있으면 안된다는 교훈.......
건강하게 아름다운 자연에서 라운딩 즐기시고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건강하시길.....
여기 골프하기 넘 좋아요. 일 년 내내 얼지 않기 때문이지요. 서리오는 날이 가장 추운 날입니다.
제게 골프의 매력은 어쩌면 '거꾸로' 인 것 같아요.. 항상 마음과는 반대이니까요.
몇 년 전 두 가족이 함께 차를 가지고 뉴질랜드 골프장을 한 달간 돌았습니다.
뉴질랜드 골프장 4백여 개 중 육십여 개는 라운딩한 셈이지요.
칭찬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하루가 즐거우면 삶이 즐거운,
저 푸른 초원의, 집 짓는 소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