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지적 유산에서 길어 올린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에 대한 응답
마사 누스바움과 솔 레브모어 두 석학은 철학, 문학, 경제학, 법학 등을 경유하고 때론 그것들을 서로 엮어나가며 우리에게 현명하고 우아하게 나이 드는 법을 알려준다.
나이 들수록 생겨나는 권태, 실망, 불안감 같은 것들을 해소하는 데 우정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 로마의 선현 키케로가 쓴 『나이듦에 대하여』와 『우정에 관하여』, 그리고 그가 친구 아티쿠스와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보여주고, 자녀들에게 어떻게 공평하게 유산을 나눠줄 것이며 노년에 그들과 어떻게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반면교사 삼아 해소해준다. 또한 각자가 과거에 대한 회고를 통해 자기 인생 속 여기저기 흩어진 기억의 조각들을 이어붙이면서 우리 삶을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유진 오닐의 희곡 〈밤으로의 긴 여로〉 등 문학사에서 빛나는 작품과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자들을 인용하며 제시하기도 한다. 나이듦에 대한 저자들의 지적 탐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한 단서를 찾은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이듦에 대한 대화는 인생 후반의 커다란 자산이자 기쁨이다
키케로의 『나이듦에 대하여』을 참조한 이 책은 60대에 들어선 두 친구의 대화라는 형식을 띤다. 모든 장은 나이듦을 다룬 에세이 두 편씩을 짝지어 놓았다. 두 저자는 서로의 글에 응답하거나 동의하기도 하지만 각자 다른 성격과 학문적 접근법을 지녔기에 다른 생각을 내놓기도 한다. 예를 들어, 철학자인 마사 누스바움은 은퇴한 사람들이 모여 이룬 공동체에서 지금 이 순간의 쾌락에 탐닉하는 현재지상주의를 발견하고 비판하는 반면, 법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솔 레브모어는 좀 더 현실적인 입장에서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는 그들의 모습을 인정한다. 이처럼 독자들은 차별화된 두 석학의 관점과 견해를 통해 하나의 주제에 대한 두 가지 통찰을 접할 수 있다.
두 저자는 이 책에 담긴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간편하고 쉬운 조언으로 가닿길 바라지 않는다. 자신들의 대화가 일종의 모델이 되기를, 더 많은 이들이 지혜롭게 나이 드는 것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토론하게 되는 시작점이기를 바란다. 나이듦을 놓고 주위 사람들과 나누는 생각과 토론은 실제 삶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인생 후반의 커다란 기쁨이기 때문이다.
나, 타인, 세상을 돌보며 품격 있게 나이 드는 법
이 책은 우리가 ‘품격 있게 나이 들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우정, 나이 들어가는 몸, 적절한 은퇴 시기, 나의 과거 등을 생각하는 것은 나의 내면과 외면을 돌보면서 ‘내가’ 더 좋은 모습으로 나이 들기 위함이다. 이 책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노년의 경제적 불평등과 노인빈곤, 노인혐오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우리가 떠난 후에도 계속될 세상에 우리는 무엇으로 기여할 것인지를 물으며 나를 돌보는 것을 넘어 ‘타인’과 ‘세상’을 함께 돌보게 한다. 이것이 이 책의 진정한 가치일 것이다.
“아이들이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잘 자라면 다른 사람을 어떤 목적 없이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알게 된다. 아이들이 교육을 정말 잘 받으면서 자랄 경우 그들은 자신과 아주 가까운 가족 및 친구의 범위를 넘어서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 전반의 대의에 대한 생각도 하면서 일련의 귀중한 책임들을 형성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우리 모두 두 번째 아동기에 들어선다. 이 시기에는 자아의 절박한 요구와 육체의 본능적 요구가 그동안 형성했던 좋은 습관들을 방해하고, 우리를 넓은 세상의 가치와 멀어지게 만든다. 우리는 이와 같은 도덕적 위험을 인지하고 있어야 하며, 최선을 다해 그 위험과 맞서 싸워야 한다. 되도록 품위와 유머와 겸손을 보여주면서.”(454쪽)
은퇴한 노인들은 드디어 자기 외모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때때로 그들의 주름살이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일정한 연령에 이른 사람들의 경우 쭈글쭈글하고 주름진 얼굴이 매끈하고 깨끗한 피부보다 아름답게 보인다. 주름살이 있으면 그 피부 뒤에 감춰진 인격이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눈동자가 반짝인다면 나는 대화 중에 그 사람에게 집중하게 된다. 그 사람의 옷과 장신구와 몸매에 눈길이 가는 것이 아니라. -2장 나이 들어가는 몸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아이들이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잘 자라면 다른 사람을 어떤 목적 없이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알게 된다. 아이들이 교육을 정말 잘 받으면서 자랄 경우 그들은 자신과 아주 가까운 가족 및 친구의 범위를 넘어서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 전반의 대의에 대한 생각도 하면서 일련의 귀중한 책임들을 형성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우리 모두 두 번째 아동기에 들어선다. 이 시기에는 자아의 절박한 요구와 육체의 본능적 요구가 그동안 형성했던 좋은 습관들을 방해하고, 우리를 넓은 세상의 가치와 멀어지게 만든다. 우리는 이와 같은 도덕적 위험을 인지하고 있어야 하며, 최선을 다해 그 위험과 맞서 싸워야 한다. 되도록 품위와 유머와 겸손을 보여주면서.”
이제는 우리의 자손들만이 아니라 대의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나눔은 우리가 처음 세상을 만났을 때보다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가장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8장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 책은 존엄한 죽음이든, 다른 어떤 죽음이든 간에 죽음에 관한 책이 절대 아니다. 이 책은 현명하게 사는 법에 관한 책이다. 나이듦이란 무언가를 경험하고, 지혜를 획득하고, 사랑하고,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피부가 쭈글쭈글해지더라도 자기 모습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머리말: 지혜롭게 나이 들기 위한 지적 여정접기
P.44
나이가 들면서 우정 자체가 깊어지는 것과 함께 세상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는 것. 이것은 매우 귀중하며 다른 경로로는 쉽게 얻지 못하는 혜택입니다. -1장 나이듦과 우정
아무런 용건이 없더라도 나는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네. 그러면 꼭 그대와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 들거든.
키케로 편지
친구 사이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의 시야가 넓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우정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문제를 이해하도록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접하도록 합니다.나이가 들면서 우정 자체가 깊어지는 것과 함께 세상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는 것,이것은 매우 귀중하며 다른 경로로는 쉽게 얻지 못하는 혜택입니다.
우정에 관하여
사람이 나이가 들면 많은 것을 이겨내야 합니다.권태,쓰라린 실망,불안감 같은 것들 말이지요.물론 어떤 사람들은 워낙 침착해서 정신적 ㆍ육체적 인 운동을 꾸준히 하고,정원을 가꾸고,만찬장에서 미리 준비된 토론을 즐기고,죽음 앞에서도 스토아적 평정을 유지하면서 무난히 나이를 먹을 겁니다.하지만 선생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그리고 그렇게 나이 드는게 좋다고 생각하지도 않으시죠.우리 노년기를 진짜 연회처럼 만들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우정의 경험이 필요합니다.여기서 일상적인 우정의 경험이란 뒷담화,추측을 통한 이해,내밀한 농담,고통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마법 같은 기술 등을 가리키고요.
나이듦에는
필연적으로 불행이 따라온다.
하지만 유머,이해,사랑은
필연적으로 따라오지 않는다.
이런 것들을 제공하는 건
우정이다
나이듦에 관하여
나이 드는 사람들에게 시간은 갈수록 짧아지고,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점점 시급한 문제가 된다.회고적 감정과 사고에 활용된 시간은 우리가 친구,자녀,손자녀와 상호작용하지 않는 시간이다.우리는 중요한 일은 모두 과거에 일어났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사람은 언제나 있다.과거를 쳐다보며 살면 즐거운 인간관계를 많이 놓치게 된다.과거 회상 작업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할애하는 시간의 한도를 정하고 현재와 미래를 풍요롭게 해주는 회상을 하라는 것이다.지금 우리가 진짜로 가진 것은 현재와 미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과거에 했던 행동들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애쓰는 일은
현재의 우리가 완전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지난 날을 돌아보며
우리 철학자들은 글을 쓰기 전에,특히 나이듦에 관한 글을 쓰기 전에 다음과 같은 말을 자신에게 들려줘야 할 것 같다.철학자여,부디 기억하시오.당신의 경험은 그저 당신의 경험일 뿐이오.그러니 계속해서 배우시오.당신 자신과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시오.사람들에게 삶을 어떻게 경험해야 한다고 설교하기 전에 그들이 경험하는 삶에 대해 물어보시오.당신의 삶과 똑같지 않은 삶들에서 의미를 발견할 준비를 하시오.다양성을 존중하시오.
또한 당신의 세대가 사회적 편견과 낙인 때문에 일그러지지 않도록 당신 자신을 보호하시오.지식인이 아닌 사람들이나 돈벌이 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학자 집단의 하위문화도 경제 대상이 라오.
겸손이 약이라오.유머 감각도 언제나 좋지요.겸손과 유머 감각이 없는 철학자들을 조심하시오.그들이 당신이 느껴야 하는 감정을 당신에게 가르쳐줄 정도로 자신이 대단하다 뻐기더라도 조심해야 하오.아니 그럴 때 더 조심하시오.그런 행동은 딸들의 사랑을 각본으로 만들려고 했던 리어왕과 다를 바가 없지 않소?
우리 모두는 좋든 싫든
노년기에 돌봄을 필요로 하게 될때
우리가 어떤 대접을 받을 것인가에 대한
징표를 찾으려 한다는 점에서
리어와 닮은 꼴이다.
리어왕에게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다.역사는 실제로 일어났던 이런저런 사건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반면 시는 극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서 인간 생활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사건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모든 유한한 존재는 이런 방법으로 자기를 보존한다.영원히 신성한 존재로 남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나이 들어 세상을 떠날 때가 되면 자신과 유사한 새로운 존재를 남겨 두고 간다.
플라톤, '향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