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소년의집 관현악단(BSO·재단법인 마리아수녀회의 아동복지시설)과 자선음악회를 여는 지휘자 정민(24·사진) 씨다. 지휘자 정명훈(55) 씨의 셋째 아들인 그는 이번 공연에서 세계적 마에스트로인 아버지와 첼리스트인 고모 정명화(64) 씨 등과 한 무대에 선다.
아버지의 요청으로 지난해 1월부터 매주 한 차례씩 소년의집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고 있는 정민 씨를 20일 오후 부산 서구 소년의집에서 만났다. 현재 서울대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첫 악단인 소년의집 오케스트라와 인연을 맺으면서부터 지휘에 전념하고 있다. 이번 음악회는 소년의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아버지, 고모에게 협연을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웃음기 없는 얼굴로 연습하던 모습과는 달리 연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갔다.
"뻔한 답이겠지만 지휘와 악기 연주는 아주 큰 차이가 있어요. 연주는 소리를 직접 만들어 낸다는 보람이 있고, 지휘는 각자 다른 연주자들의 스타일에 맞춰야 한다는 것, 100% 자기가 원하는 소리를 내기 힘들다는 거죠. 하지만 위대한 작곡가들이 각 악기가 최상의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오케스트라 곡을 만들었고, 지휘자는 최대한 그 소리를 표현해내는 작업을 하기에 둘 다 놓칠 수 없어요."
'정명훈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혹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생각보다 그렇진 않아요. 저에겐 훌륭한 음악가보다도 그냥 아빠라는 느낌이 더 강하죠. 고모도 마찬가지고. 지휘자로서의 정명훈을 얘기한다면, 객관적으로(Objectively라는 단어를 썼다) 톱 쓰리, 톱 투의 세계 제일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는 영어 불어 독어 등에 능통한 대신 아직까지 한국어가 서툴러 중간 중간 전자사전을 찾아가며 성실히 답변에 응했다.
아버지에 대한 질문보다 소년의집 관현악단의 열정적인 모습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한 정민 씨는 "아버지를 뛰어넘는 지휘자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제 색깔을 갖고 최고의 소리를 낼 수 있는 좋은 지휘자가 되는 게 목표죠. 이 곳 친구들이 원할 때까지 계속 함께 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1부에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연주하고 2부에서는 BSO의 대표 연주곡인 베토벤의 '삼중협주곡'을 들려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