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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판사 병가…조국 재판서만 3번째 재판부 교체
정경심 재판선 검사들 집단 반발 뒤 송인권 판사 교체
검사 측 핵심 논거와 사전면담 지적한 김미리 판사도
사전면담 문제 제기는 김학의 판결로 적절성 재확인돼
앞서 글에서 지난해 2월 조국 1심 재판부의 구성원 1인이 교체된 결과로 조국 1심 재판의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에 대해 짚어보았다. 통상적인 합의부에서는 재판장이 아닌 배석판사 1인의 교체는 그리 주목받을 일이 아니어서 필자도 그 점을 유의미하게 짚지 않았었다.
하지만 ‘소수의견’ 문제가 드러난 상황에서 이 재판부가 동등한 부장판사 3인으로 구성된 대등재판부라는 점을 상기하면, 재판장이든 배석판사든 똑같이 1/3의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 나아가서 그 교체되는 1인이 재판부의 전체 성향 혹은 각 혐의별 유무죄 판단을 2:1에서 1:2로 반전시키는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대등재판부 체제의 숨은 함정이었다.
즉 지난해의 판사 1인 교체는 재판장 교체 못지 않게 중요한 사안이었는데도 외견상 재판장이 아닌 배석판사의 교체라는 이유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조국 재판에서 이런 재판부 변경이 처음이 아닌 무려 3번째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정경심, 조국 재판에서 연이은 재판부 교체
당초 조국 전 장관의 1심 재판을 맡았던 것은 김미리 부장판사였다. 그랬던 것이 2021년 2월 초에 돌연 김미리 판사를 포함한 3인의 부장판사로 구성되는 ‘대등재판부’로 변경되면서 김상연 부장판사와 장용범 부장판사가 기존 김미리 판사와 대등한 지위로 합류했다. 그런데 다시 한 달만에 김미리 부장판사가 “병가로 휴직”하고 이번엔 마성영 부장판사가 추가 합류해 재판장이 되었다.
요컨대 김미리 부장판사는 1차 재판부 변경으로 인해 사실상 추가 2인의 부장판사와 대등한 지위로 ‘격하’되었고, 다시 한 달만에 아예 재판부를 떠나게 된 것이다. 이런 조국 1심 재판부의 ‘변천사’를 요약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보다시피 이 재판부는 ‘매년’ 변경되었다. ‘재판 기간이 길어서’ 정도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잦은 재판부 변경이다. 특히, 재판부에서 밀려난 두 판사의 이동 사유는 공통적으로 ‘병가’였다. 판사가 격무에 시달리는 직업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판사의 질병이 이리 흔한가?
드문 ‘병가’가 잇따른 조국 재판부
보다시피, 같은 재판부에서 부장판사 2명이 모두 ‘병가’로 휴직 처리됐다. 그것도 2021년과 2022년에 연달아서 말이다. 그런 휴직 사유를 그대로 믿는다면, 법원은 원래 건강이 좋지 않았던 판사들을 조국 재판에 집중 배치한 것인가. 그게 아니면 누군가가 이 재판부의 판사들에게 부두인형 저주라도 퍼붓고 있는 것인가?
‘공무원시험신문’의 2021년 10월 기사 ☞ “대한민국 판사들은 한 해 몇 명이나 휴직할까?”를 보면, 김미리 부장판사가 휴직된 2021년에(9월 1일까지) 판사 총 2,950명 중 휴직 판사는 118명으로서 겨우 4%에 불과했고, 2002년 이후의 전체 집계에서도 평균적으로 그 정도 수준이었다.
연도별 전체 판사 중 휴직자 수 집계 (공무원수험신문)
다시 그 휴직의 사유로는 가장 많은 것이 ‘육아 휴직’이었고 그 다음이 ‘질병 휴직’이었으니, 병가로 휴직하는 비율은 산술적으로 전체 판사들 중 1% 대에 불과하다. 그런데 조국 1심 재판에서는 3년여 동안 해당 재판부를 거쳐간 총 7명의 판사들 중 2명이 병가로 휴직 처분된 것이다. 그것도 5명의 부장판사와 2명의 평판사들 중 판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부장판사만 2명이 휴직됐다. 이 비율은 법원 전체 평균인 1% 대를 수십 배나 넘는 28%이다. (부장판사로만 따지면 40%.) 어떻게 봐도 정말 이상해보이지 않는가?
그런데 재판부의 이례적인 교체는 조국 재판부 뿐만이 아니라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재판에서도 있었다. 당초 사건을 배당받은 재판장이 불과 몇 달 만에 교체된 것이다. 그리고 조국 부부 사건 재판부들에서 있었던 이 네 차례 재판부 변경은, 모두 검찰의 공개적인 불만 표출과 언론들의 재판부 집중 공격이 쏟아진 직후의 일이다.
정경심 1심 송인권 재판장의 공소장 변경 불허
정경심 교수 재판의 1심을 처음 맡았던 송인권 부장판사의 경우, 검사 측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불허한 일로 검사들의 극단적인 반발을 당하게 됐었다.
이 공소장 변경 불허 문제의 시발점은 2019년 9월 6일 청문회 당일 밤의 전격 기소였다.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였다. 그런데 이 기소의 공소장은 너무도 부실하기 짝이 없는 사실상의 ‘백지공소장’에 가까웠다. 그 부실함에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는데, 검찰의 관련 수사가 사실상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즉 아무 것도 쥔 것이 없는 상태에서 기소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9월 6일 시점에 가지고 있었던 것은 최성해의 말 하나뿐이었고, 다른 증거나 진술은 단 하나도 없었다. 9월 3일에 압수한 동양대 연구실 PC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고, 동양대 관계자 조사도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강사휴게실 PC와 동양대 관계자 진술 등 검찰이 재판에서 제시한 증거들은 모두 9월 6일 기소 이후에 나온 것이다. 검찰은 최성해 하나만 껴안고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11월 11일에 정 교수에 대한 2차 공소장에서는, 이 표창장 관련 혐의로 부실하기 짝이 없었던 1차 기소의 내용을 완전히 다 뜯어고쳤다. 일치하는 부분이라고는 정경심이라는 이름과 ‘표창장’이라는 목적물 뿐이었다. 시기, 방법, 장소 등 모든 사실관계가 달라져버린 것이다.
사실관계가 아예 다른 두 공소장. (MBN)
기소한 사건의 사실관계가 약간 달라진 것은 법원에서 공소장 변경을 받아주도록 되어 있지만, 두 공소장에서 시기가 2012년과 2013년으로 1년이나 차이가 나고, 장소는 동양대와 자택으로 달라졌으며, 방법도 ‘직접 직인을 찍었다’에서 ‘캡처로 붙여넣었다’로 바뀌었다. 이건 아예 별개의 사건인 것이다.
비유하자면, ‘너 조금 전에 학교 앞 편의점에서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몰래 과자 들고 나갔지?’와, ‘너 작년에 집 앞 슈퍼에서 주인 몰래 과자를 가방에 넣어갔지?’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사건인 것과 똑같은 문제다.
형사소송법 제298조에서 “공소장 변경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허가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이렇게 사실관계가 완전히 다른 공소장 변경을 허용해주는 것은 형소법 위반으로서 판사의 위법 행위가 된다.
그런데도 정 교수의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사 측은 이 두 사건이 같은 사건이라고 우기며 공소장 변경으로 처리해달라고 고집했다. 하지만 검사 측의 요구가 더 강해진다고 해서 위법 행위를 저지를 수는 없는 일이니, 송인권 재판장은 법률의 규정 그대로 공소장 변경 불허를 고수한 것이다.
검사들의 의도된 ‘법정 난동’ 퍼포먼스
형사소송법 실무 전문가들인 검사들이 이런 법률상의 불가피성을 몰랐을 리는 당연히 없다. 그럼에도 당시 검찰은 절박했다. 청문회 당일 기소의 부당성이 만천하에 공인되어버릴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는 조국 지지 집회가 여전히 강력하게 이어지던 시점이었다. 검찰의 조국 수사에 대한 여론이 더 악화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개입하게 될 가능성도 있었다. 역풍이 더 커지는 것을 무슨 수를 써서든 막아야만 했다.
재판장의 계속된 제지를 무시하고 법정에서 9명의 출석 검사들 전원이 차례로 기립해 재판부 부당하다, 의견서 낭독하게 해달라 고성으로 외쳐대는 퍼포먼스를 벌인 데에는 그런 배경이 있었다. 재판장의 결정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검찰의 입장에선 법정을 메운 법조기자들에게 뭔가 보여주기라도 해야 했다. 의도적으로 양측이 부딛히는 모양새를 연출해 재판장과 검사들의 ‘충돌’로 보도하게 유도한 것이다.
실제 다수 법조기자들이 그런 검찰의 의도에 부합하는 보도들을 쏟아냈다. 예를 들어 연합뉴스는 “전대미문의 재판”이라는 검사의 표현을 제목에 그대로 받아쓰며 재판부를 검찰과 동격으로 끌어내리는 양비론적 관점의 보도를 내놓았다. ☞" 전대미문의 재판"vs"앉으라"…정경심 재판서 檢·재판부 고성
기소와 공소유지라는 검사의 책무 면에서 검사들의 입장에서는 추가 공소장에서 완전히 새로운 사실관계를 기재한 만큼 1차 제출한 공소장은 철회하면 그만이었다. 잘못 기소한 공소장은 취소하는 것이 당연한 원칙이고, 그로 인해 새로 기소한 재판의 절차나 결과가 달라질 것도 없다. 괜히 무용한 항의 퍼포먼스를 벌여 재판부와 감정적 골을 만들어서는 향후 재판에서 불리해질 여지도 적지 않다.
하지만 검사들이 아닌 ‘검찰’의 입장은 달랐다. 청문회 당일 사실상 백지 상태로 제출한 공소장을 철회하면 정치적 의도로 제기한 것이라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검찰의 입장에선 공소 취소는 절대로 있을 수 없었다. 즉 공소장 변경 불허가 있었던 다음 공판에서 벌어진 고성 항의 퍼포먼스는 처음부터 재판부 교체를 목표로 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이후 주류 언론사들의 법조기자들은 검찰의 입장에 서서 송인권 재판장에게 문제가 있다는 식의 보도들을 연이어 쏟아냈고 ☞ “송인권의 法·윤석열의 檢, ‘법정 충돌’ 알려진 것만 4번째” ☞ “검찰, 송인권 부장판사에 '고성'…무엇이 불만이었나” 친검 시민단체 법세련은 송인권 부장판사를 검찰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 시민단체, 공소장 변경 불허한 정경심 재판부 재차 고발
법세련 이종배, 송인권 부장판사 검찰에 고발. (연합뉴스)
법원은 당초엔 “재판부 공격은 사법 독립성 훼손”이라며 자제를 요청하고 공소장 변경 불허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으나, 그런 설명을 제대로 보도하는 법조기자도 거의 없었다.
2020년 2월의 법원 정기 인사를 목전에 앞두고, 검찰은 송인권 판사가 교체되지 않으면 재판부 기피신청을 할 것이라 언론에 흘리며 노골적으로 법원을 압박했다. ☞ “'정경심 편파논란' 송인권 판사 유임 땐···檢, 기피신청 검토” 중앙일보 강광우, 박태인 기자는 “편파 재판 논란을 일으킨 송인권 부장판사”라고 못박기까지 했다. 형사소송법의 규정대로 결정했다가 얻어맞기만 한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킨 것이다.
결국 검찰과 법조기자들의 압박에 굴복한 법원은 이듬해 2월 정기 법관 인사에서 송인권 부장판사를 교체했다.
검찰로선 언론을 이용한 ‘재판부 기피’ 를 이뤄낸 셈이다. 이런 ‘성공 사례’ 이후 친검 법조기자들의 재판부 압박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다. 송인권 부장판사 다음의 타깃은 바로 조국 전 장관의 1심 재판과 함께 그의 동생 조권 씨 재판까지 진행 중이던 김미리 부장판사였다.
김미리 재판장 ‘특감반원의 직권’ 논쟁
2020년 5월에야 시작된 김미리 재판장의 조국 전 장관 1심에서는 첫 공판에서부터 검사 측과 재판장 사이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번에 유죄 판단이 나온 직권남용 사건의 최대 쟁점인 ‘특감반원의 고유 직권’에 대한 문제에서였다.
정경심 교수 변호인이었다가 검사 측으로 돌아선 이인걸 전 특감반장 (연합뉴스)
이 공판에는 유재수 감찰 당시 특감반장이던 이인걸이 증인으로 출석해 신문이 이루어졌다. 변호인 측은 이인걸에 대한 신문에서 특감반의 감찰에 대한 최종 결정 문제에서 “민정수석이 최종 결정하는 것이 맞죠”, “지시 내려오고 서류 전달하면 끝이잖아요”라고 물었고 이인걸은 맞다고 답했다.
이 대목에서 재판장 김미리 부장판사의 잠정적 판단을 보여주는 중요 발언이 나왔다. ☞ "검사와 특감반 다르다" 첫 재판서 檢 면박 준 조국 재판장
재판장: 검사님, (특감반) 업무가 이렇게 이뤄진 것 같아요. 관련 규정도 미비하고. 검사: 아닙니다. (고유권한이 있는) 검사도 결재는 받습니다. 재판장: 그거랑 다르죠. 그 구조를 그대로 가져와 얘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검사: 대통령비서실 직제 7조 2항에 대해 재판장님이 판단을 하시면 됩니다. 재판장: 하하하, 알겠습니다. 판단이 필요하면 공부를 하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
즉 김미리 재판장은 특감반의 감찰 종료 권한이 민정수석에게 있고 특감반원에게는 감찰 종료 관련 직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고, 또 특감반 업무에 대한 세부 규정이 미비해 관행적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이대로 정리가 되면 검사 측으로선 직권남용 혐의 기소에서 가장 핵심적인 논거가 날아가게 된다.
그래서 검사 측에서 다급하게 대응을 한다는 것이, 하필 ‘검사’를 예로 들었다. 자신이 검사니까 엉겁결에 검사 얘기가 나온 것일텐데, 그런데 검사의 경우는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최강의 공권력을 양손에 쥐고 있는데다, 따로 검찰청법에서 검사의 신분과 직권을 매우 세밀하게 규정하고 있어, 어떤 측면에서도 특감반원과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전혀 아니다. 이 부분은 검사가 사실상 실수를 범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장을 설득하기는커녕 실소를 자아낸 것이다.
검사 측은 추가로 대통령비서실 직제 7조 2항을 거론했지만, 특감반의 모든 업무를 겨우 한 줄의 문장으로 정의한 것이 전부라 오히려 재판장이 지적한 “관련 규정 미비”의 근거가 될 뿐이었다. 재판장이 소리까지 내며 웃은 것도, 판사도 뻔히 잘 아는 검사의 막강한 직권을 겨우 특감반원에 비교한 것이 어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검사 측은 이날의 입씨름에서 재판장에게 한방 먹은 셈이 됐을 뿐만 아니라, 직권남용 혐의 기소의 핵심 논거인 “특감반원의 직권” 문제에 대해 재판장의 공개적인 부정적 시각까지 맞닥뜨리게 되면서, 해당 혐의 재판에서 첫 공판부터 비상이 걸리게 된 것이다.
‘증인 사전면담’ 제지한 김미리 판사
이어진 2020년 6월 5일의 2차 공판에서는 좀 더 심각한 문제가 벌어졌다. 재판장이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 사실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검사가 공판에 앞서 증인으로 출석하는 특감반원들을 법원 내 검사실로 불러 만났던 사실이다. ☞ 조국 재판 신문 앞두고 검사실 찾은 증인들…문제는 없나
재판장은 “증인들이 검사실 가는 것 자체를 처음 봤고 놀랐다”라고 언급했고, 검사 측은 대뜸 “저는 재판장님이 이런 것을 처음 들었다는 것에 더 놀랐다”라며 응수했다. 재판장의 지적에 ‘늘상 해오던 걸 문제 삼는 당신이 이상한 것’이라는 식의 면박성 발언으로 넘긴 것이다. 재판장이 검사의 순간적인 말재주에 넘어간 셈이다.
그런 이유로, 김미리 재판장은 2020년 6월 19일 3차 공판에서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 문제를 정식으로 지적하며 검사 측의 주의를 재차 당부하게 된다.
“이 사건은 특수성이 있다. 검사가 신청한 증인들은 일반인이 아니라 검사이거나 수사관으로 장기 재직한 인물들이고 참고인 조사도 마쳤다. 그래서 자칫 잘못할 경우 진술 회유처럼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 사건은 일반 사건과 달리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검찰 개혁을 시도한 피고인(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반격이라고 보는 일부 시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검사도 이 점을 유의해 증인 사전 접촉을 피해달라.”
이에 대해 검사 측에서는 그것이 ‘검찰사건사무규칙’에서 규정된 ‘증인의 조서 열람’이라며 “증인에 대한 회유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해당 규칙은 검찰의 사무 편의에 맞춘 검찰 내부 규정에 불과한 것으로 재판부에 제시할 반박 근거도 될 수 없는 문제다. 또 ‘검찰의 증인 회유는 불가능’ 주장 역시, 이미 드러난 검찰의 그간 행태와는 한참이나 동떨어진 허황된 주장일 뿐이다.
실제 재판장도 “사무규칙도 그 근거가 필요하고, (진술의) 신빙성 문제 등 여러가지 따져볼 부분이 있다. 검찰 생각보다 문제가 될 소지가 커 유념할 것이라 믿는다”라면서 다시 한번 검사 측의 주의를 촉구했다.
“검찰 생각보다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라고 했던 지적은 그대로 사실이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 후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대법원 선고에서 바로 그 “문제”가 터져나온 것이다.
1, 2심 유죄 판결 후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으로 대법원 파기환송을 받아내고 결국 무죄 확정된 김학의 (연합뉴스TV)
당초 2심까지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았던 김학의 재판이 이날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되었는데, 그 사유가 바로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 때문이었다. 검사가 재판을 앞두고 검사측 핵심 증인을 따로 만난 일로 인해 검사가 증인을 회유, 압박하여 법정 진술이 변경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파기환송의 취지였다. 결국 파기환송심에서 이 문제로 무죄 판결이 내려지고 대법원에서 다시 무죄가 확정되었다.
다시 말해, 검찰의 내부 규정상 문제 없다며 주장하던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 때문에 김학의가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이로써 김미리 부장판사의 문제 제기는 매우 정확하고 적절한 것이었다는 점이 대법원 판결로 증명된 것이다. 물론, 김미리 부장판사를 공격하는 데에 혈안이었던 법조기자들 누구도 그 “문제”를 재조명하지 않았다.
그런데, 김미리 재판장에 대한 검찰의 위기감은 몇 달 후 조권 씨의 1심 재판 결과에서 한층 더 고조되어 극에 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