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고덕동(高德洞)은 서울에서 보기 드문 것으로 유명해진 동네다. 고덕동을 알린 것은 다름 아닌 '순정(純情)'. 작년 11월 개봉한 영화 '순정만화'의 촬영이 고덕동에서 이뤄져서다.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영화 속 두 남자 주인공 김연우(유지태 분)와 강숙(강인 분)은 '순정동사무소'에서 함께 근무하는 사이다. 영화 제작진은 순정동 장면을 찍을 곳을 찾아 서울시내를 샅샅이 훑었다. 시내 동주민센터 90%를 뒤진 끝에 최종 촬영지로 낙점을 받은 게 바로 '고덕2동주민센터'. 숲이 우거진 주변 배경과 고즈넉한 분위기가 '순정'이란 이미지에 가장 어울려 보였다. 역사에서도 고덕동은 순정 깊은 동네였다. '고덕'이란 지명부터가 고려 말 조선 초의 선비 석탄 이양중(石灘 李養中)의 순정에서 비롯했다. 고려 때 형조 참의를 지낸 석탄은 훗날 조선 태종이 된 이방원과 막역한 친구였다. 그러나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자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며 당시 경기도 광주였던 지금의 고덕동으로 물러가 은거했다.
태종은 왕이 된 뒤에도 석탄을 잊지 못해 벼슬자리로 부르려 했으나 거절당했다. 한번은 태종이 몸소 광주를 찾아가 석탄을 불렀다.
석탄은 거문고와 술을 들고 태종을 맞이해 하룻밤을 같이 즐겼으나 끝내 벼슬을 받지 않았다. 태종이 탄복하며 그의 높은 덕을 기리니 이후 사람들이 일대를 '고덕리'라 불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