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나는 몸이 많이 약했다. 심지어 산막 사랑방 교회에서 사역할 때는 하체가 너무 부실해서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곤 했다. 그래서 광주 사역이 끝나갈 무렵 탁구 레슨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얼마 하지 못하고 전주에서 새로운 목회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몇 년 동안은 운동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가 목회가 많이 힘들었던 어느 날 어렵지만 다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젊은 날에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시절의 나를 본 사람은 황달에 걸린 줄 알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레슨도 공짜로 받는 것이 아니다. 나로서는 상당한 값을 지불해야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중도에 몇 번 그만 두었다가 다시 시작하고 하는 일을 반복했다. 그렇게 받은 세월이 어언 2년 6개월에 이른다. 워낙 둔한 운동신경이라 쉽게 늘지도 않았고 힘도 들었다. 심지어는 어떤 못된 사람에게 당신은 탁구가 어울리지 않으니 일찌감치 포기하고 배드민턴을 치던지 다른 길을 가라는 고약한 충고를 대 놓고 받기도 했다. 그때의 불쾌감과 좌절감이란... 세상에 이렇게 고약한 사람도 있다. 소위 성도요 목사라는 사람도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뭐든지 시작하면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병이 있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갈 때까지는 그것만 한다. 그렇게 지난 세월이 벌써 7-8년에 이른 듯하다. 그러다보니 평화동에서 운동할 때는 소위 정통파라는 이름을 달고 다녔고 몇몇 목사님들에게 레슨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그냥 딱해 보여서 도와 드리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동료 목사들의 견해는 둘로 갈리었다. 어떤 사람은 교만하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잘하는 일이라고 했다.
운동하는 사람들에게는 대체적으로 심각한 질병이 있다. 그것은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질병과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목사들이 모인 그곳에서도 실력이 없는 사람들은 외면을 당하게 되고 상처 받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되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결단하고 운동도 섬김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몇 몇 어려운 교회 목사님들을 섬겨드리기 위해서 새로운 탁구장을 찾았다. 이른바 새로운 목회자 부부 탁구 동호회를 결성하게 된 것이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운동도 성도로서의 삶의 일부다. 그렇기에 거기서도 그리스도인다운 모습이 드러나야 한다. 섬김의 모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목사들의 환경이 어렵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레슨을 받기에는 너무 경제적 부담이 커서 포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런 분들에게 내가 많은 돈을 들여서 배운 기술을 나눠주고 싶었다. 어떤가? 기특하지 않은가? 그렇게 목회자 부부 탁구 동호회가 시작되었다. 지금은 십여 명의 부부 팀들과 몇 분의 집사님들이 함께 하고 있다. 운동도 섬김의 일부라는 슬로건이 얼마나 모임이 행복해지는지... 그렇지만 몇 개월이 지나는 동안 만만치 않은 값을 지불해야 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쉴 수 있어도 나는 쉴 수 없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서 문을 열어야 했다. 어떤 때는 하염없이 기다리다 돌아오는 때도 있었다.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가끔은 너무 괘씸하고 매너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이 정도도 하지 않고 어떻게 섬긴다고 하겠느냐고 스스로 격려했다. 몇 개월이 지났다. 그러는 동안 지체들의 실력도 자라고 섬김의 마음들도 자랐다. 여전히 혼자 자리를 지켜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그 대신 보람도 감사도 함께 커간다. 나는 내 수준에서 계명에 순종하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고 지금도 꾸려가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섬기고 나누려는 노력이 나를 기쁘고 행복하게 한다. 당신은 계명에 순종하기 위해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으로 섬기고 있는가? 잘 찾아보면 당신도 섬길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찾아서 무엇인가 순종해 보라. 그러면 당신도 그리스도 안에 사는 삶의 행복을 이전 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많이 누리게 될 것이다.
첫댓글 그러셨군요**힘드셔도 내색을 안하시니...끈기 집념이!!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계셨군요..사모님^.^ 건강 미인**그대로시네요 ..고맙슴다~~보고 싶을때마다*^^*..ㅋㅋ 그간 고생하셨슴다..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