㉞ 원숭이와 콩 한줌
탐욕과 게으름으로 인한 실수
*출처=셔터스톡
맛있는 과일이 눈앞에 있다고 칩시다. 다음에 먹어야지 하는 생각에 아껴 둘 수도 있고, 얼른 먼저 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행복이란 기준에서 보면, 맛있는 것을 먼저 찾아 먹는 이가 나중에 먹는 이보다 더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자원을 보는 족족 써버리라는 말은 아닙니다. 한정돼 있는 자연 자원은 당연히 아껴 쓰는 게 옳습니다. 후대에 물려줄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자연 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나중에 그 어떤 죄보다도 무거운 죗값을 받게 돼 있습니다.
다만 제가 맛있는 과일을 예로 든 것은 해야 할 일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보다는 지금 이 순간 실행하는 게 좋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내일로 미루면 문제가 쌓이고 맙니다. 풀라고 있는 문제를 쌓아서야 되겠습니까.
지금 이 순간의 나의 말, 나의 행동, 나의 생각에 따라 나의 미래가 바뀝니다. 오늘 나에게 닥쳐온 일은 과거 씨앗의 열매이고, 오늘 내가 뿌린 씨앗은 미래에 거둬들일 열매입니다.
지금 이 순간 감사하면 감사의 씨앗이 심겨져 감사의 열매를 거두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할 때 인생은 ‘숙제’가 아닌 ‘축제’가 됩니다.
언뜻 보면 시간은 일직선으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을 빌리면, 인간은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습니다. 강물처럼 시간이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그런 시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시간이 실체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흔히 과거는 지나간 시간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라고 보는데, 불교에서는 생겨났다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여러 관계 속에서 존재하므로 시간은 실체가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실제로 시간은 항상 공간과 함께 존재합니다. 하여 ‘시공간’이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잡으려고 하면 한 줄기 빛처럼 미처 손 쓸 새도 없이 사라지는 시공간. 어쩌면 그게 우리의 삶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일매일 우리 몸에서는 늙은 세포들이 죽고 새로운 세포들이 생겨납니다. 그렇게 세포가 나고 죽기를 반복하며 1년이 지나면, 1년 전에 있던 세포는 몸에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몸을 이루는 세포들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은 우리가 변화하면서 성장한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180도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몸은 조금조금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변합니다.
우리의 성정도 마찬가지로 조금씩 변화합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친절하고,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배려가 많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어느 날 거울을 보면 관세음보살처럼 너그러운 얼굴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백유경』에 어리석은 원숭이 이야기가 나옵니다. 원숭이 한 마리가 콩 한 줌을 쥐고 있다가 잘못하여 콩 한 알을 떨어뜨렸습니다. 원숭이는 떨어뜨린 콩을 잡기 위해 손을 펼쳤는데, 그 바람에 쥐고 있던 콩을 모조리 놓쳐버렸습니다.
콩이 땅에 흩어지자 옆에서 기웃거리던 닭과 오리가 서둘러 달려와 바닥에 떨어진 콩을 전부 먹어 치웠습니다. 이 우화에는 일부를 놓쳤다고 아쉬워하다가 전부를 잃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라는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세상에는 이야기 속 원숭이와 똑같은 실수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이런 실수를 반복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하나는 탐욕이고, 다른 하나는 게으름입니다. 탐욕은 우리의 눈을 멀게 하여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바로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만약 이야기 속 원숭이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하는 것을 알아차릴 줄 알았다면 들고 있던 콩을 모두 잃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잃어버린 한 개의 콩이 아니라 자신의 손에 들린 여러 개의 콩이 눈에 들어왔을 테니까요. <계속>
글 | 마가스님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