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수학교육과 2021112674 구지영
작년까지만 해도 직관적으로 살아본 적이 딱히 없는 것 같다. 그런데 MBTI에서 J의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았던 내가 P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수업의 영향이 대단히 크다고 생각한다. (원래 ISTJ였다가 ISTP로 바뀌었는데 이게 박명수 MBTI랑 똑같다고 하더라구요,,ㅎ) 그래서 이 수업을 듣는 동안 직관적 사고로 살았던 순간들을 떠올려보았다. 우선, 직관 모델을 배우며 준비하되 준비하지 않은…. 이라는 말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사소한 선택에서도 확실한 걸 좋아했고, 답이 정해져 있거나 실패할 확률이 적은 선택지를 늘 택했던 나였기에 사실 직관적으로 행동한다는 게 뭔지 지금 당장 내가 뭘 할 수 있는지조차도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다:)
일단, 수업준비를 안 해보기로 했다. 과외를 약 1년 정도 진행해보며 아이의 수준이 높든 낮든, 진도가 빠르든 느리든 각각의 학생들의 성향대로 준비를 해왔었다. 특히 수학이라는 과목 특성상 많은 문제를 풀어야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문제집 이외에도 다른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찾아 준비하거나 혹은 학생이 취약한 분야를 특별히 신경 써서 문제를 준비해가곤 했다. 이렇듯, 오늘 수업이 끝날 때쯤엔 다음 수업 때 어디까지 진도를 나갈지 생각하는 편이었고, 어느 한 교재를 시작할 때 이 교재를 어느 시기까지 끝마칠지 계획하는 편이었다. 솔직히 이렇게 매 수업을 책임감을 느끼고 준비해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수업을 계획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내가 어느 개념까지 다 진도를 나가겠다고 마음먹고 준비를 해간다고 해도 학생의 오답 상황이나 개념이해 정도가 내가 생각한 것만큼 따라오지 못할 때가 더 많았다. 그런데 나는 항상 목표만 크게 세우고 있었고,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을 조금 답답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교방공 수업을 듣던 어느 날 내 수업에도 빈틈이 필요함을 느꼈다. 너무 많은 걸 가르쳐주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계획했던 일들이 아이는 받아들이기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것을 느꼈다. 막상 그렇게 가르치고 나서 문제를 스스로 풀어보라고 주어도 응용을 못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정말 준비하되 준비하지 않은 채 수업을 진행해보았다. 2시간 수업 중, 중간중간 아이에게 빈 시간을 주어서 자신이 정말 이해가 되었는지 생각할 시간을 주었고, 일방적으로 수업을 나 혼자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 함께 그려나가는 수업을 진행해보았다. 처음부터 수업방식을 바로 바꾸기에는 어려웠지만,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아이도 점점 더 잘 따라오는 게 보이고 수학에 자신감을 찾는 모습도 보였다. 물론 변화가 보이기까지 약 2~3주의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학생도 나도 한층 더 편안하고 업그레이드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으로는, 정말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있었던 일이었다. 약속이 없는 날 갑자기 약속을 잡아서 실천에 옮긴 적은 물론, 심지어 과제가 코앞에 닥쳐오고 있는 순간에서 즉흥적으로 약속이 생긴 건 처음 있는 일이었던 것 같다. 그 일은 바로 수업을 듣던 도중 다른 학교 축제에 싸이가 온다는 소리를 듣고 친구와 함께 수업을 마치고 난 후 바로 그 학교로 향했다. 사실 시험 기간이 다가오는 시기여서 살짝 고민이 되었지만, 일단 그 날 당일에 놀고 싶은 마음이 더 컸고 앞뒤 상황을 그리 생각하지 않은 순간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이 정도의 즉흥적인 약속과 일정은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평소 복잡하게 생각하는 나에게는 나중에 돌아보니 큰 결심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리고서 축제에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싸이는커녕 사람 구경만 하게 되었지만, 오지 말걸이라는 후회를 하지 않았다. 평소였으면, 여기 오지 않았으면 ~는 했을 텐데 등 후회를 했을 것 같지만, 그 시간 한 행동에는 이상하게도 후회되지 않았다. 그리고서는 다른 친구들을 불러 더 재밌게 놀며 즉흥적인 일탈도 나름 좋은 추억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의 일이었다. 본가에 다녀온 후 고속버스터미널에 내려 약속 시각까지 시간이 남아서 시간을 때울 겸 바로 옆 신세계백화점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그냥 둘러보고 나올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가족들 선물을 사고 싶었다. 원래 선물하거나, 무언가 물건을 구매할 때면 디자인부터 가격 비교 등 그래도 며칠 고민하다가 사는 편이었는데, 그날은 그냥 그날 마음에 드는 걸 사고 싶었나 보다. 늘 쓸데없이 고민이나 걱정이 많은 편인 걸 알았어도 이걸 고치려 하거나 개선할 방안을 딱히 생각해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그 도전이 두렵기도 했고 실패가 두렵기도 했었다. 그런데 올해 학교에 다니고 이 수업을 듣고 주변 친구들의 영향을 받아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를 겪으며 나 자신도 요즘 내가 신기하다:)
첫댓글 저도 지금까지 mbti유형 j였지만 올해 p로 바뀐 사람으로서 공감되는 말이 정말 많네요!!
약속을 갈 때 어딜 갈지, 그 장소를 간 뒤에 갈 곳은 무엇인지 항상 찾아보고 가던 지난 날과 다르게 요즘엔 집 가다가 한강 갈까?하면 한강으로 틀고, 가는 길에 코인노래방 갔다 갈까?하면 노래방으로 트는 모습을 보며 많이 즉흥적인 사람으로 변화했구나 느꼈습니다.
하지만 변화한 내 모습에 스트레스 받는게 아니라 오히려 좋고 행복한 것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입이라는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j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보기때문에 학점이 크게 중요하지 않아서 그런거였을까, 더욱 자유로움을 만끽해도 되는 나의 대학생 라이프가 즉흥적인 삶을 더욱 부추겼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행복하면 됐죠 그쵸?
ㅋㅋㅋㅋ 교방공 수업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가 이룬 점 너무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행복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행복하고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직관적인 판단하에 행동하는 것이 때때로는, 어쩌면 많은 경우에서 행복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