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瀛州) 10경 (2015 .5. 15)
제1경; 성산일출(城山日出)
제2경; 사봉낙조(紗峰落照)
제3경; 영구춘화(瀛丘春花) 문화재청 지정 명승 제92호
제4경; 정방하폭(正房夏瀑) 명승 제43호
제5경; 귤림추색(橘林秋色)
제6경; 녹담만설(鹿潭滿雪) 명승 제90호
제7경; 영실기암(靈室奇巖) 명승 제84호
제8경; 산방굴사(山房窟寺) 명승 제77호
제9경; 산포조어(山浦釣魚)
제10경; 고수목마(古藪牧馬)
* 영주는 제주도의 옛 이름이다. 위의 순서는 위키 백과(2014. 5. 22 12;40 최종수정)에서 인용.
제주 출신 현곡 양중해 시인(1927~2007년)은 제9경과 제10경 순서를 바꾸어 읊었다.
제1경. 성산일출(城山日出)
창해 위 뜨는 해를 단숨에 품었느냐
이글댄 눈빛 보라 황홀한 성산화구
부상(扶桑)은 천만 리 아녀 네 발아래 있는 겨
* 부상; 중국 고대 신화에서, 동해(東海)에 있다고 하는 신목(神木)이다. 여기에서 해가 뜬다고 함. 옛 일본의 이름이기도 하다.
* 매계(梅溪) 이한우(李漢雨 1818~1881)가 선정한 영주십경은, 이원조(李源祚 1791~1871) 제주목사(牧使)의 품제(品題)와 매우 비슷하다. 그의 시 제목 중, 제1경은 성산출일(城山出日)로 되어 있다.
제2경. 사봉낙조(紗峰落照)
사라(紗羅)에 올라서면 창파는 일망무제(一望無際)
곰솔 향 봉수대로 가라앉는 금빛 석양
형해(形骸)란 본디 없는 것 겸허할 손 그대여
* 현재 확인된 368개의 오름 중 하나로서, 제주도 구 제주(舊濟州)의 동쪽 해안에 있으며, 시민들의 휴식공간과 체력단련장으로 이용된다. 높이 148.2m, 둘레 1,934m, 면적 233,471㎡, 폭은 647m이며, 모양은 북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이다.(출처 디지털문화대전)
제3경. 영구춘화(瀛丘春花)
이상향(理想鄕) 따로 있나 제주 봄 짙어가니
풍류객 멋진 글씨 바위 안 비껴 날고
멧새 운 방선문(訪仙門)계곡 영산홍(暎山紅) 빛 고와라
* 방선문계곡; 토속어로 ‘들렁귀(궤)’라 한다.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인 한천(漢川)의 상류에 위치한다. 전설에 의하면 방선문은 백록담에서 선녀들이 목욕하는 동안, 한라산 신선이 잠시 자리를 피하기 위해 찾았던 곳이다. 이곳에 무리지어 핀 영산홍이 계곡물에 비치면 가히 환상적이다. 박쥐날개처럼 생긴 기묘한 바위에는 옛 풍류객의 글월이 날아갈 듯하다. 문화재청 지정 명승 제 92호.
제4경. 정방하폭(正房夏瀑)
서불(徐市)이 지나가다 시로미 훔쳐갔지
줄줄이 떨어지는 동양의 옥 목걸이
한 여름 정방폭포에 하얀 비단 걸렸네
* 정방폭포는 동양에서 유일하게 땅에서 바다로 바로 떨어지는 해안폭포다.
* 서불; 서복(徐福)으로도 불리는 고대 진시황 때의 방사(方士)이다. 진황의 명을 받아 배 60척, 남녀 5천여 명을 태우고 불로초를 구하러 가다 들른 곳이 영주(瀛州) 곧, 지금의 제주라는 전설이 있다. 정방폭포 옆 바위에 ‘서불과지’(徐市過之)란 각자(刻字)가 있다. 천지연폭포. 천제연폭포와 더불어 제주의 3대 폭포이다. 명승 제43호.
* 시로미; 한라산과 백두산에 자라는 시로미과의 열매이다. 맛이 달지도 시지도 않아, 이렇게 부른다. 한자로는 ‘까마귀의 자두’란 뜻으로 오리(烏李)라고 한다. 영어로는 crowberry라 하여 같은 뜻인데, 콩알 만한 검정색 장과(漿果)이다. 신선이 먹는 것으로 전한다.
제5경. 귤림추색(橘林秋色)
귤밭에 추풍 부니 벌판은 온통 황금
얇은 옷 벗겨내니 군침 돈 투명 속살
아서라 영주감자(瀛州柑子)는 신선만이 먹나니
* 제주 감귤은 예부터 유명하다. 껍질이 얇고, 탱탱하며, 과즙이 많은 토종은 세계에서 제일 맛이 좋다.
제6경. 녹담만설(鹿潭滿雪)
까마득 녹담 화구 눈 가득 쌓이니
마파람 유채밭은 금파도 넘실대고
돌연 듯 흰 사슴 하나 쥐독에서 뛰어와
* 쥐독; 머리의 숫구멍 자리. 정수리, 정문(頂門). 백록담은 명승 제90호.
* 유채꽃은 섭지코지가 유명.
제7경. 영실기암(靈室奇巖)
한라산 남서벽은 흑진주 펼친 평풍
사자후(獅子吼) 토한 영실 바람도 숨죽이고
늠름한 오백나한(五百羅漢)이 눈 부릅떠 지키네
* 신이 거주하는 바위무리로 기치창검처럼 날카롭다. 춘화, 녹음, 단풍, 설경 등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모습과 울창한 수림이 어울려 빼어난 경치를 보여준다. 특히 설경은 가히 몽환적이다. 한라산 정상의 남서쪽 산허리에 깎아지른 듯 기암괴석들이 하늘로 치솟았다. 석가여래가 설법하던 영산(靈山)과 흡사하다 하여, 이곳을 영실(靈室)이라 일컫는데, 병풍바위에 오백나한(오백장군)이 즐비하다. 명승 제84호.
제8경. 산방굴사(山房窟寺)
옥사발 엎어뒀나 의젓한 저 산방산
기묘한 바위 동굴 천정에 흐른 약수
은일(隱逸)을 즐기려거든 이 절에서 묵어라
* 산방굴은 천정에서 약수가 떨어지며, 굴사 벽에는 옛날 지방 관속들의 시문 암각(岩刻)이 더러 있다. 명승 제 77호.
* 四海環千里(사해환천리) 三山鼎半空(삼산정반공) 乃知仙子所(내지선자소) 天作一壺中(천작일호중) 사방 천 리 두른 바다에/삼신산 반공에 솥을 얹힌 듯/비로소 알겠네 신선 사는 이 곳/하늘이 만든 호리병 가운데 있음을. 이곳에는 목사나 현감의 시가 아닌, 유람객의 시가 새겨져 있어 눈길을 끈다. 동벽 바깥쪽에 눈높이로 새겨진 박정행(朴正行)의 글로, 금릉(金陵) 곧 지금의 전남 강진에서 두 아들과 유람을 왔다 새긴 유일한 민간인 시다. (출처 블로그 네이버. 산방굴, 그곳에 머물던 사람들, 작성자 친절한 기사님)
제9경. 산포조어(山浦釣魚)
어화(漁火)는 만선 재촉 불야성 이룬 바다
용두(龍頭)에 홀로 앉아 세월 낚는 하르방아
아무리 회맛 좋아도 비바리는 잡지 마
* 옛날 관문인 산지포구(지금의 제주항)에 강태공들이 한가롭게 낚시 줄을 드리운다.
* 용두암(龍頭巖); 제주시 북쪽 바닷가에 높이 10m가량의 바위로, 분출된 용암이 굳어진 후 오랜 세월 파도와 비바람에 씻겨 용의 머리를 닮게 되었으며,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주변에 해녀들의 작업 모습을 볼 수 있다.
* 하르방; 할아버지의 제주 방언.
* 제주 삼바리; 다금바리, 붉바리는 능성어과의 맛좋은 물고기이나, 비바리는 ‘처녀’의 제주 사투리다.
제10경. 고수목마(古藪牧馬)
탐라의 산자락은 초원이 광활한데
한가히 풀 뜯으며 경 읽는 조랑말떼
인간은 구금된 동물 대자유가 좋더냐
* 제주는 예부터 말의 방목과 서울 진상으로 유명하다.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한라산 자락의 탁 트인 초원지대에서, 수백 마리의 조랑말이 떼 지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은, 이곳만의 정취이기도 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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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古書硏究》 제33호 2015. 12. 20 발행 제231~237쪽.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정격 단시조집(6) 1-6(49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