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끝내 말해주지 않고 - 천수호
나무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건 혼자 크게 웃는 소리에 깨는 꿈처럼 소리가 진짜인지 귀가 정말인지 알 수가 없지
전설 속 거인이 제 몸 다 불살라져도 심장만은 남기는 것처럼 그 심장이 호수 속에서 천 년을 팔딱거리는 것처럼 이 호수 변에 있는 세쿼이아는 천 년쯤 산 거 같아서 진짜 목소리도 내고 거짓 울음도 알아챈다고 해서
어떤 비겁한 연인은 사랑을 끌고 이 나무 아래에서 이별을 고해보기도 한다는 데
나무가 목소리를 내는 건 두 사람의 거짓 언약을 부추기는 것과 같아서 누군가 곁을 서성이면 절대 입을 열지 않는다
하지 않는 말과 들을 수 없는 말을 사이에 두고 공원을 걷는 사람들
나무의 목소리를 기다리다가 의심을 키우는 것이 이승의 한계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나무는 열 사람이 죽어도 끄떡도 않고
비밀도 결의도 잃어버리고 멀리서 찾아온 사람도 모르는 척하고 모른 척하는 것도 알게 하지 않고
그 사람이 찾는 것이 제 목소리라는 것도 끝내 말해주지 않고
혼자 웃는 꿈 안에 그대로 서 있어서 영원히 깨지 못할 거 같기도 한데
사람들은 여전히 목소리를 들으려고 나무에 귀를 대보기도 하고 나무는 사람의 심장을 두근거리게도 하고
ㅡ웹진 《시산맥》(2025, 봄호) ***************************************************************************************************** 어쩌다 마주한 조기 대선 정국에서 한나라의 대권을 잡아보겠다는 이들의 공약을 훑어봅니다 똑같은 시대를 살며 겪은 정치인들의 공약이니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피면 시대정신도 읽히겠지요 같은 정당 소속이면서도 얼마나 차이가 확연한지 결국은 사람 차이인 듯 합니다 일단은 차이나는 주장으로 눈길을 잡고 무지개같은 청사진을 펼치고 봅니다 성급한 정책이 국정 혼란과 민심 이반을 가져온다는 걸 똑같이 겪었으면서 그대로 답습합니다 끝내 감추고 있는 것은 이기적인 권력욕이라는 것을 침묵하고 있는 유권자들이 알고 있는데도... 산불이 휩쓸고 간 동네 어귀 600년 나무도 고사목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비밀도 결사도 잃어버린 길거리 시위대의 깃발과 고함에 깨춤을 추는 정치인의 처세술이 혀를 차게 합니다 말로써 말이 많은 세상에서 누구의 말이 투표장까지 공명될지 곡우날에 빗방울로 내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