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김정은 정권은 남북 교류에 발을 내디뎠다. 정치가와 관료, 경제인뿐 아니라 예술단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공연하고, 스포츠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를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탁구 세계선수권 등에 남북 단일팀이 출전했다. 조금씩이지만 남북의 접촉면이 오랜만에 넓어졌다.
스포츠의 남북 단일팀은 흥미로웠다. 급조된 팀에서 남북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서로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됐다. 경기 용어부터 남북은 상당히 다르다. 북한에서는 농구에서 패스를 '연락'으로, 탁구의 서비스는 '쳐넣기'라고 부른다고 한다.
한국의 TV 방송을 보면, 남북 단일팀의 여자 선수들은 패션과 머리 모양이 명확하게 달라서 한 눈에도 남북 선수가 구분된다. 한국 선수들은 모두 멋쟁이다. 대부분 긴 머리에 갈색이나 금발로 염색하고 선글라스도 끼며 화장에도 신경을 쓴다. 한편 북한 여자 선수들은 모두 검은 머리로 대부분 단발머리에 화장기도 없다.
북한 선수들은 행동거지도 무척 조심스럽고 소극적으로 보였다. 아마도 한국 또래와의 만남은 거의 모두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녀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북한 체육계에 있다가 탈북한 남성에게 물어보았다.
"북한 선수들은 남조선 선수와 만나서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패션이나 경기 도구, 소지품을 보고 한국의 경제발전을 실감했을 것이고 한국 젊은이의 자유분방한 행동을 부럽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한국 선수들은 천진난만했다. 북한 선수를 껴안거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헤어질 때는 눈물을 흘렸다. 한편 북한 선수들은 상당히 어색하고,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팀 동료에게 감시 역할을
"긴장한 것입니다. 선수와 코치들은 출발 전에 반드시 사상 학습을 받습니다. 한국의 선수와 관계자에게 '지나친 호의'를 보여주면 나중에 '사상이 변질했다'라고 비판받을 우려가 있습니다. 편지와 물품을 마음대로 전달하면 스파이 행위로 간주될 수 있고 혼자서 돌아다니면 도망가는지 의심받습니다. 대표단 중에는 항상 국가보위성(비밀경찰)의 감시 요원이 있습니다. 게다가 동료와 코치 중에 감시 임무를 부여받은 자가 있습니다. 그게 누구인지 선수들도 모릅니다"라고, 전술한 탈북 스포츠인은 설명한다.
철저히 통제해도, 북한에 돌아간 젊은이들의 기억까지는 지울 수 없다. 작년 한 해 동안 스포츠계로 한정하더라도 아마 100명 단위의 선수, 코치, 관계자가 한국 사람과 같은 때와 장소에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세계와 한국의 실정을 접해, 자신들이 사는 사회를 상대화해 생각할 계기를 얻은 것이다. 남북의 접촉은 많을수록 좋다.
◆남북 접촉의 확대는 '부작용' 동반
스포츠를 비롯한 남북 교류가 국제사회에 보도되어 북한이 '보통 국가'로 이미지가 올라감으로써, 핵·미사일 문제와 일족독재, 인권유린 등 북한에 대한 우려를 (일시적으로나마) 희석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한편, 남북한 접촉면 확대가 북한 국내에서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김정은 정권은 잘 알고 있었다. 남북대화의 시작과 동시에 '비사회주의 현상에 대한 투쟁'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평창 올림픽이 폐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18년 3월에는 전국에 '비사회주의 현상'을 단속한다는 '포고'까지 내걸고 검거에 나섰다.
한국 노래와 드라마를 보고 들은 사람이 많이 체포됐다. 전국에서 '풍기 단속'이 벌어져 청바지, 미니스커트, 영어가 들어간 디자인 셔츠, 피어싱, 염색 머리, 남자의 장발 등이 단속 대상이 됐다. 거리에서 가위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도 있었다고, 각지 취재협력자는 전하고 있다. 교류 확대로 한국의 정보 및 문화가 북한 국내에 확산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예방 조치다.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지는 한국에 대한 경계
작년 4월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이후, 북한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경제지원과 투자에 대한 기대가 급속히 확대됐다. 자유로운 한국에 대한 동경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감을 거침없이 입에 담는 사람도 늘었다. 북부지역에 사는 40대 여성은 '우리도 선거로 대통령을 뽑고 싶다. 같은 일족의 사람만 정치하는 것은 이상하다'라고 단호히 말한다.
2019년 들어, 작년 검거된 사람들에 대한 중형 판결과 교화소(교도소) 이송 소식이 속속 들어왔다. 함경북도 회령시에 사는 취재협력자는 1월 28일 다음과 같이 전했다.
"한국 드라마를 몰래 복사해 판매한 사람이 징역 12년의 재판을 받았다. 한국 드라마 1~2편을 본 것만으로 교화소에 보내는 게 당연해졌다. 무서워서, 보는 사람이 현저히 줄었다."
나는 북한 취재 파트너와 연락하기 위해 중국의 휴대전화를 몰래 반입하고 있다. 국경에서 수 킬로미터까지 전파가 닿아서 전화와 메시지 통신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중국 휴대전화 사용이 눈엣가시가 되었다. 탈북해서 한국에 사는 가족과 통화한 것이 발각되어 교화형 판결을 받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자국민에 대한 강경 조치는 한국 문화와 정보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경고하기 위함이다. 남북 유화와 교류는 북한 절대 독재체제에 있어서는 국내 통제 강화와 세트가 되어야만 비로소 단행할 수 있다. 이것이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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