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사전
- 조한일
정원 초과 서재를 정리하는 늦봄 아침
지붕처럼 먼지 쌓인 다세대 책들 사이
빛바랜 국어사전에 손댄 게 언제였나
시집들 틈 박힌 돌 같은 영어사전 낡은 옥편
빠르고 편한 인터넷 사전 수고는 삭제돼도
모르는 단어를 찾던 유목의 낙타는 없다
검색하고 클릭하면 삽시에 번식한다
유의어 동음이의어 예문들의 산란장
종이는 나무의 예문이다 네가 내게 그렇듯
-조한일 시집『 낮은말 받아쓰기 』-중에서 (2025년 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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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가을 서재로 쓰는 방에 놓아두는 서책을 일부 정리했는데도
다시 또 어디에 무슨 책이 있나 찾기조차 힘들어졌으니 다시 분류해야 할 형편입니다
보내 온 책에 대한 예의로 일단 일독은 한 다음에 버릴 지 꽂아둘 지 결정해야 하는데...
조기 대선에 나선 후보자들의 경선이 진행되는 중입니다만
미처 제대로 읽지 못한 출사표가 있는데도 국민의힘 1차 경선이 끝났다고 합니다
정치인들의 공약은 사전에 등재되려면 한참 시간이 필요해서 제대로 기억하기가 어렵습니다
가볍고 얇은 종이에 먹물로 적지 않아서 선거운동이 끝날 때 쯤에는 구겨져서 흐릿해집니다
재수 삼수하는 이들의 사전은 물결선에 밑줄까지 쳐져서 헤아리기 더 힘겹습니다
모르는 단어는 없는데도 유의어와 동음이의어 예문들이 뒤섞였으니 분류조차 힘드네요
제게 있어서 정치는 늘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