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3번째 편지 - 저는 인생의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을까요?
어제 아내가 61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가족이 모여 외식을 하였습니다. 저는 아내를 바라보며 61세 치고는 너무 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0세 시대를 맞아 나이를 그대로 계산하면 안 되고, 0.8을 곱해야 한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61세에 0.8을 곱하면 48.8세입니다. 아내는 아직 50살이 안 된 것입니다.
이 계산법은 과거에 80세까지 살던 것을 기준으로 역산한 것 같습니다. 100세까지 살면 0.8을 곱해 과거 기준 80세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61세의 사람을 48.8세라고 우기는 것은 약간 억지스러워 보입니다. 이런 식 계산보다 더 우리 감각에 맞는 계산법은 없을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여러 고민을 하다가 사람의 일생을 1년에 비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1월 1일 태어나 12월 31일 죽는다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북반구는 1월 1일이 추운 계절입니다. 1년이 추운 겨울에서 시작하여 봄, 여름, 가을을 지나 겨울 중간에 12월 31일을 맞이합니다. 계절의 흐름이 인생의 흐름과 유사한 것 같습니다.
인생을 1년에 비교하면 각자의 나이가 1년 중 어느 날에 해당하는지 알 수 있어 계절 이미지를 자신의 삶에 투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인생을 80세라고 가정해서 계산해 보겠습니다. 80세를 12개월로 나누면 1개월은 6.7세입니다.
몇 개의 나이를 날짜로 환산해 보겠습니다. 20세는 3월 31일입니다. 아직 봄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기저기 꽃봉오리가 피어납니다. 20세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 나갈 준비가 덜 되었습니다. 그러나 희망이 피어오릅니다. 날짜와 나이의 이미지가 비슷해 보입니다.
40세는 6월 30일입니다. 더워지기 시작합니다. 여름의 초입입니다. 그러나 장마가 시작되어 쾌적하지는 않습니다. 40세 인생도 무엇인가 끓어오르지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가끔 먹구름이 몰려와 비도 제법 뿌립니다. 이 시기를 굳건히 버텨야 합니다.
60세는 9월 30일입니다. 이제 태풍도 다 지나가고 곡식이 여무는 결실의 계절입니다. 풍요롭고 여유 있습니다. 인생의 계절은 어떤가요? 예전에는 60세가 인생을 정리하는 시기라 풍요롭고 여유 있었지만 지금은 한창인 시기입니다. 계절의 이미지와 다소 어긋나는 것 같습니다.
이는 인생을 80세까지로 가정해서 나오는 오차입니다. 인생을 90세나 100세로 가정하면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아내 나이 61세는 사망 시기를 80세로 보면 10월 초순, 90세로 보면 9월 초순, 100세로 보면 8월 중순입니다. 여러분 생각에는 61세의 이미지가 10월 초순, 9월 초순, 8월 중순 중에 어디에 부합하는 것 같은가요?
아내를 바라보면 아직 여름인 것 같습니다. 8월 중순의 이미지가 더 잘 어울립니다. 그녀에게 남는 날은 8월 하순, 9월, 10월, 11월, 12월이 남아 있습니다. 계절로 보면 참 좋은 계절 가을이 몽땅 남아 있습니다.
물론 아내에게는 계절적으로 취약한 시기도 있습니다.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닥치는 태풍이 가장 큰 위험입니다. 인생으로 보면 그 시기에 병에 걸려 고생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 친구들도 65세를 통과하고 있는데 암으로 작고한 친구도 있고 고생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태풍이 부는 시기가 나이로 보면 육십 초반에서 칠십 초반까지입니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 시기를 잘 견디면 풍요로운 계절 가을입니다. 억지로 맞추는 것 같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태풍이 끝나고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상강 전이 계절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시기일 것입니다. 9월 중순부터 10월 하순까지입니다. 인생에서도 이 시기가 가장 편안한 시기일 것입니다.
오래전 여행길에서 은퇴한 부부를 만났습니다. 그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부부는 숙제를 다 했습니다. 양가 부모님들이 다 돌아가시고 자녀들도 다 결혼시켰습니다. 편안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인생의 가을을 지내고 계신 것이었습니다.
계절로는 9월 중순부터 10월 하순까지인데 나이로는 언제부터 언제까지일까요? 사망 시기를 언제로 보느냐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80세로 보면 57세부터 65세까지이고, 90세로 보면 64세부터 73세까지이고, 100세로 보면 70세부터 80세까지입니다.
김형석 교수님이 인생의 황금 시기를 65세부터 75세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제 계산법에 따르면 수명을 90세까지로 보면 대충 시기적으로 비슷합니다. 그러나 100세 시대인 만큼 인생의 황금기는 70세부터 80세까지인 것 같습니다.
제 주위를 둘러보아도 70세 전까지는 아직 현역이시고 70세부터 80세까지 사이에 계신 분들이 인생을 멋지게 즐기고 사시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부터 70대 분들이 멋지게 사는 모습을 보면 좀 늙으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막연하게 한 적이 있었는데 제 계산식에 대입해 보면 그분들이 인생의 황금기, 아름다운 가을을 지내고 계신 것이었습니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인생을 보는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합니다. 오늘 제시해 드린 패러다임도 그중 하나입니다. 여러분 나이에 맞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찾는 것이 인생을 제대로 사는 법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은 몇 월 며칠에 살고 계신가요? 저는 100세 기준으로 8월 중순입니다. 아직 여름도 끝나지 않는 한창의 계절입니다. 이 사실을 확인하니 새로운 열정이 솟아오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3.7.24. 조근호 드림
<조근호의 월요편지>
첫댓글 내나이에 0.8을 곱하니 52세로 나오니까 아직 청춘인 것 같은 착각... ㅎㅎ
하지만 지금의 제나이대로 할려고해요. 숫자보담은 본인의 필링이 더 중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