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에서의 한 때
- 이사람
기차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휴게소 우동 한 그릇처럼
기다림의 시간은 다소 뜨겁고 시끌벅적했다
잠시 달아올랐다
식어버릴 일회용 종이컵 같은
자판기 앞에서의 우리
속주머니에 구겨진 차표가 있음을
더듬어 짐작할 뿐
언제인지 어디로 인지 모르는,
그리하여 사소한 것들에 부지런히 재잘거리는
위생병원에 들러야 한다던 아버지는
눈인사도 없이
급히 새벽 기차를 탔다
가족이란 본딧말이
속수무책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기차가 떠난 자리엔
어린 조카의 힘찬 울음소리
플랫폼에 한 무리씩 모인 우리들
아내는 핸드폰으로
지난날을 다시 불러들이고
첫째는 어린 날을 도화지 속으로 날려 보내고
둘째는 재미 삼아 분유를 엎질렀다
플랫폼 앞으로 바싹 다가선 어머니가
차표를 만지작거릴 때마다
나는 담배 연기 속으로 숨었다
기차가 지나고 나면
떠난 가족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알지 못했으므로
아니, 안다고 바뀌는 게 없다는 걸
모른 척했으므로
그저 오고 가는 기적 소리는 무심했다
그렇게 가족이란 기차는
유모차처럼 소란스럽게 들어왔다
상여처럼 조용히 빠져나갔다 플랫폼에서의 한 때
ㅡ반년간 《스토리문학》(2025, 상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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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영원한 지구라는 플랫폼에서 잠시 머물다 떠나는 인간의 생애입니다
저마다 가정이라는 작은 풀랫폼에서 나오면 차표를 끊어 어디론가 떠나갈 것이고
아버지와 어머니 형제자매들일지라도 저마다의 삶은 다르게 전개됩니다
명절때면 다시 모여 잠시 소란스레 살아온 날을 소환하다가 상여처럼 빠져나갑니다
지극히 유정하면서 지독하게 무심할 수 있는 관계로 가계도는 존재할 뿐입니다
한 때 양조장에서 막걸리를 배달시킬 정도로 친인척들이 모였건만
이제는 피붙이들마저 함께하지 못할 때도 있으니 그야말로 속수무책입니다^*^
5월 2일 임시공휴일 지정 문제를 놓고 여론이 분분합니다만
노는 날이 많아진다고 해서 일상이 여유로워지는 것도 아니고 행복이 느는 것도 아니니...
오늘이라는 플랫폼에서 지금 함께하는 사람들끼리라도 다정하게 지내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