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란 시인 서정홍님, 지금은 경남 합천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다는 서정홍님의 아내에 관한 시들만 모아 나름 편집해서 올려봅니다
이웃의 살아가는 모습을 몰래 훔쳐 보다가 결국에는 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58년 개띠 농부시인 서정홍님의 꾸밈없고 소박한 시 우리네 삶이랑 별반 다르지 않은 글이라 다소 길더라도 부담없이 읽어실 수 있을겁니다
오월이 가정의 달이라지요 많이들 이해해 주시고 많이들 사랑해 주십시요 그런 사람 또 없담니다...
어른이 되면
여보, 여기 앉아 보세요. 발톱 깎아 드릴 테니." "아니, 만날 어깨 아프다면서 무슨 일을 그렇게 많이 해요." 하루 일 마치고 돌아온 어머니, 아버지는 밤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서로 발톱을 깎아 주고 서로 어깨를 주물러 줍니다 그 모습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도 빨리 장가들고 싶습니다 어른이 되면 어머니 같은 여자 만나서 아버지처럼 살고 싶습니다...
맞선 보던 날
그대 험한 삶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맞선을 보고, 그 뒤
다방은 언제나 남의 집같이 서먹서먹하다고 말하던 그대
밝은 대낮에 다방에 죽치고 있는 사람들 보면 모두 일 않고 놀고먹는 놈팡이처럼 보인다던 그대
그래서 우린 창동 학문당 책방에서 자주 만났습니다
두 사람 찻값이면 괜찮은 책 한 권 살 수 있다는 그대의 알뜰함에 놀라는 눈치 보이지 않으려고 능청을 떨던 내 모습이 우습기도 했지만
허풍선이 사내의 가난을 보기 좋게 길들이던 그대 앞에서 내 허물이 하나씩 벗겨지고 나는 그대의 사람으로 그대는 나의 사람으로 포근히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장가 가던 날
첫 월급날
몹시도 추운 겨울이었다 혼인하고 첫 월급날 아내는 그 월급봉투를 장롱 속에 깊이 넣어 두었다 동상 걸린 발이 아침마다 퉁퉁 부어 구두 한 번 신지 못하고 주야 근무와 특급 작업해서 받아 온 첫 월급을 어찌 함부로 쓰겠느냐며...
나는 검정 고무신과 나일론 양말조차 살 수 없는 찢어지도록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동상과 축농증 그밖에 여러 잔병을 달고 다녔다
첫 월급날 밤 아내는 얼어 터진 내 발을 주무르며 울었다 그 눈물이 내 발등에 떨어졌다 그날 밤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잊는다고 어찌 잊혀지겠는가...
혼인 10주년
저 작은 덩치로
저 여린 눈빛으로
그래도 남자는 여자하기 달렸지 싶었단다
몇달 살고 보니 연락도 없이 밤늦게 손님을 데려오질 않나 술마시고 난 다음 날 큰소리치지를 않나 십년 살고 보니 치이고 시달려
하루라도 일하지 않으면 밥맛이 없다는 내 사랑,
이웃끼리 얼굴 붉그락 푸르락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 만나고 헤어지면서도 그 마음 하나 믿고 살아간단다
아내에게 미안하다 하나...
화장품 거꾸로 세워 마지막 남은 한 방울 까지 다 쓰고 말겠다는 아내를 보면서
세상은 늘 거꾸로 돌아가고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참기름, 꿀병 할 것 없이 거꾸로 세워 마지막 남은 한 방울 까지 다 쓰고 말겠다는 아내를 보면서 가난한 우리들의 사랑을 생각했다
가난할수록 깊어만 가는...
둘...
멀건 대낮에 여성회관 뒤뜰회관 교육회관으로 취미교실 다니는 여성들을 보면 아내에게 미안하다
생활꽃꽂이, 동양화, 인체화 서예, 사진교실, 풍물장고, 생활기공 교실마다 가득 찬 여성들을 보면 아내에게 미안하다
혼인한 지 십칠년 철없는 자식들 키우느라 취미교실 문 옆에도 못 가보고 뒤돌아볼 새도 없이 십칠년
하루일 마치고 별빛 달빛을 머리에 이고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아내에게 미안하다
재형저축 아주 작은 꿈 하나 품었지만 허물어지고 있었다
눈물 그리고 사랑
그토록 눈물 많던 아내가 눈물 뚝뚝 떨어 뜨렸다 위도 앞바다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로
엉터리 시인
시를 쓴다고 모두 시인은 아닙니다
시를 쓰지 않아도 아내는 시인 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잠자리 들 때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일하는 아내의 삶이 시가 되어 온 식구들을 기쁘게 하니 아내는 시인입니다
아내에 견주면 저는 늘 엉터리 시인 입니다
차이 넉넉한 사람들은
못난이 철학
땅 한평, 방 한칸, 물려주지 않고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 아버지 덕에 땀 흘려 일하고 말없이 견딜 줄 알고 고마워할 줄 알고 무엇보다 사람 귀한 줄 알고...
밥 한 숟가락
밥 한 숟가락 목으로 넘기지 못하고 사흘 밤낮을 꼼짝 못하고 끙끙 앓고는 그제야 알았습니다
밥 한숟가락에 기대어 여태 살아왔다는 것을...
천번이고 다시 태어난대도 그런 사람 또 없을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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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익조(比翼鳥) 원문보기 글쓴이: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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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심야님은옆집 달빛카페로가셧나 통 안보이네요
알아본다에 약지걸어 봅니다...
아내에게 미안 합니다..
이시간 까지 생활전선에..ㅎ
헐 고스톱으로?
청단...고? 스돕?
시가참 읽기가쉽고 와닿네요 소박한우리네일상을담고
네...그렇지요~^^
좋은글 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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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음악이 있는데 이상하네요...
애잔합니다....
오늘은 음악은 없나 봅니더.(이승철의~~~)
이상타~?? 제컴에선 들리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애잔합니다....
오늘은 음악은 없나 봅니더.(이승철의~~~) 2
돌아보면~~ 어느 남자라도 미안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삶에 찌들어 살다보니 챙기고 가지못할 뿐이지요?
그러게요..
사람 사는데 다 그렇고 그런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