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셔가 ‘LA의 맨해턴’… 고급 주거·상업 복합타운 부상
▶ 퍼플라인 역세권 고급 아파트·콘도 개발붐에 주요 금융·재정회사에 샤핑·식당 밀집 편리
▶ 일부 건물관리 미흡, 노숙자·치안 해결이 관건
2022/11/28
타운 윌셔길이 맨해턴 스타일의 복합 중심타운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LA 한인타운 윌셔 블러버드를 따라 서쪽으로 크렌셔 블러버드, 동쪽으로는 후버 스트릿 사이, 그리고 북쪽 6가와 남쪽 7가를 경계로 하는 ‘윌셔센터’ 구역이 뉴욕 맨해턴 스타일의 복합 중심타운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드윌셔’로도 불리는 윌셔센터에 최근 들어 고급 콘도와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비즈니스와 엔터테인먼트, 샤핑센터, 주거지역이 함께 어우러지는 맨해턴 스타일의 다운타운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00년대 중반부터 윌셔/버몬트 지하철역 등 역세권을 중심으로 수천세대의 고급 콘도와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시작된 변화의 바람이 최근까지 윌셔가를 따라 고급 주거용 부동산 개발붐이 급속 진행된데 따른 현상이다.
2007년 윌셔/버몬트 지하철 역에 건립된 윌셔 버몬트 스테이션 아파트를 시작으로 같은 해 윌셔와 웨스턴 코너 히스토릭 건물이었던 머큐리가 23층 높이 238유닛의 주상복합 콘도로 변신했다. 이어 2009년에는 윌셔/웨스턴 역에 22층 주상복합 콘도인 머큐리가 완공됐다.
2010년 들어선 윌셔가를 따라 고급 아파트 건설이 본격화 됐다. 지난 2014년 완공된 윌셔/버몬트 역 건너편 더 버몬트는 24층과 30층 두 개의 아파트 건물로 구성됐다.
가장 최근인 2021년에는 윌셔와 후버 코너에 위치한 고층 대형 주상복합 단지인 ‘커브 온 윌셔’가 완공됐다. 23층 높이에 644개 유닛과 1만5,000스퀘어피트 규모의 상가로 구성된 대단위 단지다. 이미 착공을 시작했거나 건축허가를 받은 아파트 프로젝트도 줄잡아 20여곳에 이른다.
윌셔/버몬트 남서쪽 윌셔 갤러리아 주차장 부지에는 최근 수직 골조 공사와 외벽 공사를 마무리한 38층 높이, 375 아파트 유닛의 한라산이 내년 봄 완공될 예정이다. 외벽이 유리와 철제로 이뤄진 이 아파트가 완공되면 에퀴터블 빌딩을 제치고 LA한인타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된다.
윌셔와 킹슬리 인근에 7층 127유닛의 주상복합 건물이 건설 중에 있다. 윌셔와 6가 길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동서쪽으로는 아드모어와 킹슬리에 걸치는 아파트 2개동이 지난 3월 착공됐다. 윌셔가 선상에 22층짜리, 6가 선상 14층짜리 아파트에 428유닛과 1만 스퀘어피트 규모의 상가가 들어서는 대형 주상복합 프로젝트다.
한인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인 제이미슨 서비스는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상당수의 오피스 빌딩을 아파트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윌셔와 아드모어가 만나는 상업용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하기 위해 막바지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며, 윌셔/웨스턴 역 건너편 오피스 빌딩도 아파트 재건축을 위해 비어져 있다. 윌셔센터 지역 1베드룸 아파트 평균 렌트비는 월 2,350달러 선으로 LA 다운타운 2,742달러에 비해 400달러 정도 저렴하다.
윌셔가를 따라 LA한인타운의 상징적인 오피스 빌딩인 33층짜리 에퀴터블을 비롯해 10층 이상의 고층 건물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어 예전부터 은행 등 금융업체와 변호사와 CPA 등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최적의 영업공간으로 사랑받아 왔다.
한인 은행들 중에서는 뱅크오브호프와 한미은행, PCB뱅크, CBB뱅크의 본점이 윌셔센터에 포진해 있고, 다른 지역에 본점을 둔 US메트로뱅크와 오픈뱅크, 퍼스트 IC 등도 윌셔가에 지점을 두고 있다. 체이스를 비롯해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대형은행 지점들도 윌셔가에 자리잡고 있다.
보험회사와 투자회사, 융자업체 등도 윌셔가에 집중돼 있다. 최근에는 뉴욕라이프 LA지사가 윌셔센터로 메인 오피스를 옮겼다.
또 1931년에 지어진 윌턴 극장을 비롯해 1960년대 세워진 윌셔팍 플레이스, 윌셔 콜로나드 건물 등 윌셔센터 소재 21개 건물이 비영리 사적지 보호단체인 LA 컨저번시에 의해 유서 깊은 랜드마크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과 엘살바도르, 필리핀, 중국 총영사관과 대만 문화 및 경제센터 등 외교공관들도 윌셔센터에 있다.
배후지인 북쪽 6가에는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식당과 엔터테인먼트 업소가 밀집해 있고, 남쪽 한적한 7가 길에 깨끗한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어 다운타운 생활을 즐기려는 타인종들의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윌셔가 한 아파트로 이사한 알렉스 터너(33)는 “이 지역 아파트 렌트비는 다운타운이나 미라클 마일에 비해 아직은 싼 편”이라며 “밤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라 삶의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윌셔가 선상 크렌셔와 후버 사이 2.1마일 구간은 자동차로 11분, 버스 19분 거리여서 도보 이동이 가능하다. 주민들의 출퇴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편이다.
이 지역의 장점은 단연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유니온 역에서 출발해 다운타운을 거쳐 윌셔/버몬트와 윌셔/노만디, 윌셔/웨스턴을 잇는 지하철 퍼플라인은 새벽 12시8분부터 늦은 밤 11시48분까지 24시간 운행한다. 퍼플라인은 2023년 LA카운티 미술관(LACMA), 2025년 베벌리힐스, 2027년 UCLA까지 순차적으로 연장될 예정이다. 메트로 버스의 경우 다운타운에서 웨스트 LA 구간을 달리는 720번 버스가 24시간 운행 중인데 윌셔센터 서쪽 방향과 동쪽 방향에 각각 6개씩의 버스 정류장이 있다.
한편 노후화된 일부 오피스 빌딩의 부실 관리와 노숙자 급증에 따른 치안부재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한 오피스 건물에 사무실이 있는 최모씨는 “입주 이후 엘리베이터가 자주 고장 나는 등 전반적인 관리상태가 부실한데도 몇년째 개선될 조짐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커브 온 윌셔 아파트에 입주한 장모씨는 “길마다 진을 치고 있는 노숙자들로 인한 불안감과 얼마 전 조선황실 후계자의 친구인 래퍼가 아파트 앞에서 총격을 당하는 등 치안부재가 큰 문제”라며 “한인들의 땀과 열정으로 일궈 낸 윌셔센터를 제대로 보전하려는 커뮤니티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주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