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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간밤에 눈이 제법 내렸습니다.
눈이 내린 날이면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우는 일이 아침운동이고 하루의 시작입니다. 옷을 두껍게 입고 눈 치우는 가래를 들고 나갔더니 아침기온은 정신이 번쩍 들도록 얼얼했지만 어제보다는 추위가 한결 누그러진 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한 시간쯤 눈을 치우고 나니 건너편 산마루에 아침햇살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산마루야 일찍부터 햇살을 볼 수 있지만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산속의 집은 10시가 되어야 비로소 햇살이 들어옵니다. 아침을 먹은 후 커피 잔을 들고 햇살이 들어온 창가에 앉으면 집안도 따뜻해지고 마음도 밝아집니다. 이렇게 들어온 햇살은 4시를 넘기면 벌써 저물기 시작합니다. 하루가 그만큼 짧은 산속에서는 햇살이 있을 때 뒷산에 올라가 땔감도 준비하고 장작을 들이는 일도 어둡기 전에 해야 합니다. 날씨가 좋을 땐 산속으로 이어진 계곡을 따라 산책을 하기도합니다.
산속의 하루해는 짧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일찌감치 마무리하고 저녁을 먹고 나면 여유로운 나만의 시간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클래식 음악채널을 틀어놓고 책을 읽고 있으면 저녁시간이 풍요로워집니다. 감미롭게 들려오는 음악소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책속의 내용을 더 정감 있게 느끼도록 해줍니다. 들려오는 음악은 누가 만든 무슨 곡인지 몰라도 듣는 것만으로 그냥 마음이 차분해지고 가슴이 푸근해집니다.
정월 대보름이 가까워지고 있는 요즘은 달빛이 있어 밤풍경도 그윽합니다. 간혹 전등불을 모두 꺼놓고 창가에 앉아서 밝아오는 달빛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달빛은 온 세상을 검고 희게만 보이게 하지만 산속의 풍경을 즐기고 있노라면 월백설백천지백(月白雪白天地白)의 세상이 아름답게만 느껴집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산속에서 혼자 살아도 얼마든지 알차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며 살아갈 수 있으니 말입니다. 만족할 줄 알고 그것을 즐길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 누가 간섭하며 잔소리 하지 않는다 해서 게으르거나 나태해져서 제멋대로 살아간다면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멀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 어디에서 어떻게 살든 나태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간다면 보람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 어느 한 사람도 자신의 삶을 대신해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며 언제나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제가 아는 분이 오늘은 기분이 우울하다고 해서 왜 그런지 물어봤습니다. 어떤 쇼핑몰에 갔더니 파격적인 90%세일을 하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자신도 사람들 틈에 끼여 둘러봤더니 사고 싶은 물건이 몇 가지 있었는데 주머니에 가진 돈이 없어서 구경만하고 왔답니다. 이렇게 파격적으로 할인판매를 하는데도 구경만 하고 왔으니 속이 상할 만도 했을 것입니다. 견물생심이라고 사람들은 좋은 것을 보게 되면 갖고 싶은 게 인지상정입니다. 그래서 쇼핑센터에 발걸음을 하게 되면 생각지도 않았던 이런저런 물건들을 사게 되고 이사를 할 때 짐정리를 하다보면 구석구석에서 나오는 잡다한 물건들 때문에 놀라게 됩니다. 나도 이번에 산속으로 이사를 하기위해 정리를 하다 보니 짐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유행도 지났고 입지도 않은 옷은 왜 그리 많은지 그 짐들을 옮기느라 고생 꽤나 했습니다. 이곳에 옮겨나도 눈에 보이는 그 짐들이 마음에 거슬려서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을 하다가 절반쯤은 없애기로 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넘치는 물건 속에서 부족함을 모르며 살고 있습니다. 특히 자식들에겐 아쉬움도 부족함도 없이 무조건 풍족하게 해주려고 안달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소중함을 느껴볼 사이도 없이 성인으로 성장하게 되나 봅니다. 그러나 아쉬워야 소중함도 깨닫게 되므로 적당한 부족함은 오히려 살아가는데 필요합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소중함을 알고 사소한 나눔에도 고마움을 느껴야 정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며 그 길이 참다운 삶의 길일 것입니다.
겨울산은 앙상한 나무들만 있어서 볼 것이 없고 삭막하다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러나 나뭇잎 다 떨어내고 나목으로 서 있는 겨울 산의 나무들을 유심히 살펴본 적 있는가요? 온갖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모두 떨쳐버리고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하늘로 가지를 뻗고 있는 나무들은 얼마나 멋있고 당당합니까? 오늘도 나는 산책길에 겨울나무들을 보면서 멋있고 당당한 것이 어떤 것인지 가르침을 얻습니다.
산속으로 들어온 후 얻은 자연의 가르침이 있습니다. 나무들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갑니다. 가식이나 꾸밈없이 단순하게 그리고 한순간도 나태하지 않으며 최대한 열심히 살아갈 뿐입니다. 그것이 바로 최선의 길이며 당당하고 멋있게 보이는 이유입니다. 자연은 이렇게 진실 되고 정직합니다. 우리도 자연에서 배워야합니다. 진실 되고 정직하게 한순간도 게으르지 말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야합니다.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자신 앞에 진실 되고 정직해야 진정으로 올바른 삶이 됩니다.
제가 산책하는 집주변에는 수령이 100년쯤 되는 소나무들이 제법 있습니다. 하늘높이 솟아있는 나무들은 자못 웅장하고 늠름해 보입니다. 이렇게 늠름하고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뿌리가 튼튼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몰아치는 세찬 삭풍에도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자리하기 위해선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야합니다. 사람도 생각이 짧고 지혜가 모자라면 세상의 거센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꿋꿋하고 당당하게 살수가 없습니다. 나무와 같은 튼튼한 뿌리가 내 가슴에 자리하기를 나는 오늘도 간절히 기원합니다. 깜깜한 어둠을 밝히는 등불같이 무지에서 깨어나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그리하여 튼튼한 뿌리와 같이 내 가슴에 깊이 있는 생각과 세상이 자리하기를.
저는 2년 전 쯤 사당동에 주점을 하나 오픈했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둔 후 수년간 이것저것 손대봤지만 수입은커녕 손해를 보기가 다반사였습니다. 그 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물색해 봤지만 괜찮은 일거리는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일거리를 찾고 있던 중에 목 좋은 곳에 주점을 운영하면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에서 그것도 과천과 안양, 수원으로 가는 길목인 사당의 전철역 입구에 자리를 구했던 것입니다. 찾아오는 사람들은 모두가 한 결 같이 자리가 좋다고들 했지만 나는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보증금도 다 까먹은 채 가계를 접고 말았습니다.
내가 도전했던 음식업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들은 치열한 경쟁에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수입은 갈수록 줄고 빚은 계속 늘어나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경쟁자들이 주변에 생겨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데도 한 해에 평균 100만개의 창업이 생겨나고 1년이 안 되서 85만개가 폐업하는 현실이 지금의 대한민국입니다. 또한 자영업의 절반 이상이 음식과 유통업에 편중되어 있고 조기퇴직바람으로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먹고 살 일이 없어서 창업하는 생계형 창업이란 게 큰 문제입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가구당 평균 1억1400만 원 가량의 채무를 안고 있습니다. 2011년 12월에 매일경제신문이 리서치 전문업체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4.8%는 적자 상태에 있고 흑자를 내고 있는 자영업자는 14.4%에 불과하다고합니다. 이익이 100만원이 안 되는 비율이 10.6%나 차지했고 절반에 육박하는 사람들은 200만 원 이하로 자신의 인건비만 겨우 건지는 실정이었습니다.
2011년 10월 기준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자영업자는 573만 명으로 우리 경제의 4분의 1에 이르는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23%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는 2010년 자영업비율이 28.8%로 일본(12.8%) 캐나다(9.2%) 미국(7.0%)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내가 구체적인 숫자들을 열거한 이유는 이러한 문제들이 정부정책의 실패와 부재에서 빚어진 것으로 그 피해는 국민들이 겪고 있으며 직접적인 피해자는 바로 자영업자들이라는 것입니다. 손가락에 작은 상처가 생겨도 불편하고 아픈데 신체의 일부분이 썩어간다면 어떻겠습니까? 이런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아들과 딸, 형제와 자매들의 문제이고 바로 자신의 문제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겠지만 그래도 하루빨리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정책수립이 요구됩니다.
이제 곧 봄이 되고 올해 봄에 총선이 있으며 연말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좋은 지도자가 국정을 이끌어야 나라가 발전하며 우리가 꿈꾸던 살기 좋은 사회가 실현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를 앞둔 시점에 집권을 목표로 하는 어느 당이 15년 가까이 사용하던 당명을 갑자기 바꿨습니다.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소나무가 잣나무 되지 않습니다. 이름이란 본질이 아니라 그림자이고 겉치레일 뿐입니다. 인기에 연연하면서 보이기 위한 선심성 공약만 남발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면 그 나라가 불행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지금으로부터 1831년 전에 중국 산동성에서 제갈량이라는 사람이 태어났습니다. 자가 공명이라 우리에게 제갈공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유비를 도와 한나라를 세우고 정승에 올랐습니다. 제갈공명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고 유비는 죽으면서까지 나라와 자식을 맡겼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제갈공명은 적벽대전에서 동남풍을 일으켜 남하하던 조조의 대군을 격파했기에 신통력을 가진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가 본받을 만한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제갈공명은 평생에 세 가지 신조를 지키며 실천했는데 공정(公正), 공평(公平), 공개(公開)가 바로 그것입니다. 공정이란 공평하고 올바른 것이며 공평이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고른 것이고 공개란 여러 사람에게 드러내는 것입니다. 제갈공명은 어떤 일이든지 공정하고 공평하게 공개를 원칙으로 처리했기에 그 시대뿐만 아니라 후세까지 길이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세상에는 일들이 공정하게 처리되지 못했기에 원성이 생겼고 공평하지 않았기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또 중요한 일들이 국민의 눈을 가린 채 밀실에서 은근슬쩍 이루어졌던 게 얼마나 많았습니까?
현대의 정부는 분야가 다양하게 세분화되어 지도자 한사람이 감당하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그래서 여러 개의 행정부가 생기게 되었고 각 행정부에는 수장들이 있습니다. 세분화된 정부에 공약이나 정책들은 집권당이나 분야를 책임질 행정부의 수장들에게 맡기는 편이 더 합당하고 효율적일 것입니다. 잡다한 공약들을 남발하고 앞세운다는 것은 국민의 눈을 가리고 표를 얻기 위한 술책과 인기관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 나라를 이끌어 나갈 지도자라면 인재를 알아보는 눈과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덕이 필요하며 나아가 제갈량과 같은 굳건한 신조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나아가 국민 앞에서 뿐만 아니라 자신 앞에서도 진실 되고 정직한 사람이라면 더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12위이며 무역규모는 1조 달러를 달성하여 세계 9위이고 5천5백억 달러를 달성한 수출규모는 세계 7위에 이릅니다. 이렇게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에 육박했으니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할만한 물질적인 부를 이루어냈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피와 땀을 흘리며 노력했는데 경제발전의 혜택은 누가 누리고 있기에 국민들의 원성이 높기만 합니까? 이제는 경제발전 보다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주력해야 될 때가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국민들의 가슴에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나라가 되어야만 재도약을 위한 힘이 축적될 것입니다.
내가 그동안 운영했던 사당동 가계를 접기로 결정하니 이제 뭘 해서 먹고사나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는 대략 2만4천여 종의 직업이 있다는 미국정부당국의 조사를 접하고 깜작 놀랐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직업이란 도대체 얼마나 될까요? 우리가 생각하고 우리가 목표로 하는 직업이란 어떤 것들입니까?
진정한 교육의 기회는 사라지고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만 받아온 우리에게 보이는 직업이란 다양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직업을 구하고 직장을 잡는 데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힘들고 어렵기만 하며 대학을 졸업한 수많은 젊은이들이 꿈을 읽고 방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합니다. 자고 일어나 눈을 뜨고 있는 한에는 접하게 되는 매스컴인데 이런 매스컴은 부자가 되고 풍요와 호화로운 생활만이 삶의 전부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란 기껏 몇 가지로 줄어버립니다.
그런데 사람은 살아가면서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면 그 일을 통해서 삶의 기쁨과 보람을 마음껏 누리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하기 싫은 일을 살기위해서 생활의 방편으로 마지못해 하고 있다면 꿈과 생기를 잃고 왜 살아야 되는지 반문하면서 나날이 왜소해질 것입니다. 산 입에 거미줄 치지 않는다는 옛 말을 믿어보십시오. 겨울 산의 나무처럼 거추장스러운 것 모두 떨쳐버리고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만 지날 수 있다면 우리가 살고자 하는 맑고 향기로운 삶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기온이 내려가고 산속의 바람은 오늘도 거세지만 클래식 음악채널을 들으며 책을 읽고 있는 내 마음은 평온하기를 넘어서서 그윽하고 충만 합니다. 나는 어디쯤 왔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요? 나는 오늘도 이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야합니다.
월아
첫댓글 사람이 살면서 자기가 하고싶은일만 하고 산다고 행복하다고는 할수 없겠죠 행복의 기준은 그때 그때 변하리라 생각됩니다. 아무튼 월아님 존 시간 되시고 ...
하고싶은 일만 할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게 현실이잖아요
그러다보니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최선의 길을 선택해야 되겠지요~
에고고고 어렵다
제주도 눈밭에서 찍은 사진이 멋있데~~
제주도 언제함 가보노~~ㅎㅎ
월아님이 어디쯤 와있고 어디를 향해 가는지는 월아님 생각에 달려 있지요. 산의 `정상`일수도 있고, 산행 `초입`일 수도있고...
며칠전 강추위가 몇가지 숙제를 주고가서
요즘 그 숙제 해결하느라고 고생좀 했는데 오늘에야 끝났네요
아 숙제를 풀고난 이 개운함~ㅎㅎ
어차피 인생은 공수거 공수래 마음의 평정을 찿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