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지나오다 / 김수영
참나무와 졸참나무의 숲입니다
나뭇진이 흐르던 자리
(상처 없는 영혼도 있을까요)
가을이 오면 그 나무의 단풍이 많겠지요
오솔진 숲으로 흐르는 여름해의 눈부신 역광
발효한 빛의 향기가 헤매이게 합니다
보이지 않는 꿀에 취해
더러운 흙에서 나서 죽을 때까지
쓸쓸하여 허기지는 것들
가을까지라면 더욱 무겁겠지요
푸른 채 떨어진 나뭇잎과 굳어가는 나무 줄기
잘 구워진 깊은 우물 같은 마음의 맨 밑바닥에서
벗겨낸 한 두름의 그늘은
그 그늘이 된 자리에서
더 낮은 곳으로 쟁쟁이 울립니다
상처 없는 영혼이 있을까요
살면서 오래 아파함도 기쁨이었지요
1921 서울 출생, 선린상고 졸업 및 도쿄대학 상대 중퇴
1947 <<예술부락>> 동인지에 시 <묘정의 노래>를 발표하면서 등단
1958 제1회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1968 사망
1981 김수영 문학상 제정
시집 <새로운 도시(都市)와 시민(市民)들의 합창(合唱)> [공저]
시집 <달나라의 장난>
시집 <거대한 뿌리>
시집 <주머니 속의 시(詩)> [공저]
시집 <달의 행로(行路)를 밟을 지라도>
시집 <김수영전집(金洙暎全集)>
시집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시집 <사랑의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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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