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문제가 사회 이슈로 세간의 입에 오르내린지 꽤 오래되었다. 그간 유수 신문언론과 방송언론은 이를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나름대로 그 해법을 찾으려 애쓴 흔적이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열심히 취재 보도한 내용은 석,박사과정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지원, 병역특례와 해외유학보조, 연구소 연구원들의 처우문제가 주류를 이루었다. 안타깝게도 이런 내용들은 현재의 이공계 위기의 본질이 아니다.
그간 언론은 “이공계 위기=대학의 위기”정도의 시각에서 이를 보도하고, 그 범주 안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다보니,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명쾌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미로를 헤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언론계는 - 대학이 이공계 위기와 같은 핵심 사회 문제를 해결할 주체이기보다는 오히려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며, 따라서 개혁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저조한 신입생 등록률에서 비롯된 심각한 재정난, 양산된 석·박사 학위 취득자들의 취업난이 이를 증명한다.
또한, 일선 산업계는 업무 능력면에서 대졸 경력자들보다 이공계 석·박사 학위 취득자들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준 적이 별로 없으며, 오히려 이들을 신입으로 받아들일 경우, 대부분의 사업체가 신입직무교육에 대한 부담등으로 인해 아예 채용 자체를 꺼려온 점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는 일선 연구소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저간의 형편에 비추어, 이공계 대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급이나 석·박사학위 취득자에 대한 한시적 채용, 병역 특례 같은 일련의 대책들이, 국가적 난제인 이공계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언론계는 주목하기 바란다. 되레 대학 구성원들이 스스로 자구노력의 기회를 잃어, 소위 대학경쟁력이 쇠퇴할 우려마져 있다.
이공계 위기와 관련하여, 신문의 칼럼기고자나 방송의 출연자의 대부분을 학계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이다. 더 나아가 신문언론이나 방송언론들의 보도 인용자료 중 상당수가 그들의 의중이 많이 반영된 연구 성과물임을 감안한다면, 위기를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데 있어 학계 위주의 편향된 시각이 오히려 사실을 호도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이제라도 신문언론과 방송언론들은 그간의 보도 관행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문제를 이해하고, 보다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일선 기술자들과 격의 없이 논의하고, 그들의 제안과 연구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는 실사구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현학적인 수식어구와 현실과 괴리된 탁상공론에 매달려 본질을 그르치는 우를 범해서야 되겠는가! 다시 한 번 이공계 위기와 관련한 언론의 신중한 접근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