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소비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완연하다. 지난해 내내 비관론이 지배했던 시장에 변화의 바람도 부분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본지는 증시·부동산·유통 등 소비 최전선(最前線)에 대한 긴급 현장진단을 실시했다.
◆백화점 할인점 재래시장
27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여성복 매장. 지난 23일 백화점의 1월 정기 세일이 끝났음에도 손님이 크게 줄지 않은 모습이다.
롯데백화점 이선대 과장은 “세일은 끝났지만 설 연휴가 있고 설과 연계한 행사들이 많아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1월 실적이 지난해보다 나아 올해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대형 할인점들도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신세계 이마트는 1월 매출이 지난해 대비 6% 신장했다. 홈플러스는 4%, 롯데마트는 8% 안팎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재래시장은 아직 내수 회복 기미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남대문시장에서 침구전문점을 운영 중인 장규만 사장은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이 신통치 못하다”고 말했다.
◆주식시장
증권사 객장은 실물경기보다 훨씬 뜨겁다. 특히 정부의 코스닥시장 지원대책에 힘입어 코스닥지수는 급등세를 보이며 전체 주식시장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27일 소폭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서만 22.6% 올랐고, 종합주가지수도 3.2%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주식매입대기자금인 증권사 고객예탁금은 올 들어 지난 26일까지 1조9800억원 늘어났다.
굿모닝신한증권 박상수 과장은 “폭발적인 증가세라고 볼 수 없지만, 분명히 올 들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며 “특히 코스닥시장에 대한 관심이 수년래 최고 수준으로 부쩍 늘었다”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최근 투기지역 해제 등 일부 규제가 완화되면서 서울 강남권 일부 재건축 아파트가 수천만원씩 치솟으면서 국지적으로 거래가 되살아나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재건축 추진단지들이 새해 들어 2000만~5000만원까지 호가(呼價)가 올랐다.
하지만 저가(低價)의 급매물 중심으로 일부 거래가 이뤄질 뿐 호가(呼價)가 오른 물건들은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동차 판매 시장
온기가 완연하다. 지난 25일 ‘뉴SM5’를 출시한 르노삼성자동차 마케팅 전략팀의 이필재 차장은 “뉴SM5의 계약이 폭주하고 있으며, 지난해 출시한 SM7도 주문이 7000대 이상 밀려 있다”며 “올해 1월 판매량은 작년 동기에 비해 2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 자동차 관계자도 “올봄 쏟아질 신차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판매에 마이너스 요소인 데도 1월 판매가 작년 동기 수준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 진단
희망적인 시그널이 분명하지만 상반기 중 소비회복이 본격화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우세하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센터장은 “주가 상승, 추운 날씨로 인한 의류 판매 증가, 연말 보너스 등 몇 가지 호재가 겹친 덕이 크다”며 “임금상승률이나 취업자 증가 속도가 낮기 때문에 본격적인 회복은 하반기에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