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영덕여행에 최고의 계절
김인현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영해중고총동창회장)
대학원에 입학하여 자신의 지도를 받는 학생들이 점차 생기면서 연구실의 규모는 커져간다. 학기중에는 항상 바쁘므로 제자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쉽지않다. 제자들과 함께하는 여행으로 나는 그 부족함을 채운다. 1년에 한번씩 1박 2일간 연구실 여행을 다녀온다. 교수와 학생들이 얼굴을 마주하면서 대화하고 서로를 알게되는 좋은 기회가 된다. 여행을 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도교수이신 채이식 은사님으로부터의 내림이다. 은사님과 다녀온 여행에서의 특이한 점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서 선생님과 나를 연결시켜준다. 곧 정년퇴직을 하게 될 나도 여행의 추억이 제자들에게 오래 오래 남아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제자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나는 여행지로 고향 영덕을 택한다. 제자들도 의문없이 여행가자고 하면 목적지는 당연히 영덕이다. 2월에서 4월에 걸친 영덕여행은 영덕대게가 있기 때문에 제자들도 모두 좋아한다. 두 번 혹은 세 번가는 제자들도 영덕여행은 좋다고 한다. 지도교수가 워낙 영덕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강하기 때문에 지도교수의 고향과 집안을 제자들이 잘 이해하고자 한다. 나는 여행중 제자들에게 우리 고향 영덕을 발전시킬 방안이 없느냐고 끊임없이 묻는다.
이번 2023년에는 4월 1일(토)와 2일(일)로 일정이 정해졌다. 포항으로 KTX로 갔으면 했지만, 가차표가 동이나서 청량리로 해서 안동을 거쳐서 렌트카를 이용, 영덕으로 가겠다고 한다. 나는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영덕근처에서 복사꽃도 볼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자고 했다. 일행 10명이 청량리에 모여서 기차에 올라탔다.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덧 우리는 안동역에 도착했다. 유년시절 이용하던 시내의 안동역이 아니다. 신식으로 너무 멋지게 건축되었다. 렌트 카를 했다. 청송을 거쳐서 지품을 지나면서 복사꽃이 화사하게 피어있어서 우리는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었다. 아직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아름다움에 제자들이 좋아한다. 창포말 등대 주변은 푸른 바다를 선사해주었다. 100미터 걸어서 아래로 내려가니 기암괴석이 나타났다. 여기는 돌이 덩치가 크고 부드러운 색깔이다. 풍력단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멀리 축산항이 보였다. 경정을 지나서 내고향 축산항에 다다랐다. 6시경이다. 후배의 가게인 김가네에서 물가자미 셋트를 시켰다. 물가자미 구이는 역시 고소하면서도 기름끼가 있어서 맛있다. 영덕대게는 따로 시켰다. 지도교수인 내가 제자들을 위하여 한턱을 내는 것이다. 식사중간에 영덕대게가 들어왔다. 제자들은 먹던 물가자미를 두고 대게를 집중적으로 먹었다. 우리 일행은 대밭산 아래에 있는 우리 집으로 향했다. 밤이지만 블루로드 다리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형과 내가 수리하여 2칸을 하나로 만든 사랑방은 샤워장도 신식으로 만들어 제자 8명이 일박하기에 좋다. 다음날 제자들과 함께 일출을 보았다. 와우산으로 가서 영양남씨의 발상지를 보여주었다. 아침식사는 차유의 원조대게마을에서 물회로 했다. 기본 코스인 백암온천을 향했다. 유황천에 몸을 담그니 제자들이 모두 좋아한다. 월송정으로 자리를 옮겼다. 송강 정철선생의 관동팔경중 마지막 경이다. 정자인 월송정을 가운데에 두고 좌우로 소나무 숲이 우거져 좌우대칭이 잘 되어서 사람을 편안하게 해준다. 모래사장 동해바다를 바라보면서 스승과 제자들은 어깨동무를 하면서 포즈를 잡았다. 호연지기를 가지자고 했다. 어느듯 점심시간이다. 도로변에 위치한 칠보산 휴게소에 가서 뷔페 식사를 했다. 저렴한 가격에 음식도 다양했다. 무엇보다 시원한 통유리창 너머로 푸른 바다가 보여서 좋았다. 3시에 안동역에 도착 렌트카를 반납하고 기차를 타고 청량리에 도착했다.
사제간의 정을 두텁게 한 연구실의 연례행사인 영덕여행 이벤트가 마무리되었다. 제자들과 나는 이번 여행중의 사진을 밴드에 올려서 오랫동안 이 아름다움이 지속되기를 바랐다. 내가 자라고 사랑하는 고향 영덕과 청송 그리고 울진을 제자들에게 알려주고 그들과 함께한 여행이라서 좋았다. 영덕대게의 끝자락과 복사꽃의 출발점이 겹치는 4월 초에서 중순까지가 역시 영덕여행하기에 최고의 계절임을 다시 확인하면서 나는 이번 여행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