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의원 측 "安국장 모르고 만난 적도 없다"
安국장 주장… "정권실세에게 10억 줘야하니 3억 만들어오면 승진 보장…
韓 前청장이 제안했지만 거부"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26일 '한상률 로비 의혹'과 관련,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원구 국세청 국장이 지난해 초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을 두 차례 만나 당시 국세청장이던 한상률씨를 유임시켜 달라는 취지로 로비를 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송 의원은 지난 23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안 국장을 면회한 자리에서 이같이 들었다고 했다.
현재 안 국장 측은 한 전 청장이 작년 초 '정권 실세에게 10억원을 줘야 하니 3억원을 만들어오라. 차장으로 승진시켜주겠다'고 제안했고, 자신이 이 요구를 거부하자 좌천된 뒤 청와대 지시로 내사를 받다가 구속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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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 국세청장에 진상조사 요구 송영길 최고위원(왼쪽) 등 민주당 ‘한상률 게이트 및 안원구 국세청 국장 구속 진상조사단’이 26일 서울 국세청 청사로 백용호 청장(오른쪽)을 찾아가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송 의원은 "안 국장은 이 의원을 2008년 1월 이 의원의 아들을 통해 국회에서 만났고, 2008년 3월 지역구 사무실에서도 만났다"고 했다. 안 국장은 처음엔 "한상률이 전 정권 사람이긴 하지만 사람이 원만하고 통솔력이 있다"며 한 전 청장 이야기를, 두 번째는 "내가 (국세청에서) 좀 밀리는 것 같으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개인 인사청탁도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의원은 "치열한 유임 로비를 했던 한 청장이 충청도 출신이라 이명박 정권의 인맥이 취약해 대구 출신인 안 국장이 연결해줬다고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려 ▲인사청탁을 받았거나 금전요구를 한 정권실세가 누구인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박연차씨의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한 전 청장의 '정권 로비용'이었는지 등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원이나 비서진 누구도 안 국장을 모르고 만난 적이 없고, 이 의원 아들이 안 국장을 아버지에게 소개한 적도 없다"며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부터 인사로비를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특히 한 측근은 "이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은 벽을 다 터서 사용하기 때문에 그런 곳에서 인사 청탁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송 의원은 한편 "안 국장이 대구지방국세청장 시절인 2007년 후반 포스코건설 정기 세무조사에서 대선 때 문제가 됐던 '도곡동 땅'이 당시 이명박 후보 것이라는 사실이 적시된 문서를 발견했다고 한다"면서 "안 국장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사안이라 보안조치했는데, 자신을 음해하는 세력에 의해 MB 뒷조사를 했다는 오해를 받아 억울하게 탄압받았다'고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