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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설을 올려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트랜스젠더/크로스드레서 쟝르의 소설이고, 등급은 아마도 19금...
성인들만이 모이는 사이트인지 몰라서 조심스럽습니다. 어쨌든 여러분의 반응을 보고 차후에 글을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1.
한승우라는 남자의 손길이 내 가랑이 사이의 성기를 찾아 사타구니 안으로 네 번째 들어왔을 때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의 손목을 잡고 소리친다.
“이 새끼야! 그만하라고 했지! 여장했다고 해서 모두 똑같은 게 아니라고 몇 번을 얘기해야 알아들어, 이 미친 새끼야!”
나는 굵직한 목소리로 남자답게 소리친다. 혼자서 양주를 즐기고 있는 그의 테이블에 마담이 시키는 대로 합석을 한 것은 내 잘못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옆자리에 앉을 때 나는 분명 남자이고 여장은 단순히 취미일 뿐이라고 일러두었다. 남자 손님들의 이상한 손버릇이 싫다고도 했다. 그도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했다.
이 여장 카페의 마담과 알고 지낸 지 어느 정도 되었기 때문에, 그가 가끔 남자 손님들과 합석을 주선하면 재미 삼아 테이블에 앉는다. 술에 취한 남자들이 쏟아놓는 칭찬과 언제부터 여장을 했느냐, 왜 하느냐 등등 한결 같은 질문들에 답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고약한 손님들의 손장난을 정중히 물리치며 고상한 여자처럼 행동하며 야릇한 즐거움도 갖곤 한다.
170이 안 되는 아담한 사이즈에 부드러운 얼굴 선 때문에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마담의 말을 믿어서인지, (별로 술을 좋아하진 않지만 마담을 위해) 공짜 술을 마시며 그 답례로 남자들과 떠드는 것 자체는 이제 그리 불편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 한승우라는 남자는 도통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인간 같다. 제법 귀티 나는 얼굴에 175 정도의 키, 그리고 말랐지만 단단해 보이는 체격까지 갖췄으니 남자를 원하는(?) 일부 여장남자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 같기는 하다. (물론 진짜 여자들에게도 상당히 인기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나는 아니다. 오랫동안 몸에 착 달라붙는 스타킹과 원피스에 대한 패티쉬 성향을 가져온 내가 대략 2년 전부터 이 카페에서 본격적인 여장을 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상당히 능숙하게 화장을 할 정도로 나날이 취미생활에 푹 빠지긴 했지만, 나는 약혼녀까지 있는 어엿한 스물아홉의 사내다. 약혼녀는 지금 일본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기 때문에 내게 이런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더 있기도 하다. 이 달콤한 취미생활을.
내가 몇 마디 더 욕이 섞인 고함을 질러대는 동안 한승우라는 남자는 조금 놀란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볼 뿐이다. 그는 여전히 푹신한 소파에 앉은 채로 나를 올려다보며 담배를 피운다. 어두운 조명 아래지만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려있는 것이 보인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 간혹 여장남자들을 싸구려 창녀쯤으로 여기는 손님들이 있지만, 대부분 여장남들이 화를 내기라도 하면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 남자는 아니다.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전혀 잘못이 없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다른 한 손으로 술잔을 들고 여유 있게 마시기까지 한다.
마담이 재빨리 달려와 나를 스탠드 바 쪽으로 보내고, 다른 여장남자가 그의 옆자리에 앉는 것으로 일단 상황이 종료된다. 나는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상태로 그의 테이블을 노려보고 있지만, 그는 애써 나와 눈길을 피하려는 듯 자기 옆에 새로 들어온 늘씬한 여장남에게 뭐라고 말을 걸고 있다.
“얘얘, 그만 화 삭여.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쯤은 각오해야 한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아니? 너도 내 말을 무시한 거야.”
여장남자들 사이의 ‘전설’로 통하는 40대 후반의 마담이 양주 한 잔 권하며 핀잔을 주는 것도 왠지 억울하다. 그저 돈벌이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뭐라 할 말은 없다. 술집에서 벌이는 남자들의 온갖 행태를 모르는 바도 아니고, 내가 진짜 남자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는 듯이 거시기에 손을 들이미는 놈들을 마담이 일일이 감시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유난히 내 사타구니에 손이 들어오는 것을 참지 못하는 것도 많은 여장남들과 다른 점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에게 오히려 사과를 한다. 나의 고함소리에 잠시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던 것이 미안하다.
“미안하면 저쪽 테이블에 들어가줘. 저쪽 손님들, 오늘 처음 온 분들인데 점잖은 거 같아. 애들도 모자라니까 이럴 땐 나를 도와주는 게 사과하는 것보다 백 배는 좋아.”
빙긋 웃는 그를 보고 테이블 쪽을 돌아본다. 두 명의 양복쟁이다. 한 사람 곁에는 여장남이 앉아 있지만, 다른 한 명은 옆자리가 비어 있다. 나는 기운차게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조금 전에 앉아있던 한승우라는 남자의 테이블을 지나쳐 그 테이블을 향해 걷는다. 그의 눈길이 느껴진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30분쯤 양복쟁이들과 노닥거리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선다. 한승우의 테이블을 지나쳐야 한다. 내 대신 그의 옆에 앉은 여장남자의 사타구니에 그의 손이 들어가 있는 것이 보인다.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꽤 노련한 그 여장남자는 남자들을 다루는 솜씨가 꽤 좋은 것으로 알려진 애다. 이제 스물한 살인가 된 그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내 귀에도 들린다.
“아잉, 오빠, 그렇게 만지작거리면 터져용~. 그거 터지면 오빠가 평생 책임져야 하잖아.”
“하하하… 그러면 그렇게 하지 뭐. 그런데 이거 정말 자지 맞니? 이거 찾기가 왜 이렇게 힘들어. 손에 잡히지도 않잖아, 하하하… 그래도 이젠 제법 성이 났나 본데. 좀 단단하니까 손에 만져지긴 한다, 하하하하…”
두 사람의 음담패설을 들으며 화장실에 들어간다. 문이 잘 잠겼는지 다시 확인을 한 다음에, 스커트를 올리고, 팬티스타킹과 팬티를 내리고 남자답게 소변을 보기 시작한다. 여장을 한 채로 어떻게 서서 소변을 볼 수 있냐며 요란을 떨던 어떤 여장남자가 문득 떠오른다. 조금 전에 들은 음담패설 때문인지 그 한승우라는 남자 때문인지 내가 ‘남자’라는 것을 더욱 드러내듯 길쭉한 성기를 손으로 떠받들고 시원하게 소변줄기를 뿜어낸다. 내 물건은 이렇게 잘났단다, 후후후… 만지고 싶어도 만져지지 않는 그런 쬐그만 성기를 가진 애들이나 너 같은 새끼한테 빠지는 거야, 임마, 후후후…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나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힘주어 뽑아내고 다시 팬티부터 차례로 챙겨 입는다.
손을 씻으며 거울을 쳐다본다. 조금 전 소변을 보던 그 남자, 조상현이라는 남자는 보이지 않는다. 스모키 화장에 어깨까지 오는 자연스러운 웨이브 가발을 쓴 거울 속의 모습은 어느새 내게 친숙해진 ‘조상아’라는 인물이다. 뛰어난 미모는 아니지만, 충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다. 남자들이 그녀를 좋아하고 사귀고 싶어하는 태도를 즐기는 것이 사실 좋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그녀는 거기까지만 존재하는 거다. 그 이상은 내가 감당할 수도 없고, 감당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평생 어엿한 남자로 살아갈 것이고, 그 사실을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조상아’가 일주일에 하루이틀만 존재한다고 해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내가 원할 때 이런 식으로 아름답게 나타나주기만 하면 되니까.
화장실에서 나와 다시 양복쟁이들이 있는 테이블로 향해 가는데, 불쑥 뭔가 단단한 것이 내 손목을 붙잡는다. 깜짝 놀라며 손을 빼내려 하지만, 내 팔목을 잡은 그 손길은 무척 강하다. 바로 그 남자, 한승우다. 그러고 보니 그의 옆에서 애교를 떨던 그 여장남자가 어느새 양복쟁이들의 테이블에 들어가 있다.
“잠깐 앉아요. 아까 그렇게 된 것이 좀 찝찝해서 그러니까…”
“전 할 얘기 없는데요.”
진짜 할 얘기가 없다. 아까 그에게 화를 낸 것은 진심이었고, 욕까지 섞인 험한 말을 던진 것은 그가 이제 더 이상 상종할 필요가 없는 인간이라는 뜻이 담겨 있던 것이다.
“그러지 말고 잠깐이면 됩니다. 내가 좀 무례한 행동을 했던 것 같은데 그 점에 대해서도 변명할 기회를 얻고 싶군요.”
“그럴 필요 없어요. 이미 저는 여러 차례 싫은 점을 분명 얘기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좀 얼굴 붉히는 일이 생긴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서로 오늘은 운이 좀 좋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내가 말하는 동안 그는 여전히 내 팔목을 잡고 있다. 아프다. 팔을 빼내려고 비틀어 보니 더 아프다. 그러나 다시 소리를 치는 일을 벌이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럴 값어치도 없다는 생각이다.
“댁이 무척 남자답다고 생각합니까? 내게 ‘난 남자야, 이 새끼야!’라고 외치면서도 결국 여자 옷을 입고 있는 지금은 여자처럼 말하고 있는 자신을 느끼지 못합니까? 그래서 남자들은 속아 넘어가는 겁니다. ‘아, 이 사람이 지금은 여성이고 싶은 거구나’하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그냥 말로 내 가랑이 사이에 손 넣지 말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말입니다.”
그가 쥐고 있는 내 팔목이 아파서 그의 주장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거나 놓고 말해요.”
그렇게 말하면서 내가 좀 여성스럽게 말하고 있기는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나약한 여성처럼 구는 느낌이 든다. 당당하게 그의 팔을 뿌리치고 주먹을 날리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그에게는 여성스럽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쑥 든다. 그러자 자존심 때문인지 순간적으로 내 남성미(?)가 고개를 쳐든다.
“그만 놓으라고, 임마!”
고함을 지르진 않지만, 낮으면서도 단호하고 씩씩한 목소리로 분명 그렇게 말한다. 그러나 그는 손을 놓지 않고 내 눈을 빤히 쳐다보며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입이 정말 험한 아가씨로군. 하지만 그것도 매력이라면 매력이지, 후후… 내가 손을 놓지 않으면 어떻게 하실 작정이신가요, 아가씨?”
정중하지만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다. 하지만 그에게 주먹을 날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는 나보다 컸고, 힘도 셌고, 무엇보다 몸이 단단해 보인다. 내가 한 방을 날린다고 해서 그가 바닥에 쭉 뻗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두 번째 주먹을 날리기도 전에 바닥에 뻗어버리는 것은 나일 가능성이 크다. 미니스커트를 입고 바닥에 대자로 뻗은 내 모습을 상상하기도 싫다.
“이제 그만 하자. 정말 짜증난다. 나보다 어린 새끼가 정말 너무 기어오르는 거 아니냐?”
아까 통성명을 하며 나이까지 얘기를 했기 때문에 나는 그가 나보다 두 살 어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싸움이나 논쟁을 벌이며 나이를 들먹이는 것이 비열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지금은 최후의 방법처럼 느껴진다.
그가 다시 씩 미소를 지으며 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리고 곧 그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나는 얼른 그의 손아귀에서 팔목을 빼내 다른 손으로 얼얼한 팔목을 문지른다. 그리고 눈에 힘주어 그를 째려본 다음에 그 자리를 뜬다. 양복쟁이들의 테이블에 일단 들어가 흥분을 가라앉힌다. 10분쯤 뒤에 징글맞은 한승우라는 남자가 술값을 계산한다. 그가 입구를 나서기 전에 뒤를 돌아본다. 하필이면 그 순간 눈이 마주친다. 그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떠오른다. 내게 윙크까지 보낸 것 같다. 나는 얼른 눈을 돌려버린다.
한 시간쯤 후 카페를 나온다. 어느새 새벽 한 시가 지난 시각이다. 오늘은 별로 신나는 밤이 아니다. 그래서 다른 때보다 두어 시간 일찍 나온 거다. 차라리 드라이브를 하다가 집으로 들어갈 생각이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기분에 따라 드라이브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내 차를 가지고 다니길 좋아한다. 좁은데다가 모르는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분장실에서 여장을 하기보다는 집에서 마음 편하게 준비하고 나오기도 좋고, 화장을 지우는 번거로움 없이 바로 집으로 들어가거나 내키는 대로 드라이브도 할 수 있어서 그러는 편이 좋다. 게다가 (비록 월세이긴 하지만)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내게는 크나큰 행복이다. 나만의 공간과 편안한 이동수단이 확보된 사람만이 누리는 축복인 셈이다. 물론 이것도 언젠가 결혼을 하면 끝이 날 일이지만, 약혼녀가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최소한 1년 동안은 이 생활을 유감없이 만끽할 생각이다. 그 다음 일은 다음에 걱정해도 된다. 방법이야 만들면 늘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