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시를 가나 고기 좀 잘 한다는 곳 몇 군데 씩은 다 있지요.
그런데 오늘 소개할 집은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단지 고기 맛을 가장 최우선으로 한다는 분들을
위해 추천하는 곳입니다.
바로 오류동 삼성아파트 앞 먹자골목에 있는 '옥천정육점'입니다.
식당 이름에 웬 정육점?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정육점 하면서 고깃집으로 발전한 사례 여럿 되니까
굳이 자꾸 토달믄 간첩 되겠습니다.
이곳 역시 입구에서 보면 정육점 그림 딱입니다.
그 안으로 좁게 열댓평 남짓 공간에 식탁 여러개 있고,
그냥 방바닥에 사람들 퍼질러 앉아 고기 구워먹고 얼른 나가는 곳입니다.
그냥 맹하니 간판만 보고 '아하! 여기!'하고 들어갔다간,
입구에서부터 사람들한테 걸립니다.
"예약하셨나요?"
"엥? 뭔 예약. 안했는데요."
대부분 이런 시나리오 나오면서 못들어갑니다.
거긴 좌석이 얼마 안되기 때문에 대부분 예약손님들이 차지합니다.
밖에서 차례 기다리거나, 아니면 최근에 옆 건물 1층 빌려
만든 별관에서 먹어야 합니다.
이곳의 주 메뉴는 소고기
등심이 180g(다른 곳 150g보다 많죠) 1인분에 15,000원
안창 18,000원.........육사시미 13,000원 되겠습니다.
다른 메뉴도 좀 더 있는데, 제가 먹어 본 것만 기억하는 점 이해바랍니다.
주문을 하면 다른 스끼다시 일체 없고 달랑 김치 하나에,
쌈 기본 재료(상추, 깻잎, 마늘, 고추, 쌈장, 소금) 만 나오고 땡입니다.
대신 등심이 떡 하니 넓은 접시에 누워 나오면서
혼자는 외로워서인지 옆에 1인분 당 차돌박이 두 첩씩 끼고 나옵니다.
거기에 양파와 새송이 버섯 슬라이스 한 것 같이 곁들여 나옵니다.
무엇보다 이 집의 장점은 고기맛입니다.
숯불에 살짝 익혀 입에 넣는 순간 고소함이 맴돌고,
살강살강(육사시미는 찍꺽찔꺽) 씹히는 맛이 쥑입니다.
다른 사치 하나 안 부리고 고기 하나로 승부하는 이곳 고기맛을
찾아 매일 같이 손님들이 북적입니다.
가시기 전에 가능하면 예약하실 것.(전화 042-534-5658)
개인적인 경험으로 만년동에 유명하다는 Y모 고깃집과 월평동S모 식당보다
고기 맛이 좋고, 도마동에서 부쩍 뜨기 시작한 H모 식당보다도 나은 것 같습니다.
*참고로 고기 먹을 때 까탈 부리는 분들 혹시 있으면 알아두실 것,
유형 1. '자고로 말이야 소고기는 눈꽃이 촤악 흩뿌려진 것처럼 마블(marble)이 잘 잡혀있어야
맛있는 거야' 라고 아는 척 하는 분.
- 빨간 육질 사이로 촘촘히 박혀있는 지방덩어리를 대리석 무늬 닮았다고 마블이라면서 좋아라
하는데, 또 그거 아니면 고기로 쳐주지도 않는 사람들 있는데, 그거 밥상 앞에서 꼴깝 되겠습
니다. 씹을 때 맛 때문에 그걸 주로 찾지만 그렇게 지방이 촘촘히 잘 잡히게 하기 위해 소는
평생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답니다. 그래야 단백질로 된 근육
사이로 지방이 잘 잡힌다고 합니다. 마치 질 좋은 푸아그라를 얻는다며 거위를 모가지만 내밀게
하고 깔대기로 억지로 먹이를 주면서 꼼짝달싹 못하게 하는 것과 같지요.
결론은 말 그대로 그 눈꽃이 화(花)가 아니라 화(火)라는 것이지요. 틱낫한 스님이 말했던 그 '화'.
화 덩어리를 즐겨 먹어서 좋을 건 없을 것 같습니다. (이견이 있으신 분들은 에모토 마사루의
'물은 답을 알고 있다'를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듯.)
유형 2. "이거 국내산 맞죠"라고 어떤 머슴애가 물으니까 괜히 끼어들어서 손범수가 하는 말.
"이거 한우 맞죠"라고 해야 맞다고 우기는 것처럼 한우가 고기맛이 최고라고 여기는 분.
- 실제로 고깃집은 운영하는 사장님들 중에 그것도 비싼 고깃집을 하는 이들 중에 정작
가장 비싸게 팔거나, 아니면 자기 가족들 먹으려고 고기를 찾게 되면 어디로 가는지 아시는지.
제가 아는 몇몇 사장님들은 코스트코에 가서 등급 좋은 걸로 그냥 수입육 사다가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