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시집 온 지 20여년
고향 부산을 잊은지도 오래 되었습니다.
부산 갈 일이 있어도 볼 일만 보고 왔지
제대로 돌아다니며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 딸을 데리고 가면서
딸 덕분에 제대로 부산을 구경했습니다.
부산을 여행하시려면
하루 날 잡아 남쪽의 바다를 보시기 바랍니다.
용두산과, 남포동과 국제시장,
그리고 송도와 자갈치 시장을 둘러 보면 하루가 갈 것입니다.
먼저 용두산 공원으로 올라가
부산 타워에 올라 부산 전경을 보십시요.
동서남북으로 부산을 아시는 분이시라면 쉽게 한 눈에 들어오실 것입니다.
물론 용의 머리를 닮은 산이라 용두산이라 이름지어진 것은 아실테고
숲속 오솔길이 있어 겨울만 아니면 아이들이나 연인들이 걷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용두산에서 남포동으로 내려오는 계단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용두산 440계단> 하며 꽤 유명했었는데
깨끗하게 단장되어 오르는 데에는 에스컬레이트도 있더라구요.
남포동으로 내려와 패션의 거리를 보시고
부산 영화의 거리도 구경하시면 눈요기가 솔솔합니다.
그리고
그 유명한 국제 시장과 케네디 상가를 구경하시기를.
주머니에 여유가 있으시다면 쇼핑하시더라도 재미 있을실겁니다..
일본 관광객이 많이 오는 탓인지
일본스러운 물건들도 많고
무엇보다 아직도 욘사마의 얼굴이 들어간 상품들이 많이 나와있더군요,
특히나 양말에도 욘사마의 얼굴이 박혀있더라구요.
케네디 시장의 특징은 많은 상점들 사이에
아주머니들이 군것질거리를 판다는 것입니다.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곳에서부터 서서 먹는 곳까지
수수전에서 팥죽, 당면, 고구마 튀김,감자 조림, 부침 등등
옛날 대학 시절
할 일없이 남포동으로 몰려나와 친구들끼리 둘러서서 키득거리고 먹던
수수전 생각이 나면서 잠시 추억에도 젖었습니다.
케네디가의 맛있는 집으로는 김치국수집과 해물탕집이 있습니다.
남포동으로 내려오면
유명한 원산면옥집의 냉면집은 아직 그 자리에 있더군요,
그리고 골목길의 할머니 비빕국수집도 있더이다.
30년 전에는 찌그러진 양푼에 '바'같은데 걸터 앉아 호호거리며 비벼 먹던 국수집이었는데
꼬질꼬질한 옛집과는 반대로 예쁘게 포장되었더군요.
남포동 영화의 거리에 가시면
부산에만 있는 18번 완당집을 찾으십시요.
'만두도 아닌 것이 아주 얇은 피에 만두 속을 넣어 끓인 시원한 국물이
부산에서만 볼 수 있는 음식입니다.
길거리에는 일본에서 파는 '타코야끼'라는 길거리 간식도 맛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바닥에는 한국 유명 배우들의 손바닥이 '팍, 팍' 찍혀있습니다.
휘휘 둘러보시다가
송도로 가는 버스를 타십시요.
송도 입구에서 내리셔서 송도 바다로 들어가 걸으세요.
어린 시절 '빤즈'만 입고 해수욕하던 그 곳이 한 때 수영을 할 수 없을 만큼
수질 오염이 심해 '송도 유원지'라는 이름으로 명명되다가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드디어<송도 해수욕장>으로 바뀐 걸 보니
인간이 노력하면 자연을 살릴 수 있나봅니다.
뱃사장도 있어 거닐 수 있어 좋습니다.
그곳에서 연인과 거닐며 '고동'을 사서 쪽쪽 소리내며 빨아드시며
송도 해변가를 도신 다면 바다를 보지 못하고 산 도시의 사람들은
기억 저장고에 좋은 사진을 꽂을 수 있으실 것입니다.
아쉬운 것은
옛날 흔들거리던 <흔들 다리>가 있었는데 없어지고
시멘트로 만든 다리가 덩그라니 있어
잠깐 슬펐습니다.
시멘트 다리는 낭만적이지 못하니까요.
송도 바다에서 잠깐 바닷물에 발을 적시시고
걸어서 자갈치 시장으로 가십시요.
부산에 가면 꼭 봐야된다고 하니
거기 가시면 온갖 바다 물고기는 다 보실 것입니다.
생선을 팔면서 안쪽에서는 음식을 팝니다.
그 유명한 부산의 꼼장어를 맛보실 수 있는 기회가 여기에 있습니다.
집들이 빼곡해 어느 집이 맛있고 유명한지 알 수 없지만
<감>으로 잡고 들어가십시요.
그리고 꼼장어를 시키실려면 1인분씩 파는 집이 아닌 kg로 파는 곳을
선택하심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으실 것입니다.
송도에서 걸어 들어가서 오른 쪽이 꼼장어를 파는 곳이라면
왼쪽은 생선구이를 파는 곳입니다.
서울에서 파는 절인 생선과는 정말 질적으로 다릅니다.
종류도 많고 신선하고....
가격도 서울보다는 천원 정도가 싸니 한끼 식사로 포만감을 느끼시지 않을까 합니다.
너무 먹는 쪽으로만 가는 것 같나요.
여기서 잠깐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 여러 유형에게 묻고 싶군요.
당연 장유형은 그곳에 가서 구경을 하고
그곳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머리형인 우리 아들은 '무식한' '단순한'을 외치며
알뜰하게 계획을 세워
보고싶은 것을 보고 오는 것이고 식사에는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고 하네요.
아들하고 여행 가면 푸짐하게 먹기는 틀렸습니다.
(여행 가면 잘 먹어야지 뭔 소리야요.)
일설하고
자갈치에 가서 자갈치 아줌마들의 드센 사투리도 들으십시요.
재수가 좋으면 늘 시장에서 벌어지는 "입싸움"을 구경할 수도 있습니다.
그냥 편견없이 본다면......
사노라면 별별일이 많은 데 그 중 흉한 일이
서로에게 별일 아닌 일로 달겨들어 뜯고 싸우는 일이지요.
그러나 시장에서는 일상이 되어 버려
곧 잊어버리나 봅니다.
그래야 또 살 수 있겠지요.
잊는다는게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제일 큰 축복임을
살다보니 느끼겠더이다.
어둑어둑해지면 꼼장어에 소주 한 잔만 하십요.
여행에는 객기가 있는 법
기분 좋게 한 잔하고
추억에 젖어 잠자리로 돌아 오면 첫 날의 부산 여행은
나이스가 될 것입니다.
아직 광안리의 그 다리와
해운대의 아쿠아리움과 달맞이 고개는 보지 못하셨습니다.
참 날이 좋은 날 태종대를 한 바퀴 도는 것도
건강에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부산 해안가를 도는 일은 또 내일 말씀드릴까요.
설날 복 많이 받으시고 편안한 밤 되십시요.
첫댓글 안그래도 저 읽으면서, 무슨 음식애기만 하냐? 하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ㅎㅎ
아! 장유형들의 특징이었구나~~ 제 남편도 9유형인데 여행지에서 새로운 음식시식은 필수 코스죠. 니카님 덕분에 남편 이해하는 방법 또 하나 배워갑니다!
와!! 나도 가고 싶네요. 맛있는 것도 먹고 바다도 보고 일상도 떠나고.... 멋진 여행 축하합니다.